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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우수업체’라던 하이트진로, 지게차 사망사고 발생

‘우수업체’라던 하이트진로, 지게차 사망사고 발생
고용노동청 “위험성평가 우수·공생협력 프로그램 선정 업체라 빠졌다”
[민중의소리] 김주형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2-04 15:07:11


지난 2일 오전 7시 50분께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전북 완주군 용진면)에서 처음 출근하던 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사망했다. 하이트진로는 ‘위험성 평가 우수 업체’라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고용노동청이 실시한 지게차 사고예방 집중감독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첫 출근하던 하청업체 용접노동자, 뒤에서 덮친 지게차에 깔려 사망

용접노동자인 임아무개(46)씨는 사고 당시 시설 보수공사를 맡은 금진산업기계로 처음 출근해 근로계약서 작성과 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하이트진로 물류창고 휴게실로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 원청 소속 직원이 운행하던 5t 지게차가 임 씨를 뒤에서 덮치고 3m가량 밀고 나가는 참사를 당했다.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전북지부(노조)에 따르면, 사고 당시 지게차는 하이트 완성제품을 4단 이상으로 싣고 전방 시야가 확보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안전유도자 없이 운전자 단독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작업장은 다르지만 2012년 2월 하이트진로 마산공장에서도 비슷한 사고로 30대 여성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사업주는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7월 청주의 한 공장에서 30대 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숨지는 등 지게차 사고가 잇따르자 노동부는 지난해 9~10월 계도를 거쳐 11월 지게차 부딪힘 사고예방 집중 감독을 하는 등 사고예방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전북지부는 3일 오후 고용노동부 전주 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일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에서 일어난 지게차 산재 사망사고에 관한 엄정조사,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전북지부


노동 당국, “당일 1차 조사…산업안전보건공단 보고서 나오면 종합검토해”

하지만 지난해 집중 감독 기간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에는 근로감독관이 투입돼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 ‘위험성 평가 우수 업체’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청 전주지청의 한 근로감독관은 “당시 근로감독관 1명당 10대씩 기획감독을 했지만, 하이트진로는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감독 기준이 지게차 사고 사업장, 안전관리 취약 사업장이었다. 하이트진로는 2013년 위험성 평가 우수사례로 선정됐고, 자체적으로 위험성 관리를 잘해 2015년 하도급업체까지 공생협력 프로그램에 들어온 데라서 위험성 우수 평가 2개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주지청은 같은 법인이라 하더라도 하이트진로 전주공장만 관할하기 때문에 2012년 마산공장의 사망 사고는 연계시키지 않았다는 것.

전주지청은 사고 발생 당일 산업안전보건공단 기술팀과 1차 조사를 진행했고, 공단에서 1주일 내 중대재해 조사보고서를 전주지청에 제출하면, 자체 조사 내용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이어 1주일 내 사법처리를 위한 입건 여부를 결정한다. 입건 뒤 1개월 안에 전반적인 안전관리를 위한 사업장 감독을 나가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안전진단을 내리게 된다.


하이트진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하는 안전조치 다 했다”

하이트진로 전주공장 관계자는 4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하는 안전작업계획서가 작성돼 있고, 오전에 안전교육을 한 뒤 작업한다”며 “산업안전보건법에는 포괄적인 의미가 있는 게 많고 예외 규정도 있다. 모든 작업에 안전 유도자를 배치한다고 인식하는데 규정이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이 부분에서 노사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노조는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제172조(접촉의 방지) 1항에서 사업주는 지게차 등 하역운반기계로 작업하는 경우 접촉 위험의 우려가 있는 장소에 근로자를 출입시켜서 안 된다는 규정과 고용노동부 운반 하역 표준안전 작업지침 제56조 제5호 적재화물이 시계를 방해할 때에는 유도자를 붙여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사측 안전조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측은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제39조(작업지휘자의 지정) 1항 작업장소에 접근할 수 없거나 한 대만 운전하는 작업에는 주위에 근로자가 없어 충돌 위험이 없는 경우 작업지휘자를 지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 등을 들어 노조 주장을 반박했다.


노조, 재발방지대책 마련·특별근로감독 실시·사업주 처벌 등 촉구

노조는 3일 오후 2시 30분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재발방지대책 마련,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 시행 및 관리·감독 강화와 사업주 처벌 등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책임은 작업장의 안전관리·감독을 책임져야 할 원청회사인 하이트진로에 있다”며 “사측은 고인과 하청업체에게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임 씨의 죽음에 대해 유족에게 진정한 사죄와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동현장 건설기계장비에 대한 안전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산재 사망사고는 계속 재발될 것”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전북지역의 건설기계장비에 대한 안전조치 이행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북지역 건설기계장비는 43만5천여 대, 그 가운데 지게차는 15만9천여 대로 1/3이 넘는다.


출처  ‘우수업체’라며 집중감독 빼주더니...하이트진로, 지게차 사망사고 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