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욱, ‘댓글 작전’ 보고는 받고 지시는 안했다?
의혹 더 키운 수사 발표
김 국방, 인원 증감 자료 제출 거부... 내부 인사 “공개 못할 내용 있을 것”
“정치 개입 지시 안해…” 발표했지만... 심리전단장, 연제욱에 매일 보고
독자적 작전했다는 것은 말 안돼... 연 비서관 ‘면죄부’ 논란 일어
[한겨레] 하어영 기자 | 등록 : 2013.12.20 08:25 | 수정 : 2013.12.20 08:59
국군 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가 대선 직전 증원한 심리전단(530단) 요원의 수 71명은 국가정보원 소속 심리전단 규모를 웃돈다. 선거전이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대선 2개월 전에 군이 느닷없이 국정원 심리전단 규모의 심리전부대 하나를 더 창설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상식적으로 이런 일이 사령관도 모르게 진행됐다고 보긴 어렵다. 국방부 조사본부의 19일 ‘댓글 의혹 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사건의 불똥이 심리전단장의 상부 라인으로 번지는 걸 차단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아무개 심리전단장이 ‘꼬리’라면 그 직계 ‘윗선’은 당시 사이버사령관(준장)으로 재직했던 현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달 연 비서관을 한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도 전·현직 사령관들의 정치관여 지시 여부에 대해선 “지시를 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며 확실한 면죄부를 줬다. 감독소홀 책임에 대해서만 “검토중에 있다”고 모호하게 언급했다. 감독소홀 책임이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아리송하다.
‘정치적 표현도 주저하지 말고 심리전을 하라’고 심리전단 요원들에게 댓글·트위트글 작업을 지시, 독려했던 이아무개 심리전단장은 “누구에게서도 지시를 받고 작전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조사본부는 밝혔다. 그러면서 “이 단장이 작전의 결과는 사이버사령관한테 보고를 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심리전단장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지시했고 그 결과만을 사령관한테 보고했다는 것이다. 연제욱 비서관도 사이버사령관 재직 당시 심리전단장으로부터 심리전 수행 결과를 보고받았을 뿐, 심리전단장에게 작전을 지시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이버사령관이 지시하지도 않은 작업에 대한 결과를 심리전단장으로부터 날마다 꼬박꼬박 보고받았다는 조사본부의 수사결과 발표는 누가 봐도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다. 조사본부는 다만, 이어지는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조처가 나올 여지는 남겨뒀다. 백낙종 조사본부장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추가로 나오면 (전·현직 사령관에 대해서도) 최종 결과를 발표할 때 여러가지 조처를 취할 수가 있다. 지금은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사이버사령관직을 마친 연제욱 준장은 통상 소장 직급이 가는 국방부 정책기획관으로 옮겼다가 대선 이후엔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파견근무를 거쳐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이동했다. 야당은 연제욱 비서관의 승승장구가 대선 당시 사이버사 댓글 활약상에 대한 보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번 일은 국방부 장관의 승인과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의 주도로 이뤄진 일이다. 군이 심리전단장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워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는 댓글 사건과 관련해 “대선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직 청와대 비서관이 정치개입 댓글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불똥이 박근혜에게까지 옮겨붙을 수 있다. 아무래도 박근혜의 처지가 옹색해질 수밖에 없다. 군이 애써 연제욱 비서관을 보호하려는 이유도 여기서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국방부는 야당 의원들의 끈질긴 요구에도 사이버사 인원증감 내역 자료 제출을 한사코 거부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 등이 ‘비밀 유지 서약 이후 대면보고’라는 대안을 제시하자 김관진 장관이 ‘인원증감 내역은 군사기밀에 해당한다’는 소명서를 제출하면서 의원실 쪽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2급 기밀까지 열람할 수 있는 국회의원에게 장관이 직접 소명서를 내면서까지 자료 열람이나 대면보고를 거부한 일은 이례적이다. 공개하기 어려운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국방부 관계자는 “문건에는 진보·보수 게시판을 나눈 뒤 거기에 맞는 인원과 작업 방식, 업무 내용을 기록했다. 일부 조직원들의 충성경쟁이 불러온 일탈로 치부할 수 없을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고 말했다.
옥도경 현 사이버사령관은 지난 국정감사 당시 심리전단 인원 증감과 관련해 “인원 증가는 점진적이었다”고 답했다. 사이버사 증원 인력 가운데 대부분이 대선 직전 댓글·트위트글 작업에 투입된 심리전단에 배치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옥 사령관은 거짓말과 위증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연제욱 비서관 등에 대한 ‘윗선 꼬리 자르기’ 의혹은 국방부 자체에 의한 ‘셀프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의 문제를 촉발하면서 야권의 특검론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란 측면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인 책임소재 문제가 어물쩍하게 넘어간다면 두고두고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군이 연제욱 비서관의 책임 문제에 대해 ‘검토중’이란 애매한 표현으로 추가 수사 여지를 남긴 것도 이런 상황을 잘 알기 때문으로 보인다.
출처 : 연제욱, ‘댓글 작전’ 보고는 받고 지시는 안했다?
의혹 더 키운 수사 발표
김 국방, 인원 증감 자료 제출 거부... 내부 인사 “공개 못할 내용 있을 것”
“정치 개입 지시 안해…” 발표했지만... 심리전단장, 연제욱에 매일 보고
독자적 작전했다는 것은 말 안돼... 연 비서관 ‘면죄부’ 논란 일어
[한겨레] 하어영 기자 | 등록 : 2013.12.20 08:25 | 수정 : 2013.12.20 08:59
▲ 전 국군 사이버사령관인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지난 11월1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러시아 확대정상회담에 배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강창광 기자 |
국군 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가 대선 직전 증원한 심리전단(530단) 요원의 수 71명은 국가정보원 소속 심리전단 규모를 웃돈다. 선거전이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대선 2개월 전에 군이 느닷없이 국정원 심리전단 규모의 심리전부대 하나를 더 창설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상식적으로 이런 일이 사령관도 모르게 진행됐다고 보긴 어렵다. 국방부 조사본부의 19일 ‘댓글 의혹 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사건의 불똥이 심리전단장의 상부 라인으로 번지는 걸 차단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아무개 심리전단장이 ‘꼬리’라면 그 직계 ‘윗선’은 당시 사이버사령관(준장)으로 재직했던 현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달 연 비서관을 한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도 전·현직 사령관들의 정치관여 지시 여부에 대해선 “지시를 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며 확실한 면죄부를 줬다. 감독소홀 책임에 대해서만 “검토중에 있다”고 모호하게 언급했다. 감독소홀 책임이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아리송하다.
▲ ※ 그림을 누르면 큰 그림으로 수 있습니다. |
‘정치적 표현도 주저하지 말고 심리전을 하라’고 심리전단 요원들에게 댓글·트위트글 작업을 지시, 독려했던 이아무개 심리전단장은 “누구에게서도 지시를 받고 작전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조사본부는 밝혔다. 그러면서 “이 단장이 작전의 결과는 사이버사령관한테 보고를 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심리전단장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지시했고 그 결과만을 사령관한테 보고했다는 것이다. 연제욱 비서관도 사이버사령관 재직 당시 심리전단장으로부터 심리전 수행 결과를 보고받았을 뿐, 심리전단장에게 작전을 지시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이버사령관이 지시하지도 않은 작업에 대한 결과를 심리전단장으로부터 날마다 꼬박꼬박 보고받았다는 조사본부의 수사결과 발표는 누가 봐도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다. 조사본부는 다만, 이어지는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조처가 나올 여지는 남겨뒀다. 백낙종 조사본부장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추가로 나오면 (전·현직 사령관에 대해서도) 최종 결과를 발표할 때 여러가지 조처를 취할 수가 있다. 지금은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사이버사령관직을 마친 연제욱 준장은 통상 소장 직급이 가는 국방부 정책기획관으로 옮겼다가 대선 이후엔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파견근무를 거쳐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이동했다. 야당은 연제욱 비서관의 승승장구가 대선 당시 사이버사 댓글 활약상에 대한 보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번 일은 국방부 장관의 승인과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의 주도로 이뤄진 일이다. 군이 심리전단장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워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는 댓글 사건과 관련해 “대선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직 청와대 비서관이 정치개입 댓글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불똥이 박근혜에게까지 옮겨붙을 수 있다. 아무래도 박근혜의 처지가 옹색해질 수밖에 없다. 군이 애써 연제욱 비서관을 보호하려는 이유도 여기서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국방부는 야당 의원들의 끈질긴 요구에도 사이버사 인원증감 내역 자료 제출을 한사코 거부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 등이 ‘비밀 유지 서약 이후 대면보고’라는 대안을 제시하자 김관진 장관이 ‘인원증감 내역은 군사기밀에 해당한다’는 소명서를 제출하면서 의원실 쪽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2급 기밀까지 열람할 수 있는 국회의원에게 장관이 직접 소명서를 내면서까지 자료 열람이나 대면보고를 거부한 일은 이례적이다. 공개하기 어려운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국방부 관계자는 “문건에는 진보·보수 게시판을 나눈 뒤 거기에 맞는 인원과 작업 방식, 업무 내용을 기록했다. 일부 조직원들의 충성경쟁이 불러온 일탈로 치부할 수 없을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고 말했다.
옥도경 현 사이버사령관은 지난 국정감사 당시 심리전단 인원 증감과 관련해 “인원 증가는 점진적이었다”고 답했다. 사이버사 증원 인력 가운데 대부분이 대선 직전 댓글·트위트글 작업에 투입된 심리전단에 배치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옥 사령관은 거짓말과 위증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연제욱 비서관 등에 대한 ‘윗선 꼬리 자르기’ 의혹은 국방부 자체에 의한 ‘셀프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의 문제를 촉발하면서 야권의 특검론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란 측면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인 책임소재 문제가 어물쩍하게 넘어간다면 두고두고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군이 연제욱 비서관의 책임 문제에 대해 ‘검토중’이란 애매한 표현으로 추가 수사 여지를 남긴 것도 이런 상황을 잘 알기 때문으로 보인다.
출처 : 연제욱, ‘댓글 작전’ 보고는 받고 지시는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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