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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박근혜가 파견법 처리 요구한 ‘속 뜻’은

박근혜가 파견법 처리 요구한 ‘속 뜻’은
대기업 등에 불법파견 면죄부 확실한 선물
노동자 임금·근로조건 등은 후퇴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1-13 14:01:06


▲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근혜의 대국민담화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박근혜가 13일 대국민담화에서 "기간제법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파견법은 받아들여달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 관련 법안 처리가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로 벽에 부딪히자 '차선책'을 제시한 것이다.

박근혜가 그동안 강경한 태도로 소위 '노동개혁'을 이끌어왔던 것을 감안하면, 박근혜의 이같은 태도 변화의 배경이 궁금해진다. 당장은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로 꺼져가는 노동 관련 5개 법안 처리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에 대해 '쉬운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개악이라며 처음부터 반대해왔고, 노사정위에 참여했던 한국노총도 노사정 합의문에 서명은 했지만, 이후 정부여당이 관련 법 개정을 일방적 태도로 밀어붙이자 노사정위 탈퇴 카드를 만지면서 정부가 추진동력을 급속하게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같은 배경 외에 박근혜가 파견법을 선택한 것은 기간제법 보다는 파견법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에게 더 확실한 선물이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 대기업 등은 '불법파견'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는데,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파견법 개정은 이같은 불법 파견을 합법화 해주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시화·반월, 인천 남동공단 등에 위치한 중소제조업체에 만연해 있는 불법파견을 합법화 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기간제법 보다는 파견법이 대기업에 확실한 선물
불법파견 현대차 등에 면죄부
경기·인천 공단 등에 만연한 불법파견도 합법화

노사정위 합의 이후 정부 여당이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법안은 모두 5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고용보험법 개정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다. 이중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것은 기간제법 개정안과 파견법 개정안이다.

기간제법 개정안은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까지 늘리는 법안이고(35세 기간제 노동자 본인이 원할 경우), 파견법 개정안은 파견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박근혜는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파견법은 재취업이 어려운 중장년에게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중장년 일자리법'이며, 어려운 중소기업을 돕는 법"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에 정부가 제안한 파견법은 중소기업의 어려운 근무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근무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의 현장에선 애가 타들어 간다고 호소를 한다. 그 현장의 파견을 막는 것은 중소기업을 사지로 모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 전문가들은 정부의 파견법 개정안은 "고령의 정규직 노동자를 파견 노동자로 내몰 수 있고, 불법 파견을 합법화 하는 개악"이라고 지적한다.

파견은 사용사업주-파견사업주-노동자의 다단계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구조 속에서 파견사업주는 수수료를 챙기는데,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중간착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그래서 파견은 원천 금지돼 있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파견법이 제정되면서 32개 업종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했다. 제한적 허용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엔 파견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정부가 하려는 것은 파견 범위를 대폭 확대하려는 것이다. 고령자에게 좋은 고용기회를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55세 이상 고령 노동자의 파견 허용 업무를 확대하려고 한다. 또 고소득 관리·전문직 종사자의 파견 허용 업무를 확대하는 내용도 있다. 특히, 그동안은 파견이 금지돼 있던 금형·주조·용접 등 이른바 '뿌리산업'에 대해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 지난해 박근혜가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중장년 일자리법이라지만,
55세 이상 정규직 임금깎고 고용불안 불러올 수 있어
괜찮은 일자리 창출? 기업 몰아주기 올인

정부의 파견법 개정안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파견 확대를 통한 불법파견의 합법화다. 그리고 뿌리산업 파견 적용을 통한 제조업 불법파견의 합법화다. 이럴 경우 대표적으로 불법파견 논란으로 10년간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제조업 사업장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

55세 이상 고령자 파견을 확대할 경우, 대기업 제조업 공정에서 55세 이상 정규직 고령자를 파견노동자로 전환해 인건비를 절감시킬 수 있다. 기업은 이익이겠지만 노동자는 임금삭감, 고용불안 등 손해다.

반월·시화·부평 공단에서 일하는 파견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상여금 등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원청사업주가 파견노동자를 받아서 사용은 하지만, 이들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파견 확대는 '괜찮은 일자리 창출'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다. 기업에 혜택을 몰아줘서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김성희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기간제는 상징적 의미는 강하지만 (법 개정의) 대상이 되는 숫자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파견법 개정은 확장성을 갖는다. (제조업 파견 금지의) 둑을 허물면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것 뿐만 아니라 고용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노동자의 70~80%가 비정규직으로 되는 시대를 열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한국경제 전망이 어두운데 정부는 오로지 대다수의 빈곤과 희생을 대가로 한 기업 살리기로 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태도다"라고 비판했다.


출처  박근혜 대통령이 파견법 처리 요구한 ‘속 뜻’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