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씻을 수 있게 해달라” 요구에 직장폐쇄...매정한 업체들
남부발전 삼척그린파워 공사현장 플랜트 업체들, 노동자 파업 이유로 직장폐쇄 단행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 | 발행시간 2014-06-27 19:36:11 | 최종수정 2014-06-27 19:36:11
강원도 동해에 사는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강원지부 소속 조합원 백모(44)씨는 지난해 일자리를 찾다가 보일러설비업체 ‘정호이앤씨’에 고용돼 남부발전의 삼척그린파워 화력발전소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평소 큰 공사가 없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백씨에게 이 현장은 가뭄의 단비 같은 일터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공사기간이 길어 안정적인 근무가 보장되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백씨는 현장을 처음 접하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쉴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조차 없었다. 거품식 화장실은 거품이 더이상 나오지 않아 배설물들이 전혀 처리되지 않고 있었고,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흙먼지가 몸을 뒤덮어도 물이 공급되지 않아 세수조차 못했다.
겨울은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하더라도, 여름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흙먼지가 땀에 젖어 눈에 들어가도 지저분한 손이나 옷으로 닦아내야 했다.
사정은 다른 플랜트 업체 노동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백씨는 말했다. 결국 참다 못한 노동자들이 사측과 교섭을 요구했고, 사측은 지난 3월부터 4달 가량의 교섭기간 동안 노동자들의 요구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다가 노조 파업을 문제삼아 직장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삼척 그린파워 화력발전소 공사현장에는 정호이앤씨, 정풍개발, 성창이앤씨, GS네오텍, 동인플랜트, 유일건영, 현대스틸 등 총 7개의 플랜트 하청업체가 들어와 있다. 시공사는 GS건설과 현대건설이다.
정호이앤씨의 경우 노동자 600여명이 보일러를 만드는 제관작업을 하는데, 식사 및 휴식 공간인 컨테이너가 두 동에 불과하다. 컨테이너 한 동에 15~2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고, 한 동은 현장소장 등이 상주하는 사무실로 쓰이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 인원이 공사 현장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백씨는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 불면 흙먼지 날리는 대로 쪼그려 앉아서 밥을 먹어야 된다. 요즘 짐승도 그렇게 안 키우지 않느냐”며 분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화장실도 업체별로 조립식으로 5~10칸 정도가 마련돼 있고, 거품 처리 기능이 마비돼 배설물이 쌓여 악취가 진동한다고 백씨는 전했다.
여름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가장 시급한 건 급수 문제다. 현장에 물이 공급되지 않아 작업이 끝나는 오후 5시까지 손조차 씻지 못한다. 식사시간에도 온갖 작업으로 인해 지저분해진 상태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 조합원들은 지속적으로 급수를 요구했으나, 사측은 “물이 부족해서 안 된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호이앤씨 소속으로 일하는 플랜트노조 강원지부 이상헌 조직부장은 “제관작업을 하고 나면 온 몸이 새까맣게 되어 버린다. 일 끝날 때까지 씻어내지도 못하고 그 상태로 일해야 한다. 점심시간에 씻을 수 있게 물이라도 갖다달라고 해도 안 들어준다”고 말했다.
노조가 설립된 지난해 말부터 노동자들은 작업환경 개선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업체 측에 요구했으나 전혀 개선된 부분이 없었다. 결국 지난 3월부터 노조는 사측과 16차례 교섭테이블에서 만나 임금 개선 문제를 포함해 식사.휴식 공간 추가 확보, 물 공급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내놓기 않았다.
지난달 15차 교섭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자, 노조는 이달부터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수시로 오전 10시와 오후 3시 30분 부분파업을 진행했으며 오후 4시간 부분파업도 세차례 진행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정호이앤씨, 정풍개발 등 하청업체들은 지난 26일 “휴게시간 전후로 노조 집회참가 등 작업자들의 집단적 근로시간 미준수와 동료작업자에 대한 작업 방해행위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정상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미 누적된 피해가 막대하여 부득이하게 ‘직장폐쇄 조치’를 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공고하고, 하루만인 27일 오전 8시부터 쟁의행위 중단시까지 직장폐쇄를 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조합원들에게 보냈다.
이 조직부장은 “우리는 큰 걸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며 “먼지바람, 비 피해서 밥 먹을 수 있는 장소 제공해주고 화장실 시설 개선, 급수 문제 해결해달라는 기본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업도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0프로 넘게 찬성해서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 것인데, ‘불법행위’라며 일방적으로 직장폐쇄를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현장 노동자 중 절반 가량은 타지에서 온 노동자들이라, 만약 직장폐쇄 기간이 길어질 경우 이들은 꼼짝없이 현장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 조직부장은 “원래 이 지역 사람들은 몇일 일 못하더라도 밥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지만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숙소에서 쫓겨나면 있을 곳도 없어진다”며 “정말 나쁜 건 숙소 폐쇄시키고 밥값까지 까겠다면서 협박을 한다. 일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밥 못 먹고 잘 곳 없는데 어떻게 버티겠냐.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1,500명 노조 대오를 흐트러뜨리려는 사측의 압박”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 원청과 하청업체는 서로 '계약 관계'를 이유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하청업체는 노조에서 요구하는 설비를 보완하게 될 경우 들어가는 시설비가 크기 때문에 일일이 해결해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원청인 현대건설과 공사계약을 맺을 당시 노조와의 교섭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당시 공사대금으로는 시설비를 충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호이앤씨 관계자는 “계약관계부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리가 현대건설과 계약할 때 사실상 노예계약을 맺었다”며 “시설비 포함한 노조와의 관계에 대한 비용은 ‘을’이 책임지기로 했고 그 당시에 노조가 없었기 때문에 감수하고 계약을 맺었다. 250억원에 계약했는데 사실상 280억원 정도 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계약 여부를 떠나 씻고 밥먹는 부분에 대한 기본적인 요구안은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회사 자체 존폐가 왔다갔다하는 상황이라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5월달에만 13억 결산받았는데 35억원 지출했고 6월달에는 7억원 받아 25억원을 지출했다. 일 한 만큼 결산을 받는건데 파업 때문에 결산도 제대로 못받고 있는데 어떻게 시설투자를 하냐”고 반문했다.
원청인 현대건설은 시설비 문제와 무관하게 하청업체에서 인건비 명목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노조에 대한 추가 비용을 견적에 포함시키라는 요구가 있는 건 맞다”면서도 “정호이앤씨는 추가로 230억원을 달라고 하고 있다. 인건비와 야간근무 노임, 장비대까지 포함한 금액으로 어제 공문이 왔다. 이런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해놓고 시설비 문제로 왈가왈부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출처 : [단독] “먹고 씻을 수 있게 해달라” 요구에 직장폐쇄...매정한 업체들
남부발전 삼척그린파워 공사현장 플랜트 업체들, 노동자 파업 이유로 직장폐쇄 단행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 | 발행시간 2014-06-27 19:36:11 | 최종수정 2014-06-27 19:36:11
강원도 동해에 사는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강원지부 소속 조합원 백모(44)씨는 지난해 일자리를 찾다가 보일러설비업체 ‘정호이앤씨’에 고용돼 남부발전의 삼척그린파워 화력발전소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평소 큰 공사가 없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백씨에게 이 현장은 가뭄의 단비 같은 일터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공사기간이 길어 안정적인 근무가 보장되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백씨는 현장을 처음 접하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쉴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조차 없었다. 거품식 화장실은 거품이 더이상 나오지 않아 배설물들이 전혀 처리되지 않고 있었고,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흙먼지가 몸을 뒤덮어도 물이 공급되지 않아 세수조차 못했다.
겨울은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하더라도, 여름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흙먼지가 땀에 젖어 눈에 들어가도 지저분한 손이나 옷으로 닦아내야 했다.
사정은 다른 플랜트 업체 노동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백씨는 말했다. 결국 참다 못한 노동자들이 사측과 교섭을 요구했고, 사측은 지난 3월부터 4달 가량의 교섭기간 동안 노동자들의 요구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다가 노조 파업을 문제삼아 직장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 삼척그린파워 발전소 건설 현장 하청업체들의 '직장폐쇄' 경고문. ⓒ전국건설노동조합 페이스북 |
삼척그린파워 공사현장 플랜트 노동자 1,500여명, 하루아침에 직장 잃어
삼척 그린파워 화력발전소 공사현장에는 정호이앤씨, 정풍개발, 성창이앤씨, GS네오텍, 동인플랜트, 유일건영, 현대스틸 등 총 7개의 플랜트 하청업체가 들어와 있다. 시공사는 GS건설과 현대건설이다.
정호이앤씨의 경우 노동자 600여명이 보일러를 만드는 제관작업을 하는데, 식사 및 휴식 공간인 컨테이너가 두 동에 불과하다. 컨테이너 한 동에 15~2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고, 한 동은 현장소장 등이 상주하는 사무실로 쓰이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 인원이 공사 현장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백씨는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 불면 흙먼지 날리는 대로 쪼그려 앉아서 밥을 먹어야 된다. 요즘 짐승도 그렇게 안 키우지 않느냐”며 분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화장실도 업체별로 조립식으로 5~10칸 정도가 마련돼 있고, 거품 처리 기능이 마비돼 배설물이 쌓여 악취가 진동한다고 백씨는 전했다.
여름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가장 시급한 건 급수 문제다. 현장에 물이 공급되지 않아 작업이 끝나는 오후 5시까지 손조차 씻지 못한다. 식사시간에도 온갖 작업으로 인해 지저분해진 상태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 조합원들은 지속적으로 급수를 요구했으나, 사측은 “물이 부족해서 안 된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호이앤씨 소속으로 일하는 플랜트노조 강원지부 이상헌 조직부장은 “제관작업을 하고 나면 온 몸이 새까맣게 되어 버린다. 일 끝날 때까지 씻어내지도 못하고 그 상태로 일해야 한다. 점심시간에 씻을 수 있게 물이라도 갖다달라고 해도 안 들어준다”고 말했다.
노조가 설립된 지난해 말부터 노동자들은 작업환경 개선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업체 측에 요구했으나 전혀 개선된 부분이 없었다. 결국 지난 3월부터 노조는 사측과 16차례 교섭테이블에서 만나 임금 개선 문제를 포함해 식사.휴식 공간 추가 확보, 물 공급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내놓기 않았다.
지난달 15차 교섭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자, 노조는 이달부터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수시로 오전 10시와 오후 3시 30분 부분파업을 진행했으며 오후 4시간 부분파업도 세차례 진행했다.
▲ 플랜트노조 강원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24일 근무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강원도민일보 제공 |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정호이앤씨, 정풍개발 등 하청업체들은 지난 26일 “휴게시간 전후로 노조 집회참가 등 작업자들의 집단적 근로시간 미준수와 동료작업자에 대한 작업 방해행위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정상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미 누적된 피해가 막대하여 부득이하게 ‘직장폐쇄 조치’를 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공고하고, 하루만인 27일 오전 8시부터 쟁의행위 중단시까지 직장폐쇄를 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조합원들에게 보냈다.
이 조직부장은 “우리는 큰 걸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며 “먼지바람, 비 피해서 밥 먹을 수 있는 장소 제공해주고 화장실 시설 개선, 급수 문제 해결해달라는 기본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업도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0프로 넘게 찬성해서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 것인데, ‘불법행위’라며 일방적으로 직장폐쇄를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현장 노동자 중 절반 가량은 타지에서 온 노동자들이라, 만약 직장폐쇄 기간이 길어질 경우 이들은 꼼짝없이 현장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 조직부장은 “원래 이 지역 사람들은 몇일 일 못하더라도 밥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지만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숙소에서 쫓겨나면 있을 곳도 없어진다”며 “정말 나쁜 건 숙소 폐쇄시키고 밥값까지 까겠다면서 협박을 한다. 일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밥 못 먹고 잘 곳 없는데 어떻게 버티겠냐.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1,500명 노조 대오를 흐트러뜨리려는 사측의 압박”이라고 강조했다.
원청과 하청업체는 책임 떠넘기기만...결국 노동자만 피해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 원청과 하청업체는 서로 '계약 관계'를 이유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하청업체는 노조에서 요구하는 설비를 보완하게 될 경우 들어가는 시설비가 크기 때문에 일일이 해결해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원청인 현대건설과 공사계약을 맺을 당시 노조와의 교섭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당시 공사대금으로는 시설비를 충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호이앤씨 관계자는 “계약관계부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리가 현대건설과 계약할 때 사실상 노예계약을 맺었다”며 “시설비 포함한 노조와의 관계에 대한 비용은 ‘을’이 책임지기로 했고 그 당시에 노조가 없었기 때문에 감수하고 계약을 맺었다. 250억원에 계약했는데 사실상 280억원 정도 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계약 여부를 떠나 씻고 밥먹는 부분에 대한 기본적인 요구안은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회사 자체 존폐가 왔다갔다하는 상황이라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5월달에만 13억 결산받았는데 35억원 지출했고 6월달에는 7억원 받아 25억원을 지출했다. 일 한 만큼 결산을 받는건데 파업 때문에 결산도 제대로 못받고 있는데 어떻게 시설투자를 하냐”고 반문했다.
원청인 현대건설은 시설비 문제와 무관하게 하청업체에서 인건비 명목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노조에 대한 추가 비용을 견적에 포함시키라는 요구가 있는 건 맞다”면서도 “정호이앤씨는 추가로 230억원을 달라고 하고 있다. 인건비와 야간근무 노임, 장비대까지 포함한 금액으로 어제 공문이 왔다. 이런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해놓고 시설비 문제로 왈가왈부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출처 : [단독] “먹고 씻을 수 있게 해달라” 요구에 직장폐쇄...매정한 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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