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제 피해자 50억도 아깝다던 정부, 왜 이제 와서..."
[인터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법 대표 발의한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마이뉴스] 글: 선대식, 사진: 권우성, 편집: 손지은 | 16.05.05 11:30 | 최종 업데이트 16.05.05 11:30
전 국민의 분노가 옥시로 향하고 있다. 옥시가 뭇매를 맞는 사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큰 책임을 져야할 정부는 뒤로 빠졌다.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죽음의 행렬을 막지 못했다. 또한 각종 조사에 소극적으로 나섰고, 피해 인정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요구를 거부했다. 피해자 구제도 떠밀려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박근혜는 4월 28일 지금까지의 정부 태도에 대한 사과나 반성 없이 "관계 기관들이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억울한 피해자들이 제대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피해 추가 접수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19대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정부의 태도 변화에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동안 정부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낀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사과 한 마디 없을 수가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피해자 구제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장하나 의원이 발의한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은 정부·여당의 반대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특별한 반전이 없으면, 이 법안은 오는 30일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된다.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마주 앉은 장하나 의원에게 물었다.
- 옥시의 사과를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피해자들은 옥시를 생각하면 모멸감을 느낀다. 피해자들은 옥시를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옥시는 피해자들을 난동 부리는 사람쯤으로 여겼다. 국회의원인 제가 같이 갔을 때도 옥시에서는 책임 있는 관계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제야 사과를 하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검찰 수사 때문이 아니겠나."
- 옥시의 사과가 검찰 수사 때문이라면,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는 왜 이제야 이뤄졌나. 피해자와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것은 3년 8개월 전인 2012년 9월의 일이다.
"저도 검찰이 왜 뒤늦게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는지 의문이다. 피해자도 저도, 의아해하고 있다. 지금의 검찰 지휘부가 이 사건 수사에 의지를 가졌기 때문에 수사가 이뤄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과거 검찰 지휘부가 왜 이 사건을 묵혀두고 있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 청와대가 이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검찰 수사가 빨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부는 피해 접수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요구조차 뿌리칠 정도로 가습기 살균제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유체이탈 화법으로 갑자기 철저한 조사를 주문했다. 입장 변화를 환영하지만, 과거 정부의 태도를 감안하면 황당하기도 하다."
장 의원은 "정부의 태도 변화를 두고 '국면전환용 카드를 꺼냈다', '제3의 이유로 기업들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등 다양한 설이 나오고 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무엇이 맞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정부의 입장 변화를 두고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설이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피해자들과 싸우고 있는 가해 기업의 태도를 두고 "정부의 든든한 '백(뒷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옥시는 하루아침에 사과했지만, 지금까지 가해 기업들은 '김앤장'과 같은 굴지의 로펌을 고용하고 가족을 잃거나 투병생활로 힘들어하는 피해자들과 싸우는 데 힘을 쏟았다. 만약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의 원인이라는 조사 결과 이후 정부가 기업들을 향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줬다면, 어땠을까."
장 의원은 "정부가 기업과 피해자의 소송에 개입할 수는 없겠지만, 장관이나 대변인의 말 한마디가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에 큰 압력이 된다, 기업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피해자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피해자들은 '국가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나를 지켜주는 정부가 없다'고 생각하며 고통스러워했다"면서 "다윗과 골리앗이 싸우는 과정에서 뒷짐 지는 정부는 기업에게는 든든한 백이었다,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던 검찰에게도 백이 됐다"라고 비판했다.
장하나 의원은 국회에서 피해자 구제에 반대하는 정부·여당에 많은 좌절을 느꼈다. 지난 2013년 5월 17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애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편성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예산 50억 원은 포함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해 7월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법 공청회에서 기획재정부는 '가습기 살균제가 폐손상의 원인'이라는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를 부정하기도 했다. 당시 노형욱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법 수용은 곤란하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입장이다", "폐 질환과 가습기 살균제 간의 인과관계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해,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장 의원은 "당시 정부가 무한한 책임을 보여야 함에도, 책임이 없다는 주장만 했다"면서 "또한 피해자 구제를 세금 축내는 일로 여겨 화가 많이 났다"라고 말했다.
장하나 의원은 "과거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살펴보면, 당시 다른 나라의 비슷한 법과 비교해 미비한 점이 많았다, 이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가 유통됐다, 이 법이 정부 입법인 것을 감안하면 정부에 과실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악의가 없었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장하나 의원은 남은 임기 동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법 통과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지난 2013년 4월 장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것이다. 그는 이 법안을 둘러싼 정부의 태도 변화를 두고 "정부가 피해자들을 가지고 놀고 조롱하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애초 정부는 이 법안을 두고 비용의 문제를 들어 반대했다. 하지만 그해 8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는 돌연 태도를 바꿨다. 현행 환경보건법으로도 피해자에 대해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산을 아끼기 위해 태도를 바꾼 것이다."
장 의원은 "현재 이 법을 통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피해 범위를 넓히거나 피해 접수를 연장하는 것을 반대하기도 했다, 특별법이 통과돼야, 안정적으로 피해자 구제를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마지막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그는 "지금처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두고 국민들이 불매 운동에 나서거나 '안방의 세월호'라고 부른 적이 없다"면서 "앞으로 여론의 힘을 바탕으로, 피해자 구제법이 통과됐으면 좋겠다. 저 역시 국회를 떠나서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출처 "살균제 피해자 50억도 아깝다던 정부, 왜 이제 와서..."
[인터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법 대표 발의한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마이뉴스] 글: 선대식, 사진: 권우성, 편집: 손지은 | 16.05.05 11:30 | 최종 업데이트 16.05.05 11:30
▲ 2013년 4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법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 ⓒ 권우성
전 국민의 분노가 옥시로 향하고 있다. 옥시가 뭇매를 맞는 사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큰 책임을 져야할 정부는 뒤로 빠졌다.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죽음의 행렬을 막지 못했다. 또한 각종 조사에 소극적으로 나섰고, 피해 인정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요구를 거부했다. 피해자 구제도 떠밀려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박근혜는 4월 28일 지금까지의 정부 태도에 대한 사과나 반성 없이 "관계 기관들이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억울한 피해자들이 제대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피해 추가 접수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19대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정부의 태도 변화에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동안 정부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낀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사과 한 마디 없을 수가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피해자 구제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장하나 의원이 발의한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은 정부·여당의 반대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특별한 반전이 없으면, 이 법안은 오는 30일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된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 왜?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마주 앉은 장하나 의원에게 물었다.
- 옥시의 사과를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피해자들은 옥시를 생각하면 모멸감을 느낀다. 피해자들은 옥시를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옥시는 피해자들을 난동 부리는 사람쯤으로 여겼다. 국회의원인 제가 같이 갔을 때도 옥시에서는 책임 있는 관계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제야 사과를 하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검찰 수사 때문이 아니겠나."
- 옥시의 사과가 검찰 수사 때문이라면,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는 왜 이제야 이뤄졌나. 피해자와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것은 3년 8개월 전인 2012년 9월의 일이다.
"저도 검찰이 왜 뒤늦게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는지 의문이다. 피해자도 저도, 의아해하고 있다. 지금의 검찰 지휘부가 이 사건 수사에 의지를 가졌기 때문에 수사가 이뤄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과거 검찰 지휘부가 왜 이 사건을 묵혀두고 있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 청와대가 이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검찰 수사가 빨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부는 피해 접수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요구조차 뿌리칠 정도로 가습기 살균제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유체이탈 화법으로 갑자기 철저한 조사를 주문했다. 입장 변화를 환영하지만, 과거 정부의 태도를 감안하면 황당하기도 하다."
장 의원은 "정부의 태도 변화를 두고 '국면전환용 카드를 꺼냈다', '제3의 이유로 기업들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등 다양한 설이 나오고 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무엇이 맞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정부의 입장 변화를 두고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설이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해 기업의 태도는 정부의 든든한 '백' 때문"
▲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 ⓒ 권우성
장 의원은 피해자들과 싸우고 있는 가해 기업의 태도를 두고 "정부의 든든한 '백(뒷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옥시는 하루아침에 사과했지만, 지금까지 가해 기업들은 '김앤장'과 같은 굴지의 로펌을 고용하고 가족을 잃거나 투병생활로 힘들어하는 피해자들과 싸우는 데 힘을 쏟았다. 만약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의 원인이라는 조사 결과 이후 정부가 기업들을 향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줬다면, 어땠을까."
장 의원은 "정부가 기업과 피해자의 소송에 개입할 수는 없겠지만, 장관이나 대변인의 말 한마디가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에 큰 압력이 된다, 기업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피해자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피해자들은 '국가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나를 지켜주는 정부가 없다'고 생각하며 고통스러워했다"면서 "다윗과 골리앗이 싸우는 과정에서 뒷짐 지는 정부는 기업에게는 든든한 백이었다,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던 검찰에게도 백이 됐다"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입장 변화에 앞서 사과부터
장하나 의원은 국회에서 피해자 구제에 반대하는 정부·여당에 많은 좌절을 느꼈다. 지난 2013년 5월 17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애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편성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예산 50억 원은 포함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해 7월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법 공청회에서 기획재정부는 '가습기 살균제가 폐손상의 원인'이라는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를 부정하기도 했다. 당시 노형욱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법 수용은 곤란하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입장이다", "폐 질환과 가습기 살균제 간의 인과관계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해,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장 의원은 "당시 정부가 무한한 책임을 보여야 함에도, 책임이 없다는 주장만 했다"면서 "또한 피해자 구제를 세금 축내는 일로 여겨 화가 많이 났다"라고 말했다.
장하나 의원은 "과거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살펴보면, 당시 다른 나라의 비슷한 법과 비교해 미비한 점이 많았다, 이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가 유통됐다, 이 법이 정부 입법인 것을 감안하면 정부에 과실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악의가 없었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법, 통과될 수 있을까
▲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 ⓒ 권우성
장하나 의원은 남은 임기 동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법 통과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지난 2013년 4월 장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것이다. 그는 이 법안을 둘러싼 정부의 태도 변화를 두고 "정부가 피해자들을 가지고 놀고 조롱하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애초 정부는 이 법안을 두고 비용의 문제를 들어 반대했다. 하지만 그해 8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는 돌연 태도를 바꿨다. 현행 환경보건법으로도 피해자에 대해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산을 아끼기 위해 태도를 바꾼 것이다."
장 의원은 "현재 이 법을 통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피해 범위를 넓히거나 피해 접수를 연장하는 것을 반대하기도 했다, 특별법이 통과돼야, 안정적으로 피해자 구제를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마지막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그는 "지금처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두고 국민들이 불매 운동에 나서거나 '안방의 세월호'라고 부른 적이 없다"면서 "앞으로 여론의 힘을 바탕으로, 피해자 구제법이 통과됐으면 좋겠다. 저 역시 국회를 떠나서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출처 "살균제 피해자 50억도 아깝다던 정부, 왜 이제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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