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선' 모른다면 이 만평 보세요
[현장] 문화예술인들 '박근혜 노동재앙 사생대회' 열어
[오마이뉴스] 손지은 | 15.09.20 19:49 | 최종 업데이트 15.09.20 20:14
휴일 오후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홍보하는 광고가 나오는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아래 4절지 캔버스 12개가 놓였다. 이어 '거리의 만화가' 이동수 화백이 인도에 무릎을 대고 앉은 채로 누군가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비어있던 캔버스 위로 파란색 크레파스가 여러 번 움직이자 한복 치마를 입고 발길질하는 성난 얼굴이 나타났다. 또다시 손이 움직이자 이번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기 직전의 젊은 남성이 나왔다. 그 아래에는 이미 추락 중인 노년 남성이 있다. 스케치를 마친 이 화백은 오른쪽 상단에 '노동유연화, 쉬운 해고'라고 썼다.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박근혜 노동재앙 사생대회'가 열렸다. 이곳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진보연대' 등 36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반대하며 4일째 농성 중이다. 이동수 화백을 포함한 10여 명의 예술인들은 이날 거리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이후의 삶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보도블록 위에 놓인 도화지에 작가들의 손이 슥슥 스치자 신문에서 볼 법한 작품들이 뚝딱뚝딱 완성됐다. "여기서 마감하느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오랜 시간 공들인 만평도 거리에 전시됐다. 자연스럽게 근처를 지나다 발걸음을 멈추는 구경꾼도 늘어났다.
스스로 비정규직 만화가라고 밝힌 최정규 작가는 맨땅에 엎드린 채 작품 두 개를 완성했다. 하나는 비정규직 최장 계약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정부안을 풍자한 것이다. 그림 속에서 야윈 얼굴로 장거리 달리기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이라는 결승선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정부가 결승선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면서 쓰러지고 만다.
또 하나는 '쉬운 해고', '사용자 임의의 취업 규칙 변경' 등 노동자의 권익을 약화시키는 내용의 합의안을 내놓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노사정위원회'(아래 노사정위)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최 작가는 대통령 소속이라고 쓴 뒤 '소속'에 빨간색 가위표를 긋고 '꼭두각시'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노동자 말살 노사정위원회'라고 썼다. 그 위에는 말살된 노동자들의 무덤을 그렸다.
즉석에서 사생대회에 참여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엄마 손을 잡고 광화문 나들이를 나온 정채승(9)군은 노란색 크레파스를 잡자마자 가족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4인 가족이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은 모습이 완성됐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삼겹살' '갈비'라고 옆에 썼다. 등산을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 배경으로 산을 그려 넣었다. 쉬운 해고가 노동자의 일상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생대회와 묘하게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이날 사생대회는 예술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 오진호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확대되는 가운데 문화예술인들도 시민들에게 더 많이 알리겠다는 취지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를 담당한 박은태 화백은 "3일 전에 급하게 행사를 공지했는데도 열 명 넘게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면서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예술인들 사이에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반대하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한편 노사정위가 지난 15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의결하자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시민사회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23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동 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등 법률가단체 6곳도 이번 합의안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오는 21일에는 백기완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등이 시민사회원로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출처 '노동시장 구조개선' 모른다면 이 만평 보세요
[현장] 문화예술인들 '박근혜 노동재앙 사생대회' 열어
[오마이뉴스] 손지은 | 15.09.20 19:49 | 최종 업데이트 15.09.20 20:14
20일 서울 광화문 박근혜 노동개악 반대 시국농성장에서 열린 '박근혜 노동재앙 사생대회'에서 이동수 화백이 그린 만평. ⓒ 손지은
휴일 오후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홍보하는 광고가 나오는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아래 4절지 캔버스 12개가 놓였다. 이어 '거리의 만화가' 이동수 화백이 인도에 무릎을 대고 앉은 채로 누군가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비어있던 캔버스 위로 파란색 크레파스가 여러 번 움직이자 한복 치마를 입고 발길질하는 성난 얼굴이 나타났다. 또다시 손이 움직이자 이번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기 직전의 젊은 남성이 나왔다. 그 아래에는 이미 추락 중인 노년 남성이 있다. 스케치를 마친 이 화백은 오른쪽 상단에 '노동유연화, 쉬운 해고'라고 썼다.
"박근혜표 노동재앙 반대", 문화예술인들 거리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박근혜 노동재앙 사생대회'가 열렸다. 이곳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진보연대' 등 36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반대하며 4일째 농성 중이다. 이동수 화백을 포함한 10여 명의 예술인들은 이날 거리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이후의 삶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20일 서울 광화문 박근혜 노동개악 반대 시국농성장에서 열린 '박근혜 노동재앙 사생대회'. ⓒ 손지은
보도블록 위에 놓인 도화지에 작가들의 손이 슥슥 스치자 신문에서 볼 법한 작품들이 뚝딱뚝딱 완성됐다. "여기서 마감하느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오랜 시간 공들인 만평도 거리에 전시됐다. 자연스럽게 근처를 지나다 발걸음을 멈추는 구경꾼도 늘어났다.
20일 서울 광화문 박근혜 노동개악 반대 시국농성장에서 열린 '박근혜 노동재앙 사생대회'에서 비정규직 만화가 최정규 작가가 그린 만평. ⓒ 손지은
20일 '박근혜 노동개악 반대 시국농성장' 앞에서 열린 '박근혜 노동재앙 사생대회'에서 비정규직 만화가 최정규 작가가 그린 만평. ⓒ 손지은
스스로 비정규직 만화가라고 밝힌 최정규 작가는 맨땅에 엎드린 채 작품 두 개를 완성했다. 하나는 비정규직 최장 계약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정부안을 풍자한 것이다. 그림 속에서 야윈 얼굴로 장거리 달리기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이라는 결승선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정부가 결승선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면서 쓰러지고 만다.
또 하나는 '쉬운 해고', '사용자 임의의 취업 규칙 변경' 등 노동자의 권익을 약화시키는 내용의 합의안을 내놓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노사정위원회'(아래 노사정위)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최 작가는 대통령 소속이라고 쓴 뒤 '소속'에 빨간색 가위표를 긋고 '꼭두각시'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노동자 말살 노사정위원회'라고 썼다. 그 위에는 말살된 노동자들의 무덤을 그렸다.
20일 서울 광화문 박근혜 노동개악 반대 시국농성장에서 열린 '박근혜 노동재앙 사생대회'에서 김동범 작가가 그린 만평. ⓒ 손지은
즉석에서 사생대회에 참여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엄마 손을 잡고 광화문 나들이를 나온 정채승(9)군은 노란색 크레파스를 잡자마자 가족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4인 가족이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은 모습이 완성됐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삼겹살' '갈비'라고 옆에 썼다. 등산을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 배경으로 산을 그려 넣었다. 쉬운 해고가 노동자의 일상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생대회와 묘하게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정채승(9)군이 그린 '우리가족'. ⓒ 손지은
이날 사생대회는 예술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 오진호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확대되는 가운데 문화예술인들도 시민들에게 더 많이 알리겠다는 취지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를 담당한 박은태 화백은 "3일 전에 급하게 행사를 공지했는데도 열 명 넘게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면서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예술인들 사이에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반대하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한편 노사정위가 지난 15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의결하자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시민사회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23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동 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등 법률가단체 6곳도 이번 합의안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오는 21일에는 백기완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등이 시민사회원로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출처 '노동시장 구조개선' 모른다면 이 만평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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