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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악에 발맞춰 노동자 대표 체포 시도, 당장 멈춰라”

“노동개악에 발맞춰 노동자 대표 체포 시도, 당장 멈춰라”
경찰 체포영장 집행 시도한 9일 각계각층에서 계속된 반대 목소리
[민중의소리] 오민애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2-09 20:36:49


경찰이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던 9일 하루동안 경찰의 조계사 진입과 한 위원장 체포에 반대하는 종교‧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도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한 위원장을 체포하기 위해 조계사에 강제 진입하려는 경찰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고, 정부와 여당이 ‘노동개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대표’를 체포하려 한다는 지적도 계속됐다.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경찰이 자승 총무원장의 요청으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 작전을 중단한 가운데 정문 앞에 많은 경찰병력이 배치되어 있다. ⓒ양지웅 기자



“노동자 대표로 세월호 유족 아픔 함께 한 죄…갈 곳 없이 홀로 고립된 이를 탄압하지 말라”

이날 오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천만 노동자의 대표를 불자의 도량으로 품어달라”고 호소했다. 민변은 “한상균 위원장은 개인의 지위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몰래 조계사로 숨어 든 범죄자가 아니라, 이천만 노동자의 대표로서 세월호 유족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집회 개최로 소환을 받게 된 노조대표자”라면서 “노동법 개정 공방 국면에서 일정기간 활동을 보장 받기 위해 조계사에 몸을 의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위원장은 도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노동자들의 삶에 너무도 큰 영향을 미칠 법에 대한 공방이 본격화 되는 때”라면서 “이런 때에 노동자들의 대표에 대해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는 것이 과연 법의 정신과 민주주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경찰의 무리한 체포영장 집행 시도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문화예술계 원로들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명동성당과 함께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마지막 남은 ‘평화지대’인 조계사가 국가공권력에 의해 허물어지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노동개악’을 ‘노동자를 위한 개혁’이라고 주장하는 대통령이 노동자들의 대표를 강제로 잡아가기 위해 공권력으로 조계사를 포위하고 있다”면서 “어떤 물리력도, 도망칠 곳도 없이 홀로 조계사에 감금돼있는 노동자 대표를 극한의 사회적 고립과 갈등으로 내몰고 있는 박근혜는 협박 정치, 공안탄압을 지금이라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종교를 넘나드는 반대 목소리
“한 위원장은 개인이 아닌 우리가 지켜야하는 민중이요 민주주의”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 앞에서 스님들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체포하기 위한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몸으로 출입구를 막아서고 있다. ⓒ양지웅 기자


각계 종교 단체들도 성명을 통해 한 위원장에 대한 무리한 체포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노동시장구조개혁이라는 미명아래 추진하는 5대 노동법안은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고통을 전가하는 반노동자적 정책이자 노동개악”이라면서 “노동자들의 애끓는 목소리에 폭력으로 응답하는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의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적으로 규정하는 독재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동안 국가권력을 올바로 행사했는지 깊이 반성하고, 조계사에 대한 겁박과 침탈, 한위원장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사회단체 연합은 “박근혜 정권으로부터 ‘폭력집회’ 배후 조정 혐의로 수배 중인 한 위원장이 불자의 신분으로 기독교에 피신해왔어도 목숨걸고 그를 보호했을 것”이라면서 “그는 한 개인이 아닌 민중이며 민주주의이고 그를 보호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들은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청장은 종단과 국민에 대한 위협을 멈춰야하고, 그리스도인들은 이 정권의 강압과 경찰 폭력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은 “억울하게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불법‧폭력’이라고 낙인찍지 말라”면서 “평화와 자비의 상징인 종교시설에서 어떠한 강제연행도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향린교회 사회부, 반전평화연대 등 각계 시민사회단체들이 경찰의 조계사 진입과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 중단을 촉구했다.

한편 경찰은 체포영장 집행을 예고한 오후 4시가 되기 전부터 한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조계사 관음전 주변에 경력을 배치하고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 오후 5시경 체포영장을 집행할 계획이었으나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이 "10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의 거취문제를 해결하겠다. 경찰과 민주노총은 모든 행동 중단하고 종단의 노력을 지켜봐달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체포영장 집행은 연기됐다. 그러나 경찰은 "한 위원장의 자진출석 또는 신병 인도조치가 이행되지 않으면 원래 방침대로 엄정하게 영장을 집행할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대한 비판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 앞에서 스님들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체포하기 위한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몸으로 출입구를 막아서고 있다. ⓒ양지웅 기자



출처  “노동개악에 발맞춰 노동자 대표 체포 시도, 당장 멈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