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큰빗이끼벌레, 은어·뱀장어 돌아온 일본
[현장] 일본 아라세댐 철거하자 구다라기천(百濟來川) 금방 살아나
[오마이뉴스] 심규상 | 14.07.07 22:00 | 최종 업데이트 14.07.07 22:00
"참 깨끗하죠? 아라세댐 수문이 열리기 전엔 악취를 풍기던 강이였어요"
구다라기 천(百濟來川). 일본 구마모토현 야츠시로시 아라세댐 상류에 위치한 작은 지천이다. '백제에서 온 천'(구다라기 천, 百濟來川)이라는 뜻을 가진 강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1일, 현장을 안내한 환경운동가인 우메다씨는 "약 1000여 년 한국의 백제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정착해 살았던 곳이라고 해 구다라기 천이 됐다는 게 정설"이라며 "인근에서 백제유적이 출토됐다"고 말했다. 간척지를 얻기 위한 공사를 벌이기 이전에는 구다라기 천에 바닷물이 드나들었단다. 한국의 금강에도 금강하굿둑(서천)을 쌓기 이전에는 지금의 부여는 물론 강경포구까지 바닷물이 넘나들었다.
수문 열자마자 찾아온 변화
구다라기 천은 구마강의 지류다. 구마강 본류와 만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300여 미터 쯤 들어서자 구다라기 천 안내문이 보였다. 폭이 20여 미터에 이르는 작은 천이었다. 하지만 몇 달째 이어진 가뭄에도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릴 만큼 수량이 넉넉해 보였다. 물은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일만큼 맑았다. 손을 담그자 찬 기운이 어깨까지 전해왔다.
우메다씨는 "지금은 깨끗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를 만큼 오염이 심했다"며 "아라세댐 수문을 열고부터 물이 맑아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우메다씨가 말한 아라세댐은 구마강 본류를 막아 만든 댐이다. 이 댐은 지난 1954년 3월 준공(구마 하구에서 약 20km 상류 지점, 길이 207m , 높이 25m)됐다. 구다라기 천과 구마강이 만나는 지점을 기준으로 하류로 약 200미터 지점에 댐이 있다.
일본 정부는 댐을 건설하면 관광객이 몰려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댐 건설 후 찾아온 것은 악취와 녹조였다. 댐에 물이 차면서 위쪽에 위치한 지류인 구다라기 천까지 오염된 물이 차올랐다. 산골마을 주민들은 댐의 역습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일본 지방자치단체도 하천정화 작업을 포기했다. 다른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오랜 싸움 끝에 2010년 아라세댐은 가동을 중단했다. 이어 수문이 활짝 열렸다. 댐을 가동한 지 52년 만의 일이었다. 지난 2013년 9월부터는 댐 철거 공사가 시작됐다. 일본 최초 댐 철거 공사였다. 수문을 연 효과는 지류 중에서는 구다라기 천에서 제일 먼저 감지됐다.
"댐 상류에 고여 있던 물이 빠져 나가면서 구다라기 천이 맑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럴수밖에요. 댐 건설로 오염된 물이 더 이상 밀려 올라오지 않으니까요."
철거 공사가 한창인 아라세댐으로 향했다. 지난 해 11월 방문 후 8개월 만이다. 그때와 달리 9개의 댐 기둥 중 3개가 사라졌다. 철거공사는 태풍과 장마를 앞두고 잠시 중단됐다. 댐 바닥에선 진흙 뻘이 쌓여 있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곳곳에 드러난 강변 백사장이 햇볕에 반짝였다.
"지난 해 오셨을 때 댐 건설로 사라진 은어 떼가 돌아왔다고 설명 드렸었죠. 하구 갯벌에도 사라졌던 맛조개, 갯가재, 뱀장어, 학꽁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했잖아요. 어부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양이 더 증가한다고 매우 기뻐하고 있어요"
"수문만 열어도 많은 문제 해결..."
댐 철거 공사 이후 관광객의 발걸음도 부쩍 늘었다.
"지난 5월 이곳에서 강변 길을 산책하는 '리버 워크' 행사를 했어요. 한국에서도 (댐 철거 현장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분들이 꽤 있어요."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에서는 매년 짙은 녹조가 생기고 있다. 우메다씨가 조언했다.
"아라세댐처럼 수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해결됩니다, 당장 철거하기 어렵다면 우선 수문을 열면 됩니다."
지난 2012년 가을, 충남 금강에서는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다. 하지만 당국은 수문을 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름 만에 물고기 약 30만 마리(충남도 추정)가 떼죽음 당했다. 올해부터는 물 흐름이 느린 곳에서 번식하는 외래종인 '큰빗이끼벌레'가 확산되고 있다.
당국은 여전히 수문을 꼭 걸어 잠그고 있다.
출처 : 한국은 큰빗이끼벌레, 은어·뱀장어 돌아온 일본
[현장] 일본 아라세댐 철거하자 구다라기천(百濟來川) 금방 살아나
[오마이뉴스] 심규상 | 14.07.07 22:00 | 최종 업데이트 14.07.07 22:00
▲ '백제에서 온 천'이라는 뜻의 구다라기 천(百濟來川). 일본 구마모토현 야츠시로시 아라세댐 상류에 위치한 작은 지천이다. ⓒ 심규상 |
▲ 구다라기 천(百濟來川) 공원 안내문. 구다라기천은 일본 구마모토현 야츠시로시 아라세댐 상류에 위치한 작은 지천이다. ⓒ 심규상 |
"참 깨끗하죠? 아라세댐 수문이 열리기 전엔 악취를 풍기던 강이였어요"
구다라기 천(百濟來川). 일본 구마모토현 야츠시로시 아라세댐 상류에 위치한 작은 지천이다. '백제에서 온 천'(구다라기 천, 百濟來川)이라는 뜻을 가진 강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1일, 현장을 안내한 환경운동가인 우메다씨는 "약 1000여 년 한국의 백제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정착해 살았던 곳이라고 해 구다라기 천이 됐다는 게 정설"이라며 "인근에서 백제유적이 출토됐다"고 말했다. 간척지를 얻기 위한 공사를 벌이기 이전에는 구다라기 천에 바닷물이 드나들었단다. 한국의 금강에도 금강하굿둑(서천)을 쌓기 이전에는 지금의 부여는 물론 강경포구까지 바닷물이 넘나들었다.
수문 열자마자 찾아온 변화
구다라기 천은 구마강의 지류다. 구마강 본류와 만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300여 미터 쯤 들어서자 구다라기 천 안내문이 보였다. 폭이 20여 미터에 이르는 작은 천이었다. 하지만 몇 달째 이어진 가뭄에도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릴 만큼 수량이 넉넉해 보였다. 물은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일만큼 맑았다. 손을 담그자 찬 기운이 어깨까지 전해왔다.
우메다씨는 "지금은 깨끗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를 만큼 오염이 심했다"며 "아라세댐 수문을 열고부터 물이 맑아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우메다씨가 말한 아라세댐은 구마강 본류를 막아 만든 댐이다. 이 댐은 지난 1954년 3월 준공(구마 하구에서 약 20km 상류 지점, 길이 207m , 높이 25m)됐다. 구다라기 천과 구마강이 만나는 지점을 기준으로 하류로 약 200미터 지점에 댐이 있다.
▲ 철거중인 아라세댐(작은 붉은 원)과 댐 상류 지천인 구다라기 천(百濟來川). ⓒ 심규상 |
▲ 댐 기둥 3개가 철거된 아라세댐. 일본 최초의 댐 철거 현장으로 2017년 완전 철거 예정이다. ⓒ 심규상 |
일본 정부는 댐을 건설하면 관광객이 몰려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댐 건설 후 찾아온 것은 악취와 녹조였다. 댐에 물이 차면서 위쪽에 위치한 지류인 구다라기 천까지 오염된 물이 차올랐다. 산골마을 주민들은 댐의 역습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일본 지방자치단체도 하천정화 작업을 포기했다. 다른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오랜 싸움 끝에 2010년 아라세댐은 가동을 중단했다. 이어 수문이 활짝 열렸다. 댐을 가동한 지 52년 만의 일이었다. 지난 2013년 9월부터는 댐 철거 공사가 시작됐다. 일본 최초 댐 철거 공사였다. 수문을 연 효과는 지류 중에서는 구다라기 천에서 제일 먼저 감지됐다.
"댐 상류에 고여 있던 물이 빠져 나가면서 구다라기 천이 맑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럴수밖에요. 댐 건설로 오염된 물이 더 이상 밀려 올라오지 않으니까요."
철거 공사가 한창인 아라세댐으로 향했다. 지난 해 11월 방문 후 8개월 만이다. 그때와 달리 9개의 댐 기둥 중 3개가 사라졌다. 철거공사는 태풍과 장마를 앞두고 잠시 중단됐다. 댐 바닥에선 진흙 뻘이 쌓여 있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곳곳에 드러난 강변 백사장이 햇볕에 반짝였다.
"지난 해 오셨을 때 댐 건설로 사라진 은어 떼가 돌아왔다고 설명 드렸었죠. 하구 갯벌에도 사라졌던 맛조개, 갯가재, 뱀장어, 학꽁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했잖아요. 어부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양이 더 증가한다고 매우 기뻐하고 있어요"
"수문만 열어도 많은 문제 해결..."
▲ 뻘흙과 토사가 쌓여있던 아라세댐 바닥은 모래와 자갈이 자리잡았다. ⓒ 심규상 |
▲ 수문을 열기 전 아라세댐 모습(지난 2008년 10월). ⓒ 심규상 |
댐 철거 공사 이후 관광객의 발걸음도 부쩍 늘었다.
"지난 5월 이곳에서 강변 길을 산책하는 '리버 워크' 행사를 했어요. 한국에서도 (댐 철거 현장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분들이 꽤 있어요."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에서는 매년 짙은 녹조가 생기고 있다. 우메다씨가 조언했다.
"아라세댐처럼 수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해결됩니다, 당장 철거하기 어렵다면 우선 수문을 열면 됩니다."
지난 2012년 가을, 충남 금강에서는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다. 하지만 당국은 수문을 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름 만에 물고기 약 30만 마리(충남도 추정)가 떼죽음 당했다. 올해부터는 물 흐름이 느린 곳에서 번식하는 외래종인 '큰빗이끼벌레'가 확산되고 있다.
당국은 여전히 수문을 꼭 걸어 잠그고 있다.
출처 : 한국은 큰빗이끼벌레, 은어·뱀장어 돌아온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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