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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대학 캠퍼스 사복경찰 전성시대

대학 캠퍼스 사복경찰 전성시대
이화여대서 ‘여대생 진압 작전’ 벌인 경찰… ‘신유신시대’ 도래?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1-05 19:50:17


사복경찰 300여명이 평화로운 대학 캠퍼스에 들이닥쳤다. 경찰은 전국여성대회가 열리는 대강당 앞에 ‘스크럼’을 짜고 학생들의 통행을 막았다. ‘피케팅’을 하던 20여명의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학생들과 경찰의 몸싸움이 이어졌다. 경력을 피해 이동하려던 학생들을 경찰은 시위 진압작전을 벌이듯 토끼몰이했다. 경찰의 고함과 학생들의 절규로 캠퍼스는 아수라장이 됐다.

1970년대 박정희 유신독재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박근혜 정권 3년차인 2015년 10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날 박근혜는 ‘제50회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화여대에 방문했다. 학생들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박근혜의 이대 방문을 거부한다”며 피케팅을 벌였고, 경찰은 경호를 목적으로 300명이 넘는 사복경찰을 캠퍼스에 투입했다.

▲ 이화여대 학생들이 29일 오후 박근혜의 대학 방문에 항의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양지웅 기자


“수백명 남자경찰이 여대생 진압작전
여대생 머리채 잡고, 넘어뜨리고, 불법 채증 하기도”

학생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수백명의 사복경찰이 여대생을 상대로 폭력적인 진압작전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있었던 권연수(물리·14) 씨는 “평화롭게 피케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복경찰 수백명 통학로인 대강당 입구를 가로막았다. 이에 반발한 학생들이 ‘길을 막지 마라’고 항의한 후 다른 길로 돌아가려 했지만, 경찰은 캠퍼스 곳곳의 길목을 차단하고 학생 통행을 가로막았다. 심지어 경찰은 이동하는 학생을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잡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고 했다.

이규리(철학·14) 씨는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가 이동하는 저를 들어서 던졌다. ‘이게 무슨 짓이냐’라고 항의했지만, ‘경찰이니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경찰은 몸싸움 과정에서 늘어난 100여명의 학생들을 토끼몰이하듯 진압했다. 사복경찰이 곳곳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불법 채증도 했다”고 말했다.

현장을 목격한 학생들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는 여자경찰보다 남자경찰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사복을 입을 경찰이 대강당 인근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학생들이 채증하기도 했다.

해당 대학을 관할하는 서울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당일 경력 배치 상황은 대통령 경호의 특성상 보안문제임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채증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이 시위하는 상황이 대통령 경호 과정에서 위험요소로 판단했기 때문에 채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박근혜의 방문을 반대하던 학생들 행사장으로 항의방문에 나서자 사복경찰들이 행사장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자료사진) ⓒ양지웅 기자


“잇따른 캠퍼스 내 공권력 투입··· 대학의 자유 침해”

대학 캠퍼스 내 경력 투입 문제는 올해 초 ‘서강대 경찰 투입 문제’를 계기로 다시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2월 경찰은 서강대에서 학생들이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이 임금체불 사업주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피케팅을 벌이자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력을 투입해 학생들을 진압했다. 같은 달 청주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재단비리 등 학내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하고 싶다며 이사진과 면담을 요구하다 경찰에 연행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8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동국대 명예박사 학위수여식 때 사복 경찰이 김 대표의 밀착 경호를 담당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 서강대학교 학생들이 지난 2월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에 대한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했다.(자료사진) ⓒ옥기원 기자

박주민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최근 경찰이 필요 이상의 공권력을 대학에 투입해 학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대학은 공권력의 힘이 미치지 않은 곳으로 여겨졌었는데 최근 경찰이 필요 이상의 경력을 대학 내에 배치해 위협적·권위주의적인 방법으로 대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대 상황만 보더라도 일반 학생들의 통행을 경찰이 방해했던 점, 대학 내에서 과도하게 채증을 했던 점 등이 불법”이라면서 “여대에 남성 위주의 경력을 투입했던 점, 대통령 경호가 목적이라면 제복경찰을 배치해도 됐지만 일반인처럼 보이는 수백명의 사복경찰을 투입했던 점 또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대학 캠퍼스 사복경찰 전성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