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통합진보당 탄압

"민중의 지팡이" 운운한 박정희도 빨갱이인가?

"민중의 지팡이" 운운한 박정희도 빨갱이인가?
[기고] 김종철 노동당 부대표... 유치한 통합진보당 해산 논리
[오마이뉴스] 김종철 | 13.11.09 21:56 | 최종 업데이트 13.11.10 10:35


'꽈당' 박근혜 영국 방문중인 박근혜가 6일 저녁(현지시간) 런던 시내 '길드홀'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다 한복에 발이 걸리며 넘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사람이 무슨 토론을 하려면 흥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토론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얘기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대통령이 다른 정당을 해산하려 들고, 또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자기가 직접 책임지는 것도 아니고 해외에 나가 있을 때 황교안이라는 '행동대장'을 시켜서 자신은 상관없는 척 빠져 있다니. 과연 이런 대통령, 이런 정부와 무슨 토론이 가능할까.


유치하기 짝이 없는 통진당 해산 논리

법무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논리 중에 가장 황당한 것은 '민중이 주인 되는 사회를 건설하자는 통진당 강령이 국민주권주의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법무부에 있으면 그래도 똑똑한 사람들일 텐데, 모두 바보가 된 모야이다. 한술 더 떠 검사 출신 국무총리 정홍원은 '민중은 사회주의적 개념'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사법고시는 머리로 치른 것인가, 발로 치른 것인가.

1970년 10월 21일 자 <동아일보>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OOO은 10월 21일 시민회관에서 있은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 치사를 통해 '봉사와 헌신의 정신을 가다듬어 민중의 지팡이라는 긍지를 잊지 말고 민주경찰의 품위를 드높일 것'을 당부했다."

위의 OOO이 누군가. 바로 박정희다. 1970년대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는 말은 대통령부터 일반 국민까지 누구나 썼다. 아니 아마도 박정희가 먼저 그 말을 만들었고 그것을 경찰과 국민들이 받아 썼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럼 박정희도 빨갱인가? 그리고 박정희 치하의 경찰은 부자들은 안 지키고 가난한 사람만 지키는 사회주의 비밀경찰이었다는 말인가? 역사를 조금만 돌아봐도 알 수 있는 이런 거짓말을 버젓이 정부 고위관료들이 해대고 있으니 무지를 넘어 무뇌의 수준이다.

통합진보당 강령에 나온 진보적 민주주의를 김일성이 기존에 썼기 때문에 북한 추종이라는 것도 유치하긴 마찬가지다. 김일성만의 무슨 독특한 이론이나 주장을 차용한 것도 아니고, '진보', '민주' 이렇게 딱 두 글자가 들어갔다고 김일성 추종이면 세상 태반이 김일성 추종일 것이다. 연방제는 또 어떤가. 상대방 체제를 무력으로 쓰러뜨릴 것이 아니면 연방제는 아주 훌륭한 통일방안 중의 하나다. 무조건 북한이 싫다는 유아적 사고가 아니고서는 나오기 힘든 논리다.

논란이 벌어지다보니 숨어 있던 역사가 하나둘씩 나온다.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는 5.16쿠데타 이후 실시된 1963년 대통령 선거에서 본인의 남로당 가입 전력과 북한에서 내려온 밀사 황태성 사건 의혹 등으로 야당 후보인 윤보선, 허정으로부터 집중공세를 받았다. 그러자 그는 야당의 공세가 한국판 매카시즘, 즉 '코카시즘'이라며 강하게 맞받아쳤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런 역사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는데 이제 와서 아버지의 역사는 완전히 모른 체하고, 자기 아집에 불타는 박근혜를 우리는 보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며, 밟을 수 있을 때는 무조건 밟아버리는 기회주의 습성은 고스란히 유전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북한 기생 정권'의 유일한 선거전략은 북한 때리기

정당 심판은 대통령이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다. 이런 상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박근혜 일파가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항간에는 작년 대선 때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수모를 당한 박근혜가 앙심을 품고 복수를 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내가 볼 때 그것은 아니다. 그냥 내년 지방선거 전략일 뿐이다.

법무부 장관, 통합진보당 해산안 발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가 들어선 이후 했던 일을 하나하나 돌이켜보자. 먼저 기초노령연금 20만 원 공약을 없던 일로 해버렸다. 노인들의 압도적 표를 받아서 집권했지만 결국 사기공약임이 판명됐다. 재원이 부족하다면서 재벌이나 부유층 증세는 하지 않는다. 500만 노인보다 이건희나 정몽구 같은 몇몇 노인들을 더 사랑한다. 또한 국정원과 군대까지 동원된 불법선거운동이 폭로되었고, 이를 검찰총장과 검사들이 단죄하려 하자 곧바로 거세해버렸다.

민생은 살리지 못하고, 정권의 정당성마저 흔들리며, 보수집단인 검찰까지 반발하는 와중에 이들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었을까. 그렇다. 북한 때리기뿐이다. 허구한 날 북한하고 싸우고, NLL 논란 벌이고, 종북세력 척결이니 뭐니 해서 난리를 펴는 것, 그것밖에는 살 길이 없는 것이다. 과연 이 정권은 북한 없으면 어떻게 유지됐을까? 지금 벌어지는 이 희대의 소동은 북한 아니면 먹고 살 게 없는 '북한 기생 정권'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에게 표를 얻기 위해 벌이는 '앵벌이 쇼'일 뿐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생각해보자. 선거 3개월 전에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온 나라는 폭풍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은 비록 그 진상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실제로 발생한 사건'이고, 이것의 해석을 둘러싸고 정당들은 물론 수많은 국민들이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통진당 해산 논란은 '정권이 만들어낸 논란'이다. 즉, 자신들이 거리에 똥을 싸놓고 '이걸 누가 치울 건가, 적임자는 우리뿐이다'라고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석기 의원의 녹취록이 나왔을 때 틀림없이 이 정권은 속으로 '아이고 하나님 감사합니다' 했을 것이다. 정권의 정통성이 매일매일 무너지는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터져줬으니 얼마나 고마웠을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 박근혜 임기 내내 이 지겨운 논란은 반복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걱정거리는 통진당이 아니라, 끊임없이 북한 관련 논란을 만들어내는 정권이다.


이명박보다 못한 박근혜

조국 서울대 교수가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가 되면 이명박 시대가 그리울지 모른다"고 했는데 나는 사실 이명박 시대가 그립지는 않지만, 이것만큼은 이명박이 박근혜보다 낫다고 본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 TV토론에서 당시 사회당 원용수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저는 사회주의자입니다. 사회주의자 후보가 출마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이명박은 웃으면서 "좋은 일이지요. 이렇게 함께 토론도 할 수 있고 얼마나 좋습니까"라고 답한 적이 있다.

박근혜는 최소한 이런 점에서 이명박만도 못한 년이다. 대통령 되는 것 그 자체가 인생의 목표였던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니 민생은 여전히 고단하고, 논란을 위한 논란, 오로지 북한과 관련한 논란만 벌이는 게 전부인 최악의 정권이 탄생하였다. 이래저래 불쌍한 국민들이다.


출처 : "민중의 지팡이" 운운한 박정희도 빨갱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