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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이게 정말 노동개혁 맞나?

이게 정말 노동개혁 맞나?
[민중의소리] 현석훈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9-19 10:30:53


민주노총이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농성을 하며 정부와 노사정위원회가 추진 중인 임금피크제 도입 등의 노동 개혁을 규탄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얼마전 노동계 관계자를 사석에서 만났다. 박근혜 정부는 마치 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을 없애려 하는 것 처럼 보인다는 인사치례를 건네자 더 심각한 말이 돌아왔다.

“노동조합은 어떻게든 다시 만들 수 있지만, 지금 뺏기면 되찾을 방법이 영영 사라집니다”


한 번 후퇴하면 영영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의 표현이다. 원래부터 있었던 것 처럼 보이는 비정규직이 그렇지 않은가.

임금피크제가 정말 청년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줄까. 마치 청년실업의 돌파구인 양 정부는 대대적인 광고를 쏟아내고 있지만 글쎄. 무엇 하나 구체적인 것이 없다. 노사정위 합의문을 보면 기업은 청년고용에 ‘노력’만 하면 된다. 대신 정부는 각종 세제지원과 세무조사 면제, 심지어 급여까지 지원해주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국가가 나서서 기업의 인건비를 걱정해 주는 나라. 과연 정상이라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여기에 세금이 들어간다면? 이는 재벌 퍼주기다. 청년실업이 심각하니 재벌에 신규투자와 채용을 늘리라 요구하면 된다. 지원을 해줄테니 몇 명 뽑아라 담보라도 해야 하는게 맞다. 노사정위 합의문에는 기업의 의무는 눈을 씻고봐도 찾을 수 없다. 역시 비정상이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이 역시 임금피크로 불거지는 논점이지만 이 역시 재벌 퍼주기다. 취업규칙은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정한 고용의 룰이다. 이 논점을 노사정위에서 다룬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노사가 자율로 정한 규칙이면 노사가 해결하도록 방조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 굳이 나서서 해코지 할 성격이 아니다. 취업규칙을 사용자 마음대로 바꾼다. 그러면 노동조합은 왜 필요하고 단체협약이 무슨 소용인가.

비정규직의 고용을 안정시키겠다고 한다. 비정규직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비정규직이 2년으로 제한된 이유는 2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이 취지다. 2년이 너무 짧아 고용보장이 안되니 4년으로 늘리자?

여기에 일반해고까지 더하면 글쎄. 한국사회에서 정규직이라는 말이 사라질 수도 있다. 임원 빼고 모두 비정규직인 나라. 우리나라 재벌이 꿈꾸는 유토피아 아닌가? 3년 11개월 동안 일을 시키고 실적 등의 이유를 들어 해고를 시키면 된다. 빈 자리는 인턴을 새로 채용하면 된다. 부당해고 라는 말도 수 년 내에 사라질 지도 모른다.

96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노동법 날치기가 한국사회에 어떤 패악을 남겼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 비정규직이라는 네 글자에 눈물흘리는 노동자들이 이미 600만을 넘었다.

비정규직을 만든 당사자들이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책으로 파견직종을 확대하고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겠다 한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다. 이게 정말 노동개혁 맞나?


출처  [기자수첩] 이게 정말 노동개혁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