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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독도·동해

“일본이 스스로 ‘독도 한국땅’ 인정한 고지도 집대성했죠”

“일본이 스스로 ‘독도 한국땅’ 인정한 고지도 집대성했죠”
[짬] ‘독도 연구’ 전문가 이진명 리옹3대학 교수
[한겨레] 김경애 기자 | 등록 : 2015-12-02 19:00 | 수정 : 2015-12-02 21:39


▲ 이진명 교수가 최근 우리문화가꾸기회에서 펴낸 <일본고지도선집> 가운데 1802판 ‘대삼국지도’를 펼쳐 울릉도와 독도를 ‘조선의 것’으로 표기해놓은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이 지도를 찾지 못했다면 아마도 이번에 <일본고지도선집> 3부작 발간 프로젝트는 없었을 겁니다. 바로 이훈석 이사가 지난해 일본에서 구해 온 ‘대삼국지도’예요. 이 지도는 인쇄본이 아니라 그린 것이어서 하나뿐입니다. 일본이나 중국에도 있을 수 없어요.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주장이 허구임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입니다.”

최근 우리문화가꾸기회에서 ‘일본이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인정한 일본 근현대 고지도를 집대성’해 펴낸 <일본고지도선집>의 편찬위원장 이진명(69·사진) 프랑스 리옹3대학 명예교수는 한사코 이훈석 이사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자 이 이사는 “이 교수님의 명저 <독도, 지리상의 재발견>(삼인)이 없었다면 지도를 손에 들고도 찾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 공을 되돌렸다.

지난달 20일 출간 설명회를 통해 일제히 보도된 ‘일본고지도선집 프로젝트’는 벌써 국내외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방학 때면 귀국해 고향인 경남 고성에서 지내는 이 교수는 지난 주말 직접 한겨레신문사를 방문해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다시 밝혔다.

우리문화가꾸기회 ‘선집’ 편찬위원장
일본 지도학 선구자들 제작본 첫 출간
외무성 왜곡한 지도의 원본도 발굴해

1971년 프랑스 유학 홀로 ‘한국학’ 개척
‘독도, 지리상의 재발견’은 ‘3대 명저’
영문판 달력 등으로 국외홍보 계획


대삼국지도는 1802년 판으로, 울릉도 부분에는 그 시절 일본에서 부르던 이름인 ‘다케시마’(竹島), 독도에는 ‘마쓰시마’(松島)라 적혀 있고 ‘조선의 것’(朝鮮ノ持之)이라는 설명까지 쓰여 있다. 이 지도는 에도시대 경세가인 하야시 시헤이(1738~1793)가 1785년에 만든 ‘삼국통람여지노정전도’(三國通覽輿地路程全圖)를 수정·보완한 것으로 일본과 주변국의 경계를 색으로 구별해놓았다.

“2013년 우연히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땅으로 표기된 일본 고지도를 입수했어요. 관심이 생겨, 이 교수님의 책을 보고 일본에 그런 지도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2년간 일본의 고서점과 경매 등을 뒤졌더니 200여 점이나 모을 수 있었죠. 이번 선집 1권에는 대부분 일본 지도학의 선구자들과 일본 육군성 등에서 제작한 30점을 골랐어요.”

이 이사가 얘기한 대로, 책에는 1779년 ‘일본 지도의 비조’로 불리는 나가쿠보 세키스이의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 1809년 막부의 천문과 지리 담당자인 다카하시 가게야스(1785~1829)가 아예 한국식 이름으로 두 섬을 표기해놓은 ‘일본변계약도’, 1875년 육군참모국이 발행한 ‘조선전도’, 1937년 일본 육군성 육지측량부가 발행한 ‘지도구역일람도’ 등 울릉도와 독도를 한반도 일부 또는 일본의 경위선 밖에 표기해놓은 지도들이 담겨 있다.

편찬위원인 최선웅 한국지도제작연구소 대표는 “특히 나가쿠보의 1779년 판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는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해놓은 1846년 판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의 원본인 셈이다. 그런데 울릉도와 독도를 일본 영토와 구분해놓은 원본과 달리, 개정판에서는 일본 영토와 같은 색으로 칠해놓고 초판에도 그렇게 채색돼 있다고 적어놨다. 명백히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교수의 <독도, 지리상의 재발견>은 이한기의 <한국의 영토>(1969·서울대출판부), 신용하의 <독도의 민족 영토사 연구>(1996·지식산업사)와 더불어 ‘독도 연구의 3대 명저’로 꼽힌다. 98년 나온 초판은 ‘한국백상출판문화상 출판상’(사료 정리 부문)을 수상했고, 2005년 개정판 역시 ‘아름다운 한국의 책 100선’ 인문학 1위로 뽑힐 정도로 높은 학술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일본 주장에 의문이 들어 개인적으로 96년부터 프랑스 해군성 자료관, 국립고문서관, 프랑스국립도서관을 뒤져 독도가 등장하는 서양 사료들을 추적해봤어요. 특히 근대 서구 열강의 세계 탐험의 역사 속에서 ‘발견’된 독도를 통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논거를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그는 ‘독도를 찾은 서양 사람들’이 남긴 자료를 통해 리앙쿠르 바위섬, 다케시마, 독도의 유래부터 복잡한 명칭 변천사를 정리해놓았다. 1787년 프랑스 라페루즈 백작 탐험대의 울릉도 발견, 1849년 프랑스 포경선 리앙쿠르호의 독도 발견, 러시아·영국 함대의 독도 발견, 프랑스·영국·미국 해군의 수로지와 해도에 나타난 독도 등등 지금은 상식이 된 역사적 사실들을 밝혀냈다.

애초 서울대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그는, 71년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유학해 73년 캉대학에서 역사학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77년 소르본(파리4)대학에서 ‘프랑스와 일본 간의 경제-재정 교류 관계, 1859~1914’ 논문으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땐 한국 관련 박사 논문을 지도하거나 심사해줄 교수가 없어 할 수 없이 일본을 주제로 했는데, 그 덕분에 독도 지도 연구에 큰 도움이 됐어요.” 리옹3대학 정교수 퇴임 뒤 파리7대학 한국학 박사학위 지도교수도 맡은 그는 지난 6월 프랑스 정부로부터 교육공로훈장인 슈발리에를 받기도 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따라 일본의 독도 고지도 선집 3부작이 완간되면 더는 사료 한두 장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다음 과제는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한 일본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선집을 국내외에 널리 보급하는 일입니다.”

우리문화가꾸기회는 내년 중 일본 해군성과 출판사·언론사에서 발행한 지도를 모아 2권을, 일본 지리교과서와 민간업체가 발간한 고지도를 담은 3권을 펴낼 계획이다. 우선 이번 첫 선집 500부는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에 기증할 참이다. ‘2016 달력-일본 고지도에 나타난 독도’도 500부씩 제작했다. 한국어 달력은 국내 교육기관에, 영어본은 일본을 비롯한 국외 대사관과 도서관 등 주요 기관에 보내 일상적으로 ‘독도는 한국 땅’을 환기하도록 할 계획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도서관에서 벌써 일본고지도선집을 요청해왔다”고 귀띔한 이훈석 이사는 홍보 작업과 추가 발간 기금 마련을 위해 양평군을 비롯해 지자체들의 후원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고지도선집은 비매품이 원칙이고, 지도 달력과 탁상달력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문 판매해 기금을 모은다. (031)775-1835. 후원계좌 351-0672-4249-13(농협·우리문화가꾸기회).


출처  “일본이 스스로 ‘독도 한국땅’ 인정한 고지도 집대성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