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는 '임직원 행복' 강조, 회사는 생리대까지 뒤져
[인터뷰] 전수찬 이마트노동조합 위원장
[오마이뉴스] 이동철 | 14.08.11 21:04 | 최종 업데이트 14.08.11 21:04
정지영 전 SBS 아나운서의 소개로 2000여 명의 대학생 청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젊은 CEO가 무대에 올랐다. 노타이에 세련된 정장 차림이었다. 마흔아홉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력이 넘쳤다. 그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었다. 4월 8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신세계그룹 주최로 열린 '지식향연'이라는 행사 풍경이다.
그가 무대에 선 이유는 "스펙 경쟁으로 피곤하고 지쳐 있는 청춘들"에게 "사회적 리더로서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인생의 선배로서 대학생들에게 조언하고 싶었다"던 그는 '인문학적 성찰을 통한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정 부회장은 강연 중간에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를 인용하며, 스펙 쌓기로 놓치고 있는 삶의 가치가 없는지 돌아보라 충고했다. 장석주의 시 <대추 한 알>을 낭독하며 한 알의 대추 열매가 영글기까지 무수한 태풍과 천둥을 감내해야 함을 일깨웠다.
실적과 영업이익에 골몰할 거라 생각했던 재계 13위 유통대기업 오너의 낭만적 모습은 의외였다. 그는 강연 내내 신세계의 경영철학이 '사람이 중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임직원의 행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신세계그룹의 인재경영방침 설명도 잊지 않았다.그러나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이마트에서는 '사람이 중심'이라는 오너의 경영철학과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직원들을 절도범 취급... 형사책임 물을 것"
"여성 직원들은 대다수가 남성인 보안요원에게 개인 위생용품(생리대)을 보여주고 계산완료 스티커를 붙여야 합니다. 생리주기가 드러나는 일입니다. 자신들이 절도범도 아닌데, 이런 일을 겪어야 하니 치욕적이죠."
지난 7일 만난 전수찬 이마트노동조합 위원장이 말했다. 지난 7월 중순, 이마트 부천 중동점은 야간에 직원 500명의 개인사물함을 무단으로 들여다봤다. 보안요원과 총무팀 직원들이 마스터키를 통해 사물함 문을 열고 '혹시 직원들이 무단으로 점내 물품을 훔쳐가지 않았는지' 점검한 것이다.
사측의 개인사물함 무단점검에 대해 전 위원장은 "노조가 중동점에 확인한 결과 본사 점포운영팀에서 '직원들에 의한 로스(상품 손실)가 많다는 이유로 로스 예방지침이 내려왔고, 라커 점검은 그 일환'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사측은 점검결과 계산완료 스티커가 부착되지 않은 상품들을 촬영하고 이를 식당에 게시했다. "스티커가 부착되지 않은 상품은 절도·절취상품"이라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낸 것이다. 현장 직원들의 반응을 전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전했다.
"실제 집에서 가져온 치약이나 칫솔, 그리고 이마트에서는 판매하지도 않는 물건까지 계산스티커가 부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절취물인 것처럼 게시했습니다. 직원들을 절도범 취급한 것에 대해 직원들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마트 중동점은 발칵 뒤집어졌다. 직원들은 사측이 개인의 내밀한 공간까지 예고 없이 들여다본다는 것에 놀랐다. 몇몇 직원이 KBS에 제보했고, KBS 측이 사실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에 알려졌다. 7월 30일 KBS가 이 사건을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재보궐선거 개표방송 등으로 인해 사건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마트 본사 관계자는 KBS와 한 인터뷰에서 "충분히 기분 나쁠 수도 있고, 사적 공간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변명할 여지 없이 잘못했습니다"라고 인정했다.
이 사건을 두고 전수찬 위원장은 "이마트가 직원 감시사찰의 끝판왕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마트노조에 따르면 직원 사물함에 대한 무단사찰은 중동점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인천 계양점에서 이미 무단사찰이 있었다는 제보가 노조에 접수됐고, 부천역점에서 불시점검을 예고했다가 중동점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중단됐다. 전 위원장은 "지난 5월에 이미 포항 이동점에서도 직원사물함 사찰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이번 사물함 무단사찰이 "이마트의 반인권, 부도적적 경영의 단면에 불과하다"며 이마트 사측의 반인권적 노무관리 실태를 비판했다. 이마트노동조합은 현재 신세계이마트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이마트공대위)와 함께 '직원들의 가방검사'나 'CCTV를 통한 직원사찰' 등 반인권적 노무관리 사례를 수집하여 정리 중이다.
전 위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이마트노조는 오는 12일 이마트공대위와 함께 기자회견과 집회를 개최하고 향후 대응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사측의 무단사찰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은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사측의 형사책임을 묻는 고소·고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직원감시' 처벌받은 사람들이 오히려 승진... 분통 터진다"
이마트는 지난해 1월 불법 노무관리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전 대표이사를 비롯해 인사관리 담당자들이 노동조합 간부들을 불법사찰 하고 노조 설립을 방해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이마트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검찰은 최병렬 전 이마트 대표이사를 비롯하여 인사노무관리 담당자들을 부당노동행위로 기소했다.
업계 1위 유통 대기업의 노무관리 실태에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마트 사측은 불법 노무관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고 기본협약을 통해 노조를 인정하겠다 약속했다.
전 위원장은 그로부터 1년이 넘었지만 "이마트 사측은 변한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감시·사찰한 내용이 재판과정에서 사실로 밝혀졌고 (감시·사찰) 당사자들이 집행유예건 벌금이건 처벌을 받았는데 현장에서 (그대로) 일을 하고 있다"며 "취업규칙상 인사규정에 따라 징계해고까지 가능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받지 않고 오히려 승진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를 "노조탄압과 방해활동을 한 이들을 회사가 오히려 끝까지 보호해준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며 "노동조합에 대한 기본적 사고가 변함이 없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마트노조는 현재 대표노조 교섭지위를 잃은 상태다. 제3노조인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마트노조는 사측이 1년여간 단체협약을 맺지 않고 질질 끌고, 그 사이 제3노조를 앞세워 결국 이마트노조의 교섭권을 잃게 했다고 주장한다.
전 위원장은 "새로 설립된 전국이마트노동조합(제3노조)에 가입하라는 관리자들의 압력이 직원들 제보로 확인되기도 했다"며 "이는 여전히 기존의 노동조합에 대한 사측의 극렬한 반감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새로 생긴 제3노조에 대해 전 위원장은 "(제3)노조의 간부가 이마트 노조탄압 당시 가족사원(회사에 우호적인 사원)으로 분류되었고 노조대응팀에 속했던 전력이 있는 등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어떤 노조가 이마트 노동자들을 지킬 수 있는 조직인지 선명성 경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더 많은 (이마트)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받아 차기에는 교섭권을 되찾아오는 것이 목표"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출처 : 오너는 '임직원 행복' 강조, 회사는 생리대까지 뒤져
[인터뷰] 전수찬 이마트노동조합 위원장
[오마이뉴스] 이동철 | 14.08.11 21:04 | 최종 업데이트 14.08.11 21:04
▲ 4월 8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강연 영상을 게재한 '신세계 지식향연' 누리집 ⓒ 누리집 갈무리 |
정지영 전 SBS 아나운서의 소개로 2000여 명의 대학생 청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젊은 CEO가 무대에 올랐다. 노타이에 세련된 정장 차림이었다. 마흔아홉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력이 넘쳤다. 그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었다. 4월 8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신세계그룹 주최로 열린 '지식향연'이라는 행사 풍경이다.
그가 무대에 선 이유는 "스펙 경쟁으로 피곤하고 지쳐 있는 청춘들"에게 "사회적 리더로서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인생의 선배로서 대학생들에게 조언하고 싶었다"던 그는 '인문학적 성찰을 통한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정 부회장은 강연 중간에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를 인용하며, 스펙 쌓기로 놓치고 있는 삶의 가치가 없는지 돌아보라 충고했다. 장석주의 시 <대추 한 알>을 낭독하며 한 알의 대추 열매가 영글기까지 무수한 태풍과 천둥을 감내해야 함을 일깨웠다.
실적과 영업이익에 골몰할 거라 생각했던 재계 13위 유통대기업 오너의 낭만적 모습은 의외였다. 그는 강연 내내 신세계의 경영철학이 '사람이 중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임직원의 행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신세계그룹의 인재경영방침 설명도 잊지 않았다.그러나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이마트에서는 '사람이 중심'이라는 오너의 경영철학과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직원들을 절도범 취급... 형사책임 물을 것"
▲ 이마트 개인사물함 점검에서 나온 직원들 개인물품 ⓒ 이마트 노동조합 |
"여성 직원들은 대다수가 남성인 보안요원에게 개인 위생용품(생리대)을 보여주고 계산완료 스티커를 붙여야 합니다. 생리주기가 드러나는 일입니다. 자신들이 절도범도 아닌데, 이런 일을 겪어야 하니 치욕적이죠."
지난 7일 만난 전수찬 이마트노동조합 위원장이 말했다. 지난 7월 중순, 이마트 부천 중동점은 야간에 직원 500명의 개인사물함을 무단으로 들여다봤다. 보안요원과 총무팀 직원들이 마스터키를 통해 사물함 문을 열고 '혹시 직원들이 무단으로 점내 물품을 훔쳐가지 않았는지' 점검한 것이다.
사측의 개인사물함 무단점검에 대해 전 위원장은 "노조가 중동점에 확인한 결과 본사 점포운영팀에서 '직원들에 의한 로스(상품 손실)가 많다는 이유로 로스 예방지침이 내려왔고, 라커 점검은 그 일환'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사측은 점검결과 계산완료 스티커가 부착되지 않은 상품들을 촬영하고 이를 식당에 게시했다. "스티커가 부착되지 않은 상품은 절도·절취상품"이라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낸 것이다. 현장 직원들의 반응을 전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전했다.
"실제 집에서 가져온 치약이나 칫솔, 그리고 이마트에서는 판매하지도 않는 물건까지 계산스티커가 부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절취물인 것처럼 게시했습니다. 직원들을 절도범 취급한 것에 대해 직원들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마트 중동점은 발칵 뒤집어졌다. 직원들은 사측이 개인의 내밀한 공간까지 예고 없이 들여다본다는 것에 놀랐다. 몇몇 직원이 KBS에 제보했고, KBS 측이 사실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에 알려졌다. 7월 30일 KBS가 이 사건을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재보궐선거 개표방송 등으로 인해 사건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마트 본사 관계자는 KBS와 한 인터뷰에서 "충분히 기분 나쁠 수도 있고, 사적 공간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변명할 여지 없이 잘못했습니다"라고 인정했다.
이 사건을 두고 전수찬 위원장은 "이마트가 직원 감시사찰의 끝판왕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마트노조에 따르면 직원 사물함에 대한 무단사찰은 중동점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인천 계양점에서 이미 무단사찰이 있었다는 제보가 노조에 접수됐고, 부천역점에서 불시점검을 예고했다가 중동점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중단됐다. 전 위원장은 "지난 5월에 이미 포항 이동점에서도 직원사물함 사찰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이번 사물함 무단사찰이 "이마트의 반인권, 부도적적 경영의 단면에 불과하다"며 이마트 사측의 반인권적 노무관리 실태를 비판했다. 이마트노동조합은 현재 신세계이마트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이마트공대위)와 함께 '직원들의 가방검사'나 'CCTV를 통한 직원사찰' 등 반인권적 노무관리 사례를 수집하여 정리 중이다.
전 위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이마트노조는 오는 12일 이마트공대위와 함께 기자회견과 집회를 개최하고 향후 대응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사측의 무단사찰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은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사측의 형사책임을 묻는 고소·고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직원감시' 처벌받은 사람들이 오히려 승진... 분통 터진다"
▲ 전수찬 이마트 노동조합 위원장 ⓒ 이동철 |
이마트는 지난해 1월 불법 노무관리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전 대표이사를 비롯해 인사관리 담당자들이 노동조합 간부들을 불법사찰 하고 노조 설립을 방해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이마트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검찰은 최병렬 전 이마트 대표이사를 비롯하여 인사노무관리 담당자들을 부당노동행위로 기소했다.
업계 1위 유통 대기업의 노무관리 실태에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마트 사측은 불법 노무관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고 기본협약을 통해 노조를 인정하겠다 약속했다.
전 위원장은 그로부터 1년이 넘었지만 "이마트 사측은 변한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감시·사찰한 내용이 재판과정에서 사실로 밝혀졌고 (감시·사찰) 당사자들이 집행유예건 벌금이건 처벌을 받았는데 현장에서 (그대로) 일을 하고 있다"며 "취업규칙상 인사규정에 따라 징계해고까지 가능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받지 않고 오히려 승진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를 "노조탄압과 방해활동을 한 이들을 회사가 오히려 끝까지 보호해준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며 "노동조합에 대한 기본적 사고가 변함이 없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마트노조는 현재 대표노조 교섭지위를 잃은 상태다. 제3노조인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마트노조는 사측이 1년여간 단체협약을 맺지 않고 질질 끌고, 그 사이 제3노조를 앞세워 결국 이마트노조의 교섭권을 잃게 했다고 주장한다.
전 위원장은 "새로 설립된 전국이마트노동조합(제3노조)에 가입하라는 관리자들의 압력이 직원들 제보로 확인되기도 했다"며 "이는 여전히 기존의 노동조합에 대한 사측의 극렬한 반감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새로 생긴 제3노조에 대해 전 위원장은 "(제3)노조의 간부가 이마트 노조탄압 당시 가족사원(회사에 우호적인 사원)으로 분류되었고 노조대응팀에 속했던 전력이 있는 등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어떤 노조가 이마트 노동자들을 지킬 수 있는 조직인지 선명성 경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더 많은 (이마트)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받아 차기에는 교섭권을 되찾아오는 것이 목표"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출처 : 오너는 '임직원 행복' 강조, 회사는 생리대까지 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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