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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민중총궐기에 사용된 경찰 물대포는 ‘살인무기’였다

민중총궐기에 사용된 경찰 물대포는 ‘살인무기’였다
머리를 정확히 겨냥한 ‘조준사격’에 구급차 향해서도 ‘조준사격’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1-15 10:08:27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맞고 실신한 민중총궐기 참가자에게 계속해서 물대포를 쏘고 있다. ⓒ민중의소리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민중총궐기 참가자의 얼굴에 물대포를 쏘고 있다. ⓒ양지웅 기자


‘11.14 민중총궐기’ 대회에 경찰이 동원한 물대포는 그야말로 ‘살인무기’였다. 시위대의 머리를 정확히 겨냥한 ‘조준사격’에 수많은 사람이 나뒹굴었고, 쓰러진 시위대는 물론 구급차를 향해서도 ‘조준사격’이 행해졌다. 급기야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날 물대포는 대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시작하던 오후 4시 30분께 등장해 주최측이 공식 해산 선언을 한 밤 11시까지 무려 6시간 반 동안 서울 도심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 중 상당수가 물대포의 직접적인 타격으로 중상을 입었다. 머리를 포함한 상반신을 정확하고도 집중적으로 겨냥해 신체에 상당한 수준의 위협을 가했고, 대피하는 이들도 끝까지 쫓아가 가격했다. 최루액을 섞어 피부에 자극을 줬던 기존 수준과 비교하면 위해의 강도가 훨씬 높아진 것이다.


60대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생명까지 위독한 상태에 빠진 사실은 충격 그 자체다. 경찰은 오후 7시 3분께 서울 종로구청 사거리 인근에서 보성농민회 소속 백 모(69) 씨의 얼굴을 포함한 상반신을 향해 물대포를 직사해 실신시켰다. 그런데도 경찰은 백씨를 향해 물대포를 약 15초간 지속해서 직사했고, 시민들이 완전히 백씨를 대피시키기 전까지도 조준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백씨는 병원 도착 직후에도 입에서 피를 뿜고 있었으며 의료진에 의해 곧바로 심폐소생실로 옮겨졌다. 백씨의 상태를 확인한 병원 측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라는 소견을 밝히고 수술에 들어갔다.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민중총궐기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 중인 가운데 경찰 물대포를 맞고 실신한 농민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양지웅 기자


같은 장소에서 오후 7시 30분께에도 무방비 상태로 있던 한 남성이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아 아스팔트 바닥에 고꾸라졌다. 이 남성은 종로에서 광화문광장으로 가는 길을 차단한 경찰 차벽 바로 앞에 서 있다가 그 자리에서 물대포를 맞고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질 당시에는 물대포의 압력에 몸이 옆으로 돌아가면서 얼굴 앞쪽이 땅에 떨어졌다. 이 남성이 쓰러지는 영상을 보면 물대포가 얼굴을 정확히 조준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앞서 오후 6시 20분께에도 같은 장소에서 경찰 대치 과정에서 팔을 다쳐 구급차로 이송되는 대학생 최 모(21) 씨를 향해 물대포를 조준 발사했다. 최씨가 구급차에 태워질 때까지는 물론 구급차의 문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도 물대포가 계속 발사돼 구급차 내부까지 최루액이 들어갔다. 경찰은 최 씨를 보호하려던 시민들을 향해서도 계속 물대포를 쐈다. 최 씨는 인근에 있는 을지백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의 물대포가 실제로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인 물리력을 행사한 것인 만큼, ‘살인무기’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닌 엄연한 사실이다.

나아가 경찰은 ‘살수차 운용지침’까지 위반하면서까지 물대포를 발사한 것으로 확인돼 신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목적이 아니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경찰이 ‘살수차 운용지침’을 국민의 생명을 앗아갈 목적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 (관련기사 : 머리 겨냥한 물대포로 끝까지 추적 발사…경찰, ‘살수차 규정’ 모두 위반)

또한, 지침상 ‘직사살수’의 경우 물살의 세기는 3,000rpm(15bar) 이하로, 10m 내외 거리에 있으면 1,000rpm(3bar) 이하로 설정해야 한다. rpm은 엔진 회전수를 나타내고, bar는 물의 압력을 표시해주는 단위다. 이날 사용된 물대포는 건장한 남성이 뒤로 넘어진 경우가 많을 정도였다. 보통의 자동세차장 물살 세기가 100bar라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살수차의 물살 세기가 어느 정도였느냐는 질문에 “오늘이 비상사태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 현장에 있었던 한 참가자는 “지난 세월호 집회 때 나왔던 물대포에 비해 강도가 훨씬 강했다. 살수차 바로 앞에 있는 사람들까지 조준해서 쏘는가 하면 건장한 남자들도 순식간에 내동댕이쳐졌다. 살 떨릴 정도의 공포감과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살수차가 아닌 살인차였다”며 학을 뗐다.


출처  민중총궐기에 사용된 경찰 물대포는 ‘살인무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