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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콘센트에 몰카 설치…탈의 장면도 찍혀"

"콘센트에 몰카 설치…탈의 장면도 찍혀"
[SBS] 김지성 기자 | 입력 : 2014.10.13 18:53 | 수정 : 2014.10.13 18:54


▲ 지난 6월 27일 자동차 부품업체인 유성기업의 사무실에 설치된 몰래카메라에 찍힌 영상화면

13일 지방고용노동청들을 대상으로 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질의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은 "영상을 먼저 봐 달라"면서 준비한 동영상을 상영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직원이 왔다갔다 하는가 싶더니 화면 오른쪽 위쪽에서 한 남성이 옷을 벗고 있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사무실 옆 탈의실에서 직원이 옷을 갈아 입고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영상은 지난 6월 27일 자동차 부품업체인 유성기업의 사무실에 설치된 카메라에 찍힌 것이었습니다. 장 의원은 카메라가 고성능이어서 화면에 나온 직원 얼굴을 보면 누구인지 알아볼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카메라가 설치된 위치였습니다. 장 의원은 사진 몇 장을 더 공개했습니다.



▲ 첫 사진은 사무실 천장 부근에 220V 전기 콘센트(빨간 원)가 설치된 모습이고, 두 번째 사진은 그 콘센트를 가까이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두 번째 사진의 가운데(빨간 원)에는 가느다란 렌즈가 살짝 나와 있습니다. 이 콘센트를 열어보니 그 안에서 초소형 CCTV 카메라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장 의원은 "통상 220V 콘센트는 구멍이 두 개인데 저 것만 세 개여서 직원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의자와 책상을 밟고 올라가 보니 몰래카메라였다"고 발견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내 CCTV는 노사협의회와 협의한 뒤 설치하게 돼 있다. 저렇게 설치한 것을 보면 정상적인 노사협의회와의 협의를 거쳐 설치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며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당시 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은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와 통신기밀법상 CCTV 설치가 상충해 경찰이 먼저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안다"면서 "경찰이 수사 끝내고 저희와 공조해서 청주지청에서 노조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수사가 마무리 단계"라고 덧붙였습니다.

6월 당시 기사를 검색해 봤더니, 유성기업 사측의 해명이 나와 있었습니다. 카메라는 회사가 설치한 것은 맞지만 직원이나 노조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방범용이라는 것입니다. 회사 측은 "3년 전 직원의 동의를 받아 CCTV를 설치했는데, 그 뒤 노조원들이 관리자를 폭행하거나 업무를 방해하는 일이 잦아졌고, 그 때마다 미리 CCTV의 렌즈를 덮거나 방향을 돌려놓는 등 채증이 불가능해 별도의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성기업은 2011년 노조가 주간 2교대와 월급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직장폐쇄로 맞섰던 곳입니다. 카메라 설치에 대한 회사의 설명이 전부 맞다고 해도 저런 식으로 설치하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출처  [취재파일] "콘센트에 몰카 설치…탈의 장면도 찍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