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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기관사 숙소 들어가 영장 없이 ‘연행 겁박’ 법 위에 선 경찰

기관사 숙소 들어가 영장 없이 ‘연행 겁박’ 법 위에 선 경찰
수배자 없는 것 사전에 알아
철도파업에 잇단 과잉 대응

[경향신문] 박철응·최승현 기자 | 입력 : 2013-12-29 21:32:08 | 수정 : 2013-12-29 23:46:11



철도파업에 대한 공권력의 초법적 과잉 대응과 겁박이 이어지고 있다. 파업 중인 철도 기관사들이 머무는 숙소에 들어가 영장 없이 “연행하겠다” “복귀하라”고 위협하고, 노조원들의 커뮤니티 서비스 ‘밴드’도 압수수색했다. 체포영장만 갖고 이뤄진 민주노총·경향신문 난입이나 가족 의료정보 비밀 수집에 이어 파업을 옥죄는 무리수를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철도노조는 “지난 28일 밤 11시쯤 기관사 조합원 70여명이 묵고 있는 강원 춘천의 한 유스호스텔에 춘천경찰서 소속 사복경찰 20여명이 경찰버스 3대를 동원해 무단으로 침입했다”고 29일 밝혔다. 코레일 관리자 3명과 함께 온 경찰이 밝힌 출동 목적은 수배자 체포였다. 지난 22일 민주노총이 입주해 있는 경향신문사 사옥에 강제 진입할 때와 마찬가지로 체포영장만으로 조합원 숙소에 진입한 것이다. 조합원들은 회사 측이 개인별로 가하는 회유와 협박을 피하기 위해 단체생활을 하고 있다.

현장에 있던 기관사들은 코레일 측 변호사가 “복귀서 쓰면 상황 종료되고 다치는 사람도 없다. 그냥 경찰버스 타고 가면 된다”고 회유했고, 일부 경찰은 조합원들에게 현행법이라며 옷깃을 잡아끌기도 했다고 말했다. 2대의 버스는 빈 상태였고, 영장을 보여달라는 기관사들의 요구에 경찰은 “가면서 보여주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원들은 강력히 항의하고 유스호스텔 로비에서 경찰과 대치하면서 외부로 상황을 알렸다. 29일 오전 2시10분쯤 철도노조 간부들이 도착해 경찰들을 유스호스텔 건물 밖으로 밀어냈고, 이어 도착한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변호사들이 경찰의 위법행위를 따졌다. 결국 경찰과 코레일 관리자들은 대치 끝에 오전 4시40분쯤 현장에서 철수했다. 철도노조는 “경찰과 함께 온 코레일 간부들이 이미 수배자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파업 대오가 흔들리지 않자 경찰이 조합원을 위협해 불안감을 조성하고 회사 측은 직접 복귀를 종용·겁박한 것이다. 심각한 노동탄압이자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29일 파업 복귀율이 20%대로 올라섰으나 열차 운행의 키를 쥔 기관사들의 복귀율은 여전히 4%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코레일 측 요청에 의해 현장에 갔고 노조원들과의 면담·접촉은 사측에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철도노조 수배자 체포를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압수수색해 조합원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 서비스 ‘밴드’의 내용을 확인했다. 철도노조는 지부별로 밴드를 사용하고 있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네이버를 통해 압수수색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밴드에는 노조 업무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사생활이 담겨 있는데 완전히 침해당했다. 압수수색 범위도 알려주지 않아 어디까지 털렸는지 모른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7일 철도노조 간부 부인의 개인 의료정보까지 수집했으며 그 속에는 산부인과 진료 기록도 포함돼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지난 22일 민주노총 강제 진입에 대해 “체포영장을 위법하게 집행했다”며 경찰청장 등을 고소하기로 했다. 피의자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타인의 주거에 들어가려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데 체포영장만으로 문을 부수고 강제 진입한 것은 형법상 직권남용 등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출처 : 기관사 숙소 들어가 영장 없이 ‘연행 겁박’ 법 위에 선 경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