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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용 문건’에 38곳 현역 의원·원외 당협위원장 포함

‘안병용 문건’에 38곳 현역 의원·원외 당협위원장 포함
박희태 지지 18명에 ‘O’ 표시… 조직적 살포 정황
[경향신문] 조미덥 기자 | 입력 : 2012-01-12 23:58:32 | 수정 : 2012-01-13 09:59:11


검찰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 캠프에서 일한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 안병용씨가 돈봉투와 함께 구의원들에게 건넸다는 문서를 확보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문서가 실제 돈을 뿌리는 데 쓰인 문서로 확인될 경우 이번 사건의 결정적인 물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2일 금품 살포 대상자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 MBC TV 촬영

표로 구성된 이 문서에는 서울과 부산 지역 38곳의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나와 있다. 이름 옆 ‘캠프 회의 참석’ 항목에 동그라미가 표시된 사람은 안씨를 비롯해 고승덕·안형환·공성진·정의화 의원 등 18명으로 박 의장을 지지한 ‘친이명박계’ 인사들이다. ‘친박근혜계’나 경쟁자인 정몽준 의원 측 인사 이름 옆에는 ×표가 돼 있거나 아무 표시도 돼 있지 않다. 일부 의원들 이름 옆에는 박희태 당시 당대표 후보를 지지하도록 관리하는 사람을 뜻하는 ‘관리책임자’ 이름도 쓰여 있다.

안병용 검찰 출석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 캠프에서 일한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12일 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안씨는 서울지역 구의원 5명에게 이 문서를 보여주면서 “여기 나온 서울지역 당협사무국장 30명에게 50만원씩 건네라”며 20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문서의 동그라미는 회의 참석 여부만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며, 전부가 돈을 받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에 출석한 한나라당의 전 구의원은 돈을 전달한 사무실이 정식 선거사무소 아래층에 위치한 별도 사무실이라는 점도 검찰에 밝혔다. 그는 또 당시 지방의 당협 관계자들도 이 사무소에 많이 찾아가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이런 진술이 사실이라면 박 의장 캠프가 뿌린 돈은 서울에 뿌린 2000만원의 몇 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 캠프가 조직적으로 거액을 뿌렸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정황이다.

향후 검찰 수사는 ‘박희태 캠프’의 중심부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캠프에서 재무를 담당한 국회의장 정책비서관 조정만씨가 위아래층 사무실을 오가며 돈봉투를 뿌리는 일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당대회 며칠 전 고승덕 의원실에 돈봉투를 건넨 ‘뿔테 안경 남성’으로 지목된 고명진씨와는 17대 국회 때 박 의장 의원실에서 함께 일했다. 안씨에게 돈봉투를 받은 구의원은 자신이 받은 봉투 색깔도 고 의원에게 전달된 봉투와 같은 노란색이라고 밝혔다. 이는 구의원과 고 의원으로부터 따로 폭로된 두 가지 돈봉투 의혹이 ‘박희태 캠프’ 중심부로 모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검찰은 경우에 따라 박 의장도 직접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특수부와 금융조세조사부에서 파견된 검사들은 당시 뿌려진 돈의 출처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불법적으로 조성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 : ‘안병용 문건’에 38곳 현역 의원·원외 당협위원장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