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23년 환자 이갑상씨 “폐업 땐 갈 곳 없어… 병원서 죽겠다”

진주의료원 23년 환자 이갑상씨 “폐업 땐 갈 곳 없어… 병원서 죽겠다”
"예전엔 퇴원해도 재입원 가능했는데…”
[경향신문] 김정훈 기자 | 입력 : 2013-04-02 22:17:10 | 수정 : 2013-04-02 22:17:10


“죽더라도 이 병원에서 죽으렵니다.”

폐업 초읽기에 들어간 경남 도립 진주의료원에서 장기간 입·퇴원을 반복한 이갑상씨(79·사진)의 마지막 바람은 이 병원에 남는 것이다.

이씨는 진주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은 지 올해가 23년째이다. 이씨는 고혈압으로 병원에 다니기 시작하다 몇 년 전에는 전립선염에다 심장협심증까지 겹쳤다. 이씨는 진료의료원 일반병동에 입원해 있다가 지난달 11일에 노인요양병동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다. 보호자가 없는 탓에 심장협심증 수술은 엄두도 못 내고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심장협심증으로 언제 쓰러질지 몰라 퇴원도 불가능하다. 이씨는 “퇴원해도 갈 집이 없다”며 “예전에 부득이하게 퇴원하게 되면 빈 병실이나 영안실, 남강변을 떠돌며 노숙생활을 하다 다시 입원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녀 2명이 있지만 오래전 연락이 두절돼 무연고 환자이다. 이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호 1종 환자로 분류돼 의료혜택을 받아 한 달 병원비가 10만원 정도였다. 올해부터는 호적상 나타난 자식들 때문에 일반환자로 분류되면서 20만~30만원 병원비를 내고 있다. 여기에 진주의료원이 이씨에게 간병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다소 부담을 덜고 있다. 그나마 이만한 병원비도 그에게는 불행 중 다행이다.

이씨는 가끔 민간병원에서 치료받았을 때도 있었는데 한 달 병원비가 무려 70만~80만원에 달해 병원에 따진 적도 있다고 했다. 게다가 입원도 최장 보름밖에 못해 장기간 입원은 엄두도 못냈다. 민간병원은 환자를 장기간 입원시킬 경우 건강보험공단의 보험금 100%를 모두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진주에 있는 민간병원은 다 없애도 도립 진주의료원은 폐업해서는 안된다”며 “노령연금으로 근근이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데 이마저 폐업을 하면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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