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전성시대 끝?
[주간경향 1060호] 정용인 기자 | 2014-01-21
2013년 온라인커뮤니티는 ‘일베’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일베는 인터넷 화제를 독점하며 끊임없이 언론지면을 장식했다. 가히 ‘일베의 전성시대’였다. 일베의 전성기는 2014년에도 계속 이어질까. 지난해 말부터 일베의 분화현상이 뚜렷해지고 반일베 커뮤니티들이 강력한 연합군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새해 온라인커뮤니티의 지형도는 어떻게 변할까.
“솔직히 예정에 없던 일, 맞습니다.” 이준행씨의 말이다. 지난해 12월 27일 밤 10시, 그는 자신의 트위터 타임라인에 올라온 다른 사람들의 트윗 글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철도파업 집행부를 검거하기 위해 경향신문사 건물에 경찰이 투입된 후 며칠간 트위터는 철도 민영화 이슈로 시끄러웠다. 그의 눈에 ‘일어 번역하는 영양줔’이라는 트윗친구의 게시글이 눈에 띄었다.
“극좌빨갱이 커뮤니티 일간워스트 만들어서 비추 버튼이름을 민영화라고 지어야 되는데.” 순간 무릎을 쳤다. 도메인을 검색해봤다. ilwo.net, ilwor.com, ilwar.com이 비어 있었다. 도메인 구입 결제를 하고 의견을 모아 wor 대신 war를 샀다. 나머지 도메인은 ilwar.com으로 포워딩시켰다. 일베 사이트처럼 XE를 설치하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2시간 만에 뚝딱 사이트가 완성됐다. ‘일워’의 출현이다.
반일베 사이트 ‘일워’에 폭발적 관심
일워는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일워에 모여든 누리꾼은 자발적으로 문화를 만들어냈다. 1년 전, <주간경향>은 일베사이트에 맞선 ‘커뮤니티연합군’의 일베 도배 전쟁을 지상중계했다. 이때 사용된 표현이 ‘농업화’였다. 일베 사용자들이 다른 커뮤니티나 뉴스게시판에 들어가 ‘분탕질’을 할 때 “산업화하러 왔다”고 말하는 것에 빗댄 것이다. 순식간에 문화가 만들어졌다.
일워 고유 어투로는 ‘농체’, ‘마사오체’, ‘쥐체,’ ‘댓체’ 등이 나타났다. 각각 글의 말미를 “~했농?”, “~취했사오”, “탄핵소추한닭” 식이다. 농체는 “~했盧”라는 일베어를 비튼 것이고, 마사오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창씨개명 이름인 다카키 마사오에서, 댓체는 ‘댓글대통령’ 비판 등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MLBParK에서 만들어졌던 ‘벌레에게 살충제를 뿌리는 이모티콘’도 소개되었다. 일간베스트 대신에는 ‘오늘의 풍작’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일베에서 전향(?)해 넘어오는 사람에게는 ‘귀농했다’는 표현이 쓰였다. 이 모든 것이 단 일주일 사이에 이뤄진 일이다.
일베 운영자가 자신의 신분을 철저하게 감추고 외부와 일절 접촉을 하지 않는 것과 달리 사이트 개설자인 ‘세부’는 개발자 이준행씨다.(인터뷰 참조) ‘일워’에 대한 일베의 도발이 시작됐다. 그는 악성사용자를 구분해 차단하는 ‘트롤밭’을 고안해냈다.
즉, 도배나 악성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게시판 질서를 망가뜨리는 ‘트롤’로 구분돼 그들에게만 악성댓글이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일워’ 회원들이나 일반 접속자에게는 그들의 온라인 행적이 보이지 않는다. 서버다운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공격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씨의 방어는 성공했다.
<주간경향>이 일베 문제를 다룬 기획을 커버스토리로 다룰 때만 하더라도 일베 문제의 심각성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일베 문제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어 코멘트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 뒤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다.
지난 2013년 온라인커뮤니티의 1년을 결산한다면 ‘일베’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일베 발 사건사고는 인터넷 상의 화제를 독점하며 끊임없이 언론지면을 장식했다.(일베 사건목록 참조) 어떤 의미에서든간에 2013년은 가히 ‘일베의 전성시대’였다. 그렇다면 2014년엔? ‘일베의 전성시대’는 2014년에도 계속될까.
2013년을 경과하면서 일베에서도 분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5·18 북한 배후조종설’ 등이 지속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었던 곳은 일베 내에서도 정치사회게시판, 이른바 정게였다. 일베는 일간베스트 이외에 ‘정치사회베스트’ 게시판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5·18 홍어택배 사건’ 등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뒤, 일베운영자의 개입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정게 고랩’ 사용자는 “지금의 일베는 너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일베가 패륜, 여성혐오 사이트라는 외부의 시선을 운영자가 너무 의식한 나머지 운영자에 의한 자체검열이 너무 늘어났다. 일베 게시판 운영을 담당하는 ‘모니터링’의 삭제가 도를 넘어섰다고 본다. 정치적 내용의 글에 대한 일방적 삭제가 대폭 증가했다.”
자유대학생연합의 김상훈 대표는 “우리 단체가 일일호프를 한다는 게시물도 삭제했다. 쪽지로 운영자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친목은 금지한다’는 룰을 어겨서 삭제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때 ‘디씨·일베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단체 이름으로 전국 대학가에 내걸었던 그도 익명성 뒤에 숨어 공격하는 일베문화는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반문했다. “우리 단체가 보수단체로 알려졌지만, 제1로 내걸고 있는 가치는 자유주의다. 자유주의를 내걸고 있는 단체가 검열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수컷닷컴 등 일베 이탈 움직임 가속
그래서일까. 이탈현상이 일어났다. ‘수컷닷컴’의 등장이다. 2013년 12월 23일에 서비스를 개시했다. 수컷닷컴은 보수우익 평론가 변희재씨와 문화평론가 김지룡씨가 개설한 사이트다. 변희재씨가 <미디어워치>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지난 대선 한 달 전부터 개설을 논의해 왔던 사이트다.
변씨는 글에서 수컷닷컴을 ‘남성들의 놀이커뮤니티’로 규정하며 “초기 시장상황에서 일베와 겹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좀먹는 친노종북 세력들을 척결하는 것이야말로 강한 남성들의 가장 좋은 놀이감이기 때문”에 수컷닷컴은 일베처럼 강한 정치성을 띨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수컷닷컴이 개설되면서 일베 운영에 불만을 갖고 있는 ‘정게’ 사용자들이 대거 이동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변씨가 글에서 “수컷닷컴에 곧 합류할 것”이라고 밝힌 한 보수문화계 인사는 “일베는 지저분해서 싫어 들어가보지 않았다”면서도 “일단 수컷닷컴 합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고 답했지만, 같이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물어보니 ‘정치색이 너무 강하고 일베를 넘어서지 못할 것 같다’는 회의적인 의견을 보여 아직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다시 앞의 질문을 해보자. 2014년에도 일베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까. 지난해, <주간경향>은 시장조사 전문기관 랭키닷컴에 일베, 오늘의유머(오유), MLBPark, DC인사이드, 루리웹, 클리앙 등 주요 인터넷커뮤니티의 접속지표를 요청해 공개했다. 같은 데이터로 2013년 접속 추이를 요청했다.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영향력 줄었지만 ‘몰락’ 판단 일러
조사를 요청한 커뮤니티 중 DC인사이드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No.1 커뮤니티였다. 일베의 경우 2013년 7월까지는 PC웹과 모바일웹, 평균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 모두 DC인사이드를 제외한 타 커뮤니티 사이트를 압도했다. 하지만 8월을 기점으로 역전이 일어났다.
PC웹 방문자 수에서 SLR클럽, MLBPark, 루리웹이 일베를 앞섰다. 일베와 비슷한 규모를 보여주던 ‘오늘의유머’도 2013년 11월, 12월에 들어서면서 일베와 격차를 벌이는 형국이다.(그림1) 일베는 모바일웹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이 역시 10월을 넘어가면서 MLBPark, 클리앙, 오늘의유머가 일베를 앞서는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그림2)
그러나 일베가 몰락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페이스북 ‘너일베충이니?’ 페이지 운영자는 <주간경향>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한 인터뷰에서 “일베는 어떤 상징적인 인물에 심리적으로 의탁하는 경향이 큰데, 일단 운영자 교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과거 일베 운영자인 ‘새부’나 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 지만원, 변희재 등은 각기 다른 영역에서 일베의 ‘팩트’ 논리에 근간을 이루는 인물들인데, 운영자 교체나 성 대표의 사망사건, 수컷닷컴의 탄생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는 “일베 매각과 함께 대구로 거점을 옮긴 새 운영자는 1대 새부처럼 일관성이 있는 운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일베가 하향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베는 오히려 확장하고 있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
“초기 일베는 일밍아웃이라고 자신의 실명을 드러내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었다. 역시 DC인사이드의 유산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자신들을 ‘병신’이라고 부르며 무슨 ‘병신’짓을 해도 당연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은 스스로 ‘병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들이 가장 크게 얻어낸 자산이 ‘자신감’이다. 실명을 걸고 페이스북에 일베 사용자라고 밝힌다든지, 오프라인에서 공공연하게 ‘일베인증’을 하는 것이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재특회처럼 그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는 무엇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바로 국정원이다. 그들은 ‘병신’이 아니라 ‘호국전사’로 호명되고 있는 것이다.”
‘너일베충이니?’ 페이지 운영자는 “권은희 과장에게 ‘전라도의 경찰이냐’고 일갈을 한 한 정치인의 패기나 국정원 계정으로 알려진 좌익효수의 ‘전라도 빨갱이’ 드립은 30~40년 전의 지역주의가 제도권의 힘을 얻고, 젊은 피의 수혈을 얻어 생생하게 다시 부활하는 징조”라며 “현재의 일베 붐은 일시적이지 않으며 이들이 본격적으로 정치세력이 될 수 있는 연령대가 되면 폭발적인 갈등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0월 ‘지역차별 극복을 위한 시민행동’이라는 단체를 결성한 IT평론가 주동식씨는 “한국의 보수우파들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숙제를 끄집어냈다”고 말했다. “일베의 공격성과 인종주의는 인터넷 특유의 비현실성과 과장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다. 다시 말해 진지하게 현실적인 구상과 실천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담론이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지속성을 갖고 외연을 확대해가면서 문제는 달라졌다.
한국의 보수우파들은 권력과 기득권 유지의 가장 손쉬운 방편으로 일베의 지역차별과 약자 혐오를 이용했다. 나는 한국의 보수우파는 각성해야 한다고 본다. 자신들이 지키고자 하는 기득권이 100이라면 그 수단으로 일베와 같은 인종주의적 무기가 만드는 위협은 1000 또는 1만이 될 수 있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철 없는 아이가 위험한 폭탄을 갖고 불장난하는 꼴이다.” 결국 일베현상은 그것을 활용한 보수우파에게도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온라인커뮤니티연합 결성 ‘누리꾼의 역습’
1월 4일 시청앞 광장. ‘갑오년 온라인 대첩-누리꾼의 역습’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8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한 이날 행사는 국정원시국회의·민주노총·철도노조 등과 함께 대한민국온라인커뮤니티연합(KOCA)이라는 단체가 주최한 행사였다.
“원래는 3월 1일 단독으로 소셜 페스티벌 형식으로 출범하려고 했어요. 같이하시는 분들 중에는 선동적인 텍스트나 과도한 구호 등 기존의 집회형식에 반감을 가진 분도 있거든요. 그런데 경향신문 침탈 등을 보면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회원들 사이에서 분출되었습니다.”
KOCA를 제안한 닉네임 밀크대오(29·회사원)의 말이다. 레미제라블 플래시 몹으로 시작한 행사는 래퍼들의 힙합공연, 표창원 교수 등의 토크콘서트, ‘안녕들하십니까’ 나들이를 제안한 고려대생 조현우씨 등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등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됐다.
밀크대오의 말. “애초부터 상업적이거나 정치적인 스폰서는 절대 받지 않는 것이 저희 방침이었습니다.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누리꾼의 1000원 후원 형식으로 모았는데, 전체 모금액수는 정산해 봐야겠지만, 1000만원이 넘어섰습니다.”
커뮤니티 오유 사용자였던 그와 행사를 주최한 운영진들은 지난해 여름 ‘벼룩시장 행사’를 개최해 수익금을 정신대 할머니들에게 기부한 경험이 있다. 당시도 일베 회원들 몇몇이 소위 ‘분탕질’로 알려진 행사 방해를 목적으로 물총을 들고 달려갔지만 방해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1월 4일 행사는? “딱히 모르겠던데요. 행사에 앞서 다른 보수단체의 ‘종북좌파 몰아내자’는 플래카드를 닥지닥지 붙인 트럭이 주차하기는 했지만 금방 갔어요. 3월 1일에는 원래 계획대로 진짜 축제처럼 소셜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어플도 개발해 보고 싶은데 누리꾼들 사이에서 ‘숨어 있는 능력자’분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1월 4일 행사에 앞서 누리꾼 밀크대오의 ‘온라인커뮤니티연합’ 결성 제안문은 앞서 언급한 여러 커뮤니티들의 게시판에 퍼져 갔다.
대부분 추천·환영의사를 드러냈다. 2014년 온라인커뮤니티의 판도는 어떻게 될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곳은 더 이상 일베가 아닐 가능성이 커 보인다.
출처 : 일베 전성시대 끝?
[주간경향 1060호] 정용인 기자 | 2014-01-21
2013년 온라인커뮤니티는 ‘일베’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일베는 인터넷 화제를 독점하며 끊임없이 언론지면을 장식했다. 가히 ‘일베의 전성시대’였다. 일베의 전성기는 2014년에도 계속 이어질까. 지난해 말부터 일베의 분화현상이 뚜렷해지고 반일베 커뮤니티들이 강력한 연합군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새해 온라인커뮤니티의 지형도는 어떻게 변할까.
▲ 김상민 기자 |
“솔직히 예정에 없던 일, 맞습니다.” 이준행씨의 말이다. 지난해 12월 27일 밤 10시, 그는 자신의 트위터 타임라인에 올라온 다른 사람들의 트윗 글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철도파업 집행부를 검거하기 위해 경향신문사 건물에 경찰이 투입된 후 며칠간 트위터는 철도 민영화 이슈로 시끄러웠다. 그의 눈에 ‘일어 번역하는 영양줔’이라는 트윗친구의 게시글이 눈에 띄었다.
“극좌빨갱이 커뮤니티 일간워스트 만들어서 비추 버튼이름을 민영화라고 지어야 되는데.” 순간 무릎을 쳤다. 도메인을 검색해봤다. ilwo.net, ilwor.com, ilwar.com이 비어 있었다. 도메인 구입 결제를 하고 의견을 모아 wor 대신 war를 샀다. 나머지 도메인은 ilwar.com으로 포워딩시켰다. 일베 사이트처럼 XE를 설치하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2시간 만에 뚝딱 사이트가 완성됐다. ‘일워’의 출현이다.
반일베 사이트 ‘일워’에 폭발적 관심
일워는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일워에 모여든 누리꾼은 자발적으로 문화를 만들어냈다. 1년 전, <주간경향>은 일베사이트에 맞선 ‘커뮤니티연합군’의 일베 도배 전쟁을 지상중계했다. 이때 사용된 표현이 ‘농업화’였다. 일베 사용자들이 다른 커뮤니티나 뉴스게시판에 들어가 ‘분탕질’을 할 때 “산업화하러 왔다”고 말하는 것에 빗댄 것이다. 순식간에 문화가 만들어졌다.
일워 고유 어투로는 ‘농체’, ‘마사오체’, ‘쥐체,’ ‘댓체’ 등이 나타났다. 각각 글의 말미를 “~했농?”, “~취했사오”, “탄핵소추한닭” 식이다. 농체는 “~했盧”라는 일베어를 비튼 것이고, 마사오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창씨개명 이름인 다카키 마사오에서, 댓체는 ‘댓글대통령’ 비판 등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MLBParK에서 만들어졌던 ‘벌레에게 살충제를 뿌리는 이모티콘’도 소개되었다. 일간베스트 대신에는 ‘오늘의 풍작’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일베에서 전향(?)해 넘어오는 사람에게는 ‘귀농했다’는 표현이 쓰였다. 이 모든 것이 단 일주일 사이에 이뤄진 일이다.
일베 운영자가 자신의 신분을 철저하게 감추고 외부와 일절 접촉을 하지 않는 것과 달리 사이트 개설자인 ‘세부’는 개발자 이준행씨다.(인터뷰 참조) ‘일워’에 대한 일베의 도발이 시작됐다. 그는 악성사용자를 구분해 차단하는 ‘트롤밭’을 고안해냈다.
즉, 도배나 악성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게시판 질서를 망가뜨리는 ‘트롤’로 구분돼 그들에게만 악성댓글이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일워’ 회원들이나 일반 접속자에게는 그들의 온라인 행적이 보이지 않는다. 서버다운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공격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씨의 방어는 성공했다.
<주간경향>이 일베 문제를 다룬 기획을 커버스토리로 다룰 때만 하더라도 일베 문제의 심각성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일베 문제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어 코멘트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 뒤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다.
지난 2013년 온라인커뮤니티의 1년을 결산한다면 ‘일베’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일베 발 사건사고는 인터넷 상의 화제를 독점하며 끊임없이 언론지면을 장식했다.(일베 사건목록 참조) 어떤 의미에서든간에 2013년은 가히 ‘일베의 전성시대’였다. 그렇다면 2014년엔? ‘일베의 전성시대’는 2014년에도 계속될까.
2013년을 경과하면서 일베에서도 분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5·18 북한 배후조종설’ 등이 지속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었던 곳은 일베 내에서도 정치사회게시판, 이른바 정게였다. 일베는 일간베스트 이외에 ‘정치사회베스트’ 게시판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5·18 홍어택배 사건’ 등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뒤, 일베운영자의 개입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정게 고랩’ 사용자는 “지금의 일베는 너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일베가 패륜, 여성혐오 사이트라는 외부의 시선을 운영자가 너무 의식한 나머지 운영자에 의한 자체검열이 너무 늘어났다. 일베 게시판 운영을 담당하는 ‘모니터링’의 삭제가 도를 넘어섰다고 본다. 정치적 내용의 글에 대한 일방적 삭제가 대폭 증가했다.”
자유대학생연합의 김상훈 대표는 “우리 단체가 일일호프를 한다는 게시물도 삭제했다. 쪽지로 운영자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친목은 금지한다’는 룰을 어겨서 삭제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때 ‘디씨·일베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단체 이름으로 전국 대학가에 내걸었던 그도 익명성 뒤에 숨어 공격하는 일베문화는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반문했다. “우리 단체가 보수단체로 알려졌지만, 제1로 내걸고 있는 가치는 자유주의다. 자유주의를 내걸고 있는 단체가 검열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수컷닷컴 등 일베 이탈 움직임 가속
그래서일까. 이탈현상이 일어났다. ‘수컷닷컴’의 등장이다. 2013년 12월 23일에 서비스를 개시했다. 수컷닷컴은 보수우익 평론가 변희재씨와 문화평론가 김지룡씨가 개설한 사이트다. 변희재씨가 <미디어워치>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지난 대선 한 달 전부터 개설을 논의해 왔던 사이트다.
변씨는 글에서 수컷닷컴을 ‘남성들의 놀이커뮤니티’로 규정하며 “초기 시장상황에서 일베와 겹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좀먹는 친노종북 세력들을 척결하는 것이야말로 강한 남성들의 가장 좋은 놀이감이기 때문”에 수컷닷컴은 일베처럼 강한 정치성을 띨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수컷닷컴이 개설되면서 일베 운영에 불만을 갖고 있는 ‘정게’ 사용자들이 대거 이동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변씨가 글에서 “수컷닷컴에 곧 합류할 것”이라고 밝힌 한 보수문화계 인사는 “일베는 지저분해서 싫어 들어가보지 않았다”면서도 “일단 수컷닷컴 합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고 답했지만, 같이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물어보니 ‘정치색이 너무 강하고 일베를 넘어서지 못할 것 같다’는 회의적인 의견을 보여 아직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다시 앞의 질문을 해보자. 2014년에도 일베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까. 지난해, <주간경향>은 시장조사 전문기관 랭키닷컴에 일베, 오늘의유머(오유), MLBPark, DC인사이드, 루리웹, 클리앙 등 주요 인터넷커뮤니티의 접속지표를 요청해 공개했다. 같은 데이터로 2013년 접속 추이를 요청했다.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영향력 줄었지만 ‘몰락’ 판단 일러
조사를 요청한 커뮤니티 중 DC인사이드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No.1 커뮤니티였다. 일베의 경우 2013년 7월까지는 PC웹과 모바일웹, 평균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 모두 DC인사이드를 제외한 타 커뮤니티 사이트를 압도했다. 하지만 8월을 기점으로 역전이 일어났다.
PC웹 방문자 수에서 SLR클럽, MLBPark, 루리웹이 일베를 앞섰다. 일베와 비슷한 규모를 보여주던 ‘오늘의유머’도 2013년 11월, 12월에 들어서면서 일베와 격차를 벌이는 형국이다.(그림1) 일베는 모바일웹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이 역시 10월을 넘어가면서 MLBPark, 클리앙, 오늘의유머가 일베를 앞서는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그림2)
▲ 그림1) PC웹 월간 방문자수(2011년1월~2013년 12월). 2013년 9월을 기점으로 MLBPark, SLR클럽, 루리웹, 오늘의 유머 등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가 방문객에서 일베저장소보다 앞선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 랭키닷컴 제공 |
▲ 그림2) 모바일웹 월간 방문자수(2011년 1월~2013년 12월). | 랭키닷컴 제공 |
그러나 일베가 몰락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페이스북 ‘너일베충이니?’ 페이지 운영자는 <주간경향>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한 인터뷰에서 “일베는 어떤 상징적인 인물에 심리적으로 의탁하는 경향이 큰데, 일단 운영자 교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과거 일베 운영자인 ‘새부’나 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 지만원, 변희재 등은 각기 다른 영역에서 일베의 ‘팩트’ 논리에 근간을 이루는 인물들인데, 운영자 교체나 성 대표의 사망사건, 수컷닷컴의 탄생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는 “일베 매각과 함께 대구로 거점을 옮긴 새 운영자는 1대 새부처럼 일관성이 있는 운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일베가 하향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베는 오히려 확장하고 있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
“초기 일베는 일밍아웃이라고 자신의 실명을 드러내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었다. 역시 DC인사이드의 유산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자신들을 ‘병신’이라고 부르며 무슨 ‘병신’짓을 해도 당연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은 스스로 ‘병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들이 가장 크게 얻어낸 자산이 ‘자신감’이다. 실명을 걸고 페이스북에 일베 사용자라고 밝힌다든지, 오프라인에서 공공연하게 ‘일베인증’을 하는 것이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재특회처럼 그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는 무엇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바로 국정원이다. 그들은 ‘병신’이 아니라 ‘호국전사’로 호명되고 있는 것이다.”
‘너일베충이니?’ 페이지 운영자는 “권은희 과장에게 ‘전라도의 경찰이냐’고 일갈을 한 한 정치인의 패기나 국정원 계정으로 알려진 좌익효수의 ‘전라도 빨갱이’ 드립은 30~40년 전의 지역주의가 제도권의 힘을 얻고, 젊은 피의 수혈을 얻어 생생하게 다시 부활하는 징조”라며 “현재의 일베 붐은 일시적이지 않으며 이들이 본격적으로 정치세력이 될 수 있는 연령대가 되면 폭발적인 갈등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0월 ‘지역차별 극복을 위한 시민행동’이라는 단체를 결성한 IT평론가 주동식씨는 “한국의 보수우파들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숙제를 끄집어냈다”고 말했다. “일베의 공격성과 인종주의는 인터넷 특유의 비현실성과 과장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다. 다시 말해 진지하게 현실적인 구상과 실천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담론이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지속성을 갖고 외연을 확대해가면서 문제는 달라졌다.
한국의 보수우파들은 권력과 기득권 유지의 가장 손쉬운 방편으로 일베의 지역차별과 약자 혐오를 이용했다. 나는 한국의 보수우파는 각성해야 한다고 본다. 자신들이 지키고자 하는 기득권이 100이라면 그 수단으로 일베와 같은 인종주의적 무기가 만드는 위협은 1000 또는 1만이 될 수 있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철 없는 아이가 위험한 폭탄을 갖고 불장난하는 꼴이다.” 결국 일베현상은 그것을 활용한 보수우파에게도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온라인커뮤니티연합 결성 ‘누리꾼의 역습’
1월 4일 시청앞 광장. ‘갑오년 온라인 대첩-누리꾼의 역습’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8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한 이날 행사는 국정원시국회의·민주노총·철도노조 등과 함께 대한민국온라인커뮤니티연합(KOCA)이라는 단체가 주최한 행사였다.
“원래는 3월 1일 단독으로 소셜 페스티벌 형식으로 출범하려고 했어요. 같이하시는 분들 중에는 선동적인 텍스트나 과도한 구호 등 기존의 집회형식에 반감을 가진 분도 있거든요. 그런데 경향신문 침탈 등을 보면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회원들 사이에서 분출되었습니다.”
KOCA를 제안한 닉네임 밀크대오(29·회사원)의 말이다. 레미제라블 플래시 몹으로 시작한 행사는 래퍼들의 힙합공연, 표창원 교수 등의 토크콘서트, ‘안녕들하십니까’ 나들이를 제안한 고려대생 조현우씨 등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등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됐다.
밀크대오의 말. “애초부터 상업적이거나 정치적인 스폰서는 절대 받지 않는 것이 저희 방침이었습니다.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누리꾼의 1000원 후원 형식으로 모았는데, 전체 모금액수는 정산해 봐야겠지만, 1000만원이 넘어섰습니다.”
커뮤니티 오유 사용자였던 그와 행사를 주최한 운영진들은 지난해 여름 ‘벼룩시장 행사’를 개최해 수익금을 정신대 할머니들에게 기부한 경험이 있다. 당시도 일베 회원들 몇몇이 소위 ‘분탕질’로 알려진 행사 방해를 목적으로 물총을 들고 달려갔지만 방해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1월 4일 행사는? “딱히 모르겠던데요. 행사에 앞서 다른 보수단체의 ‘종북좌파 몰아내자’는 플래카드를 닥지닥지 붙인 트럭이 주차하기는 했지만 금방 갔어요. 3월 1일에는 원래 계획대로 진짜 축제처럼 소셜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어플도 개발해 보고 싶은데 누리꾼들 사이에서 ‘숨어 있는 능력자’분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1월 4일 행사에 앞서 누리꾼 밀크대오의 ‘온라인커뮤니티연합’ 결성 제안문은 앞서 언급한 여러 커뮤니티들의 게시판에 퍼져 갔다.
대부분 추천·환영의사를 드러냈다. 2014년 온라인커뮤니티의 판도는 어떻게 될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곳은 더 이상 일베가 아닐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워, 일베 추악성 드러내는 거울”
‘일워’ 개설한 이준행씨 “배척, 폭력성, 혐오 조장하는 사이트 관용 대상 아니다”
이준행씨를 안 지는 꽤 됐다. 과거 기사를 검색해 보니 얼추 10년이 넘었다. 그는 10대의 독립공간을 표방하는 사이트 ‘아이두’를 만든 개발자였다. 두발제한 반대운동 등 청소년운동가였다. 대학(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한 뒤 사회에 나왔을 때 그는 여전히 개발자였다. 지난해 이맘때쯤, 그가 만든 개인사이트가 화제를 모았다. ‘충격고로께’라는 사이트였다.
“충격!”, “알고보니….” “○○女” 등 언론이 포털에 전송하는 ‘낚시제목’을 카운팅해 통계를 보여주는 사이트였다. 지난 12월 28일 그가 개설한 일워사이트는 고로께와 같이 개인서버에서 운영되고 있다.
기자가 인터뷰한 1월 8일, 그는 여전히 서버 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일워 쪽으로 공격이 계속 들어오는데, 이쪽이 뻗으면 다른 사이트들도 날아가거든요.”
- 사이트 개설 후 일베 쪽 반응을 살펴봤다. 일간워스트면 ‘worst’여야 하는데 ‘war’로 철자가 다르다는 식의 비아냥이 많았다. 개인 블로그에 올린 ‘사이트 개설기’를 보니 그쪽 도메인도 확보하고 있던데.
“원래 용어를 본래의 의미대로 안 쓰는 건 자칭 보수라는 사람들의 특기가 아닌가. 강바닥 파놓고 그걸 살리기라고 주장하지 않았나. 처음부터 계획하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블로그에 써놨듯이 시작은 농담이었다.”
- 일워 사이트를 보면 일베를 그만두고 넘어온 사람도 있나.
“꽤 그런 글이 보인다. 더 이상 일베 못해먹겠다는 고백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일단 일베사용자라고 밝혀지면 본격적으로 창피를 주고 망신을 당하는 것이 되어버렸으니 거기에 충격을 먹는 것 같더라. 다각적으로 공격을 했는데도 못이기는 데서 좌절하는 분도 있다. 그동안 놀 데가 없어서 일베 게시판에 들어갔는데 이런 곳이 생겼으니 이쪽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 일베 사이트에 대한 문제의식은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나.
“사실 일베에 별 관심 없었다. 뉴스에서 가끔 일베가 거론되는데, 디씨와 비슷한 데인데 기사를 자극적으로 뽑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디씨에 보면 합리적인 사람도 있고 가끔 가다 이상한 사람들이 글을 올렸는데, 그게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지 않나.
언론에서 아무리 일베가 나빠요라고 말해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 고로케 언론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일베에 어떤 주요 어휘가 사용되는지 통계적으로 돌려봤다. 데이터 추출은 간단한 일이니까. 직접 긁어보니까 한마디로 말해 똥밭이더라. 언론사에서 전화가 와서 ‘결론은 똥밭’이라고 말했더니 그대로 헤드라인이 나가면서 이슈가 되었다.”
- 일워 사이트 개설 후 일베 사이트에서는 이준행씨의 신상털이에 나섰던데.
“봤다. 나는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주위 분들이 혹시 ‘테러당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왜 우리가 그걸 걱정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1940년대에 사는 것도 아니고 매카시 광풍이 일어난 1950년대 미국에 사는 것도 아니다. 올해가 2014년인데, 왜 우리가 그걸 걱정해야 하는 때인가.”
- 개설된 지 일주일 만에 다양한 일베 비판 드립들이 나오고 있다. 농체라든가 풍작과 같은 새로운 인터넷문화가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그것은 참여한 사용자들의 몫이다. 물론 개발자의 역할도 있다. 온라인에서 소통의 판을 만들 때 어떤 게시물을 위로 올릴 것인가 등의 규칙을 정하는 것은 개발자의 몫이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자정작용에 맡기자고 하기 전에 개발자가 반성할 부분은 없지 않을까. 일베의 민주화버튼이 단적이다. 의도적으로 그 따위로 만든 것의 반은 개발자의 책임이다.”
- 누리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들 좋아해줘서 저도 고맙다. 개인적으로도 재미있는 경험이다. 일베를 왜 건드리냐, 벌집 쑤시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일베는 하나의 상징이다. 타자에 대한 배척과 약자에 대한 폭력성, 혐오를 조장하는 파시스트다. 그것은 톨레랑스의 대상이 아니다.
수용소 같은 곳에 하나로 모아두고 밖으로 나오지 말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나는 최소한 거기에도 거울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일워는 그런 의미에서 일베의 거울이다.
‘일워’ 개설한 이준행씨 “배척, 폭력성, 혐오 조장하는 사이트 관용 대상 아니다”
▲ 이준행씨 | 정용인 기자 |
“충격!”, “알고보니….” “○○女” 등 언론이 포털에 전송하는 ‘낚시제목’을 카운팅해 통계를 보여주는 사이트였다. 지난 12월 28일 그가 개설한 일워사이트는 고로께와 같이 개인서버에서 운영되고 있다.
기자가 인터뷰한 1월 8일, 그는 여전히 서버 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일워 쪽으로 공격이 계속 들어오는데, 이쪽이 뻗으면 다른 사이트들도 날아가거든요.”
- 사이트 개설 후 일베 쪽 반응을 살펴봤다. 일간워스트면 ‘worst’여야 하는데 ‘war’로 철자가 다르다는 식의 비아냥이 많았다. 개인 블로그에 올린 ‘사이트 개설기’를 보니 그쪽 도메인도 확보하고 있던데.
“원래 용어를 본래의 의미대로 안 쓰는 건 자칭 보수라는 사람들의 특기가 아닌가. 강바닥 파놓고 그걸 살리기라고 주장하지 않았나. 처음부터 계획하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블로그에 써놨듯이 시작은 농담이었다.”
- 일워 사이트를 보면 일베를 그만두고 넘어온 사람도 있나.
“꽤 그런 글이 보인다. 더 이상 일베 못해먹겠다는 고백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일단 일베사용자라고 밝혀지면 본격적으로 창피를 주고 망신을 당하는 것이 되어버렸으니 거기에 충격을 먹는 것 같더라. 다각적으로 공격을 했는데도 못이기는 데서 좌절하는 분도 있다. 그동안 놀 데가 없어서 일베 게시판에 들어갔는데 이런 곳이 생겼으니 이쪽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 일베 사이트에 대한 문제의식은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나.
“사실 일베에 별 관심 없었다. 뉴스에서 가끔 일베가 거론되는데, 디씨와 비슷한 데인데 기사를 자극적으로 뽑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디씨에 보면 합리적인 사람도 있고 가끔 가다 이상한 사람들이 글을 올렸는데, 그게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지 않나.
언론에서 아무리 일베가 나빠요라고 말해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 고로케 언론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일베에 어떤 주요 어휘가 사용되는지 통계적으로 돌려봤다. 데이터 추출은 간단한 일이니까. 직접 긁어보니까 한마디로 말해 똥밭이더라. 언론사에서 전화가 와서 ‘결론은 똥밭’이라고 말했더니 그대로 헤드라인이 나가면서 이슈가 되었다.”
- 일워 사이트 개설 후 일베 사이트에서는 이준행씨의 신상털이에 나섰던데.
“봤다. 나는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주위 분들이 혹시 ‘테러당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왜 우리가 그걸 걱정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1940년대에 사는 것도 아니고 매카시 광풍이 일어난 1950년대 미국에 사는 것도 아니다. 올해가 2014년인데, 왜 우리가 그걸 걱정해야 하는 때인가.”
- 개설된 지 일주일 만에 다양한 일베 비판 드립들이 나오고 있다. 농체라든가 풍작과 같은 새로운 인터넷문화가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그것은 참여한 사용자들의 몫이다. 물론 개발자의 역할도 있다. 온라인에서 소통의 판을 만들 때 어떤 게시물을 위로 올릴 것인가 등의 규칙을 정하는 것은 개발자의 몫이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자정작용에 맡기자고 하기 전에 개발자가 반성할 부분은 없지 않을까. 일베의 민주화버튼이 단적이다. 의도적으로 그 따위로 만든 것의 반은 개발자의 책임이다.”
- 누리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들 좋아해줘서 저도 고맙다. 개인적으로도 재미있는 경험이다. 일베를 왜 건드리냐, 벌집 쑤시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일베는 하나의 상징이다. 타자에 대한 배척과 약자에 대한 폭력성, 혐오를 조장하는 파시스트다. 그것은 톨레랑스의 대상이 아니다.
수용소 같은 곳에 하나로 모아두고 밖으로 나오지 말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나는 최소한 거기에도 거울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일워는 그런 의미에서 일베의 거울이다.
출처 : 일베 전성시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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