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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4대강, 이젠 `국정조사`다·③] `4대강 낙수효과, 공무원 속주머니까지 넘쳐났다`

"4대강 낙수효과, 공무원 속주머니까지 넘쳐났다"
[4대강, 이젠 '국정조사'다·③] 일자리가 아닌 비리 창출 '4대강사업'
[프레시안] 박병우 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 | 기사입력 2012-06-27 오후 1:53:01


광우병, 4대강, 이포보 농성, KTX를 비롯한 민영화, 한미FTA, 용산참사, 쌍용차 옥쇄파업, 한진중공업 고공농성, 강정마을, 대한문 분향소, 언론파업. 이 단어를 보는 순간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시는지. 멀리서 듣기만 해도 수 년 동안 쌓여온 온갖 트라우마가 우리의 가슴을 짓누르는 단어들이다. 게다가 과거 완료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 가슴을 아프게 헤집고 있는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의 잠을 설치게 할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각 사건마다 검은 돈이 뭉텅이로 이리저리 흘러 다니다 여기 저기 이 사람 저 사람 속주머니를 두둑이 채워준다는 점. 그리고 그 액수만큼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회귀되어 결국 목숨으로 지불하던 지갑을 열고 돈을 지불하던 국민들이 지불해야 한다는 점. 이런 대목들이 공통점으로 꼽힐 수 있겠다. 아니 상위 1%는 빼 고다. 그들은 절대 그 몫도 지불하지 않는다.

또 그 공통점에 두 단어로 깔끔하게 정리된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빼놓을 수 없겠다. '기업 프렌들리'와 '무관용 원칙'. 이 두 단어를 빼고서는 위에 나열된 사건들의 흐름을 파악할 수 없다. 용산이 그랬고, 촛불이 그랬고 쌍용차가 그랬고 한진중공업이 그랬다. 4대강은 말할 것도 없다. 이포보에 올랐던 환경활동가들은 그나마 운 좋게 걸어 내려올 수 있었다. 그 외 위 모든 사안을 관통해 지나가는 대통령의 철학적 통찰력은 그야말로 '굿 샷'이다. 어쩜 그렇게 한 두 마디로 본질을 정확히 드러내는지 그 어휘 실력에 감탄할 뿐이다.

하지만 여기에 서로 다른 대목도 있다. 각 사안들을 밀어붙이는 주체가 정부인 경우가 있고 자본인 경우가 있다. 어디가 먼저 일을 시작했냐가 아마 유일한 차이점으로 꼽힐 만 하다. 그러나 이 역시 찬찬히 들여다보면 결국 모든 사안에 대해 이 두 진영 가운데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와 전혀 무관하게 서로 형제자매 이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치열하게 보완하며 그 완성도를 높여낸다. 그들이 보여준 상황별 팀플레이는 가히 종합예술의 경지라 해도 손색이 없다. 물론 관계자들 주머니가 욕심껏 두둑하게 채워지고, 마무리 단계에 법적으로 행정적으로 깔끔하게 갈무리되는 것으로 그림은 완성된다.

▲ ⓒ낙동간 부산시민운동본부

위 사안들 중 액면가로만 본다면 4대강 사업이 단연 으뜸이다. 일단 22조부터 시작이니 그 규모부터 예술이다. 거대 토목자본조차 그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감당 못해 돈뭉치가 공무원들 속곳 주머니까지 줄줄 흘러갔으니 정권 초 이른바 MB노믹스 기조라며 강조되던 '낙수 효과'는 결국 그들 내부의 경제 흐름을 예고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그 낙수는 결국 그들의 주머니에서 공무원 속곳 주머니까지 넘쳐흘러 돌았던 것이다. 낙수 효과! 선견지명까지 곁들여진 참 멋진 표현이다.

결국 4대강 사업은 정부와 토목자본의 이른바 '먹튀' 기획 사업에 다름 아니다. 기승전결이 딱 떨어지는 '먹튀 사업', 바로 이 단어가 이 4대강 사업의 본질을 똑 부러지게 표현하고 있다. 아쉽고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이같이 거대한 컨소시엄 먹튀 기획 사업에 환경 문제가 낄 자리는 없다. 거기에 일자리가 낄 자리는 더더욱 없다. 환경이니 강살리기니 일자리 창출이니 하는 단어들은 이 거대 프로젝트 진행에 딴지나 걸어대는 구질구질하고 구태의연한 단어에 불과하다. 이 지면에서 이런저런 증빙 수치나 자료를 언급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당초 4대강 사업 추진 단계에서 이런 우스갯소리가 4대강 범대위 차원의 대안으로 거론된 적도 있다. '국가 토목공사의 공식 기업이윤, 즉 계약서에 기재되는 기업이윤은 보통 10% 내외이니 아예 예산으로 2조 2000억을 편성해 공사에 참여하는 토목 기업들에게 배분해 환경도 보호하고 강도 살리고 예산도 절감하자!' 나름 설득력 있는 대응 논리로 회자되었던 기억이 난다. 오죽했으면 이런 대안이 나왔을까 싶다. 서글픈 대한민국 21세기의 현실이다.

준공시점에 이른 지금 서서히 비리의 실체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물론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앞으로 서서히 그 깃털도 드러나고 몸통도 드러날 것이다. 이제 그 진상을 철저히 파헤쳐 4대강 사업에 스며들어 있는 '기업 프렌들리'와 '무관용', 그리고 '팀플레이'의 진실을 확인할 차례다. 이 기획 사업에 관련되어 속곳 주머니를 채운 자들 모두 '먹'기는 했겠으나 '튀'지는 못하게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것이 순식간에 스러져간 생태계 뭇생명들에 대한 예의이자 후손들에 대한 최소한의 경계가 될 것이다.


출처 : 가뭄 지나면 홍수, 4대강은 무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