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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재벌본색 새누리당, 노동시간 연장하고 임금은 삭감한다?

재벌본색 새누리당, 노동시간 연장하고 임금은 삭감한다?
권성동 근로기준법 개정안 논란
노동계·야당, “기업 대변하고 노동자 착취하는 입법” 반발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4-10-08 17:03:49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2일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일과 가정, 삶의 균형 및 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와 야당은 시대에 역행하는 "노동시간 연장법"일뿐만 아니라, 휴일수당을 삭제해 노동자 임금까지 깎는 "근로기준법 개악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양측이 하나의 법안을 놓고 정반대의 주장을 하면서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과연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그리고 권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걸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2일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노동계는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임금은 삭감하는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양지웅 기자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 배경
장시간 노동국가 대한민국, 연간 2,092시간 근무
근로기준법상 최대 근로시간은 주 52시간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주 68시간

우선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의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012년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의 연간 실근로시간은 209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가장 긴 편에 속한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의 임금노동자들은 연간 1300~1600시간 정도 일을 하고, 미국과 일본은 실근로시간이 1700시간대로 우리나라 노동자들보다 훨씬 적게 일한다. 그동안 이런 장시간 노동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진행돼 왔다.

현행 근로기준법(50조 근로시간, 53조 연장 근로의 제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노동자는 하루 8시간, 1주간 40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없다. 다만, 사용자와 임금노동자가 서로 합의하면 1주간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즉, 현행법상 1주간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40시간 +12시간)인 것이다. 그리고 연장근로와 야간근로(밤 10시~오전6시),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한다.(근로기준법 56조)

그런데 우리나라 임금노동자들은 주 52시간을 훨씬 초과해서 일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바로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2000년 9월 '1주일은 5일이며 휴일근로시간은 연장근로시간에서 제외된다'는 행정해석을 내렸다. 고용노동부의 해석에 따르면, 1주(5일) 40시간 + 1주간 연장근로 12시간 + 휴일(토·일) 16시간, 모두 더해 주당 68시간의 근무가 가능한 것이다.


법원의 판단은?
2012년 고등법원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었고, 법원의 판결(서울고등법원 2012.11.9. 선고 2010나50290 판결/서울고등법원 2012.2.3 선고 2010나23410 판결)도 각각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는 판결과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로 엇갈려 있다. 이 건들은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대법원에서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는 식으로 확정 판결이 나게 되면, 이는 사용자의 비용 부담으로 연결된다.

예를들면, 이런 경우다. 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르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휴일근로를 하면 통상임금의 1.5배를 받는다. 그러나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면, 주 40시간 노동시간을 채운 노동자가 휴일근로를 하면 휴일근로이면서 연장근로이기 때문에 중복 가산해 통상임금의 2배를 받아야 한다.

결국, 대법 확정 판결이 나온다면 그동안 노동부 행정해석에 근거해 운영을 해온 사업장에서는 체불임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통상임금 문제와 유사하게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또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면 주당 가능노동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기 때문에 현재의 장시간 노동관행에 따른 생산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한다. 신규고용에 따른 비용도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권성동 의원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나왔다.

지난 4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근로시간단축 공청회. ⓒ뉴시스


근로시간 단축?
현행 근로기준법상 1주 최대 52시간 가능
권성동 개정안은 1주 최대 60시간 가능

권성동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에 대해서 노동계는 "재계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한 착취 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권성동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 그런 주장을 하는 걸까?

권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중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1주일을 7일로 규정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1주간 최대 노동시간은 법정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더해 52시간이 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권 의원은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으로 합의하면 추가로 8시간의 연장근로를 더 할 수 있도록 했다. 즉, 권 의원 개정안에 따르면, 법정근로 40시간 + 연장근로 12시간 + 추가 연장근로 8시간 등 주당 60시간의 노동이 가능하다.

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라 현재 68시간의 노동이 가능한 것에 비춰보면 근로시간을 줄인 것이지만, 근로기준법상 기준 52시간, 그리고 법원 판결에 비춰 보면 근로시간을 늘인 개악안인 것은 분명하다. 권 의원은 추가 연장근로의 경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필요하도록 제한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11%에 불과하고 특히,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중소영세사업장의 경우 노조가 거의 조직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위 단서조항은 실효성이 없을 거라는 게 노조의 시각이다.


실질임금 삭감없다?
휴일근로이면서 연장근로이면 중복가산 통상임금 200% 지급
권성동 개정안은 휴일근로 가산임금 개념 아예 삭제
기업 부담은 덜면서 노동자 실질임금 삭감 효과

권 의원이 개정안에서 휴일근로 가산임금 규정을 삭제한 것도 개악안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현행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50% 이상의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법원(고등법원) 판례에 따르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상황에서 휴일에 근로를 한 것은, 휴일근로이면서 연장근로이기 때문에 임금을 중복가산(통상임금의 200%)하여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권 의원 개정안은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상황에서 휴일에 근로를 하더라도 연장근로에 따른 가산임금만 인정하고 휴일근로에 따른 가산임금은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권 의원이 개정안에서 휴일근로 가산임금 개념을 아예 삭제해 버렸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56조(연장·야간 및 휴일근로)는 "사용자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고 돼 있는데, 권 의원 개정안은 현행조항에서 '휴일근로'라는 단어를 아예 삭제했다.

권 의원은 현재 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라 기업들이 법정근로를 초과한 휴일근로에 대해서도 중복가산(통상임금 200%)하지 않고, 통상임금의 150%만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임금 삭감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2009년 8월 '통상임금의 150%를 받던 휴일근로수당에 50%를 가산해 지급하라'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1,2심 재판부가 미화원들의 손을 들어준 사례와 근로기준법 등을 들어 노동계와 야당은 권 의원 개정안은 노동자 실질임금 삭감안 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휴일근로이면서 연장근로인 경우, 통상임금의 200%를 수당으로 지급하라는 것이 법의 정신인데, 노동부가 행정해석으로 150%만을 지급하도록 잘못해 온 것을 바로잡을 문제이지 잘못된 관행을 용인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휴일근로 가산지급 개념 삭제는 △주 40시간을 넘은 휴일근로의 경우 현행법과 판례가 보장하는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의 중복 할증을 없애는 동시에 △주 40시간 내 휴일근로의 경우에도 현행법은 물론 노동부 행정해석조차 보장하는 휴일근로 가산임금 지급 의무 모두를 없앰으로써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명백히 삭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도 "새누리당 개정안은 전체적으로 최소한 휴일근로를 하지 않는 근로자의 경우 임금하락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휴일근로를 하는 근로자들에게는 임금이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이는 전체적으로 실질임금의 하락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출처  재벌본색 새누리당, 노동시간 연장하고 임금은 삭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