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미친 거 아냐?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9-09 14:04:22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엘리엇 매니지먼트 분쟁에서 삼성물산 손을 들어주면서 두 달 만에 수천 억 원의 손실을 보고, 이 회사 주주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혔을 때까지만 해도 참을 수 있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을 개통한 (주)서울고속도로의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이 구간 통행료를 다른 구간의 갑절 넘게 책정했을 때에도 제도적 개선을 기다리며 견디려고 했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1조 원가량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투자해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승자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기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이 XX들이 진짜 쳐 돌았나?”였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들이 진심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모르는 듯해서 알려주는 것인데, 국민연금은 국민이 낸 연금으로 조성된 돈이다. 물론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수익률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공익성이다. 국민연금은 돈이 되면 불나방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헤지펀드가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1조 원의 거금을 덜컥 헤지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안겨주며 홈플러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 투자가 얼마만큼의 이익을 거둘 수 있느냐?’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국적이 불분명한 헤지펀드가 홈플러스를 사들인 이유는 누가 봐도 명백하다. 최대한 기업을 쥐어짜네 먹고 튀겠다는 것 아닌가? 이 야바위판에 국민연금이 뛰어들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말이다.
검은 고양이건 흰 고양이건 돈만 벌어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좋다. 그 말을 믿는다 치면 왜 두 달 전에는 입 싹 닦고 항상 개최하던 외부 전문회의까지 생략하면서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주었나? 삽시간에 수천 억 원의 손실을 내면서 말이다. 아, 그렇게 해야 헤지펀드의 공세로부터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그룹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왜 한국 노동자 2만 5,000명의 삶이 걸린 홈플러스 매각 때에는 사모펀드 옆에 꼽사리 끼어 떡고물을 얻어먹으려 입을 벌리고 있나?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들어줄 것 아닌가?
혹시 “국민연금이 홈플러스 인수의 주체가 돼 헤지펀드가 지나치게 한국 노동시장을 교란시키는 것을 견제하려 한다”는 얼토당토않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일부 언론들이 홈플러스 인수전이 끝난 뒤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보도를 쏟아내는데, 양심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으면 국민연금은 “우리는 홈플러스 지배구조에 끼어들 생각이 전혀 없어요”라고 즉시 고백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메자닌 방식으로 이번 투자에 뛰어들었다. 메자닌 방식이 무엇인가? 상환전환우선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처럼 주식과 채권을 오가며 수익을 챙기는 방식을 뜻한다. 이건 오로지 수익만을 챙기기 위해 벌떼처럼 달려드는 사모펀드들의 특기다. 상환전환우선주나 CB, BW는 태생적으로 “지배구조에는 간여하지 않겠다”는 것을 전제로 발행된다. 이 중 요즘 가장 주목받는 상환전환우선주만 해도 이름 자체가 ‘우선주’다. 그 자체로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라는 뜻이다.
메자닌 투자방식의 핵심은 이렇다. 투자한 돈을 일단 채권(혹은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형태로 유지한다. 그리고 일정 기간 이자(혹은 배당)를 받는다. 그러다가 이 회사가 비싸게 팔릴 때쯤, 혹은 주가가 충분히 올랐을 때쯤 주식으로 전환한다. 만약 주가가 안 오르면 그냥 채권으로 놔두고 오랫동안 이자만 받아 챙긴다.
채권, 혹은 우선주를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바꾸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주가가 충분히 올라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런 형태의 채권형 주식은 태생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팔고 튄다’는 전제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복잡한 형태의 주식을 설계할 이유가 없다. 국민연금이 메자닌 방식으로 투자했다는 말 자체가 “우리는 홈플러스의 지배구조에는 개입 안 해요. 사모펀드가 노동자들을 해고하건 말건 상관 안 해요. 우리는 그저 돈만 챙기면 돼요”라고 고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따위 방식으로 헤지펀드 옆에 붙어 1조 원을 들이미는 국민연금에 무슨 공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나?
국민연금은 이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한배를 탔다. 기업을 쥐어짜 최대한 잇속을 챙긴 뒤 먹튀 하는 이들과 손을 잡은 것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은 국내 2위의 대형마트 홈플러스를 쥐어짜는 현장 옆에서 응원단이라도 조직해 응원하겠다는 것인가?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다른 나라 국민이 아니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국민’연금이라 부를 수 있단 말인가? 이건 그냥 금융 해적의 따까리일 뿐이다.
국민연금은 당장 이 더러운 야바위판에서 손을 떼야 한다. 그렇게 못하겠다면 즉시 메자닌 투자를 직접 투자 형태로 전환하고, 주요 주주로서 MBK파트너스를 견제해야 한다. 그 허접스러운 일본 보수 정부조차 1977년 적군파 테러가 났을 때 총리가 직접 나서 “인명은 지구보다 중요하다”며 협상에 나섰다. 지금 국민연금이 홈플러스 2만 5,000명 노동자의 생존권을 담보로 수익률 놀이를 할 때인가? 국민연금이 대놓고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 대낮에 버젓이 벌어지는지…, 아무리 이해를 하려 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하는 말이다.
출처 [기자수첩] 국민연금, 미친 거 아냐?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9-09 14:04:22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엘리엇 매니지먼트 분쟁에서 삼성물산 손을 들어주면서 두 달 만에 수천 억 원의 손실을 보고, 이 회사 주주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혔을 때까지만 해도 참을 수 있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을 개통한 (주)서울고속도로의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이 구간 통행료를 다른 구간의 갑절 넘게 책정했을 때에도 제도적 개선을 기다리며 견디려고 했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1조 원가량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투자해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승자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기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이 XX들이 진짜 쳐 돌았나?”였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들이 진심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모르는 듯해서 알려주는 것인데, 국민연금은 국민이 낸 연금으로 조성된 돈이다. 물론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수익률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공익성이다. 국민연금은 돈이 되면 불나방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헤지펀드가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1조 원의 거금을 덜컥 헤지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안겨주며 홈플러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 투자가 얼마만큼의 이익을 거둘 수 있느냐?’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국적이 불분명한 헤지펀드가 홈플러스를 사들인 이유는 누가 봐도 명백하다. 최대한 기업을 쥐어짜네 먹고 튀겠다는 것 아닌가? 이 야바위판에 국민연금이 뛰어들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말이다.
검은 고양이건 흰 고양이건 돈만 벌어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좋다. 그 말을 믿는다 치면 왜 두 달 전에는 입 싹 닦고 항상 개최하던 외부 전문회의까지 생략하면서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주었나? 삽시간에 수천 억 원의 손실을 내면서 말이다. 아, 그렇게 해야 헤지펀드의 공세로부터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그룹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왜 한국 노동자 2만 5,000명의 삶이 걸린 홈플러스 매각 때에는 사모펀드 옆에 꼽사리 끼어 떡고물을 얻어먹으려 입을 벌리고 있나?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들어줄 것 아닌가?
메자닌 방식으로 뛰어든 국민연금
혹시 “국민연금이 홈플러스 인수의 주체가 돼 헤지펀드가 지나치게 한국 노동시장을 교란시키는 것을 견제하려 한다”는 얼토당토않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일부 언론들이 홈플러스 인수전이 끝난 뒤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보도를 쏟아내는데, 양심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으면 국민연금은 “우리는 홈플러스 지배구조에 끼어들 생각이 전혀 없어요”라고 즉시 고백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메자닌 방식으로 이번 투자에 뛰어들었다. 메자닌 방식이 무엇인가? 상환전환우선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처럼 주식과 채권을 오가며 수익을 챙기는 방식을 뜻한다. 이건 오로지 수익만을 챙기기 위해 벌떼처럼 달려드는 사모펀드들의 특기다. 상환전환우선주나 CB, BW는 태생적으로 “지배구조에는 간여하지 않겠다”는 것을 전제로 발행된다. 이 중 요즘 가장 주목받는 상환전환우선주만 해도 이름 자체가 ‘우선주’다. 그 자체로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라는 뜻이다.
메자닌 투자방식의 핵심은 이렇다. 투자한 돈을 일단 채권(혹은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형태로 유지한다. 그리고 일정 기간 이자(혹은 배당)를 받는다. 그러다가 이 회사가 비싸게 팔릴 때쯤, 혹은 주가가 충분히 올랐을 때쯤 주식으로 전환한다. 만약 주가가 안 오르면 그냥 채권으로 놔두고 오랫동안 이자만 받아 챙긴다.
채권, 혹은 우선주를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바꾸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주가가 충분히 올라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런 형태의 채권형 주식은 태생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팔고 튄다’는 전제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복잡한 형태의 주식을 설계할 이유가 없다. 국민연금이 메자닌 방식으로 투자했다는 말 자체가 “우리는 홈플러스의 지배구조에는 개입 안 해요. 사모펀드가 노동자들을 해고하건 말건 상관 안 해요. 우리는 그저 돈만 챙기면 돼요”라고 고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따위 방식으로 헤지펀드 옆에 붙어 1조 원을 들이미는 국민연금에 무슨 공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나?
국민연금은 이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한배를 탔다. 기업을 쥐어짜 최대한 잇속을 챙긴 뒤 먹튀 하는 이들과 손을 잡은 것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은 국내 2위의 대형마트 홈플러스를 쥐어짜는 현장 옆에서 응원단이라도 조직해 응원하겠다는 것인가?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다른 나라 국민이 아니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국민’연금이라 부를 수 있단 말인가? 이건 그냥 금융 해적의 따까리일 뿐이다.
국민연금은 당장 이 더러운 야바위판에서 손을 떼야 한다. 그렇게 못하겠다면 즉시 메자닌 투자를 직접 투자 형태로 전환하고, 주요 주주로서 MBK파트너스를 견제해야 한다. 그 허접스러운 일본 보수 정부조차 1977년 적군파 테러가 났을 때 총리가 직접 나서 “인명은 지구보다 중요하다”며 협상에 나섰다. 지금 국민연금이 홈플러스 2만 5,000명 노동자의 생존권을 담보로 수익률 놀이를 할 때인가? 국민연금이 대놓고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 대낮에 버젓이 벌어지는지…, 아무리 이해를 하려 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하는 말이다.
출처 [기자수첩] 국민연금, 미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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