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농도 줄이기 ‘한계’…보 개방없이 ‘녹조라테’ 막기 힘들다
‘수질 관리’ 어떻게
4대강 사업 때 3조원 투입
총인 농도 45%나 줄였지만
지난여름 심각한 녹조발생
전문가 “인 80% 더 줄여야
부영양화 기준 맞출수 있어
하수처리 막대한 예산 필요”
[한겨레] 김정수 선임기자 | 등록 : 2013.01.20 21:14 | 수정 : 2013.01.20 23:26
지난해 여름, 예전엔 녹조가 나타나지 않던 낙동강 상류까지 녹조로 뒤덮이면서 상수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보에 의한 강물의 정체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4대강 수역에서 조류가 해마다 상습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7일 발표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환경단체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환경부는 감사 결과가 나온 뒤 낸 참고자료와 유영숙 장관의 브리핑 등을 통해 “감사원의 지적을 향후 수질정책에 적극 검토하겠다. 보마다 화학적산소요구량(COD)과 총인(Total Phosphorus, 인화합물의 합계) 중심의 목표수질을 설정해 관리하고, 조류 저감을 위한 추가 대책을 수립하며, 보 운영이 최대한 수질예측 모델링 조건대로 운영되도록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조류 저감을 위한 환경부의 추가 대책도 총인 관리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류의 영양물질이 되는 물속의 인 농도를 떨어뜨려 녹조 발생을 막겠다는 것이다. 기상조건이 불리하고 강물이 정체돼도 물 속의 인 농도만 낮추면 녹조를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4대강 보에 물을 계속 가둬둔 채 총인 관리만 해서는 녹조 발생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녹조 발생을 좌우하는 조건으로 햇빛, 수온, 영양물질과 함께 체류시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4대강 사업 이전에 견줘 총인량을 줄였지만 조류 발생을 막지는 못했다. 환경부는 4대강 사업 과정에서 3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어 4대강 수계의 하수처리장 건설을 계획보다 앞당기며 총인 줄이기에 ‘올인’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이를 통해 4대강 16개 보 수역의 총인 농도를 4대강 사업 이전인 2005~2009년 상반기 평균 0.207㎎/ℓ에서 4대강 사업 이후인 2012년 상반기 평균 0.114㎎/ℓ로 45%나 낮추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2012년 상반기 16개 보 수역의 조류 평균 농도는 4대강 사업 이전보다 오히려 1.9% 증가했고, 지난해 여름에는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천세억 낙동강물환경연구소장은 “우리나라 하천의 인 농도는 다른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녹조가 필 수 있을 정도로 부영양화 기준을 넘어서 있기 때문으로, 인 농도로 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도 “4대강에서 인을 잡아 녹조 발생을 막으려면 총인 농도를 최소 0.05㎎/ℓ까지 낮춰야 하고, 엄격하게 말하자면 4대강이 사실상 호소화된 상태이므로 호소의 부영양화 기준인 0.02㎎/ℓ까지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의 총인 농도를 부영양화 기준 이하로 떨어뜨리려면 하수처리시설 보강에만 이미 4대강 수질 개선에 투입된 예산을 초월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점차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다양한 비점오염원(불특정한 배출경로를 가진 오염원)을 관리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목표다. 환경부 관계자도 “장기간에 걸친 투자와 엄격한 배출규제가 수반돼야 하는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하천의 수량관리 없이 영양물질 관리만으로는 조류 발생을 막기 어렵다는 것은 환경부도 사업계획 수립단계에서 이미 파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질예측 모델링에서 상류의 댐과 보 등에서 실제보다 3.6배 많은 하천유지용수가 공급되는 조건을 입력해서야 수질 목표를 맞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수질예측 모델링 조건대로 하천유지용수가 공급되려면 갈수기와 녹조 발생이 우려되는 시기에는 보의 관리수위가 정상보다 2m가량 낮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이럴 경우, 4대강 101개 취수장 가운데 41개 취수장에서 취수가 어려워지고, 16개 보에 설치된 어도와 13개 보의 소수력발전기 가동도 포기해야 한다. 생태계를 살리며 재생에너지까지 생산하는 녹색 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의 주요 명분이 사라지는 셈이다.
김좌관 교수는 “현재 인 농도 수준에서 4대강에서 녹조를 방지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 방법은 보의 수문을 열어 강물의 유속을 높이는 것이다. 강을 강답게 흐르게 해주면 돈 안 들이고 수질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인 농도 줄이기 ‘한계’…보 개방없이 ‘녹조라테’ 막기 힘들다
‘수질 관리’ 어떻게
4대강 사업 때 3조원 투입
총인 농도 45%나 줄였지만
지난여름 심각한 녹조발생
전문가 “인 80% 더 줄여야
부영양화 기준 맞출수 있어
하수처리 막대한 예산 필요”
[한겨레] 김정수 선임기자 | 등록 : 2013.01.20 21:14 | 수정 : 2013.01.20 23:26
▲ 서울시가 4년 만에 조류주의보를 발령한 지난해 8월 9일 한강 원효대교 북단 아래서 짙은 녹조류 사이로 죽은 물고기 한마리가 떠내려가고 있다. 김봉규 기자
지난해 여름, 예전엔 녹조가 나타나지 않던 낙동강 상류까지 녹조로 뒤덮이면서 상수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보에 의한 강물의 정체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4대강 수역에서 조류가 해마다 상습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7일 발표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환경단체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환경부는 감사 결과가 나온 뒤 낸 참고자료와 유영숙 장관의 브리핑 등을 통해 “감사원의 지적을 향후 수질정책에 적극 검토하겠다. 보마다 화학적산소요구량(COD)과 총인(Total Phosphorus, 인화합물의 합계) 중심의 목표수질을 설정해 관리하고, 조류 저감을 위한 추가 대책을 수립하며, 보 운영이 최대한 수질예측 모델링 조건대로 운영되도록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조류 저감을 위한 환경부의 추가 대책도 총인 관리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류의 영양물질이 되는 물속의 인 농도를 떨어뜨려 녹조 발생을 막겠다는 것이다. 기상조건이 불리하고 강물이 정체돼도 물 속의 인 농도만 낮추면 녹조를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4대강 보에 물을 계속 가둬둔 채 총인 관리만 해서는 녹조 발생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녹조 발생을 좌우하는 조건으로 햇빛, 수온, 영양물질과 함께 체류시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4대강 사업 이전에 견줘 총인량을 줄였지만 조류 발생을 막지는 못했다. 환경부는 4대강 사업 과정에서 3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어 4대강 수계의 하수처리장 건설을 계획보다 앞당기며 총인 줄이기에 ‘올인’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이를 통해 4대강 16개 보 수역의 총인 농도를 4대강 사업 이전인 2005~2009년 상반기 평균 0.207㎎/ℓ에서 4대강 사업 이후인 2012년 상반기 평균 0.114㎎/ℓ로 45%나 낮추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2012년 상반기 16개 보 수역의 조류 평균 농도는 4대강 사업 이전보다 오히려 1.9% 증가했고, 지난해 여름에는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천세억 낙동강물환경연구소장은 “우리나라 하천의 인 농도는 다른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녹조가 필 수 있을 정도로 부영양화 기준을 넘어서 있기 때문으로, 인 농도로 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도 “4대강에서 인을 잡아 녹조 발생을 막으려면 총인 농도를 최소 0.05㎎/ℓ까지 낮춰야 하고, 엄격하게 말하자면 4대강이 사실상 호소화된 상태이므로 호소의 부영양화 기준인 0.02㎎/ℓ까지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의 총인 농도를 부영양화 기준 이하로 떨어뜨리려면 하수처리시설 보강에만 이미 4대강 수질 개선에 투입된 예산을 초월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점차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다양한 비점오염원(불특정한 배출경로를 가진 오염원)을 관리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목표다. 환경부 관계자도 “장기간에 걸친 투자와 엄격한 배출규제가 수반돼야 하는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하천의 수량관리 없이 영양물질 관리만으로는 조류 발생을 막기 어렵다는 것은 환경부도 사업계획 수립단계에서 이미 파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질예측 모델링에서 상류의 댐과 보 등에서 실제보다 3.6배 많은 하천유지용수가 공급되는 조건을 입력해서야 수질 목표를 맞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수질예측 모델링 조건대로 하천유지용수가 공급되려면 갈수기와 녹조 발생이 우려되는 시기에는 보의 관리수위가 정상보다 2m가량 낮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이럴 경우, 4대강 101개 취수장 가운데 41개 취수장에서 취수가 어려워지고, 16개 보에 설치된 어도와 13개 보의 소수력발전기 가동도 포기해야 한다. 생태계를 살리며 재생에너지까지 생산하는 녹색 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의 주요 명분이 사라지는 셈이다.
김좌관 교수는 “현재 인 농도 수준에서 4대강에서 녹조를 방지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 방법은 보의 수문을 열어 강물의 유속을 높이는 것이다. 강을 강답게 흐르게 해주면 돈 안 들이고 수질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인 농도 줄이기 ‘한계’…보 개방없이 ‘녹조라테’ 막기 힘들다
'세상에 이럴수가 > 死大江'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국선 하천 댐·보 복원 어떻게 (0) | 2013.01.21 |
---|---|
‘예고된 재앙’ 드러났는데…정부 ‘땜질 보강’에만 매달려 (0) | 2013.01.21 |
4대강 활동가가 인수위에 주는 8가지 고언, 먼저 수문부터 열라 (0) | 2013.01.21 |
22조 블랙홀…‘4대강 부실’ 책임자 처벌 목소리 커진다 (0) | 2013.01.20 |
“4대강 사기극에 부역한 어용학자들 심판받아야” (0) | 2013.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