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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지들이 종북을 알어?” ‘빨간약’ 출간한 만화가들… 종북몰이에 ‘맞장’ 뜨다

“지들이 종북을 알어?” ‘빨간약’ 출간한 만화가들 종북몰이에 ‘맞장’ 뜨다
“할 말은 하겠다”며 작당한 만화가들
“10만부 넘게 팔려서 종편한테 공격도 받고, 난리가 났으면 좋겠어요”

[민중의소리] 권종술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9-12 02:39:08


▲왼쪽부터 만화가 마영신, 김홍모, 권용득, 김성희, 김수박 ⓒ정의철 기자

“만화로 그려요. 종북, 딱이네”… “같이 죽자. 용득아.”

“무슨 말만하면 종북이래. 지들이 종북을 알어?”
“만화로 그려요. 종북, 딱이네.”
“같이 죽자. 용득아!”
“전 자식 있는 몸이에요. 그냥 술이나 마시러 나왔다니깐.”
“우리가 아는 역사, 기억, 그거 말하고 살자.”
“에라, 모르겠다.”

만화가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오간 이야기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마치 희망은 사라진 듯 절망하던 만화가들은 작당을 모의했다.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을 고발하고 진실을 알려야겠다는 다짐은 “지들이 종북을 알어”라는 김홍모 만화가의 한탄과 “만화로 그려요. 종북, 딱이네”라는 권용득 만화가의 제안 아닌 제안을 거쳐 김홍모 만화가의 “같이 죽자. 용득아!”라는 빠져나갈 수 없는 ‘물귀신 작전’으로 마무리됐다.

▲만화 빨간약 ⓒ기타
할 말을 못 하게 막는 사회, 하고 싶은 말을 스스로 검열하게 만드는 사회에 만화가들이 모여 ‘할 말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했고, 술자리에서 시작된 만화가들의 작당은 권용득,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마영신, 한수자 6명의 만화가들이 함께 만든 만화책 ‘빨간약’으로 탄생했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종북으로 몰리면서도 어려운 이들과 항상 함께하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의 이야기(부끄러움을 아는 마음-김성희), 진정으로 학생들을 존중하며 참교육을 실천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의 이야기(나의 전교조 선생님-김수박),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대상, 혹은 어쩌면 극우세력의 상징으로 여기지는 일베는 어떤 이들인지 분석한 이야기(일베는 우리 동무-마영신), 장기수라는 이름을 가진 통일운동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할머니들의 이야기(두 할머니-한수자), 간첩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살아가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진짜 간첩-김홍모), 18대 대선 조작과 관련한 의문들을 제기하는 이야기(최선의 선택-권용득)를 담았다.

그날의 의기투합을 한권의 만화책으로 만든 만화가들이 다시 모였다. 만화가들은 ‘빨간약’을 출판한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보리출판사에 모여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서 “할 말은 하겠다”며 세상을 향해 도전장을 던진 만화가들은 다시금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좌담회엔 일정 때문에 제주에 머물고 있는 한수자 만화가를 빼고 권용득,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마영신 만화가가 자리를 했다. 만화가들은 “‘빨간약’이 10만부 정도 팔렸으면 싶어요. 그래서 일베도 공격하고, 종편에서도 다루고, 한 마디로 난리가 났으면 좋겠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자신의 만화 캐릭터를 들고 있는 만화가들 ⓒ정의철 기자


“답답한 시대를 깰 정말 ‘쎈’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만화가들의 의기투합을 이끈 계기였던 김홍모 만화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김홍모 만화가는 “뒤풀이 자리에서 답답한 시대를 깰 ‘쎈’ 이야기를 해보자고 자연스럽게 의기투합이 됐다. 다들 평소에 하고픈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수박 만화가도 “제가 전교조 선생님 이야기를 하게 된 건 집사람이 선생님이기도 해 고등학생이나 선생님들을 상대로 강의도 많이 다닌다. 그래서 전교조를 잘 안다면 아는 사람인데, 정권에 의해 없어질 위기에 처하고 일방적으로 욕을 먹고 있어 답답함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김성희 만화가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 합리적으로 살고, 올바르게 사는 이들이 비하되고 폄하되는 걸 봤다. 우리가 옳은 행동을 하고 살지는 못해도, 그렇게 사는 이들에게 최소한 예의는 지켜왔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 가치조차 비아냥거린다. 정의를 지키고, 절차를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이 바보 취급을 당한다. 지금 말하는 종북이라는 말은 예전의 빨갱이라는 표현 이상으로 비아냥을 담고 있다.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까지 종북으로 폄하당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권용득 만화가 ⓒ정의철 기자

권용득 만화가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권용득 만화가는 “2013년 간디학교의 어린 학생들이 국정원 대선개입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그런데 그 목소리조차 묻히는 걸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만화를 그렸다. 만화 앞부분에 ‘성실하고 정직한 내 친구들에게’라고 적었다. 고향이 경상도다. 경상도 출신의 내 친구들 대안이 없다며 1번을 찍는 친구들이 많다. 그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만화가들은 이런 답답함을 “할 말은 하자”는 결심으로 이어갔고, 그 결심은 한권의 만화책으로 탄생했다. 물론 이들과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다른 이야기를 다룬 만화가도 있다. 바로 마영신 만화가다. 마영신 만화가는 좀비 마루타를 소재로 한 만화를 일베에 연재하고, 인기를 얻은 뒤에 일베를 조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베를 대상으로 일종의 테러를 계획한 거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마영신 만화가는 “결국 테러에 실패했다. 첫 연재는 일베에 올랐지만, 나머지 만화는 일베에 오르지 못했다. 인기를 얻기 위해 좀 더 자극적인 걸 계획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 극우 진영의 상징이 된 일베를 분석하는 ‘일베는 우리 동무’라는 만화를 그리게 된 것이다. 마영신 만화가는 만화 마지막에 “일베들이여 이 책을 읽고 구원받자”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마영신 만화가는 “일베들을 내 팬으로 만드는 게 목표였다. 나의 존재를 헛갈리게 해서 얘는 자기편 같기도 하면서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보듬어 주는 그런 마음으로 그리려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베스트에 올라가려고 내 스스로 자극적으로 변하는 걸 보며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성희 만화가 ⓒ정의철 기자


“간첩? 종북? 그들도 만나면 보통사람일 뿐이다”

“답답한 시대를 깰 ‘쎈’ 이야기를 해보자”는 결심이 만화 ‘빨간약’ 곳곳에 담겨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어떤 이들인지 변호하고, 지난 18대 대선 부정을 고발하고, 일베로 상징되는 극우문화도 분석했다. 이런 시도가 의미 깊다고 생각하면서도 간첩죄로 체포된 전력을 가진 아흔이 넘은 두 명의 여성 통일운동가를 다룬 ‘두 할머니’와 비전향 장기수 출신 박종린 선생의 이야기를 다룬 ‘진짜 간첩’을 보면 “이런 거 만화 그려도 되는 거야”라고 의문이 생긴다.

김홍모 만화가는 “시대가 답답했다. 대선 부정을 말하는 데 종북이라고 오히려 공격을 당한다. 신부님, 시민 등 모두가 어이없는 일을 당하는 현실이 답답해서 마음을 먹었다. 에이, 오히려 쎈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북에서 내려온 진짜 간첩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아는 간첩은 ‘살인기계’ 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지 않나. 그래서 그분의 이야기를 주체사상, 김일성 주석에 대한 생각에 이르기까지 가감 없이 담았다”고 했다.

“김일성 수령에 대해서 좀 알아요?”라고 자신을 인터뷰하는 한수자 만화가에게 질문을 던지고, ‘악의축’, ‘삼대세습’ 등만 떠올리는 만화가에게 “그분에 대해서 깊이 알아야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알 수 있어요”라고 두 할머니들은 말한다. “진짜 간첩”으로 불리는 박종린 선생은 “북은 해방 뒤 친일 청산을 철저히 하고 미국 놈들의 공세에도 자주성을 굳세게 지켜왔잖아요. 이런 힘의 핵심은 지도자와 인민의 단결력에 있어요”라고 말한다.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이런 말해도 되는 건지, 무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만화 속에 등장하는 김홍모 만화가조차도 “으아, 이거 만화로 그리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잡혀가겠다”라고 상상하며 걱정하게 된다.

▲김수박 만화가 ⓒ정의철 기자

김수박 만화가는 “나도 저분들의 생각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건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거다. 솔직히 만화에 등장하는 두 할머니와 박종린 선생이 하는 말을 건조하게 글자로만 보면 왜곡해 이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분들이 이웃집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고,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이 만화에 같이 그려져 있다. 그들도 실제로 사람이구나 보통 사람이구나. 사람들은 그 어떤 신념도 가질 수 있다. 그 신념이 달라도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이웃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잘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수박 만화가는 김홍모 만화가가 그린 만화에 등장하는 박종린 선생과 만나는 장면이 좋았다고 했다. 어색하게 만난 두 사람은 ‘똘이장군’과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오해의 장벽을 벗어 버리고 나서야 사람의 얼굴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세상을 바로보기 위해선 선입견을 던져야 할지 모른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한수자 만화가는 만화 ‘두 할머니’를 취재하면서 든 생각을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여성 빨치산 출신이고, 평생 결혼도 안하시고 두 분이 자매처럼 아흔이 넘은 나이까지 함께 살아오셨다는 이야기에 어떤 분들일까 관심이 들었다. 빨치산이라고 하면 전투적이고 무서운 이미지인데, 여성의 몸으로 어떻게 견뎠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면서 만난 두 분 할머니는 마치 소녀와도 같은 분들이었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다른 할머니들보다 더 순수한 면도 많았다. 마치 우리 옆집에 사는 할머니들 같았다”고 말했다. ‘두 할머니’도 ‘진짜 간첩’ 박종린 선생도 결국 선입견을 벗고 바라보면 흔히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였던 것이다.


“자유롭게 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아무도 자유를 막을 수 없다”

‘쎈’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한 만화가들이지만 막상 ‘쎈’ 이야기를 하는 건 쉽지만은 않았다. 이들도 자기검열과 싸워야 했다. 김수박 만화가는 “창작하는 이들 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어느 정도 자기 검열을 할 거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촛불 당시부터 괜찮냐, 그러다 잡혀간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서로의 안부를 그렇게 물었다. 댓글을 하나 다는 것도 조심스러워했다. 나도 ‘내가 살던 용산’이란 작업을 하면서 고민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일까? 아직 답을 내리진 않았지만 자기 검열을 하지 않고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뭐가 안 괜찮은 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막상 하고보니, 아무도 안 괴롭힌다.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든다. 할 말을 하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고, 겁내 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위축된다.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아질수록 자유로워진다. 결국 자유는 향유하는 자들의 몫이다. 있는 그대로 말하고, 표현하는 이들의 숫자가 많아지면 아무도 자유를 막을 수 없다. 역으로 위축되면 위축될수록 누군가 우리를 막으려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홍모 만화가 ⓒ빨간약 작가들 좌담회

김수박 만화가의 말에 모두가 박수를 쳤다. 시대가 우울하고, 희망을 찾을 수 없지만 그래도 진실을 말하는 이유도 바로 자유를 향유하기 위한 도전일 것이다. 김홍모 만화가는 “의문을 제기하면 합리적 토론을 거쳐 사실을 찾아가면 되는데 지금은 천안함 사건 등등에서 알 수 있듯이 의문 제기조차 종북으로 몰린다. 어쩌면 과거 군사정권 이상의 분위기”라며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용득 만화가는 대선 부정을 다룬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를 설명하면서 “그들은 사법부를 통해 면죄부를 받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가 잊고 있지 않다는 걸 그들에게, 세상에 알리는 것도 중요했다. 대선 부정, 국정원 대선 개입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심판이 언제 이뤄질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만화가는 “그날도 이런 얘기로 우울했다.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 그분들은 더 말도 안 되는 시절 속에서도 싸웠다는 거다. 최악이라고 느끼던 순간도 돌아보면 그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싹은 피어났다. 비관적인 현실인 건 맞지만, 크게 보면, 역사적 낙관과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다만 지금의 현실에 지쳐 나만 올바로 살아서 뭐하냐는 마음만 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설득 할 수 있을까?”

선입견을 벗어버리는 건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다. 상대의 생각을 인정하는 것도 만만치는 않다. 권용득 만화가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이들과 같이 살 수 있구나. 간첩도, 종북이라고 불리는 이들도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박근혜 지지자, 이명박 지지자도 사람이라는 거다. 일베도 마찬가지다. 종북이라 몰아세우는 그들도 사람이다. 이 만화는 모두가 함께 살기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 편이라고 불릴 사람들 보다, 1번을 늘 찍어오던 박근혜 지지자들이 이 만화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만화 ‘빨간약’은 부모 세대와의 소통을 주제로 한 만화이기도 하다. 권용득 만화가는 “만화에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버지를 설득 할 수 있을까? 죽어다 깨어나도 아버지를 설득을 못하고 아버지는 아버지의 신념대로 살게 되는 걸까? 그리고 이 세계를 아버지가 망치고 있는 것일까? 여러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고 회고했다.

▲한수자 만화가 ⓒ기타

권용득 만화가와 마찬가지로 경상도가 고향인 김수박 만화가는 “솔직히 권용득 만화가는 설득하려고 하는데 저는 설득할 자신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권용득 만화가는 “내 선택은 당신과 다르다. 선택이 존중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희 만화가도 “우리 부모는 김대중 한번 뽑아서 회한이 사라졌다. 지난 대선에선 박근혜가 불쌍하다고 말하셨다. 부모를 총으로 잃었으니 하며 김대중을 신뢰했던 부모님들이 박근혜를 애잔하게 바라봤다. 솔직히 거리가 많이 느껴지긴 한다”고 말했다.

마영신 만화가도 “솔직히 윗세대를 설득할 수 있을 진 자신이 없다. 기대를 거는 건 아래세대들이다. 아이들 교육이 중요하다. 싹을 잘 키워야 한다. 솔직히 나 같은 날라리가 이런 정의를 꿈꾸는 만화책에 참여하는 현실 자체가 어이없다. 솔직히 난 야한 거 그리기 좋아하는 만화가다. 저 같은 만화가조차 이런 얘기해야 하는 세상이 어이없는 거다. 세상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진실을 알게 하는 빨간약이고 싶다”

김수박 만화가는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빨간약과 파란약이 나온다. 빨간약 먹으면 진실을 보게 되지만 고난의 삶을 살아야하고, 파란약은 진실을 보지 못한 채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지만 결국 거짓인 삶이다. 우리가 만든 만화 ‘빨간약’도 그런 의미다. 진실을 모두가 향유하면 우리 세상은 나아질 거라 맏는다. 그런 의미에서 어렸을 때 다치면 상처에 늘 바르던 ‘빨간약’의 역할도 이 책이 했으면 한다. 지금은 진실을 왜곡하는 세상이다. 진실을 보통사람들에게도 전달 도구로 이 책이 역할을 했으면 한다”며 “진실을 말하는 이들이 늘어나야 세상이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마영신 만화가는 “솔직히 날나리로 살아서 그런지 만화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서 내 스스로도 많이 배웠다.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잘 설득이 됐다. 다른 이들에게도 이 만화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희 만화가는 “만화 제목으로 쓴 ‘부끄러움을 나는 마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고 해도 너무 가치가 돈으로만 되지 않았으면 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있다면 사람들은 결코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이런 시대에 지쳐하면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가 된다. 그들이 오히려 올바르게 사는 이들을 몰아세우는 현실을 바꾸려면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마영신 만화가 ⓒ정의철 기자

권용득 만화가는 “만화 ‘빨간책’에서 한줄 대사를 뽑으라면 마영신 만화가가 한 ‘과연 일베만 일베일까’라는 대사를 꼽고 싶다. 대선 부정과 관련한 자료를 찾으면서 느낀 게 일베를 비판하면서도 역으로 우리 안에서도 일베를 닮은 모습을 보게 됐다. 일베처럼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잘못된 정보를 급속도로 유포하고, 때론 너무 극단적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우리 스스로를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홍모 만화가는 “나도 다른 이들의 만화를 참 재미있게 봤다. 청소년과 대학생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주변의 얘기를 들으면 지금 모두들 패배감이 심하다. 아무리해도 바뀌지 않는 것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다. 뭘 해도 안 바뀐다는 자포자기와 무기력, 이게 제일 무섭다. 세월호 사건에서 나온 ‘가만히 있으라’는 현장의 방송이 이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다. 모두를 가만히 있게 만들려는 세력이 있다. 이럴 때 일수록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움직여야 한다. 뭐라도 소리쳐야 한다. 이런 것조차 하지 않으면 얼마나 더 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 책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고, 사람들을 말하게 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한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행동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희망을 밝혔다.

한수자 만화가는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빨간약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있는 그대로를 보자’다. 빨치산, 간첩, 종북, 빨갱이 이런 이름이나 명칭에 갇히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자는 것이다. 모두에게 덧 씌워진 이미지를 벗고, 본 얼굴을 바라본다면 저들이 씌워놓은 이미지가 얼마나 어이없는 것인지 모두들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좌담회를 마치고 만화가들의 좌담은 술자리로 이어졌다. “이러다 감옥 가는 거 아니야”라고 농담을 던지면 “사식은 넣어주겠다”며 껄껄 웃었다. 하지만 이들이 더 무서워하는 건 무관심이다. “이 책이 너무 조용하게 묻히는 거 아니야”라며 걱정도 했다. 이들은 술자리에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며 그렇게 주변의 사람들이 달라지기 시작하면 세상은 언젠가 변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만화 ‘빨간약’이 우리 사회에 큰 사고를 쳤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빨간약’이 10만부 넘게 팔려서 사회적 문제와 파장을 일으켰으면 좋겠어요. 조용히 묻히지 않았으면 해요. 일베랑, 종편에서 난리를 칠 정도로 많이 팔렸으면 합니다.”

▲빨간약 만화가 좌담회 ⓒ정의철 기자

▲빨간약 만화가 좌담회 ⓒ정의철 기자

▲빨간약 만화가 좌담회 ⓒ정의철 기자


출처  “지들이 종북을 알어?” ‘빨간약’ 출간한 만화가들… 종북몰이에 ‘맞장’ 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