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냄새 진동"...현장에 남은 5가지 의문
간첩 조작 의혹 '국정원 협조자' 김씨의 이상한 자살 시도
[오마이뉴스] 박소희 | 14.03.06 22:22 | 최종 업데이트 14.03.07 00:37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이 좀처럼 잦아들고 있지 않는 가운데 진상조사를 총괄하고 있는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6일 오전 기자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그는 "국정원 협조자가 어제(5일) 저녁에 자살을 시도했다"고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 '국정원 협조자'는 조선족 김아무개(61)씨다. 그는 중국정부가 '위조문서'라고 한 문서 중 일부를 국정원에 건넨 사람으로 알려졌다. 이 서류들이 위조서류로 판명나면서 검찰은 그를 5일까지 세 차례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이날 새벽까지 조사를 받은 뒤 오전 5시쯤 서울시 영등포구 한 모텔로 들어간 김씨는 오후 6시 반경 자신의 방에서 오른쪽 목에 상처가 난 채로 발견됐다. 그는 곧바로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옮겨져 6일 오후 긴급수술을 받았다. 현재 위독하진 않지만, 3~4일 정도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태다.
그런데 현장 취재 결과 이상한 점이 많았다. <오마이뉴스>는 김씨의 자살을 둘러싼 의혹들을 정리했다.
[의문①] "냄새가 심했다, 똥 냄새랑 피 냄새가"
김씨가 자살을 시도했던 모텔의 관계자는 6일 오후 기자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그는 "어제 밤 11시경 똥칠 해놓은 것, 피칠 해놓은 것을 치우면서 '왜 여기 와서 이러나' 했다"고 말했다. 그는 "변기에 똥을 똑바로 못 싸고 떨어뜨려놨다"면서 거듭 "똥 냄새가 심했다, 똥 냄새와 피 냄새"라고 얼굴을 찌푸렸다.
김씨가 발견될 당시 화장실 바닥이 인분으로 더럽혀져 있었다는 사실은 경찰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영등포 경찰서 관계자는 '발견 당시 화장실에 똥 같은 게 많이 있었는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발견 당시 김씨는 속옷 차림이었다. 방 안에 인분이 묻어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흔히 인분은 사람이 목을 멨을 때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김씨가 선택한 자살 방법은 칼로 목을 찌르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화장실 바닥을 더럽힌 인분의 의미는 무엇일까?
[의문②] 벽에 피로 쓴 세 글자, "국정원"
그가 자살을 시도한 방 한쪽 벽에는 피로 쓴 세 글자가 있었다. "국정원"이었다.
발견 당시 벽에 "국정원"이라고 쓴 혈흔이 있었다는 점은 경찰과 검찰을 통해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국정원'이라는 혈흔이 있었다고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피로 쓴) 글씨는 있었다"면서도 "그게 '국정원'인지 아니면 '정부원', '정보원' 인지..."라고 말했다.
모텔 관계자는 발견 당시 김씨는 바닥에 피가 고여 있었다고 말했다. 그 피로 김씨는 벽에 글씨를 썼다. 왜 그랬을까? 그리고 그 세 글자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 유서도 발견됐다는데, 유서에 쓰지 못한 무엇이 있었던 걸까?
[의문③] 그가 발견된 지점은 바닥인가 침대인가
<연합뉴스>는 6일 "발견 당시 김씨는 침대 옆과 벽 사이에 속옷 차림으로 쓰러져 있었으며, 오른쪽 목에 흉기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나 피를 많이 흘리는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정황상 그가 벽에 글씨를 쓴 다음 정신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모텔 쪽 설명은 달랐다. 당시 경찰이 김씨의 방문을 열도록 도와줬던 직원은 이날 "김씨의 방에는 큰 침대와 작은 침대가 있었는데, 그는 큰 침대에 누워있었다"고 말했다. 또 "(김씨가) 누워 있으니까 피가 흘러서 바닥에 고여 있었다"고 말했다. 피 묻은 손자국도 있었고, 침대 머리 쪽에도 핏자국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씨가 발견된 큰 침대와 그가 혈흔을 남긴 벽은 1m정도 떨어져 있고, 중간에 작은 침대가 놓여 있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사건 장소가) 화장실인 줄 알았는데 (보고를) 들어보니까 침대였다"고 짧게만 말했다. 영등포역 지구대에선 "현장에 출동한 직원이 아침까지 근무하고 들어갔다"며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의문④] "유서는 공개할 수 없다"는 검찰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유서를 남겼다. 유서는 사건 당일 김씨의 다른 물품, 현장에 있던 흉기 등과 함께 모두 검찰에 넘겨졌다. 6일 검찰은 "가족들에게 유서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아직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유서는 A4용지 4쪽짜리지만 큰 글씨로 썼기에 실제 분량은 A4용지 1쪽 정도라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자세한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자살동기를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고 했다. 김씨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검찰의 압박으로 불안감을 느꼈다', '국정원이 서류 위조 책임을 떠넘기려고 해 충격받았다' 등 추측만 있다. 가장 확실한 단서는 유서다.
하지만 검찰은 "유서는 공개 못한다, (내용을) 알릴 필요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수사를 진행 중인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본인이 사망한 것도 아니어서 (유서의) 소유권은 본인과 가족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검찰과 국정원이 연루되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조사하는 와중에 터져나왔다.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 자살을 시도했다. 화장실에는 인분이 있고, 벽에는 혈흔이 있다. 그리고 유서는 검찰이 가져가서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의문⑤] 너무 빨리 깨끗이 치워진 현장
사건 현장 역시 너무 빨리 사라졌다. 언론에 김씨의 자살 시도 소식이 알려진 6일 오전은 이미 그가 자살을 시도했던 방이 깨끗히 치워진 후였다. 피가 묻어있던 벽을 닦은 흔적만 남아있는 정도였다.
모텔 쪽은 전날 오후 11시쯤 상황이 끝나서 곧바로 청소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에선 "결과적으로 국정원 협조자라고 드러났을 뿐이며, 자살 시도는 막은 것으로 끝났다"면서 여느 사건과 다르지 않게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인 유우성씨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성명서를 내 이런 처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타살 의혹은 없는지 등을 규명하기에도 불충분해 보이는 초동 수사 단계에서 현장이 깨끗이 정리된 점은 매우 석연찮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검찰은 자살을 시도한 모텔 방의 현장사진과 김씨의 유서 내용을 즉각 국민들에게 공개해 국정원의 꼬리자르기식 수사방해 및 범죄은폐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출처 : "똥 냄새 진동"...현장에 남은 5가지 의문
간첩 조작 의혹 '국정원 협조자' 김씨의 이상한 자살 시도
[오마이뉴스] 박소희 | 14.03.06 22:22 | 최종 업데이트 14.03.07 00:37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이 좀처럼 잦아들고 있지 않는 가운데 진상조사를 총괄하고 있는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6일 오전 기자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그는 "국정원 협조자가 어제(5일) 저녁에 자살을 시도했다"고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 '국정원 협조자'는 조선족 김아무개(61)씨다. 그는 중국정부가 '위조문서'라고 한 문서 중 일부를 국정원에 건넨 사람으로 알려졌다. 이 서류들이 위조서류로 판명나면서 검찰은 그를 5일까지 세 차례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이날 새벽까지 조사를 받은 뒤 오전 5시쯤 서울시 영등포구 한 모텔로 들어간 김씨는 오후 6시 반경 자신의 방에서 오른쪽 목에 상처가 난 채로 발견됐다. 그는 곧바로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옮겨져 6일 오후 긴급수술을 받았다. 현재 위독하진 않지만, 3~4일 정도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태다.
그런데 현장 취재 결과 이상한 점이 많았다. <오마이뉴스>는 김씨의 자살을 둘러싼 의혹들을 정리했다.
[의문①] "냄새가 심했다, 똥 냄새랑 피 냄새가"
그는 "어제 밤 11시경 똥칠 해놓은 것, 피칠 해놓은 것을 치우면서 '왜 여기 와서 이러나' 했다"고 말했다. 그는 "변기에 똥을 똑바로 못 싸고 떨어뜨려놨다"면서 거듭 "똥 냄새가 심했다, 똥 냄새와 피 냄새"라고 얼굴을 찌푸렸다.
김씨가 발견될 당시 화장실 바닥이 인분으로 더럽혀져 있었다는 사실은 경찰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영등포 경찰서 관계자는 '발견 당시 화장실에 똥 같은 게 많이 있었는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발견 당시 김씨는 속옷 차림이었다. 방 안에 인분이 묻어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흔히 인분은 사람이 목을 멨을 때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김씨가 선택한 자살 방법은 칼로 목을 찌르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화장실 바닥을 더럽힌 인분의 의미는 무엇일까?
[의문②] 벽에 피로 쓴 세 글자, "국정원"
그가 자살을 시도한 방 한쪽 벽에는 피로 쓴 세 글자가 있었다. "국정원"이었다.
발견 당시 벽에 "국정원"이라고 쓴 혈흔이 있었다는 점은 경찰과 검찰을 통해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국정원'이라는 혈흔이 있었다고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피로 쓴) 글씨는 있었다"면서도 "그게 '국정원'인지 아니면 '정부원', '정보원' 인지..."라고 말했다.
모텔 관계자는 발견 당시 김씨는 바닥에 피가 고여 있었다고 말했다. 그 피로 김씨는 벽에 글씨를 썼다. 왜 그랬을까? 그리고 그 세 글자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 유서도 발견됐다는데, 유서에 쓰지 못한 무엇이 있었던 걸까?
[의문③] 그가 발견된 지점은 바닥인가 침대인가
▲ '간첩사건' 조선족이 자살시도한 모텔 객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조 의혹과 관련, 검찰 조사를 받던 조선족 김아무개(61)씨가 자살을 시도한 장소인 서울 영등포 소재 모텔의 객실. 6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서울 영등포의 한 모텔 5층 방에서 흉기로 목을 그어 자해했고, 객실 벽면에는 피로 '국정원, 국조원'이라는 글씨를 써 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사고 현장은 깨끗이 치워졌고 일반 투숙객들의 이용도 평소와 다름 없이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 경찰이 증거 수집과 조사를 위해 일정 기간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하는 출입금지 띠 표지도 없었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는 6일 "발견 당시 김씨는 침대 옆과 벽 사이에 속옷 차림으로 쓰러져 있었으며, 오른쪽 목에 흉기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나 피를 많이 흘리는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정황상 그가 벽에 글씨를 쓴 다음 정신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모텔 쪽 설명은 달랐다. 당시 경찰이 김씨의 방문을 열도록 도와줬던 직원은 이날 "김씨의 방에는 큰 침대와 작은 침대가 있었는데, 그는 큰 침대에 누워있었다"고 말했다. 또 "(김씨가) 누워 있으니까 피가 흘러서 바닥에 고여 있었다"고 말했다. 피 묻은 손자국도 있었고, 침대 머리 쪽에도 핏자국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씨가 발견된 큰 침대와 그가 혈흔을 남긴 벽은 1m정도 떨어져 있고, 중간에 작은 침대가 놓여 있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사건 장소가) 화장실인 줄 알았는데 (보고를) 들어보니까 침대였다"고 짧게만 말했다. 영등포역 지구대에선 "현장에 출동한 직원이 아침까지 근무하고 들어갔다"며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의문④] "유서는 공개할 수 없다"는 검찰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유서를 남겼다. 유서는 사건 당일 김씨의 다른 물품, 현장에 있던 흉기 등과 함께 모두 검찰에 넘겨졌다. 6일 검찰은 "가족들에게 유서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아직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유서는 A4용지 4쪽짜리지만 큰 글씨로 썼기에 실제 분량은 A4용지 1쪽 정도라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자세한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자살동기를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고 했다. 김씨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검찰의 압박으로 불안감을 느꼈다', '국정원이 서류 위조 책임을 떠넘기려고 해 충격받았다' 등 추측만 있다. 가장 확실한 단서는 유서다.
하지만 검찰은 "유서는 공개 못한다, (내용을) 알릴 필요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수사를 진행 중인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본인이 사망한 것도 아니어서 (유서의) 소유권은 본인과 가족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검찰과 국정원이 연루되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조사하는 와중에 터져나왔다.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 자살을 시도했다. 화장실에는 인분이 있고, 벽에는 혈흔이 있다. 그리고 유서는 검찰이 가져가서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의문⑤] 너무 빨리 깨끗이 치워진 현장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조 의혹과 관련, 피고인 유우성씨의 출입경 기록 위조 또는 변조 과정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국가정보원 '협조자' 조선족 김아무개씨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있다. 김씨는 지난 5일 새벽 검찰의 세번째 조사를 받고 돌아간 뒤 같은날 오후 6시께 자신이 머물던 서울 영등포의 한 모텔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 연합뉴스 |
사건 현장 역시 너무 빨리 사라졌다. 언론에 김씨의 자살 시도 소식이 알려진 6일 오전은 이미 그가 자살을 시도했던 방이 깨끗히 치워진 후였다. 피가 묻어있던 벽을 닦은 흔적만 남아있는 정도였다.
모텔 쪽은 전날 오후 11시쯤 상황이 끝나서 곧바로 청소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에선 "결과적으로 국정원 협조자라고 드러났을 뿐이며, 자살 시도는 막은 것으로 끝났다"면서 여느 사건과 다르지 않게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인 유우성씨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성명서를 내 이런 처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타살 의혹은 없는지 등을 규명하기에도 불충분해 보이는 초동 수사 단계에서 현장이 깨끗이 정리된 점은 매우 석연찮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검찰은 자살을 시도한 모텔 방의 현장사진과 김씨의 유서 내용을 즉각 국민들에게 공개해 국정원의 꼬리자르기식 수사방해 및 범죄은폐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출처 : "똥 냄새 진동"...현장에 남은 5가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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