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사건, 종북 아닌 표현의 자유 시각으로 보라”
초서도브스키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 인터뷰
[한겨레] 글·사진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 등록 : 2013.10.07 19:23 | 수정 : 2013.10.09 15:39
이석기 의원과 관련한 소위 ‘내란음모 사건’이 지난달 26일 검찰의 기소로 본격적인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국가정보원 개혁 논의를 거의 실종시킬 정도로 우리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혹시 놓치고 있는 점은 없을까.
우리 내부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것도 외부의 시각으로 봤을 때 부자연스럽게 인식되는 부분이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특수 상황이라는 논리로 보편적 권리를 무시할 때 특히 그렇다. 이에 따라 우리는 구체적인 ‘나무’를 보며 모든 것을 다 보았다고 판단하지만 정작 전체인 ‘숲’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캐나다 오타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이며 지구화연구센터 설립자인 미셸 초서도브스키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바깥의 시각’이 ‘이석기 사건’을 이해하는 데 일정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국내에도 <빈곤의 세계화>(도서출판 당대·1998), <전쟁과 세계화>(도서출판 민·2002), <제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한울아카데미·2012) 등의 저서가 번역 소개된 진보 학자이다. 그는 저서와 강연 등을 통해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거대 국제권력의 ‘제국주의적 속성’을 일관되게 비판해왔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이석기 사건과 관련한 영문 기사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익숙하게 보고 있는 ‘나무’에 대한 그의 이해는 남한 사회에 직접 살고 있는 우리보다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남한과 정반대편에 위치한 나라의 존경받는 원로 학자인 그가 오히려 우리가 놓쳤을지도 모를 ‘숲’을 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현대 민주 사회를 구성하는 절대적 기초”라고 전제하면서 이석기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남한 사회가 전체주의 사회임을 보여주는 증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역은, 미군에 전작권 내주는 게 반역”
- 소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가?
“관련된 영문 기사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나는 그것이 의회 안의 정적을 대상으로 한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적인 복수라고 생각한다. 국가 안보 문제를 내세웠지만 핑계일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를 민주적인 정부라고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민주라는 가면을 쓴 전체주의’다. 근본적으로 그것은 과거의 정치, 즉 군사독재 시절의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 소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나?
“문맥 고려 없이 국회의원의 말을 선택하고 그를 반역죄로 고발하는 것은 정치적 언술을 이해할 수 없는 국면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석기 의원의 말을 해석한다면, 3만7천명의 미군이 남한 땅에 주둔하고 있고 한국군은 미군의 명령 아래 놓여 있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것은 남한의 대통령과 군 최고사령부의 합법성에 대한 질문이다. 미군의 주둔은 남한의 정책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미군은 (전시에) 한국군을 지휘한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미국의 4성 장군이 남한군의 실질적인 최고사령관 임무를 하도록 한다.
반역이라는 말은 한국 사람의 이익에 반하여 외국 권력을 위해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의에 따른다면, 나는 정말 반역을 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박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로서의 책임도 의무도 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반역을 한 것은 이석기 의원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다.”
초서도브스키 교수와 인터뷰한 지난 2일 서울에서 김관진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회의를 열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논의했다. 이에 따라 애초 2015년 12월1일이었던 전작권 환수 시점은 기약 없는 미래로 바뀌었다.
이석기 발언에 동의하든 안하든 중요한 건 ‘말할 권리’
보안법은 그 권리를 침해하고 국민들을 자기검열로 몰아
국가이익에 반해야 반역인데
이석기는 미군에 반기 들고 한국군의 자주성을 주장한 것
그런데도 그를 구속한 건 공포정치이며 과거의 정치다
“유럽은 네오나치에게조차 발언권 내줘”
- ‘이석기 사건’과 관련해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무엇보다도 표현의 자유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절대적 기초라고 생각한다. 나는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도자를 어떤 형식으로든 비판할 수 있는 권리가 구성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석기의 관점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궁극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는 그 자신의 견해가 어떤 것이든 그것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점이다.
나는 또 사상의 자유 역시 현대사회의 절대적 기초라고 생각한다. 유럽의 경우를 살펴보자. 나치로 쓰라린 경험을 한 유럽의 경우 그런 사상을 제어하고픈 욕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현재 상황을 보면 네오나치에게조차도 표현의 자유를 준다. 그들도 유럽연합 안의 정치적 스펙트럼에 포함되는 게 허용된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만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통치하는 남한 사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 캐나다나 미국 등에서는 사상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고 있다고 보나?
“미국에서도 지금 이 순간 국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근본적인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캐나다는 민주주의의 근본적 모델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정부에 반대했다고 일상적으로 체포되지는 않는다. 미국과 캐나다의 상하원 의원 중 누구도 정부를 비판했다고 체포되지 않는다.”
“미국의 50년 대북 핵위협 간과 말아야”
- 미국과 북한의 관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어떻게 보나. 북-미 간의 미수교 및 긴장 상태가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북-미 수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근본적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북한의 핵 때문인가,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책 탓인가?
“미국은 북한을 한국전쟁 이후 60년 동안 위협해왔다. 나는 미국이 일상적으로 남북한의 긴장을 높이고 대화를 막아왔다고 본다.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도 미국은 사보타주(태업)를 해왔다. 그리고 매해 미군과 한국군이 함께 북한을 목표로 전쟁게임을 해왔다.
현재 핵위협과 관련해 말한다면,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로 50년 이상 위협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미국의 핵능력과 북한의 핵능력 간에는 비대칭이 존재한다. 군축운동연합(armscontrol.org)에 따르면, 미국은 2013년 5월 현재 5113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필연적으로 한반도 전역을 황폐화할 것이다. 비무장지대는 서울로부터 50㎞ 정도 떨어져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 남한에는 국가보안법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반국가단체로 규정된 북한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것까지 범죄 행위가 된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에 따라 통치자는 원하는 방식대로 사안을 해석하고 의도대로 그 법을 활용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남한 구성원들이 북한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오직 부정적인 것들만 얘기하는 것이 허용된다. 나는 이 국가보안법이 민주 사회에 걸맞지 않으며, 명백하게 시대에 뒤떨어진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야말로 한국 사회를 1950년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북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한 때가 됐다. 남한 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 문제가 논의되고 토론돼야 한다는 점이다.”
“보안법의 위축 효과, 자기검열 사회 만들어”
- 국가보안법의 존재가 남한에서 보수진영은 물론 진보진영마저도 이석기 의원 사건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도록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게 된 것은 위축 효과(chilling effect) 때문이다. 이석기 의원의 구속이 나라 전체를 공포와 위협 분위기로 만드는 데 이용됐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도 자기검열의 형태로 영향을 받게 된다. 당신은 안전한 라인에 서야만 한다. 당신은 박 대통령에게 반대되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런 효과를 내는 것이 바로 위축 효과다. 나는 이것이 국정원이 의도한 효과라고 생각한다. 이석기 의원 관련자에게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모든 진보적 요소에 대해 의도한 효과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은 거짓말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미군의 주둔을 받아들이고, 역사에 대한 왜곡된 관점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국가보안법을 활용하는 체제는 진실로 전체주의적 시스템이다. 사람들이 생각하고, 스스로를 표현하고, 그들의 지도자를 비판하는 것을 막고 있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 스스로를 감시한다. 그것으로 당신은 어떤 종류의 정치적 탄압에 대해서도 목표물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당신은 ‘정부의 노래’를 부르게 된다. 이것이 전체주의의 본성이다.”
- 이석기 의원 사건과 관련한 표현의 자유 문제로 남한 내부가 복잡하다. 진보진영의 대응만 살펴보더라도 △국정원이 공개한 이석기 의원 등의 발언 자체가 조작되었다는 주장 △발언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한다면 사상의 자유를 언급할 수 없다는 주장 △이석기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 해도 사상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 등이 있다.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라고 한 그의 말이 남한 사회에서 문맥을 벗어나 인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석기 의원의 말이 외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한반도의 한국인들에게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추정한다.
미군 주둔과 자주성 문제의 상관성은 아시아 경제위기가 높아졌던 1997년에도 경험했다. 당시 주한 미국 대사관은 사실상 미국 정부의 지시를 받고 한국 재무장관과 한국은행 총재의 해임을 요구했다. 당시 한국 정부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주한 미군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석기 의원이 ‘우리가 정치적·군사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면, 그는 ‘우리는 바로 우리의 무장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말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한의 무장력에 대한 지휘권은 남한의 국가수반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한국이 미국한테서 무기를 사는 것은 한국인의 세금으로 미국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고 본다.”
출처 : [싱크탱크 광장] “이석기 사건, 종북 아닌 표현의 자유 시각으로 보라”
초서도브스키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 인터뷰
[한겨레] 글·사진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 등록 : 2013.10.07 19:23 | 수정 : 2013.10.09 15:39
▲ 이석기 의원과 관련된 소위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세계적 석학인 미셸 초서도브스키 캐나다 오타와대 명예교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사건이며, 박근혜 대통령의 남한 사회가 민주 사회가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정전협정 60돌 국제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초서도브스키 교수의 모습. |
이석기 의원과 관련한 소위 ‘내란음모 사건’이 지난달 26일 검찰의 기소로 본격적인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국가정보원 개혁 논의를 거의 실종시킬 정도로 우리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혹시 놓치고 있는 점은 없을까.
우리 내부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것도 외부의 시각으로 봤을 때 부자연스럽게 인식되는 부분이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특수 상황이라는 논리로 보편적 권리를 무시할 때 특히 그렇다. 이에 따라 우리는 구체적인 ‘나무’를 보며 모든 것을 다 보았다고 판단하지만 정작 전체인 ‘숲’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캐나다 오타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이며 지구화연구센터 설립자인 미셸 초서도브스키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바깥의 시각’이 ‘이석기 사건’을 이해하는 데 일정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국내에도 <빈곤의 세계화>(도서출판 당대·1998), <전쟁과 세계화>(도서출판 민·2002), <제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한울아카데미·2012) 등의 저서가 번역 소개된 진보 학자이다. 그는 저서와 강연 등을 통해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거대 국제권력의 ‘제국주의적 속성’을 일관되게 비판해왔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이석기 사건과 관련한 영문 기사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익숙하게 보고 있는 ‘나무’에 대한 그의 이해는 남한 사회에 직접 살고 있는 우리보다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남한과 정반대편에 위치한 나라의 존경받는 원로 학자인 그가 오히려 우리가 놓쳤을지도 모를 ‘숲’을 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현대 민주 사회를 구성하는 절대적 기초”라고 전제하면서 이석기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남한 사회가 전체주의 사회임을 보여주는 증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역은, 미군에 전작권 내주는 게 반역”
- 소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가?
“관련된 영문 기사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나는 그것이 의회 안의 정적을 대상으로 한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적인 복수라고 생각한다. 국가 안보 문제를 내세웠지만 핑계일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를 민주적인 정부라고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민주라는 가면을 쓴 전체주의’다. 근본적으로 그것은 과거의 정치, 즉 군사독재 시절의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 소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나?
“문맥 고려 없이 국회의원의 말을 선택하고 그를 반역죄로 고발하는 것은 정치적 언술을 이해할 수 없는 국면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석기 의원의 말을 해석한다면, 3만7천명의 미군이 남한 땅에 주둔하고 있고 한국군은 미군의 명령 아래 놓여 있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것은 남한의 대통령과 군 최고사령부의 합법성에 대한 질문이다. 미군의 주둔은 남한의 정책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미군은 (전시에) 한국군을 지휘한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미국의 4성 장군이 남한군의 실질적인 최고사령관 임무를 하도록 한다.
반역이라는 말은 한국 사람의 이익에 반하여 외국 권력을 위해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의에 따른다면, 나는 정말 반역을 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박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로서의 책임도 의무도 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반역을 한 것은 이석기 의원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다.”
초서도브스키 교수와 인터뷰한 지난 2일 서울에서 김관진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회의를 열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논의했다. 이에 따라 애초 2015년 12월1일이었던 전작권 환수 시점은 기약 없는 미래로 바뀌었다.
▲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당원들이 지난달 4일 국회의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에 항의하는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미셸 초서도브스키 캐나다 오타와대 명예교수는 이와 관련해 “한국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표현의 자유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탁기형 선임기자 |
이석기 발언에 동의하든 안하든 중요한 건 ‘말할 권리’
보안법은 그 권리를 침해하고 국민들을 자기검열로 몰아
국가이익에 반해야 반역인데
이석기는 미군에 반기 들고 한국군의 자주성을 주장한 것
그런데도 그를 구속한 건 공포정치이며 과거의 정치다
“유럽은 네오나치에게조차 발언권 내줘”
- ‘이석기 사건’과 관련해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무엇보다도 표현의 자유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절대적 기초라고 생각한다. 나는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도자를 어떤 형식으로든 비판할 수 있는 권리가 구성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석기의 관점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궁극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는 그 자신의 견해가 어떤 것이든 그것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점이다.
나는 또 사상의 자유 역시 현대사회의 절대적 기초라고 생각한다. 유럽의 경우를 살펴보자. 나치로 쓰라린 경험을 한 유럽의 경우 그런 사상을 제어하고픈 욕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현재 상황을 보면 네오나치에게조차도 표현의 자유를 준다. 그들도 유럽연합 안의 정치적 스펙트럼에 포함되는 게 허용된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만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통치하는 남한 사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 캐나다나 미국 등에서는 사상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고 있다고 보나?
“미국에서도 지금 이 순간 국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근본적인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캐나다는 민주주의의 근본적 모델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정부에 반대했다고 일상적으로 체포되지는 않는다. 미국과 캐나다의 상하원 의원 중 누구도 정부를 비판했다고 체포되지 않는다.”
“미국의 50년 대북 핵위협 간과 말아야”
- 미국과 북한의 관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어떻게 보나. 북-미 간의 미수교 및 긴장 상태가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북-미 수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근본적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북한의 핵 때문인가,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책 탓인가?
“미국은 북한을 한국전쟁 이후 60년 동안 위협해왔다. 나는 미국이 일상적으로 남북한의 긴장을 높이고 대화를 막아왔다고 본다.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도 미국은 사보타주(태업)를 해왔다. 그리고 매해 미군과 한국군이 함께 북한을 목표로 전쟁게임을 해왔다.
현재 핵위협과 관련해 말한다면,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로 50년 이상 위협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미국의 핵능력과 북한의 핵능력 간에는 비대칭이 존재한다. 군축운동연합(armscontrol.org)에 따르면, 미국은 2013년 5월 현재 5113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필연적으로 한반도 전역을 황폐화할 것이다. 비무장지대는 서울로부터 50㎞ 정도 떨어져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 남한에는 국가보안법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반국가단체로 규정된 북한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것까지 범죄 행위가 된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에 따라 통치자는 원하는 방식대로 사안을 해석하고 의도대로 그 법을 활용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남한 구성원들이 북한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오직 부정적인 것들만 얘기하는 것이 허용된다. 나는 이 국가보안법이 민주 사회에 걸맞지 않으며, 명백하게 시대에 뒤떨어진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야말로 한국 사회를 1950년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북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한 때가 됐다. 남한 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 문제가 논의되고 토론돼야 한다는 점이다.”
“보안법의 위축 효과, 자기검열 사회 만들어”
- 국가보안법의 존재가 남한에서 보수진영은 물론 진보진영마저도 이석기 의원 사건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도록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게 된 것은 위축 효과(chilling effect) 때문이다. 이석기 의원의 구속이 나라 전체를 공포와 위협 분위기로 만드는 데 이용됐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도 자기검열의 형태로 영향을 받게 된다. 당신은 안전한 라인에 서야만 한다. 당신은 박 대통령에게 반대되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런 효과를 내는 것이 바로 위축 효과다. 나는 이것이 국정원이 의도한 효과라고 생각한다. 이석기 의원 관련자에게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모든 진보적 요소에 대해 의도한 효과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은 거짓말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미군의 주둔을 받아들이고, 역사에 대한 왜곡된 관점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국가보안법을 활용하는 체제는 진실로 전체주의적 시스템이다. 사람들이 생각하고, 스스로를 표현하고, 그들의 지도자를 비판하는 것을 막고 있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 스스로를 감시한다. 그것으로 당신은 어떤 종류의 정치적 탄압에 대해서도 목표물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당신은 ‘정부의 노래’를 부르게 된다. 이것이 전체주의의 본성이다.”
- 이석기 의원 사건과 관련한 표현의 자유 문제로 남한 내부가 복잡하다. 진보진영의 대응만 살펴보더라도 △국정원이 공개한 이석기 의원 등의 발언 자체가 조작되었다는 주장 △발언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한다면 사상의 자유를 언급할 수 없다는 주장 △이석기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 해도 사상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 등이 있다.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라고 한 그의 말이 남한 사회에서 문맥을 벗어나 인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석기 의원의 말이 외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한반도의 한국인들에게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추정한다.
미군 주둔과 자주성 문제의 상관성은 아시아 경제위기가 높아졌던 1997년에도 경험했다. 당시 주한 미국 대사관은 사실상 미국 정부의 지시를 받고 한국 재무장관과 한국은행 총재의 해임을 요구했다. 당시 한국 정부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주한 미군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석기 의원이 ‘우리가 정치적·군사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면, 그는 ‘우리는 바로 우리의 무장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말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한의 무장력에 대한 지휘권은 남한의 국가수반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한국이 미국한테서 무기를 사는 것은 한국인의 세금으로 미국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고 본다.”
출처 : [싱크탱크 광장] “이석기 사건, 종북 아닌 표현의 자유 시각으로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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