‘노조 어떻게 없애드릴까요’ 노무사 형님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MB가 “외국에 파업 보이기 싫어” 시작돼 진화해온 노무업계
‘컨설팅 노무사’ 대거 등장해 사측 불리한 증거 없애고
채증·사찰 등 부당노동행위 일삼아
[한겨레21 제931호] 김성환 기자 | 2012.10.15
“노조는 적이다. 중간관리자들이 잘 대응해야 한다…. (파업에 참가하려는 조합원이 있으면) 자유 의지인지 다시 한번 확인해서 압박해야 한다…. (조합 간부가 파업 참가 독려를 하는 경우) 법률상 ‘업무방해’에 해당하며, 조합원들에게 ‘내 몸에 손대지 마세요’라고 소리 지르도록 해서 소란을 유발하라….” (심상정 의원(무소속)이 9월 25일 공개한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의 강연 녹취록)
그들은 해결사를 자청했다. 그리고 거침없었다.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은 지난 7년 동안 직장폐쇄부터 노조원 채증, 직원 성향 분석 및 사찰, 사 쪽에 협조적인 노조 설립, 징계 등 노동조합법을 넘어선 부당노동행위를 사 쪽에 제안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그 과정에서 용역업체를 끌어들여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게 지난 7년 동안 창조컨설팅에 의해 무너진 노조만 14군데였다.
9월 2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수미 의원(민주통합당)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내부 문건을 입수해 폭로했다. 창조컨설팅이 지난해 4월 만든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에는 상신브레이크·대림자동차·캡스·성애병원·영남대의료원·레이크사이드컨트리클럽 등 창조컨설팅이 개입해 민주노조를 무력화한 사업장 명단과 그 무력화 과정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그동안 좀처럼 알려지지 않았던 ‘노조 파괴’ 전문 노무법인의 횡포가 드러난 것이다. 창조컨설팅의 경악할 만한 활동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자, 고용노동부는 뒤늦게 창조컨설팅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그리고 이들의 ‘노조 파괴’ 개입 혐의를 확인했다며, 법인인가 취소와 심 대표의 노무사 자격 박탈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노동부는 또 그동안 민원이나 부정수급 의혹이 제기된 노무사, 2009년 이후 징계를 받은 노무사, 규모가 큰 노무법인 등 85곳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해 각종 신고사항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금지행위 위반 여부, 노무법인 운영 실태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검찰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이 창조컨설팅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창조컨설팅의 ‘악명’은 몇 년 전부터 노동계에 알려져 있었다. 다만 그 구체적인 실상이 쉽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노무업계 종사자들은 창조컨설팅의 설립 이후 대형 노무법인이 속속 등장해, 사 쪽에 유리한 노무 컨설팅 경쟁이 과열해 노조를 공격적으로 압박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노무업계 안에서 과도한 경쟁으로 ‘제2의 창조컨설팅’이 나올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노무법인’은 노무사가 모여 있는 회사를 말한다. 변호사들이 모여 세우는 법무법인처럼 대표 노무사와 파트너 노무사 등 구성원이 존재한다. 2004년 당시 노동부가 한국근로기준협회를 통해 발간한 ‘공인노무사 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 용역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1983년 공인노무사 자격시험을 처음 도입한 뒤 1990년 공인노무사 사무소 설치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했다. 당시 노사분규가 확대되는 등 노무사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 뒤 합동사무소 형식의 노무법인이 늘어났으나, 창조컨설팅과 같은 형태의 기업형 노무법인이 등장한 건 최근의 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공인노무사 제도 도입 당시 노동부는 일본에서 운영하고 있던 ‘사회보험 노무사’ 제도를 참고해 노무사가 노동 관련 법률 및 경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는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 등 각종 사건을 대리하는 노동 관련 법률 사무와 심판 대리 업무를 수행하는 일이 많았다. 이 때문에 지난 30여 년 동안 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노무사 자격조건도 7차례나 바뀌어왔다. 도입 초기에는 공인노무사 자격시험 합격자와 노동행정 업무에 종사한 통산 경력 10년 이상의 5급 이상 공무원으로 5년 이상 재직한 자로 한정했으나, 그 뒤 경력자에게도 시험을 보게 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가, 2000년에는 예전처럼 경력자에게 자동으로 자격을 주는 방식으로 고쳤다.
노무업계에서는 노무사가 수임하는 사건에 따라 일반적으로 ‘친기업적’ 노무법인과 ‘친노조적’ 노무법인을 구분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파업·해고 등 노동과 관련한 법률사건 업무를 처리하는 노무법인이 대부분이고, 일부 노무사들만이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을 중심으로 부당해고·임금체불 등 노조 활동을 돕는 구도다. 시장 규모에서 사 쪽 업무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10년 사이 노무업계에 나타난 두드러진 변화는 이른바 ‘컨설팅 노무사’의 대거 등장이다. 단순히 특정 사건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기업의 전반적인 노무 정책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노무사들이 노동자와 회사 사이의 특정 사건에 대해 판례나 법률적 지식을 도입해 처리했으나, 이제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 설립이나 파업 등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노무사는 “최근에는 사 쪽에 불리한 증거를 남기지 않거나 문제의 소지를 없애는 예방적인 활동을 하는 역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컨설팅 노무사’가 늘어난 원인으로 노무업계 종사자들은 정부의 노동정책 변화를 꼽는다. 참여정부 시절 화물연대·철도노조 대규모 파업을 거친 뒤, 2008년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다. 집권 초기 이 대통령은 “외국 텔레비전에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한국의 불법 폭력 시위 모습이 비치면 국가적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준다”며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후반 노조 파업에 대한 사회 여론이 악화된 데다, 이명박 정부 들어 ‘무관용 원칙’을 앞세워 노조 파업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압박이 노조 문제를 전반적으로 관리해줄 ‘컨설팅 노무사’의 수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2003년 창조컨설팅의 등장이 ‘컨설팅 노무사’ 확산에 물꼬를 튼 계기라고 말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13년 동안 근무한 심종두 대표는 당시 노무업계 안에서도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로 꼽혔다. 창조컨설팅이 공격적인 노무 컨설팅을 내세워 독보적인 영업을 하자, 이런 공격적인 컨설팅 경영을 배운 노무사들이 비슷한 성격의 노무법인을 차려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한 노무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창조컨설팅식의 방식을 제안하는 노무사들이 존재했지만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그러나 정부의 노동정책 등 환경이 바뀌면서 법을 넘어서는 노무법인의 컨설팅이 일반화돼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설팅 노무사’의 증가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노무법인의 공격적 컨설팅이 노사 협의 등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막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는 “노사 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합법적 틀 안에서 서로 대응을 해야 하는데, 노무법인들이 노조 조합원의 기본권을 막고 노조 활동을 하는 이들을 항복하게 만드는 식의 공격적인 컨설팅을 제안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노무사들의 컨설팅은 아직은 중소업체 사업장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 등의 노무 업무는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한 노무업계 관계자는 “노무 분야를 특화한 법무법인이 아닌 이상, 노무 분야는 로펌 입장에서 수임료 등에서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분야”라며 “대기업 등의 자문을 맡는 로펌들이 대기업의 노무 업무를 맡는 건 회사 경영진을 직접 만나 노무뿐만 아니라 다른 영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노무법인끼리 덩치를 키워 ‘합종연횡’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영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2010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노무법인 사이의 기업형 통합이 이뤄졌다. 6개 노무법인이 합친 ‘노무법인 유앤’이 그 주인공이다. 유앤에는 위더스·광장·더존 더윌·정안·여명 등 서울 지역에서 활동하던 노무법인이 참여했고 공인노무사 수가 50명이 넘는다. 지난해까지 가장 규모가 컸던 노무법인인 창조컨설팅 노무사 25명의 2배다. 앞으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대거 배출되면 기존 노무사들이 담당하던 노무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에 대비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는 약 1500여 명의 공인노무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에 절반 이상이 집중해 있다. 전체 노무법인은 379곳, 개업 노무사는 451곳으로 알려져 있다.
창조컨설팅 사례에서 보듯 대형 노무법인의 등장에 맞춰 편법·기형적 노무 컨설팅을 막을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오표 노노모 회장(노무법인 현장 대표)은 “최근 대형 노무법인이 많이 생겨나고 이들이 통상적인 자문을 넘어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조 와해나 약화를 위한 활동 등 통상적인 노무사의 영역을 넘는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출처 ‘노조 어떻게 없애드릴까요’ 노무사 형님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MB가 “외국에 파업 보이기 싫어” 시작돼 진화해온 노무업계
‘컨설팅 노무사’ 대거 등장해 사측 불리한 증거 없애고
채증·사찰 등 부당노동행위 일삼아
[한겨레21 제931호] 김성환 기자 | 2012.10.15
“노조는 적이다. 중간관리자들이 잘 대응해야 한다…. (파업에 참가하려는 조합원이 있으면) 자유 의지인지 다시 한번 확인해서 압박해야 한다…. (조합 간부가 파업 참가 독려를 하는 경우) 법률상 ‘업무방해’에 해당하며, 조합원들에게 ‘내 몸에 손대지 마세요’라고 소리 지르도록 해서 소란을 유발하라….” (심상정 의원(무소속)이 9월 25일 공개한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의 강연 녹취록)
창조 아래 7년간 무너진 노조만 14군데
그들은 해결사를 자청했다. 그리고 거침없었다.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은 지난 7년 동안 직장폐쇄부터 노조원 채증, 직원 성향 분석 및 사찰, 사 쪽에 협조적인 노조 설립, 징계 등 노동조합법을 넘어선 부당노동행위를 사 쪽에 제안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그 과정에서 용역업체를 끌어들여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게 지난 7년 동안 창조컨설팅에 의해 무너진 노조만 14군데였다.
9월 2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수미 의원(민주통합당)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내부 문건을 입수해 폭로했다. 창조컨설팅이 지난해 4월 만든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에는 상신브레이크·대림자동차·캡스·성애병원·영남대의료원·레이크사이드컨트리클럽 등 창조컨설팅이 개입해 민주노조를 무력화한 사업장 명단과 그 무력화 과정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그동안 좀처럼 알려지지 않았던 ‘노조 파괴’ 전문 노무법인의 횡포가 드러난 것이다. 창조컨설팅의 경악할 만한 활동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자, 고용노동부는 뒤늦게 창조컨설팅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그리고 이들의 ‘노조 파괴’ 개입 혐의를 확인했다며, 법인인가 취소와 심 대표의 노무사 자격 박탈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노동부는 또 그동안 민원이나 부정수급 의혹이 제기된 노무사, 2009년 이후 징계를 받은 노무사, 규모가 큰 노무법인 등 85곳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해 각종 신고사항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금지행위 위반 여부, 노무법인 운영 실태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검찰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이 창조컨설팅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창조컨설팅의 ‘악명’은 몇 년 전부터 노동계에 알려져 있었다. 다만 그 구체적인 실상이 쉽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노무업계 종사자들은 창조컨설팅의 설립 이후 대형 노무법인이 속속 등장해, 사 쪽에 유리한 노무 컨설팅 경쟁이 과열해 노조를 공격적으로 압박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노무업계 안에서 과도한 경쟁으로 ‘제2의 창조컨설팅’이 나올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노무법인’은 노무사가 모여 있는 회사를 말한다. 변호사들이 모여 세우는 법무법인처럼 대표 노무사와 파트너 노무사 등 구성원이 존재한다. 2004년 당시 노동부가 한국근로기준협회를 통해 발간한 ‘공인노무사 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 용역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1983년 공인노무사 자격시험을 처음 도입한 뒤 1990년 공인노무사 사무소 설치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했다. 당시 노사분규가 확대되는 등 노무사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 뒤 합동사무소 형식의 노무법인이 늘어났으나, 창조컨설팅과 같은 형태의 기업형 노무법인이 등장한 건 최근의 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 창조컨설팅이 지난 7년 동안 14곳의 노조를 무력화한 사실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지난 9월 26일 오후 서울 문래동 창조컨설팅이 위치한 건물 입구를 막고 있는 경찰 앞에 한 노조원이 앉아 있다. 한겨레 박종식
“문제의 소지를 없애는 예방적인 활동”
공인노무사 제도 도입 당시 노동부는 일본에서 운영하고 있던 ‘사회보험 노무사’ 제도를 참고해 노무사가 노동 관련 법률 및 경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는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 등 각종 사건을 대리하는 노동 관련 법률 사무와 심판 대리 업무를 수행하는 일이 많았다. 이 때문에 지난 30여 년 동안 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노무사 자격조건도 7차례나 바뀌어왔다. 도입 초기에는 공인노무사 자격시험 합격자와 노동행정 업무에 종사한 통산 경력 10년 이상의 5급 이상 공무원으로 5년 이상 재직한 자로 한정했으나, 그 뒤 경력자에게도 시험을 보게 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가, 2000년에는 예전처럼 경력자에게 자동으로 자격을 주는 방식으로 고쳤다.
노무업계에서는 노무사가 수임하는 사건에 따라 일반적으로 ‘친기업적’ 노무법인과 ‘친노조적’ 노무법인을 구분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파업·해고 등 노동과 관련한 법률사건 업무를 처리하는 노무법인이 대부분이고, 일부 노무사들만이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을 중심으로 부당해고·임금체불 등 노조 활동을 돕는 구도다. 시장 규모에서 사 쪽 업무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10년 사이 노무업계에 나타난 두드러진 변화는 이른바 ‘컨설팅 노무사’의 대거 등장이다. 단순히 특정 사건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기업의 전반적인 노무 정책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노무사들이 노동자와 회사 사이의 특정 사건에 대해 판례나 법률적 지식을 도입해 처리했으나, 이제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 설립이나 파업 등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노무사는 “최근에는 사 쪽에 불리한 증거를 남기지 않거나 문제의 소지를 없애는 예방적인 활동을 하는 역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컨설팅 노무사’가 늘어난 원인으로 노무업계 종사자들은 정부의 노동정책 변화를 꼽는다. 참여정부 시절 화물연대·철도노조 대규모 파업을 거친 뒤, 2008년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다. 집권 초기 이 대통령은 “외국 텔레비전에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한국의 불법 폭력 시위 모습이 비치면 국가적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준다”며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후반 노조 파업에 대한 사회 여론이 악화된 데다, 이명박 정부 들어 ‘무관용 원칙’을 앞세워 노조 파업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압박이 노조 문제를 전반적으로 관리해줄 ‘컨설팅 노무사’의 수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 은수미 의원(민주통합당)이 지난 9월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현장 폭력용역 관련 청문회’에서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창조컨설팅의 노조 파괴 공작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묻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공격적 컨설팅으로 정상적 노조 활동 막아
업계에서는 2003년 창조컨설팅의 등장이 ‘컨설팅 노무사’ 확산에 물꼬를 튼 계기라고 말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13년 동안 근무한 심종두 대표는 당시 노무업계 안에서도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로 꼽혔다. 창조컨설팅이 공격적인 노무 컨설팅을 내세워 독보적인 영업을 하자, 이런 공격적인 컨설팅 경영을 배운 노무사들이 비슷한 성격의 노무법인을 차려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한 노무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창조컨설팅식의 방식을 제안하는 노무사들이 존재했지만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그러나 정부의 노동정책 등 환경이 바뀌면서 법을 넘어서는 노무법인의 컨설팅이 일반화돼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설팅 노무사’의 증가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노무법인의 공격적 컨설팅이 노사 협의 등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막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는 “노사 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합법적 틀 안에서 서로 대응을 해야 하는데, 노무법인들이 노조 조합원의 기본권을 막고 노조 활동을 하는 이들을 항복하게 만드는 식의 공격적인 컨설팅을 제안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노무사들의 컨설팅은 아직은 중소업체 사업장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 등의 노무 업무는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한 노무업계 관계자는 “노무 분야를 특화한 법무법인이 아닌 이상, 노무 분야는 로펌 입장에서 수임료 등에서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분야”라며 “대기업 등의 자문을 맡는 로펌들이 대기업의 노무 업무를 맡는 건 회사 경영진을 직접 만나 노무뿐만 아니라 다른 영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노무법인끼리 덩치를 키워 ‘합종연횡’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영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2010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노무법인 사이의 기업형 통합이 이뤄졌다. 6개 노무법인이 합친 ‘노무법인 유앤’이 그 주인공이다. 유앤에는 위더스·광장·더존 더윌·정안·여명 등 서울 지역에서 활동하던 노무법인이 참여했고 공인노무사 수가 50명이 넘는다. 지난해까지 가장 규모가 컸던 노무법인인 창조컨설팅 노무사 25명의 2배다. 앞으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대거 배출되면 기존 노무사들이 담당하던 노무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에 대비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는 약 1500여 명의 공인노무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에 절반 이상이 집중해 있다. 전체 노무법인은 379곳, 개업 노무사는 451곳으로 알려져 있다.
노무법인끼리 ‘합종연횡’으로 덩치 키워
창조컨설팅 사례에서 보듯 대형 노무법인의 등장에 맞춰 편법·기형적 노무 컨설팅을 막을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오표 노노모 회장(노무법인 현장 대표)은 “최근 대형 노무법인이 많이 생겨나고 이들이 통상적인 자문을 넘어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조 와해나 약화를 위한 활동 등 통상적인 노무사의 영역을 넘는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출처 ‘노조 어떻게 없애드릴까요’ 노무사 형님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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