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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내란음모 정치공작

총선 직전 “북 핵실험 임박”… 군사기밀도 노출… 국정원의 ‘정보정치’

총선 직전 “북 핵실험 임박”… 군사기밀도 노출… 국정원의 ‘정보정치’
고비마다 ‘긴급’ 북한 정보 활용 논란
[경향신문] 강병한 기자 | 입력 : 2013-10-09 22:44:57 | 수정 : 2013-10-09 22:44:57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4월 8일 통일부 기자실에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 실시 예상’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19대 총선 3일 전이었다.

국정원은 미 상업위성이 촬영한 함북 풍계리 사진을 공개하며 3차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남쪽 갱도를 지목해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야당은 선거개입이라고 의심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것은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난 올해 2월 12일이었다. 핵실험 장소도 서쪽 갱도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조직 위기 국면이나 선거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마다 북한 정보를 활용해왔다. 그중에는 신뢰도가 낮거나 영영 확인 불가능한 정보가 수두룩하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북한 정보를 공개해 ‘정보 정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서울 서초구에 있는 국가정보원 청사.

▲ ‘김정은 방중’ 오보 소동 등 미확인·신뢰도 구설
“시시콜콜 브리핑, 국정원 존재 부각 국내정치용”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1년 12월 17일 오전 8시 30분(북한 발표 기준) 사망했지만 국정원은 52시간 동안 북한 ‘급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보통 국민과 똑같이 이틀이 지난 12월 19일 정오 조선중앙TV의 특별방송을 보고서야 알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정보원이 아닌 동네정보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튿날인 12월 20일 국회 정보위가 열렸다. 원세훈 전 원장은 “김정일 전용열차가 평양 룡성역에 서 있는 것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어디에 가려고 탄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이동 중인 열차 안에서 급사했다는 북한 발표와 달라 북한이 사망 장소와 시점을 조작했다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야당은 “자기 면피를 위한 불장난이라면 용서가 안된다”며 시간대별 위성사진 등 증거를 요구했지만 국정원은 거부했다. 군 당국은 “16~18일 전용열차가 움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국정원 주장을 반박했다.

2011년 3월 4일 원 전 원장은 정보위에서 “거의 (중국이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초청했다고 보고 있다”는 기밀 정보를 언급했다. 여당 정보위원들은 이를 기정사실화해 언론에 흘렸다. 당시는 2011년 2월 16일 국정원 산업보안단 소속팀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침입했다가 적발돼 국정원이 발칵 뒤집혔을 때였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3월 7일 회견을 자청해 “국정원이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과 관련해 곤욕을 치르고 있어 ‘물타기’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해 5월 20일 오전 9시 11분 연합뉴스는 ‘김정은 방중’ 소식을 속보로 타전했다. 기사 출처는 국정원과 청와대로 알려졌다. 국내 언론은 오전 내내 김정은 부위원장 방중을 보도했다. 오후 들어 중국이 ‘김정일 위원장 방중’이라고 공표하면서 대형 해프닝은 마무리됐지만 국제적 망신은 피할 수 없었다.


2010년 12월 1일 원 전 원장은 정보위에서 북한의 연평도 도발 3개월 전인 8월 감청을 통해 북한 도발 징후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해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국정원의 사전 첩보 입수 실패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던 때였다. 감청 행위가 공개되면 북한군이 통신체계를 통째로 바꾸기 때문에 철저한 기밀사항이었지만 국정원은 이를 노출했다. 국정원은 감청 내용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혀 실패 책임을 대통령에게 전가하려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당시 야당조차 너무 민감한 내용이라 공식 브리핑에서 이 부분은 생략했다. 국정원은 한국군 대응사격으로 인한 북한 개머리 지역의 피탄 장면을 포착한 위성영상 자료도 공개했다. 군사 2급비밀을 공개해 ‘면피’하려는 술책이란 지적이 여당에서도 나왔다.

2008년 8월 국정원은 “뇌졸중을 앓던 김정일 위원장이 왼손으로 칫솔질이 가능해졌다”고 언론에 흘렸다. 초대 국정원장인 김성호 전 원장은 삼성 ‘떡값’ 수뢰 의혹 등으로 야당의 지속적인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이 정보가 사실이면 김 위원장에게 접근해 있는 ‘휴민트(인적 정보)’ 라인을 통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진위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으나 북한 핵심부에 있던 ‘휴민트’ 안전에 치명적 위험을 안길 무책임한 정보 공개였다.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국정원이 북한에 대한 미확인 정보와 해석을 양산하면 북한 정보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국정원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국내 정치용”이라고 논평했다.


출처 : 총선 직전 “북 핵실험 임박”… 군사기밀도 노출… 국정원의 ‘정보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