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건국절을 주장할까?
‘건국절 논란’ 바로알기 추천도서
[민중의소리] 권종술 기자 | 발행 : 2016-08-22 07:58:24 | 수정 : 2016-08-22 07:58:24
박근혜가 8.15 경축사를 통해 “건국 68주년”을 언급하면서 건국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새누리당은 한발 더 나가 ‘건국절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박근혜가 건국절 발언을 하기 불과 3일 전에 청와대 오찬에 참석한 광복군 출신 독립유공자 김영관 전 광복군동지회 회장은 건국절 주장에 대해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라며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며,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호소를 박근혜는 결국 외면하고 말았다.
광복군 출신의 독립유공자의 호소도 외면한 채 박근혜가 건국절을 주장하는 건 과연 무슨 이유 때문일까? 그들이 왜 건국절을 주장하는 지 살펴보기 위해선 지난 2008년을 되짚어 봐야 한다. 2008년 한나라당 의원들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8.15 행사 명칭을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및 광복 63주년 경축식’으로 바꾸려 시도했다.
그들의 건국절 주장은 뉴라이트의 역사관에 기초한 것이다. 건국절 주장이 최초로 나온 2008년은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가 출간된 해이기도 하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는 “개화기와 식민지 시기에 걸쳐 민족의식을 자각하고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해 온 근대화 세력과 해방 이후 미국을 따라 들어온 자유민주주의 국제세력의 결합으로 대한민국이 성립하였다”고 규정했다. 이런 주장은 일본강점기가 근대화의 바탕이 됐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따르고 있다.
그들은 임시정부의 역사적 존재조차 부정한 채 ‘대한민국은 일제로부터 독립된 국가가 아니라 일제로부터 축적된 역량이 바탕이 돼 좌우투쟁 과정으로 만들어진 반공국가’라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 세력들은 ‘민족 반역자’에서 ‘건국 세력’으로 신분을 세탁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주장은 유신의 퍼스트레이디였던 박근혜를 당선시키고 정당화하는 사상적 기초가 됐다.
역사를 제대로 알고 바로 알아야 건국절 주장을 통해 영구 집권을 시도하는 친일 세력들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건국절 논란의 배경은 과연 무엇이고, 건국절 주장이 가진 문제점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추천도서를 소개한다.
역사 에세이스트 김기협이 지난 2008년 출간한 ‘뉴라이트 비판’은 건국절 논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등 뉴라이트로 인해 비롯된 여러 논란의 근원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 바라보고, 식민 통치를 미화하며, 승자를 받들고 강자를 쫓는 뉴라이트의 활동과 담론, 이념에 대해 총체적으로 비판하는 비평서다. 저자는 ‘뉴라이트는 도대체 왜 그럴까?’라는 화두로 열여덟 꼭지의 에세이 속에 그들의 말과 글, 이념, 민족관, 국가관, 대미관, 대북관, 인간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비판한다.
김기협은 건국절 논쟁과 관련해 “뉴라이트 진영에서 8.15를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역사에서 1945년 8월 15일보다 1948년 8월 15일이 더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일본 식민 통치를 근대화의 은혜로 받아들이는 뉴라이트에게는 일본의 패전으로 이뤄진 민족의 광복이 반가운 일이 아니라 안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광복 당시에 일본의 패전을 슬퍼한 한국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 제국에 속한 채 수십 년을 지낸 시점에서 더러 그런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그렇다 쳐도, 대한민국에 속한 채 수십 년을 지낸 시점에서 그런 사람들을 떼로 보게 되는 것은 참 뜻밖의 일이다. 대한민국의 나라 노릇에 결함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정도로 부실했던가 하고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김기협은 건국절을 주장하는 세력의 실체와 관련해 “개항기부터 두각을 나타낸 신흥 지주층이 일제에 협력하면서 고등교육을 받아 전문 기술을 가진 실력자 집단으로 자라났고, 대한민국에서도 경제 발전의 주축을 맡았다는 것이다. 이 집단이 지금 ‘고소영’, ‘강부자’로 이어졌다고 여기기 때문에 현 정부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친일파 청산’의 실패를 한탄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뉴라이트가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그 정체를 드러냈던 지난 2008년. 뉴라이트가 주축이 돼 근현대사 교과서를 만드는 등 역사왜곡 움직임이 일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2008년 10월부터 12월까지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사건과 쟁점을 주제 삼아 여덟 번에 걸쳐 ‘대한민국사 특강’을 했다. 뉴라이트와 건국절의 논란, 항상 공사 중인 대한민국의 모습, 경찰 폭력의 역사, 촛불 집회 등 우리의 현실 속에서 꼭 다뤄져야 할 사건, 쟁점을 두고 했던 당시의 강의를 정리해 ‘특강-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를 출간했다.
한홍구 교수는 건국절과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뉴라이트들이 정말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그들 입장에서 다시 쓰려고 하는 겁니다. 그들 입장에서 건국절을 만들려고 그럽니다. 그동안 광복절 잘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왜 건국절이 나올까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역지사지해보면 됩니다. 여러분이 친일파 입장에서 보세요. 어떤 날을 기억하고 싶을까요? 1945년 8월 15일은 친일파한테 무슨 날입니까. 제삿날입니다. 사실 집단으로 제삿날이 될 뻔한 날이죠. 반면에 1948년 8월 15일은 친일파한테 어떤 날입니까? 서광이 비친 날입니다. 살 수 있다, 드디어 살았다. 여러분 같으면 어떤 날을 기억하고 싶으시겠습니까? 1945년 8월 15일의 광복을 이야기하면 당연히 순국선열이 떠오르고, 순국선열이 떠오르면 그 반대편에 친일파가 떠오르는 구도 아닙니까? 건국절부터 시작하게 되면 이전의 행적이 어땠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죠. 전에는 친일파로 통했지만 이제 반공투사가 되는 겁니다. 왜? 독립운동가들 중 상당수가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였으니까요. 이 사회주의자를 잡는 기술자, 전문가가 최고의 반공투사, 최고의 애국자가 되는 거죠. 그래서 이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역사를 새로 쓰는 겁니다. 건국절을 자꾸 들이미는 이유가 바로 그런 맥락입니다.”
보수 세력과 뉴라이트가 작년 느닷없이 주장했던 ‘건국절 논란’의 까닭은 1945년 광복 당시에는 역적이었던 친일 세력들이 3년의 세월 동안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필요에 의해 살아남아 1948년에는 건국의 공신으로 화려하게 부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로서는 광복절을 지우고, 건국절을 들이밀 수밖에 없는 것는 것이다.
이 밖에 이 책은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실제 겪고 경험하고 있는 사건과 그와 연관된 근 · 현대사적 맥락을 특유의 입담과 통찰력을 담아 짚어낸다. 조작 간첩 이야기를 다룬 2강에서는 비대화된 공안 기구가 함량 미달의 ‘남한산 간첩’을 만들어내게 된 내력을 밝히고, 3강에서는 모든 국민이 부동산 투기를 꿈꾸게 하는 ‘욕망의 정치’가 어떻게 작동되어 왔는지를 대한민국이 토건국가화 되어가는 과정에 비춰 살펴본다. 4강에서는 민영화니 선진화니 말장난을 통해 공기업 매각을 추진하는 꿍꿍이를 대한민국 제헌헌법에 담긴 공공정신에 기대어 비판하고, 5강에서는 공식적인 언로가 막혀 있을 때 이야기의 주체가 되고 싶어하는 대중들의 욕구가 발현되는 방식인 ‘괴담’에 얽힌 사회사를 다룬다. 결국 용산 참사까지 낳은 경찰 폭력을 주제로 한 6강에서 한 교수의 한국 경찰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다. 일제시대에는 “떡고물을 주워 먹다” 해방된 후 아예 “떡판을 차지한” 친일 경찰의 부끄러운 뿌리를 밝히고, 군사정권시대를 거치며 “국민이 아니라 정권을 보호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경찰을 향해 경찰의 중립과 경찰 노조를 제안하기도 한다. 7강에서는 이제 신분 상승의 통로라는 기능을 접어버리고 기득권 세력이 기득권의 보호장벽으로 삼아버린 교육문제를 지적하고, 전체 강의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8강에서는 한국 민주화 운동사의 역동성과 촛불로 피워낸 10대 소녀들의 몸에 밴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을 살펴본다.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재조명한 책 ‘지배자의 국가, 민중의 나라’. 일제강점기에서 시작해 최근의 과거사 정리운동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 100년의 중요한 순간들을 살펴본다. 각각 다른 시기에 쓴 글들이지만 모두 ‘지난 100년 동안 우리는 어떤 나라를 세우려고 했는가?'’라는 일관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역사를 되짚어보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논문들은 각각 일제 시기에서 시작해 해방공간에서 경합한 여러 정치세력들의 국가구상, 여운형의 좌우합작운동, 이승만의 단정운동과 반공주의, 여순사건, 4월혁명과 혁명입법, 박정희의 유신국가, 부마항쟁 그리고 최근의 과거사정리운동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 100년의 중요한 고비들을 짚어가며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은 100년 전 강제병합부터 지금까지의 한국 근현대사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공동체를 예속시키려는 힘과 그에 맞서 참된 해방의 나라를 만들려는 힘 사이의 길항이었음을, 구체적인 역사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이러한 관점은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박정희식 개발주의의 의의’라는 한국 현대사의 뜨거운 쟁점이 지닌 오류를 간단하게 정리해준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불거진 ‘건국절 논란’이나 뉴라이트의 비틀린 역사관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려준다. 일본 제국주의 정부건, 외세를 등에 업은 독재정권이건, 군부 독재정권이건 자신들이 내세우는 억압적 통치가 근대적 국가를 이루기 위한 유일한 방향이라고 주입해왔지만, 실은 독립운동 세력이야말로, 혹은 해방 후의 민주화운동 세력이야말로 근대적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애써왔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또 4.3항쟁, 4월혁명, 부마항쟁 등의 혁명을 통해서든, 선거를 통해서든 민중·인민·시민들은 한국 사회가 좀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사회가 되도록 주문하고, 경계해왔다는 점이 설득력 있게 주장된다.
‘뉴라이트’는 ‘이승만 건국’을 찬양해 건국절을 제정하고 건국공로자를 서훈하자는 제안에 뒤이어, 검정 역사교과서에서 일제 식민주의와 박정희 군부 독재가 지나치게 나쁘게 서술되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저자는 당시 역사학계가 이에 대해 충분히 진지하고 날카로운 비판과 반론을 펴지 않은 데 대해 암울한 심정을 토로하며, 이 글에서 단정운동이 어떠한 자들에 의해서 일어났는지, ‘건국절’ 주장이 순국선열과 독립운동 공로자를 얼마나 모독하는 일인지, 그것이 왜 지금까지의 가치관을 뒤집어엎는 행위인지 지적한다.
또 친일파들이 꿈꾼 국가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건강한 사회가 아니라 일제강점기로부터 이어진 수구냉전 논리로 무장한 반공국가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그러한 반공국가는 권력 쟁탈, 억압과 독재, 부정·부패·비리로 얼룩진 국가가 될 수밖에 없었음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일제의 식민지배 36년 동안 그토록 되찾고 싶었던 나라가 어쩌다 이토록 떠나고 싶은 나라로 변한 것일까?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지난 70년간 이 땅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런 의문을 바탕으로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노정을 탐색하면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구체적으로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저자는 한국의 현실을 세 개의 틀로 분석한다. 첫째는 한국 근현대사의 기본 과제다. 개화ㆍ독립ㆍ민권 국가 수립이 좌절되면서 친일파의 주도로 근대화가 시작됐고, 해방 후 이들은 통일을 포기하는 대가로 친미로 옷을 갈아입고 자리를 지켰다. 둘째는 대한민국의 국가 이념이다. 특히 1950년 10월 황해도에서 벌어진 ‘신천학살’을 겪으면서 남한은 ‘월남자들이 만든 나라’, 기독교 반공주의가 국교인 나라가 됐다. 마지막은 한국 근대의 성격이다. 한국의 근대는 외세와 분단의 압박 속에서 진행됐고, 그 결과 경제는 성장했지만 이상과 희망은 제거된 반쪽 국가가 됐다. 지은이는 세 가지 준거 틀 위에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대한민국을 주도해온 친일-친미-반공-성장 세력의 본질을 밝힌다.
일본 패망 이후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은 일련의 정책들을 실행하며 조선에 대한 지배를 강화했다. 1945년 9월 8일 인천항을 통해 조선 땅에 첫 발을 내딛자마자 발표된 ‘포고령 제1호’를 통해 38선 이남의 조선 영토와 조선 인민에 관한 모든 권한이 맥아더 사령관의 손 안으로 들어갔으며, 같은 해 10월 ‘기본훈령’을 통해 미군에 의한 한반도 점령을 ‘신탁통치’로 바꿀 것임을 밝혔다. 또 다른 지배가 시작된 것이다. 일제의 조선 지배에 협력하다가 태평양전쟁에서 일제가 패망하면서 절멸의 위기를 맞이했던 부일 협력 세력은 미군의 통치에 발맞추어 친미로 옷을 갈아입었다.
김동춘 교수는 그들이 건국절을 주장하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제강점기의 행적이 떳떳치 못한 사람들과 그 후손들은 계속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이라 주장해왔으며, 최근에는 아예 그날이 사실상 ‘광복’일이라 주장한다. 급기야 2015년 8월 15일에는 ‘광복 67주년’이라고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1945년 8월 15일, 즉 조선의 온 백성들이 환호했던 그날은 부일 협력 세력에게는 악몽과 같은 사망 선고일이었지만, 남한 단독정부를 수립한 1948년 8월 15일은 그들이 기사회생한 날이었다.”
‘역사 전쟁’은 ‘뜨거운 감자’인 한국사 핵심 이슈와 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을 주요하게 담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심용환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국정화를 옹호하는 유언비어가 회자되자 ‘카톡 유언비어 반박문’을 SNS에 올려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심용환은 역사 전문 강사이자 대학생 인문학 공동체인 ‘깊은 계단’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 책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실증주의 역사학에서 출발해 민중사관과 포스트모던 역사학으로 이어지는 한국 역사학계의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유럽과 동아시아, 북한 등 세계의 역사 논쟁을 통해 한국의 역사 논쟁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이 책은 건국절 주장과 관련해 뉴라이트의 역사관에 주목한다. 저자는 ‘이승만-박정희’ 위주의 역사 서술이 건국절 주장과 함께 국정화 교과서에 실릴 것을 우려한다. 아직 교과서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이 우려가 가시지 않는 이유는 뉴라이트 학계가 주축이 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 검정통과분을 기초로 분석을 했을 때, 교학사본은 이승만=건국과 자유민주주의의 기초, 박정희=부국과 산업화의 흐름으로 서술되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대한민국의 건국을 1948년으로 보는 인식은 임시정부를 계승해 1919년 3.1운동기에 건립되었다는 제헌헌법에 위배되는 것이고, 나아가 건국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것이기에 그들이 주장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이승만 정권기에 득세한 친일파와 함께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는 것은 그 이후의 시기에 친일파를 우호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박정희 정권기의 부국화와 산업화는 기존 교과서도 담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서술이 가장 큰 문제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이승만-박정희’의 시대로 규정하면서 역사의 다양한 성장 주체를 조명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술 태도는 친일파와 재벌을 우호적으로 서술하고, 한국사의 큰 축인 민주화 운동과 시민사회 운동에 대한 서술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출처 그들은 왜 건국절을 주장할까? ‘건국절 논란’ 바로알기 추천도서
‘건국절 논란’ 바로알기 추천도서
[민중의소리] 권종술 기자 | 발행 : 2016-08-22 07:58:24 | 수정 : 2016-08-22 07:58:24
▲ 1945년 해방 ⓒ기타
박근혜가 8.15 경축사를 통해 “건국 68주년”을 언급하면서 건국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새누리당은 한발 더 나가 ‘건국절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박근혜가 건국절 발언을 하기 불과 3일 전에 청와대 오찬에 참석한 광복군 출신 독립유공자 김영관 전 광복군동지회 회장은 건국절 주장에 대해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라며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며,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호소를 박근혜는 결국 외면하고 말았다.
광복군 출신의 독립유공자의 호소도 외면한 채 박근혜가 건국절을 주장하는 건 과연 무슨 이유 때문일까? 그들이 왜 건국절을 주장하는 지 살펴보기 위해선 지난 2008년을 되짚어 봐야 한다. 2008년 한나라당 의원들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8.15 행사 명칭을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및 광복 63주년 경축식’으로 바꾸려 시도했다.
그들의 건국절 주장은 뉴라이트의 역사관에 기초한 것이다. 건국절 주장이 최초로 나온 2008년은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가 출간된 해이기도 하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는 “개화기와 식민지 시기에 걸쳐 민족의식을 자각하고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해 온 근대화 세력과 해방 이후 미국을 따라 들어온 자유민주주의 국제세력의 결합으로 대한민국이 성립하였다”고 규정했다. 이런 주장은 일본강점기가 근대화의 바탕이 됐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따르고 있다.
그들은 임시정부의 역사적 존재조차 부정한 채 ‘대한민국은 일제로부터 독립된 국가가 아니라 일제로부터 축적된 역량이 바탕이 돼 좌우투쟁 과정으로 만들어진 반공국가’라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 세력들은 ‘민족 반역자’에서 ‘건국 세력’으로 신분을 세탁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주장은 유신의 퍼스트레이디였던 박근혜를 당선시키고 정당화하는 사상적 기초가 됐다.
역사를 제대로 알고 바로 알아야 건국절 주장을 통해 영구 집권을 시도하는 친일 세력들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건국절 논란의 배경은 과연 무엇이고, 건국절 주장이 가진 문제점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추천도서를 소개한다.
‘뉴라이트 비판’- 김기협 저
▲ ‘뉴라이트 비판’- 김기협 저 ⓒ기타
김기협은 건국절 논쟁과 관련해 “뉴라이트 진영에서 8.15를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역사에서 1945년 8월 15일보다 1948년 8월 15일이 더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일본 식민 통치를 근대화의 은혜로 받아들이는 뉴라이트에게는 일본의 패전으로 이뤄진 민족의 광복이 반가운 일이 아니라 안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광복 당시에 일본의 패전을 슬퍼한 한국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 제국에 속한 채 수십 년을 지낸 시점에서 더러 그런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그렇다 쳐도, 대한민국에 속한 채 수십 년을 지낸 시점에서 그런 사람들을 떼로 보게 되는 것은 참 뜻밖의 일이다. 대한민국의 나라 노릇에 결함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정도로 부실했던가 하고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김기협은 건국절을 주장하는 세력의 실체와 관련해 “개항기부터 두각을 나타낸 신흥 지주층이 일제에 협력하면서 고등교육을 받아 전문 기술을 가진 실력자 집단으로 자라났고, 대한민국에서도 경제 발전의 주축을 맡았다는 것이다. 이 집단이 지금 ‘고소영’, ‘강부자’로 이어졌다고 여기기 때문에 현 정부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친일파 청산’의 실패를 한탄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특강-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한홍구 저
▲ ‘특강-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한홍구 저 ⓒ기타
한홍구 교수는 건국절과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뉴라이트들이 정말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그들 입장에서 다시 쓰려고 하는 겁니다. 그들 입장에서 건국절을 만들려고 그럽니다. 그동안 광복절 잘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왜 건국절이 나올까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역지사지해보면 됩니다. 여러분이 친일파 입장에서 보세요. 어떤 날을 기억하고 싶을까요? 1945년 8월 15일은 친일파한테 무슨 날입니까. 제삿날입니다. 사실 집단으로 제삿날이 될 뻔한 날이죠. 반면에 1948년 8월 15일은 친일파한테 어떤 날입니까? 서광이 비친 날입니다. 살 수 있다, 드디어 살았다. 여러분 같으면 어떤 날을 기억하고 싶으시겠습니까? 1945년 8월 15일의 광복을 이야기하면 당연히 순국선열이 떠오르고, 순국선열이 떠오르면 그 반대편에 친일파가 떠오르는 구도 아닙니까? 건국절부터 시작하게 되면 이전의 행적이 어땠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죠. 전에는 친일파로 통했지만 이제 반공투사가 되는 겁니다. 왜? 독립운동가들 중 상당수가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였으니까요. 이 사회주의자를 잡는 기술자, 전문가가 최고의 반공투사, 최고의 애국자가 되는 거죠. 그래서 이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역사를 새로 쓰는 겁니다. 건국절을 자꾸 들이미는 이유가 바로 그런 맥락입니다.”
보수 세력과 뉴라이트가 작년 느닷없이 주장했던 ‘건국절 논란’의 까닭은 1945년 광복 당시에는 역적이었던 친일 세력들이 3년의 세월 동안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필요에 의해 살아남아 1948년에는 건국의 공신으로 화려하게 부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로서는 광복절을 지우고, 건국절을 들이밀 수밖에 없는 것는 것이다.
이 밖에 이 책은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실제 겪고 경험하고 있는 사건과 그와 연관된 근 · 현대사적 맥락을 특유의 입담과 통찰력을 담아 짚어낸다. 조작 간첩 이야기를 다룬 2강에서는 비대화된 공안 기구가 함량 미달의 ‘남한산 간첩’을 만들어내게 된 내력을 밝히고, 3강에서는 모든 국민이 부동산 투기를 꿈꾸게 하는 ‘욕망의 정치’가 어떻게 작동되어 왔는지를 대한민국이 토건국가화 되어가는 과정에 비춰 살펴본다. 4강에서는 민영화니 선진화니 말장난을 통해 공기업 매각을 추진하는 꿍꿍이를 대한민국 제헌헌법에 담긴 공공정신에 기대어 비판하고, 5강에서는 공식적인 언로가 막혀 있을 때 이야기의 주체가 되고 싶어하는 대중들의 욕구가 발현되는 방식인 ‘괴담’에 얽힌 사회사를 다룬다. 결국 용산 참사까지 낳은 경찰 폭력을 주제로 한 6강에서 한 교수의 한국 경찰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다. 일제시대에는 “떡고물을 주워 먹다” 해방된 후 아예 “떡판을 차지한” 친일 경찰의 부끄러운 뿌리를 밝히고, 군사정권시대를 거치며 “국민이 아니라 정권을 보호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경찰을 향해 경찰의 중립과 경찰 노조를 제안하기도 한다. 7강에서는 이제 신분 상승의 통로라는 기능을 접어버리고 기득권 세력이 기득권의 보호장벽으로 삼아버린 교육문제를 지적하고, 전체 강의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8강에서는 한국 민주화 운동사의 역동성과 촛불로 피워낸 10대 소녀들의 몸에 밴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을 살펴본다.
‘지배자의 국가, 민중의 나라’- 서중석 저
▲ ‘지배자의 국가, 민중의 나라’- 서중석 저 ⓒ기타
이 책에 실린 논문들은 각각 일제 시기에서 시작해 해방공간에서 경합한 여러 정치세력들의 국가구상, 여운형의 좌우합작운동, 이승만의 단정운동과 반공주의, 여순사건, 4월혁명과 혁명입법, 박정희의 유신국가, 부마항쟁 그리고 최근의 과거사정리운동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 100년의 중요한 고비들을 짚어가며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은 100년 전 강제병합부터 지금까지의 한국 근현대사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공동체를 예속시키려는 힘과 그에 맞서 참된 해방의 나라를 만들려는 힘 사이의 길항이었음을, 구체적인 역사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이러한 관점은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박정희식 개발주의의 의의’라는 한국 현대사의 뜨거운 쟁점이 지닌 오류를 간단하게 정리해준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불거진 ‘건국절 논란’이나 뉴라이트의 비틀린 역사관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려준다. 일본 제국주의 정부건, 외세를 등에 업은 독재정권이건, 군부 독재정권이건 자신들이 내세우는 억압적 통치가 근대적 국가를 이루기 위한 유일한 방향이라고 주입해왔지만, 실은 독립운동 세력이야말로, 혹은 해방 후의 민주화운동 세력이야말로 근대적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애써왔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또 4.3항쟁, 4월혁명, 부마항쟁 등의 혁명을 통해서든, 선거를 통해서든 민중·인민·시민들은 한국 사회가 좀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사회가 되도록 주문하고, 경계해왔다는 점이 설득력 있게 주장된다.
‘뉴라이트’는 ‘이승만 건국’을 찬양해 건국절을 제정하고 건국공로자를 서훈하자는 제안에 뒤이어, 검정 역사교과서에서 일제 식민주의와 박정희 군부 독재가 지나치게 나쁘게 서술되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저자는 당시 역사학계가 이에 대해 충분히 진지하고 날카로운 비판과 반론을 펴지 않은 데 대해 암울한 심정을 토로하며, 이 글에서 단정운동이 어떠한 자들에 의해서 일어났는지, ‘건국절’ 주장이 순국선열과 독립운동 공로자를 얼마나 모독하는 일인지, 그것이 왜 지금까지의 가치관을 뒤집어엎는 행위인지 지적한다.
또 친일파들이 꿈꾼 국가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건강한 사회가 아니라 일제강점기로부터 이어진 수구냉전 논리로 무장한 반공국가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그러한 반공국가는 권력 쟁탈, 억압과 독재, 부정·부패·비리로 얼룩진 국가가 될 수밖에 없었음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대한민국은 왜’- 김동춘 저
▲ ‘대한민국은 왜’- 김동춘 저 ⓒ기타
저자는 한국의 현실을 세 개의 틀로 분석한다. 첫째는 한국 근현대사의 기본 과제다. 개화ㆍ독립ㆍ민권 국가 수립이 좌절되면서 친일파의 주도로 근대화가 시작됐고, 해방 후 이들은 통일을 포기하는 대가로 친미로 옷을 갈아입고 자리를 지켰다. 둘째는 대한민국의 국가 이념이다. 특히 1950년 10월 황해도에서 벌어진 ‘신천학살’을 겪으면서 남한은 ‘월남자들이 만든 나라’, 기독교 반공주의가 국교인 나라가 됐다. 마지막은 한국 근대의 성격이다. 한국의 근대는 외세와 분단의 압박 속에서 진행됐고, 그 결과 경제는 성장했지만 이상과 희망은 제거된 반쪽 국가가 됐다. 지은이는 세 가지 준거 틀 위에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대한민국을 주도해온 친일-친미-반공-성장 세력의 본질을 밝힌다.
일본 패망 이후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은 일련의 정책들을 실행하며 조선에 대한 지배를 강화했다. 1945년 9월 8일 인천항을 통해 조선 땅에 첫 발을 내딛자마자 발표된 ‘포고령 제1호’를 통해 38선 이남의 조선 영토와 조선 인민에 관한 모든 권한이 맥아더 사령관의 손 안으로 들어갔으며, 같은 해 10월 ‘기본훈령’을 통해 미군에 의한 한반도 점령을 ‘신탁통치’로 바꿀 것임을 밝혔다. 또 다른 지배가 시작된 것이다. 일제의 조선 지배에 협력하다가 태평양전쟁에서 일제가 패망하면서 절멸의 위기를 맞이했던 부일 협력 세력은 미군의 통치에 발맞추어 친미로 옷을 갈아입었다.
김동춘 교수는 그들이 건국절을 주장하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제강점기의 행적이 떳떳치 못한 사람들과 그 후손들은 계속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이라 주장해왔으며, 최근에는 아예 그날이 사실상 ‘광복’일이라 주장한다. 급기야 2015년 8월 15일에는 ‘광복 67주년’이라고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1945년 8월 15일, 즉 조선의 온 백성들이 환호했던 그날은 부일 협력 세력에게는 악몽과 같은 사망 선고일이었지만, 남한 단독정부를 수립한 1948년 8월 15일은 그들이 기사회생한 날이었다.”
‘역사전쟁’- 심용환 저
▲ ‘역사전쟁’- 심용환 저 ⓒ기타
이 책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실증주의 역사학에서 출발해 민중사관과 포스트모던 역사학으로 이어지는 한국 역사학계의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유럽과 동아시아, 북한 등 세계의 역사 논쟁을 통해 한국의 역사 논쟁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이 책은 건국절 주장과 관련해 뉴라이트의 역사관에 주목한다. 저자는 ‘이승만-박정희’ 위주의 역사 서술이 건국절 주장과 함께 국정화 교과서에 실릴 것을 우려한다. 아직 교과서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이 우려가 가시지 않는 이유는 뉴라이트 학계가 주축이 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 검정통과분을 기초로 분석을 했을 때, 교학사본은 이승만=건국과 자유민주주의의 기초, 박정희=부국과 산업화의 흐름으로 서술되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대한민국의 건국을 1948년으로 보는 인식은 임시정부를 계승해 1919년 3.1운동기에 건립되었다는 제헌헌법에 위배되는 것이고, 나아가 건국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것이기에 그들이 주장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이승만 정권기에 득세한 친일파와 함께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는 것은 그 이후의 시기에 친일파를 우호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박정희 정권기의 부국화와 산업화는 기존 교과서도 담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서술이 가장 큰 문제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이승만-박정희’의 시대로 규정하면서 역사의 다양한 성장 주체를 조명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술 태도는 친일파와 재벌을 우호적으로 서술하고, 한국사의 큰 축인 민주화 운동과 시민사회 운동에 대한 서술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출처 그들은 왜 건국절을 주장할까? ‘건국절 논란’ 바로알기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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