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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공약 어떻게 하면 지켜질까?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어떻게 하면 지켜질까?
[민중의소리] 박소영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4-18 10:17:59


▲ 최저임금연대가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최저임금 1만 원'으로 단계적 인상 등의 공약을 내놓은 야당이 20대 국회의 다수당이 됐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의 바람대로 대폭 오를 수 있을까?


현 제도에서는 국회 개입 여지 적어

한계도 있고 가능성도 있다. 현행 제도는 한계다.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최저임금 결정 방식과 기준 등을 개정하지 않는 한, 최저임금 결정 논의에 국회가 개입할 여지는 많지 않다.

노사와 공익이 동수(9:9:9)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현행 구조에서 최저임금 결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 공익위원들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노동자 위원 측과 2007년 이후 8번은 최저임금 동결안, 한 번은 삭감안을 제시했던 사용자 위원 측의 좁혀지지 않는 틈에서 공익위원들의 판단이 사실상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실제, 2012년 이후 내리 4차례 공익위원 제시안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사용자 위원들은 매번 표결에 불참하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공익위원들은 노동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과거 정부에서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보면, 개혁 성향의 정부와 보수 성향의 정부에서의 인상률이 확연히 비교된다. 정권 임기 동안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무현 정부 10.6%, 김대중 정부 9.0%, 박근혜 정부 7.5%, 이명박 정부 5.2% 순이다.


생계비에 한참 못 미치는 최저임금

2017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닻을 올렸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7일 1차 전원회의를 열었고, 6월 2일 2차 전원회의를 연다. 최저임금 결정시한은 6월 28일이다. 6월에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본격적으로 맞붙는다.

지난해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주도성장론'을 내세우면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할 것처럼 분위기를 잡았다. 그러나 5,580원에서 6,030원으로 찔끔 인상(인상액 450원, 인상률 8.1%)하는데 그쳐 비판을 받았다.

만약 올해도 예년 인상률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정해진다면 그 수준은 6,500원 안팎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현 최저임금 시급 6,030원(주 40시간 기준 월급 126만270원)은 미혼으로 혼자 사는 노동자의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산출한 2014년 미혼 단신 노동자의 생계비는 150만6,179원이었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가구의 주 소득원인 점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분석실장이 지난해 발표한 '최저임금이 가계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노동자 중 가구주는 43.61%, 배우자는 34.08%를 차지하며, 기타 가구원은 22.30%에 불과했다.

오 실장은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대부분은 보조소득원이라는 주장은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결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노동자의 생활 안정'이다. 최저 수준의 생활 보장이 아니라, 인간다운 생활 보장이다.


6월에 결정될 최저임금 수준은?

다수의 노동학자는 '노동자 평균 임금의 50%'를 적정 최저임금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최저임금(시급 5,580원, 월급 116만6,220원)은 전체 노동자 정액 급여의 42%에 불과하다. 보너스 등을 더한 임금총액과 비교하면 35.3% 수준으로 더 떨어진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상임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중하위권이다. 2013년 OECD 회원국 평균 시간당 최저임금은 6.9달러인데, 한국은 이보다 2.5달러 낮은 4.4 달러였다.

현실적으로 판단해 본다면, 올해 최저임금도 아쉬운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소득 격차를 해소하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에 공감하는 세력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최저임금 1만 원'을 대중적 요구로 키운 첫발은 알바연대의 한국경영자총협회 건물 처마 점거 시위였다. 최저임금 인상은 정치권이 거저 주는 선물이 아니다. 당사자들이 요구하면서 싸우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경영계, 정부, 최저임금위원회, 국회 등을 압박해야 얻을 수 있다.

알바 노동자들이 시위하면서 '최저임금 1만 원' 필요성을 알려냈고, 점차 공감대를 얻어가면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식 요구안으로 자리 잡았다. 나아가 이번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의 공약으로도 자리 잡았다. 오는 6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긍정적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 본다.


출처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어떻게 하면 지켜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