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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Anti SamSung

[삼성전자A/S의 눈물 ②] "내 회사 전리품처럼 빼앗겼다" 협력업체 통째로 먹는 삼성의 '횡포'

"내 회사 전리품처럼 빼앗겼다"
협력업체 통째로 먹는 삼성의 '횡포'
[삼성전자A/S의 눈물 ②] 삼성전자서비스 전 협력업체 사장들의 한숨
[오마이뉴스] 강민수 | 13.06.17 08:07 | 최종 업데이트 13.06.17 08:07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는 서비스 분야에서 수년째 '고객만족도 1위'라는 타이틀을 자랑합니다. 'A/S는 삼성이 최고'라는 말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고객들을 상대하는 기사들의 친절함과 신속 정확한 수리 덕분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그 주인공들은 눈물을 흘립니다. 그들은 삼성의 옷을 입고 있지만 삼성의 직원이 아니었습니다. 협력사의 직원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삼성A/S의 눈물' 연속보도를 통해 고통 위에 세워진 '1등 서비스'의 실체를 확인하려 합니다.   [편집자말]

▲ 삼성전자의 자회사 삼성전자서비스(주)의 업무대행 협력업체는 경영독립권이 없는 위장도급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 ⓒ 최지용

#1. 신OO 전 삼성전자서비스 경기도 서수원센터 협력업체 사장

"본사 부장이 퇴직할 때가 되니까 회사를 빼앗아 나눠 준 거예요. '갑'이 전리품 주듯 '을'의 회사를 빼앗아 간 거예요."

신 전 사장은 1988년부터 삼성전자와 연을 맺었다. 삼성전자 제품의 수리를 대행하는 회사로 시작했다. 1998년 삼성전자에서 분리된 주식회사 삼성전자서비스가 그의 '갑'이 됐다. 그의 회사를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회사, 영어로 GPA(Great Partnership Agency)라고 불렀다. 처음 직원 2명에서 출발했던 회사는 2010년에는 100명이 넘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2008년 1월에는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2011년 6월, 삼성전자서비스는 경영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1년 6개월 치의 손익계산서, 인사, 회계 자료 등을 요구했다. 이를 지나친 경영간섭이라고 판단한 신씨는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이후 날아온 것은 계약해지 통보였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신입양성인력 지원금'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이유였다. 계약해지 후 직원들은 집단적으로 사직서를 냈고, 삼성전자서비스의 간부가 퇴직한 뒤 만든 협력업체로 이직했다. 신씨는 회사가 통째로 먹혔다고 생각했다.

#2. 박OO 전 경기도 의정부센터 협력업체사장

"삼성(전자)하고 싸우고 싶은데, 싸우면 일거리가 끊어져요. 그러면 데리고 있는 직원들 월급을 줄 수가 없어요. 어쩔 수 없이 삼성(전자)이 시키는 대로 끌려가는 거죠."

삼성전자서비스 출신으로 GPA 지원 업무를 보던 박씨는 2003년에 퇴직해 의정부센터의 GPA를 맡았다. 2009년에는 전국의 협력업체 사장이 모인 '삼성전자서비스 대행사 협회'(이하 삼대협)에서 경기지회장이 됐다. 평소 직원들의 감정노동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생각한 박씨는 삼대협을 통해 직원들이 정기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삼성전자서비스에 요구하고 싶었다.

2011년 들어서 갑작스럽게 삼성전자서비스가 '경영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감사를 벌였다. 이후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미 1년 전에 지적되었던 한 직원의 부정을 들어 박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상황은 앞선 신씨의 사례와 다름 없었다. 박씨는 삼대협을 주도했다는 '괘씸죄'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3. 최OO 전 서울 양천센터 협력업체 사장

"1993년부터 내 평생을 삼성(전자)을 위해서 바쳤건만, 법적인 하자가 없는데도 회사를 내놓으라는 거예요. 참담한 심정이었죠."

2011년 최씨는 직원들의 복리 후생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를 당했다. 협력업체 몫의 수수료는 사장인 자신이 임의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빌미가 됐다. 그러나 이 일이 있기 이전부터 최씨는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나온 임원에게 "재계약 안 될테니 회사를 넘기라"는 독촉을 들었다. 끝까지 버텼지만 최씨의 회사는 결국 삼성전자서비스의 전직 임원이 만든 GPA로 넘어갔다.


"전쟁 승리자가 노략질하듯 업체를 빼앗아 넘겼다"

▲ 신아무개 서수원센터 협력업체 사장은 1998년, 직원 2명에서 출발했던 회사를 2010년에는 100명이 넘는 중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08년 1월에는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 강민수

지난 10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만난 세 사람은 허탈한 표정이었다. 이들의 시작은 달랐지만 그 끝은 같았다. 세 사람은 'A/S(After Service)는 최고'라는 삼성전자를 위해 적게는 8년, 많게는 23년을 내달렸다. '삼성'의 이름을 달고 일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일했다.

하지만 안으로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직원들의 근무 조건은 열악했고, 불리한 계약조건으로 근로기준법을 어겨야 하는 일도 태반이었다. 2009년, 전국 105개 협력업체 사장들은 협력사 권익을 지키고 직원 처우 개선을 위해 삼대협을 결성했다. 사장들은 불가피하게 회사를 청산해야 될 경우를 대비해 업체의 가치기준을 명문화 했다. 외부 회계 법인에 의뢰해 협력업체 인수인계시에 연 매출액의 8%를 받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삼대협은 오래가지 못했다. 세 사람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사장들에게 계약 해지 하겠다며 삼대협 탈퇴를 압박, 회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삼대협은 2년을 버티지 못하고 2011년 12월 와해됐다.

세 사람에 따르면 삼대협 와해 전후 1년 동안 삼성전자서비스는 20여 곳의 협력업체와 계약을 해지했다. 삼대협에서 목소리가 크던 지회장, 간부들이 주요 대상이었다. 계약 해지된 협력업체는 대부분 삼성전자서비스의 전직 임원들이 맡았다. 전직 임원이 새 업체를 세우면 계약 해지된 직원을 데려오는 방식이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말 안 듣는 협력업체를 찍어 계약을 해지한 뒤 전직 임원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협력업체를 관리해 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를 위해 일한 사람을 한 칼에 적으로 만드는 게 얼마나 비도덕적이냐"며 "삼대협이 와해되자 삼성전자서비스는 전쟁 승리자가 노략질 하듯이 본사 간부들에게 업체를 넘겼다"고 말했다.


공정위 제소하자 보복성 고소까지

서수원센터의 신씨는 본사로부터 보복에 가까운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부당 계약해지로 공정위에 제소하자 삼성전자서비스는 신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대학생인 신씨 아들이 자신의 회사에 근무하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출근기록을 꾸며 540만 원의 지원금을 타냈다고 주장한 것이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는 최근 대법원에 상고했다.

계약 해지 후 삼대협이 정한 업체의 가치 기준에 따라 최씨와 박씨는 일부 금액을 받았지만 신씨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씨는 "갑인 삼성전자서비스가 우월적인 힘을 가지고 을이 피땀 흘려 일궈낸 협력업체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이유를 들어 강탈해 갔다"며 "평생 삼성을 위해 일한 사람 가슴에 못을 박고서는 회사를 빼앗았다"고 말했다.

전직 사장들은 삼성전자서비스의 횡포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2011년과 2012년 사이 계약 해지된 협력업체 20여 명의 전직 사장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부당 계약 해지를 사유로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공정위 제소를 준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협력사의 경영에 간섭을 하거나 업체를 빼앗지 않았다"며 "계약 해지는 서비스 업무를 하는데 있어 현행법을 위반하는 부정행위 등 삼성전자서비스에 상당한 손상을 입혀 사회 통념상 계약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있었으며 계약해지 조항은 도급계약서상에 명시되어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내 회사 전리품처럼 빼앗겼다"... 협력업체 통째로 먹는 삼성의 '횡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