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감옥 가 심판받았는데, 노무현은 자살로 땡인가?”
[표지이야기] 공소장에 첨부된 ‘국가정보원 댓글작업 범죄일람표’로 살펴본 심리전단 사이버팀 요원들의 게시글과 댓글
[한겨레21 제969호] 김외현 기자 | 2013.07.15
“심리전단 사이버팀 요원들은 ‘주요 이슈와 대응 논지’를 하달받고 각자 담당하는 인터넷 사이트 등 사이버 공간에 들어가 모니터링을 하면서, 다수의 아이디를 번갈아 사용하며 하달받은 논지에 따른 게시글과 댓글을 작성하거나 추천·반대 클릭을 하는 등 조직적으로 사이버 활동을 하였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나오는 대목이다.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 요원들이 이런 식으로 작성한 게시글과 댓글은 검찰이 공소장에 첨부한 ‘국가정보원 댓글작업 범죄일람표’에 나온다. 해당 시기의 시국 상황이 짙게 묻어있는 자료다.
[2009년 2월]
3월2일 여야는 미디어법에 대해 100일간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 6월 국회에서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한다. 합의 직전 날카로운 여야의 신경전 속에서, 국정원 직원들은 국회에 미디어법 처리를 종용했다.
“미디어법 개정되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정말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그저 현란한 말과 선전에 현혹되어 무조건 나쁘다는 편견아닙니까.”(2월28일)
집권 1년차는 광우병 쇠고기 촛불시위로, 집권 2년차엔 미디어법으로 반대 진영의 힐난을 받는 대통령을 감싸며, 사람들에게 ‘욕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도 국정원 직원들의 몫이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한테 심한 욕설은 삼가는게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좋아할 사람은 북한 정권이나 김정일밖에 없을 것입니다.”(2월15일)
[2009년 6월]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무리한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궁지에 몰렸다. 국정원 직원들은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데 열심이었다.
“놈현이가 저 세상에 와서 보니 아주 큰 죄가 많았군요~ 살아 있을 때 잘하지~ 왜 거기 가서 죽어서 후회하나~ 좌빨 여러분~ 있을 때 잘하세요.”(6월7일, 노무현이가 지옥에서 보내는 두 번째 유언)
“나도 안 믿었는데 노무혀이가 자살한 것으로 봐서는 뇌물 묵었는 것 같다. 안 그랬으면 죽을 노무혀이가 아니제….”(6월21일)
[2010년 3월]
한명숙 전 총리가 수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한 전 총리는 ‘부당한 수사’, ‘도덕성 흠집내기’라고 주장하며 검찰의 소환 및 신 문을 모두 거부했다. 검찰 쪽에선 ‘많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전직 총리가 뭐가 두려워서 피하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국정원 심리전단도 검찰의 논리에 호응했다.
“명색이 총리까지 했다는 자가 묵비권이라…, 치사하지 않나.”(3월 31일)
역시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놈현이처럼 자살하지는 마시오. 다들 어려운 시기에 국가 예산 낭비하게 되니까….”(3월31일)
[2010년 6월]
6·2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5월31일 한 불교 승려가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포기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낙동강 제방에서 분신자살(소신공양)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자살’에 초점을 맞춘다.
“속세를 떠나지 않으셨었나봐요. 노무현쪽 사람들이 4대강 반대하던데, 왜케 자살들을 하는지, 원. 이러다 우리나라도 자살폭탄 난무하는거 아닌가 몰라. 어우 무셔.”(6월1일, 불교가 정치에 참 관심 많네요)
지방선거 전날 저녁에도 노골적으로 여당 편을 들었다.
“경기도 참 걱정이다. 20대들이 유시민 좋아한다던데, 기자들이 장난치는 거겠지. 설마 글케 개념 없으려고. …역대 대통령들 다 감옥가서 죄를 심판받았는데, 노무현은 정녕 자살로 땡인가? 부인 참 좋으시겠어. 남편 덕에 감옥살이 면하시고.”(6월1일)
[2010년 9월]
외교통상부의 5급 특채에서 뽑힌 단 1명의 합격자가 현직 유명환 장관의 딸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1차 모집 때 유장관 딸이 서류 미비로 탈락하자 모든 지원자가 탈락하는 등 모집 과정에서도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일었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유장관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보호 공작’을 펼친다.
“딸 특채 문제로 외교부 수장 자리에서 물러난 만큼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진 이라 할 수 있고, 그만큼 그가 재임 중 이뤄낸 실적이나 공적은 제대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9월19일)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창피하고 가증스러운 일”, “한마디로 철면피”라며 유장관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이 전 대사에게 “정신세계가 심히 의심스럽다”고 했다.
[2011년 6월]
그리스가 국가 부도 위기에 내몰리면서 세계경제가 출렁거렸다. 보수 언론은 복지정책을 원인으로 지목했고, ‘포퓰리즘 복지’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국정원 직원들은 보수 진영의 논리를 답습했다.
“그리스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바로 포퓰리즘 복지정책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공짜 복지 타령만 하고 있다.”(6월 21일)
이 시기에 미국은 북한산 완제품뿐 아니라 북한 부품·기술이 들어간 제품 수입도 금지하는 새로운 대북 제재안을 내놓았다. 남북 합작으로 만든 <뽀롱뽀롱 뽀로로>의 미국 수출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미국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국정원 심리전단은 엉뚱하게 이전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일부 반응이 정말 어이가 없다. …이처럼 미국 대북 제재 리스트가 나오게 된 배경은 결국 남북 협력이란 미명 아래 북한 김정일 부자 도와주기에 급급했던 이전 정부의 북한 퍼주기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6월23일)
[2012년 9월]
대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선은 전방위로 확대됐다.
“무상복지의 폐단이 또 드러나고 있다.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 화장실처럼 학생들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기본적 시설은 부유층 자녀에게까지 베푸는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보다 훨씬 더 시급한 인프라다. 학교 화장실이 무상복지 포퓰리즘에 희생되어선 안된다.”(9월19일)
“안보를 위해서 제주 해군기지 만들겠다는데, 웬 고공농성 반대? 국가를 위해서 제주 해군기지 만들겠다는데 웬 드러눕기 반대?”(9월 20일)
임기 말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찬사도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활약으로 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내년부터는 환경산업 분야에서 경제 활성화가 가속되기를 바란다!”(9월11일)
“대통령이 또다시 해외 순방길에 올랐다고 하네요. 취임 후 49번째. …현대건설 회장 시절부터 보였던 탁월한 수주 능력이 이번에도 통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11월20일)
심리전단이 작성한 게시물은 검찰 수사 시점에 이미 상당수 삭제됐으며, 지금도 지속적인 삭제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전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앞으로도 알아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듬성듬성하게나마 그들은 ‘여론 공작’의 흔적을 남겼다.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인 국정원 직원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었다.
출처 :“다 감옥 가 심판받았는데, 노무현은 자살로 땡인가?”
[표지이야기] 공소장에 첨부된 ‘국가정보원 댓글작업 범죄일람표’로 살펴본 심리전단 사이버팀 요원들의 게시글과 댓글
[한겨레21 제969호] 김외현 기자 | 2013.07.15
▲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당시 28살)씨가 2012년 12월15일 서울수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국정원 관계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귀가하고 있다. 뉴시스 |
“심리전단 사이버팀 요원들은 ‘주요 이슈와 대응 논지’를 하달받고 각자 담당하는 인터넷 사이트 등 사이버 공간에 들어가 모니터링을 하면서, 다수의 아이디를 번갈아 사용하며 하달받은 논지에 따른 게시글과 댓글을 작성하거나 추천·반대 클릭을 하는 등 조직적으로 사이버 활동을 하였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나오는 대목이다.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 요원들이 이런 식으로 작성한 게시글과 댓글은 검찰이 공소장에 첨부한 ‘국가정보원 댓글작업 범죄일람표’에 나온다. 해당 시기의 시국 상황이 짙게 묻어있는 자료다.
[2009년 2월]
3월2일 여야는 미디어법에 대해 100일간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 6월 국회에서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한다. 합의 직전 날카로운 여야의 신경전 속에서, 국정원 직원들은 국회에 미디어법 처리를 종용했다.
“미디어법 개정되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정말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그저 현란한 말과 선전에 현혹되어 무조건 나쁘다는 편견아닙니까.”(2월28일)
집권 1년차는 광우병 쇠고기 촛불시위로, 집권 2년차엔 미디어법으로 반대 진영의 힐난을 받는 대통령을 감싸며, 사람들에게 ‘욕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도 국정원 직원들의 몫이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한테 심한 욕설은 삼가는게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좋아할 사람은 북한 정권이나 김정일밖에 없을 것입니다.”(2월15일)
[2009년 6월]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무리한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궁지에 몰렸다. 국정원 직원들은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데 열심이었다.
“놈현이가 저 세상에 와서 보니 아주 큰 죄가 많았군요~ 살아 있을 때 잘하지~ 왜 거기 가서 죽어서 후회하나~ 좌빨 여러분~ 있을 때 잘하세요.”(6월7일, 노무현이가 지옥에서 보내는 두 번째 유언)
“나도 안 믿었는데 노무혀이가 자살한 것으로 봐서는 뇌물 묵었는 것 같다. 안 그랬으면 죽을 노무혀이가 아니제….”(6월21일)
[2010년 3월]
한명숙 전 총리가 수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한 전 총리는 ‘부당한 수사’, ‘도덕성 흠집내기’라고 주장하며 검찰의 소환 및 신 문을 모두 거부했다. 검찰 쪽에선 ‘많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전직 총리가 뭐가 두려워서 피하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국정원 심리전단도 검찰의 논리에 호응했다.
“명색이 총리까지 했다는 자가 묵비권이라…, 치사하지 않나.”(3월 31일)
역시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놈현이처럼 자살하지는 마시오. 다들 어려운 시기에 국가 예산 낭비하게 되니까….”(3월31일)
[2010년 6월]
6·2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5월31일 한 불교 승려가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포기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낙동강 제방에서 분신자살(소신공양)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자살’에 초점을 맞춘다.
“속세를 떠나지 않으셨었나봐요. 노무현쪽 사람들이 4대강 반대하던데, 왜케 자살들을 하는지, 원. 이러다 우리나라도 자살폭탄 난무하는거 아닌가 몰라. 어우 무셔.”(6월1일, 불교가 정치에 참 관심 많네요)
지방선거 전날 저녁에도 노골적으로 여당 편을 들었다.
“경기도 참 걱정이다. 20대들이 유시민 좋아한다던데, 기자들이 장난치는 거겠지. 설마 글케 개념 없으려고. …역대 대통령들 다 감옥가서 죄를 심판받았는데, 노무현은 정녕 자살로 땡인가? 부인 참 좋으시겠어. 남편 덕에 감옥살이 면하시고.”(6월1일)
[2010년 9월]
외교통상부의 5급 특채에서 뽑힌 단 1명의 합격자가 현직 유명환 장관의 딸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1차 모집 때 유장관 딸이 서류 미비로 탈락하자 모든 지원자가 탈락하는 등 모집 과정에서도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일었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유장관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보호 공작’을 펼친다.
“딸 특채 문제로 외교부 수장 자리에서 물러난 만큼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진 이라 할 수 있고, 그만큼 그가 재임 중 이뤄낸 실적이나 공적은 제대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9월19일)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창피하고 가증스러운 일”, “한마디로 철면피”라며 유장관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이 전 대사에게 “정신세계가 심히 의심스럽다”고 했다.
[2011년 6월]
그리스가 국가 부도 위기에 내몰리면서 세계경제가 출렁거렸다. 보수 언론은 복지정책을 원인으로 지목했고, ‘포퓰리즘 복지’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국정원 직원들은 보수 진영의 논리를 답습했다.
“그리스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바로 포퓰리즘 복지정책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공짜 복지 타령만 하고 있다.”(6월 21일)
이 시기에 미국은 북한산 완제품뿐 아니라 북한 부품·기술이 들어간 제품 수입도 금지하는 새로운 대북 제재안을 내놓았다. 남북 합작으로 만든 <뽀롱뽀롱 뽀로로>의 미국 수출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미국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국정원 심리전단은 엉뚱하게 이전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일부 반응이 정말 어이가 없다. …이처럼 미국 대북 제재 리스트가 나오게 된 배경은 결국 남북 협력이란 미명 아래 북한 김정일 부자 도와주기에 급급했던 이전 정부의 북한 퍼주기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6월23일)
[2012년 9월]
대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선은 전방위로 확대됐다.
“무상복지의 폐단이 또 드러나고 있다.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 화장실처럼 학생들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기본적 시설은 부유층 자녀에게까지 베푸는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보다 훨씬 더 시급한 인프라다. 학교 화장실이 무상복지 포퓰리즘에 희생되어선 안된다.”(9월19일)
“안보를 위해서 제주 해군기지 만들겠다는데, 웬 고공농성 반대? 국가를 위해서 제주 해군기지 만들겠다는데 웬 드러눕기 반대?”(9월 20일)
임기 말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찬사도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활약으로 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내년부터는 환경산업 분야에서 경제 활성화가 가속되기를 바란다!”(9월11일)
“대통령이 또다시 해외 순방길에 올랐다고 하네요. 취임 후 49번째. …현대건설 회장 시절부터 보였던 탁월한 수주 능력이 이번에도 통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11월20일)
심리전단이 작성한 게시물은 검찰 수사 시점에 이미 상당수 삭제됐으며, 지금도 지속적인 삭제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전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앞으로도 알아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듬성듬성하게나마 그들은 ‘여론 공작’의 흔적을 남겼다.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인 국정원 직원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었다.
출처 :“다 감옥 가 심판받았는데, 노무현은 자살로 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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