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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매일 쓰는 ‘전기’, 누가 만들고 소비하고 돈벌까?

매일 쓰는 ‘전기’, 누가 만들고 소비하고 돈벌까?
전력 민영화 후 민간에서도 생산...한전은 적자 대기업은 이익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입력 2013-06-08 11:26:31 | 수정 2013-06-08 11:59:38


매해 반복되는 전력난으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이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닐 수도 있게 됐다. 외국에선 천지가 암흑으로 변하는 블랙아웃을 경험한 나라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2003년 8월 14일 송전선로에서 누전이 발생해 7개주와 캐나다 1개주가 암흑으로 변했다. 3일 만에 완전 복구됐는데 경제적으로 60억 달러 손해가 발생했고, 5천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우리나라는 2009년 9월 15일, 예비전력이 100만kW대로 떨어져 순환단전을 실시하며 블랙아웃의 문턱까지 간 바 있다. 올 여름은 불볕더위와 함께 사상 초유의 전력난이 예고되고 있어 블랙아웃에 대한 긴장감이 더 높아지고 있다.

수요가 제한된 공급의 턱 밑까지 치고 올라가 발생하는 전력난에 대한 묘수가 있을 수 없는 정부는 각 산업체와 가정에 절전을 호소하고 있다. 그만큼 전기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은데, 우리는 전기를 매일 사용하면서도 사실 전기에 대해 잘 모른다.

▲ 남부발전 하동화력발전소 ⓒ뉴시스


◆ 전기 누가, 어디서 만드나 전기를 한국전력에서 만드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기는 한국전력에서 만들지 않는다. 과거에는 한국전력에서 전기를 만들고 판매까지 다 했는데, 2000년대 초반 정부가 전력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면서 전력산업을 민영화한 이후, 민간부문에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전기를 만드는 곳은 한전에서 분리된 6개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남동·동서·중부·서부·남부발전과 민간발전사들이다. 2012년 발전설비 비중은 총설비 81,806MW 중 공기업이 71,825MW(87.8%), 민간이 9,981MW(12.2%) 규모다. 메이저 민간발전사는 포스코, GS, SK 등이다. 민간도 전기를 만들지만 판매는 한전이 담당한다. 한전이 전력거래소에서 공기업과 민간이 만든 전기를 구매해 기업과 가정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한전은 민간발전회사에서는 전기를 비싸게 주고 사고, 기업과 가정에는 싸게 공급해 적자를 보고 있다.

에너지원별 발전량은 석탄발전 39.4%, 원자력 29.6%, LNG 24.9%, 석유 3.1%, 신재생에너지 2.3%, 수력 0.7% 순이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건설비용은 많이 들지만, 연료비가 싸고 발전소의 수명이 길어 발전비용이 가장 적게 든다. 하지만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선 및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들고 안전문제가 가장 큰 부담이다.

과도한 원전 의존율은 전력수급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여름과 겨울철 전력 수요 피크 기간을 앞두고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거나 예방 정비 등으로 원전 몇 기가 멈추면 전력난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정부는 원전 의존율을 낮추고 '에너지원 믹스'를 위해 2027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12%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 전기는 어떻게 가정과 공장으로 들어오나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송전을 위해 송전용 변전소로 보낸다. 화력발전소는 수도권에도 있지만 원자력 발전소는 해안가에 있기 때문에 서울·경기 등 수도권까지 전력 손실을 최대한 줄이면서 송전하기 위해 전압을 초고압(154kV/345kV/765kV)으로 높여 배전용 변전소로 보낸다. 해안가에서 수도권까지 송전하기 위해서는 송전탑이 필요한데, 최근 밀양에 765kV 송전탑을 건설하는 문제로 한전과 주민이 갈등을 겪기도 했다.

송전선을 통해 초고압 상태의 전력을 받은 배전용 변전소는 공장과 가정으로 전력을 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22.9kV로 전압을 낮춰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공장 등으로 보내고, 가정에서는 전신주 변압기에서 220V로 낮춘 전기를 공급받는다.


◆ 전기 누가 소비하고, 누가 돈을 버나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를 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9510kWh로 일본(8110kWh), 프랑스(7894kWh)보다 많다. 얼핏보면 국민이 전기 과소비를 하는 듯 보이는데, 가정에서 소비하는 것은 많지 않고 기업에서 소비하는 것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를 보면 1인당 가정용 전력소비량은 1,183㎾h로 미국(4,430㎾h), 프랑스(2,639㎾h), 독일(1,700㎾h), 일본(2,246㎾h)보다 적다. 2011년 국내 전력소비량을 살펴보면 산업용이 55%로 가장 많고, 일반용 22%, 주택용 18%, 교육용 및 농사용 각각 2%로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 6개로 구분해 서로 다른 전기요금을 적용하고 있는데, 모두 원가의 90% 수준으로 싼 편이다. 특히, 정부가 기업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산업용 전기를 가장 싸게 공급해 전기를 많이 쓰는 대기업이 전기요금 할인혜택을 가장 많이 보고 있다. 일부 재벌 대기업들은 민간발전사업에도 뛰어들어, 한전에 전기를 팔아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전기요금 할인혜택도 받아 '이중 수혜'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 블랙아웃 오나 정부는 절전을 호소하면서 수요억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최악의 경우 '순환단전'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낮기온이 올라가면서 전력거래소는 연일 전력수급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전력수급경보는 지난 3∼5일에 이어 현충일인 6일을 제외하면 매일 발령됐다.

전력수급경보는 예비전력이 400만㎾ 이상 500만㎾ 미만이면 1단계인 '준비', 400만㎾ 미만이면 2단계인 '관심', 300만㎾ 아래로 떨어지면 3단계인 '주의', 200만㎾ 미만일 땐 4단계인 '경계', 100만㎾ 아래면 5단계인 '심각'으로 발령된다. 예비전력이 100만kW 아래로 떨어지면 순환단전을 실시한다.


출처 : 매일 쓰는 ‘전기’, 누가 만들고 소비하고 돈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