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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박근혜 정부의 ‘노동계 강공’에 격렬한 ‘춘투’ 조짐

박근혜의 ‘노동계 강공’에 격렬한 ‘춘투’ 조짐
철도파업 이후 노동계 움직임
공공부문 개혁·통상임금 임단협 등
갈등요소 산적에도 정부 강경 일관
오늘 권영길·단병호 등 단식 돌입
노사정위 제역할 못해 불씨 커질듯

[한겨레] 임인택 기자 | 등록 : 2014.01.01 20:08


▲ 지난 12월31일 서울역 광장에서 철도노조 파업 경과 보고대회를 마친 조합원들이 서울 용산구 동자동 코레일 서울본부로 복귀 전 모임을 갖는 모습이 현관 유리문에 비쳐 보인다. 마무리 되지 않은 철도파업의 여파와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노사정위원회의 개점휴업 상태 탓에 올 초부터 노사의 임금 협상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형 기자

철도파업은 끝났으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강제진입 등 박근혜 정부의 강경 대응이 낳은 노동계와 정권의 갈등 불씨가 올해 춘투로 격화할 조짐이다. 통상임금 조정에 따른 노사간 임단협 갈등, 공공부분 개혁을 둘러싼 노·사·정 충돌로 ‘최근 10년 새 가장 격렬한 춘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정부 투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1일 “2014년은 구제금융 이후를 정리하려는 2001~2002년 대규모 춘투 이후 쟁의가 발생할 잠재적 갈등이 가장 많은 때”라고 말했다. 우선 물러설 줄 모르는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철도파업의 불씨가 옮겨붙은 강력한 ‘인화물질’이다. 정부는 “혈세를 낭비하는 타협은 없다”며 철도노조의 퇴로를 차단했고, 파업철회 뒤에도 코레일의 징계 완화 협상까지 막고 있다. 향후 노정 관계에서도 ‘비타협 원칙’을 밀어붙인다는 얘기다.

권영길·단병호·이수호 등 전 민주노총 위원장들과 노동계 원로들은 2일부터 집단 단식농성에 돌입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권에 맞서 힘을 모은다”는 취지다. 이미 민주노총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주기가 되는 다음달 25일까지 세 차례의 총파업·국민파업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단위 사업장에서의 쟁의 조짐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해말 295개 공공기관의 ‘정상화 대책’을 내놓은 정부는 이달 말까지 32개 중점관리기관별 대책 보고를 끝내고, 4월께부터 경영실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평가는 전년도치가 중심이지만, 향후 노조와의 ‘불공정 교섭’ 해지 전략 등이 기관장 평가에 반영될 것으로 노동계는 본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파업이 일어나도 경영진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5개 연맹(조합원 30만명)으로 짜여진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 관계자는 “중점관리기관 중 양 노총의 20여 사업장 노조가 특별대책위를 구성하기로 했다”며 “민주노총 침탈로 정부가 판을 열어준 데다 방만경영이나 정책실패의 책임조차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의 개혁을 추진할 경우 강력히 공동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때 급증한 공공기관 부채에 대한 객관적 진단은 도외시한 채, 단협 조항 해지나 성과급 축소 등을 일방으로 강요할 경우 마찰을 피할 수 없단 얘기다.

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대법원 판례도 춘투의 주재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판례에 따라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자는 노동계의 요구와 각종 수당을 없애거나 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급여체계를 바꾸고 비정규직을 확대해서라도 인건비 상승을 막으려는 사용자의 요구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노조의 규모가 큰 양대 노총의 금속·제조 사업장은 대개 2~3월 임단협을 시작한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여기저기가 지뢰밭”이라며 “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이 맞물린 임단협이 핵심적으로 대두되며 곳곳에서 쟁의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작 갈등을 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 고용노동부나 노사정위원회는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특히 고용부는 지난해 노정 갈등을 키운 전국공무원노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 때는 법무부·안전행정부·교육부에 끌려다녔고, 55살 이상 파견직 확대 방안은 기획재정부의 조처를 바라보기만 했다. 중재 구실을 전혀 못했다.

임상훈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노조를 법치 대상이 아닌, 경제·경영의 한 주체로 대우해줘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의 노동정책이 스스로 자각하며 변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방선거 결과가 변수가 될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노동 강경책의 배후를 청와대로 보고 강경파들을 교체함으로써 노동 관련 태도를 바꾸는 해법을 제시한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지금은 임금체계, 근로시간, 고령 정년연장 등을 대비해 고용노동 시스템이 크게 변화하는 국면으로 사회적 합의를 넘어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때인데 정권 1년 동안 정치·사회적으로 갈라져 여건이 대단히 좋지 않다”며 “국민적 합의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 키는 청와대가 쥐고 있다. 청와대가 개별 사안의 승패에만 집착하지 말고, 국가 어젠다로서의 고용노동 시스템에 대한 인식과 관점을 가진 참모들을 기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박근혜 정부의 ‘노동계 강공’에 격렬한 ‘춘투’ 조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