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기업에 넘어간 ‘발전사업권’ 잇단 운영 지연…“정부 책임져야”
동양·STX그룹 등 사업권 따낸 뒤 자금난에 실익만 챙기고 매각 추진
공사 취소 등…국가전력계획 불안... “부실기업에 허가내준 산업부 탓”
[한겨레] 황보연 기자 | 등록 : 2013.10.06 20:33 | 수정 : 2013.10.06 22:09
에스티엑스(STX)와 동양 등 부실 그룹들이 유동성 위기 돌파구로 발전 사업 매각에 열중하면서 정부의 무분별한 민자 발전 확대 정책이 새삼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발전 시장이 ‘알짜’ 수익을 안겨준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부실한 민간 기업들까지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정작 그에 따른 공사 연기나 취소 등에 전력 당국은 속수무책인 탓이다.
지난 2월 강원도 삼척화력발전 사업자로 선정된 동양파워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동양파워는 동양그룹이 발전소 건립을 위해 만든 회사다.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낸 동양시멘트가 지분 55%를, ㈜동양과 동양레저가 각각 20%와 25%를 갖고 있다. 삼척화력발전소는 2019년 준공(발전 용량 2000㎿)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양그룹은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의 공식 승인까지 받은 뒤 줄곧 동양파워에 대한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다. 만기에 이르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으로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야 할 만큼’ 긴박한 상황에서 동양파워는 그룹 안에서 일종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발전소가 가동되면 연간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 3000억원가량을 안정적으로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매물 가치가 한때 8000억원을 웃돌 것이란 관측이 돌았다.
법정관리로 법원 주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동양파워 매각은 다시 재추진될 전망이지만 원래 계획한 준공 및 상업 가동 일정을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빨라야 2020년 이후로 보고 있다.
유사한 사례로 꼽히는 에스티엑스에너지 인수전에서 이미 그런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재무구조가 부실해져 계열사 매각에 팔을 걷어붙인 그룹 쪽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일본 오릭스그룹에 에스티엑스에너지 지분 96.3%를 6500억원에 넘겼다. 매각 과정에서 최대 관심은 에스티엑스에너지가 자회사인 에스티엑스전력을 통해 동해시에서 북평화력발전소(2016년 가동 예정·1200㎿)를 짓고 있다는 점이었다. 민간 석탄화력발전소로는 유일하게 지난해 12월 착공에 들어갔다.
지분 가치가 최대 1조원으로 추정되는 에스티엑스에너지에 대한 매각 차익을 노리는 오릭스는 확보한 지분을 국내 기업에 되팔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에스티엑스 쪽의 잠재적 부실 문제 등으로 인해 매각 입찰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최종적으로 어느 기업의 손에 넘어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자금난에 처한 그룹들이 발전사업권을 가진 계열사 매각으로 실익을 챙기려는 사이에 해당 사업의 미래는 한층 불안정해진 셈이다.
국회에서는 애당초 부실 기업에 발전사업을 넘긴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철 의원(민주당)은 “국가기간사업인 발전사업을 부실 기업에 허용한 산업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부도위기에 내몰린 동양그룹이 어떻게 3조원대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석탄화력발전사업자로 선정됐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발전사업이 다른 기업에 넘어가더라도 현행 전기사업법으로는 추가적인 심의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제도적 허점도 있다. 정승일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발전사업 자체를 양수할 때는 재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에스티엑스에너지나 동양파워처럼 대주주 변동인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다만 발전사업의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이런 경우에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건설하면 30년간 안정적 수익원이 보장된다는 이점 때문에 앞으로도 민자 발전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월 6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민간 발전사의 건설 의향이 반영된 비율이 신규 발전설비의 75%나 됐다. 그러나 민간 기업들이 발전소를 짓겠다고 했다가 취소하거나 준공이 지연되더라도 마땅한 제재 방안은 없다. 산업부가 애초 수립한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올해 가동 예정이었지만 준공이 지연되거나 취소된 설비 용량은 4150㎿인데, 이 가운데 서울복합화력(1000㎿)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민자 발전사업이다. 발전산업노조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민간 기업들이 포기하거나 취소한 발전설비 용량만 7749㎿에 이른다. 전체 발전설비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출처 : 부실 기업에 넘어간 ‘발전사업권’ 잇단 운영 지연…“정부 책임져야”
동양·STX그룹 등 사업권 따낸 뒤 자금난에 실익만 챙기고 매각 추진
공사 취소 등…국가전력계획 불안... “부실기업에 허가내준 산업부 탓”
[한겨레] 황보연 기자 | 등록 : 2013.10.06 20:33 | 수정 : 2013.10.06 22:09
지난 2월 강원도 삼척화력발전 사업자로 선정된 동양파워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동양파워는 동양그룹이 발전소 건립을 위해 만든 회사다.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낸 동양시멘트가 지분 55%를, ㈜동양과 동양레저가 각각 20%와 25%를 갖고 있다. 삼척화력발전소는 2019년 준공(발전 용량 2000㎿)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양그룹은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의 공식 승인까지 받은 뒤 줄곧 동양파워에 대한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다. 만기에 이르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으로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야 할 만큼’ 긴박한 상황에서 동양파워는 그룹 안에서 일종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발전소가 가동되면 연간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 3000억원가량을 안정적으로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매물 가치가 한때 8000억원을 웃돌 것이란 관측이 돌았다.
법정관리로 법원 주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동양파워 매각은 다시 재추진될 전망이지만 원래 계획한 준공 및 상업 가동 일정을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빨라야 2020년 이후로 보고 있다.
유사한 사례로 꼽히는 에스티엑스에너지 인수전에서 이미 그런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재무구조가 부실해져 계열사 매각에 팔을 걷어붙인 그룹 쪽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일본 오릭스그룹에 에스티엑스에너지 지분 96.3%를 6500억원에 넘겼다. 매각 과정에서 최대 관심은 에스티엑스에너지가 자회사인 에스티엑스전력을 통해 동해시에서 북평화력발전소(2016년 가동 예정·1200㎿)를 짓고 있다는 점이었다. 민간 석탄화력발전소로는 유일하게 지난해 12월 착공에 들어갔다.
지분 가치가 최대 1조원으로 추정되는 에스티엑스에너지에 대한 매각 차익을 노리는 오릭스는 확보한 지분을 국내 기업에 되팔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에스티엑스 쪽의 잠재적 부실 문제 등으로 인해 매각 입찰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최종적으로 어느 기업의 손에 넘어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자금난에 처한 그룹들이 발전사업권을 가진 계열사 매각으로 실익을 챙기려는 사이에 해당 사업의 미래는 한층 불안정해진 셈이다.
국회에서는 애당초 부실 기업에 발전사업을 넘긴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철 의원(민주당)은 “국가기간사업인 발전사업을 부실 기업에 허용한 산업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부도위기에 내몰린 동양그룹이 어떻게 3조원대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석탄화력발전사업자로 선정됐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발전사업이 다른 기업에 넘어가더라도 현행 전기사업법으로는 추가적인 심의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제도적 허점도 있다. 정승일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발전사업 자체를 양수할 때는 재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에스티엑스에너지나 동양파워처럼 대주주 변동인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다만 발전사업의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이런 경우에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건설하면 30년간 안정적 수익원이 보장된다는 이점 때문에 앞으로도 민자 발전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월 6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민간 발전사의 건설 의향이 반영된 비율이 신규 발전설비의 75%나 됐다. 그러나 민간 기업들이 발전소를 짓겠다고 했다가 취소하거나 준공이 지연되더라도 마땅한 제재 방안은 없다. 산업부가 애초 수립한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올해 가동 예정이었지만 준공이 지연되거나 취소된 설비 용량은 4150㎿인데, 이 가운데 서울복합화력(1000㎿)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민자 발전사업이다. 발전산업노조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민간 기업들이 포기하거나 취소한 발전설비 용량만 7749㎿에 이른다. 전체 발전설비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출처 : 부실 기업에 넘어간 ‘발전사업권’ 잇단 운영 지연…“정부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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