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박정희와 장호준-박근혜, 대 이은 '핍박'
[인터뷰] 여권 상실시켜놓고 입국하란 한국 정부... 장호준 "정권교체 씨앗 뿌리고 돌아간다"
[오마이뉴스] 글: 김성수, 편집: 김지현 | 16.08.23 09:28 | 최종 업데이트 16.08.23 09:45
지난 3월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는 20대 총선과 관련해 미국에 살고 있는 장준하 선생 셋째 아들 장호준 목사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장 목사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과 프랑스에서 발행되는 신문에 "불안한 정권을 투표로 심판합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를 냈는데, 이것이 특정 정당을 유추할 수 있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라는 것이다. (관련 기사 : 2016년, 선관위는 왜 장준하 아들의 여권을 빼앗았나)
그러나 지난해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관여한 '공천개입 녹취록'을 둘러싼 선관위의 반응은 결이 달랐다. 당시 선관위 문상부 상임위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법에는 당내 경선과 관련해 후보자를 협박하거나 경선의 자유를 방해 한 자는 처벌받도록 규정돼 있지만, 정당의 경선은 정당의 자율에 의해 진행되는 것임으로 선관위가 조사권을 행사할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국민 대다수의 뜻을 기만하고 폭압하는 나쁜 정권에 투표하지 맙시다'라는 내용이 담긴 광고를 수차례 게재한 장 목사를 고발한 선관위가 현기환 정무수석의 '공천개입 녹취록'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해당 기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아주 잘못된 조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선관위의 잘못된 조치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장호준 목사의 여권을 빼앗았다. 이어서 지난 7월 1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아래 서울지검) 공안부는 장호준 목사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면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한다"라고 통보했다. 서울지검이 장호준 목사에게 보낸 출석요구서의 일부를 인용하면 이렇다.
"대한민국 공직선거법 제255조 등에 의하면, 누구든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의 광고 등을 할 수 없음에도, 귀하는 2015. 12. 3. 미주 중앙일보, 2016. 2. 12. 미주 한국일보 등에 10차례에 걸쳐 '불의한 정권을 투표로 심판합시다' 등을 광고하였으며, 재외투표일인 2016. 4. 2. 보스턴총영사관 재외투표소 인근에서 '아직도 박근혜 정권을 지지하십니까?' 등의 문구가 기재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여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2016. 3. 10.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은 장 목사에게 '피고발 사실 혐의유무를 확인하고자 하니 2016년 8월 17일 서울지검으로 출석하라'고 출석요구서에서 명시해놨다. 검찰의 요구는 앞뒤가 안 맞는 것이었다. 이미 여권을 빼앗긴 장 목사에게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한다"라니... 또 검찰이 장 목사에게 출석을 요구한 8월 17일이라는 날짜에도 눈길이 간다. 이 날이 무슨 날인가.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인 1975년 8월 17일은 장준하 선생이 박정희 독재정권에 의해 '의문사' 당한 비극적인 날이다. 한국의 공안검사는 장 목사에게 아버지 기일에 출석하라고 요구서를 보낸 것이다.
만약 검찰이 8월 17일을 무슨 날인지 몰라 출석요구서를 보냈다면, 공안검사는 무지한 것이다. 아무리 법전이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의 공안을 책임지는 검사라면 최소한 한국현대사에 대해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만약 8월 17일이 무슨 날인지 알면서 출석요구서를 장 목사에게 보낸 것이라면 그건 너무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할 수밖에 없다.
광복군 장교 출신 장준하 선생이 박정희로부터 핍박을 받았던 것처럼 장준하 선생의 3남 장호준 목사가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로부터 고난을 받는 것이다. 다음은 지난 8월 19일 장호준 목사와 국제전화·이메일 등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올해로 아버님 장준하 선생이 의문사한 지 41년이 지났다. 41주기를 맞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지난 2012년, 아버님의 유골이 세상에 드러났을 때 나를 두고 '애비무덤을 파서 뼈다귀를 팔아먹고 다니는 놈'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37년 만에 당신을 세상에 드러내신 아버지께서 스스로 '내 뼈를 팔아 일제청산을, 민족의 새 정기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백성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를 그리고 내 뼈를 팔아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사라!'고 외치시는 음성을 들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목숨을 바치신 지 41년, 당신의 유골을 드러내신 지 4년 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회복되지 않고, 역사도 바로 서지 않고 있다. 되레 박근혜 정권은 더욱 암담한 현실을 만들고 있다. 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다. 그럼에도 41주기를 맞으며 내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더 하는 것은 '못난 조상이 되지 말자'고 하신 아버지의 말씀처럼 '못난 자식'이 되지 않고자 함이다."
- 지난해 20대 총선 기간, 재외국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했다. 어떤 이유로 고발을 당했으며 현재 이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지난 총선 기간 중 미주 지역의 일간지에 광고를 내면서 '불의한 정권을 투표로 심판합시다'라는 문구를 사용했는데, 이것이 특정 정당을 유추할 수 있는 문구였다는 이유로 재외선관위에 의해 고발당했다.
또 그로 인해 여권 효력 정지처분과 동시에 검찰의 출석요구서를 받은 상태다. 이는 선관위가 스스로 새누리당을 '불의한 정권'으로 인정하는 실소를 금할 수 없는 행동이며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들에게까지 민주국가의 기본정신인 의사표현의 자유를 거스르는 법을 적용해 족쇄를 채우고자 하는 행위다. 반민주적이며 국격을 떨어뜨리는 처사다. 그럼에도 재외선거 결과에서 새누리당(23.8%)에 비해 야당이 70.7%로 압승을 거둔 것을 보면, 내 희생이 조금이나마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다. 보람을 느낀다.
아래는 광복절인 지난 15일 내가 서울중앙지검에 보낸 서신의 내용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2부
최대건 검사 귀하
먼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헌법 정신을 수호하기 위해 불철주야 분투하시는 귀하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귀청이 본인에게 '우리청 903호 검사실'로 출석하라고 요구하신 2016년 8월 17일은, 41년 전 내 아버지께서 박정희 정권에게 의문사 당하신, 대한민국 역사의 고난을 품고 있는 날인지라 반드시 출석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주지하고 계시듯이 대한민국 외교부가 여권법 제13조 제1항 제8호에 따라 본인의 여권에 대한 '행정무효조치'를 취함으로써 2021년 4월 13일까지 여권효력이 상실되어 해외여행의 자유를 박탈당한 바, 요청하신 2016년 8월 17일 오전 10시, 귀청으로 출석할 수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청산하고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하여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고자 애쓰시는 귀하와 귀청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 첨부 : '여권발급 제한 및 여권반납 결정 통지서'
광복 71주년 아침 미국 커네티컷에서 장호준."
- 현재 여권효력 정지처분이 돼 한국에 입국해 검찰조사를 받고 싶어도 불가능한 상태인데, 혹시 상황이 바뀐다면 검찰의 요구대로 귀국해서 조사를 받을 생각은 있는가?
"당연히 귀국할 것이다. 내 조국이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은 내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2017년 대선은 대한민국에 있어 더 없이 중요한 선거다. 이대로 추락해 '헬조선'으로 남느냐, 아니면 치욕의 역사를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해 한반도가 세계평화의 기둥이 되느냐 하는 민족의 기로에 선 선거다. 그렇기에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다한 후에 귀국할 것이다."
- 이미 선관위에 고발을 당한 상태인데, 내년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어떤 활동을 할 지 궁금하다.
"아버지께서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에 따라 첫 번째로 구속되셨듯 내가 재외국민 선거법에 따라 첫 번째로 고발이 됐다는 것이 오히려 영광스럽다. 민중이 겪는 고난의 현장에 함께하지 못하고 있는 내 빚을 조금은 갚은 듯하다. 그러므로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신문광고나 SNS 그리고 순회강연회 등을 통해 정권교체를 위해 재외국민의 선거참여율을 높이면서 투표 독려활동을 계속 할 계획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빼앗길 여권이 없다."
- 최근 '2017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회의'를 개최했다고 하는데 어떤 의미로 하게 됐으며,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칠 계획인가.
"'이대로는 안 된다, 정치개혁을 해야만 한다'는 슬로건을 내건 버니 샌더스의 돌풍이 올해 전 미국을 휩쓸었다. 버니 샌더스가 대선 후보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와 그의 지지자들이 실현하고자 했던 많은 정책들이 힐러리를 통해 구현될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도 이제 인물위주의 선거에서 정책위주의 선거로 변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내가 원하는 후보가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정책은 남게 되고, 특정 후보 지지자들 간의 분열도 막을 수 있다. 이런 생각으로 지난 8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 동안 로스앤젤레스, 뉴욕, 뉴저지, 시애틀, 댈러스,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메릴랜드, 커네티컷 등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재외동포들이 워싱턴 D.C.에 모여 '2017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2017년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 각자 삶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활동들을 찾아주고, 함께 그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미국 전역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까지도 참여하겠다는 연락이 쇄도하는 등 벌써부터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재외동포들의 열기가 뜨겁다.
9월에 조직을 완료하고 10월부터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버몬트 작은 도시에서 시작된 버니 샌더스의 돌풍이 미 전역을 휩쓸었듯이 미주에서 시작된 돌풍이 2017년 대통령 선거를 휩쓸게 되리라 생각한다."
- 사드 한국 배치를 반대하는 백악관 청원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백악관 앞에서 시위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박근혜 정권이 한국 사드 배치의 필연성을 주장하는 근거는 북한의 핵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드의 전술적 효용성 또는 외교적 관계에 대한 무지함은 고사 하고라도 최소한의 기본 역사적 역학관계에 대한 상식조차 없는 결정이다. 북한의 핵 미사일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안은 핵미사일을 사용할 이유를 없애주는 것이다. 북한이 원치 않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핵을 보유하는 이유는 열강들 사이에서 자신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주권과 지위가 분명하게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한들 사용 할 이유가 없다. 평화협정을 통해서 북한의 핵을 무력화할 수 있다. 하지만 사드는 '쏠테면 쏴라, 막겠다'라는 극히 비상식적이며 효용성이 보장되지 않는 최악의 대책인 것이다. 오히려 대한민국을 신냉전주의의 한복판에 던져넣어 위태롭게 만들 뿐인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당장 한국 사드배치를 철회해야 한다."
- 지난 16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등을 규명하기 위한 일명 '장준하법'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버지 이름으로 법안이 발의됐는데, 늦었지만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 법안이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것뿐 아니라 지난 독재정권 하에서 저질러진 모든 의문사에 대해 조사하고 진상을 규명하며 책임자를 처벌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란 점에서 더 없이 환영한다. 역사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발의자 명단에 단 한명도 서명하지 않는 새누리당에도 적극 협조 할 것을 촉구한다.
역사는 정치적 이해득실이나 정략적 판단으로 가려지거나 왜곡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만일 새누리당이 지속적으로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일을 거부한다면 역사는 '동일 방식 보복의 법칙'이라는 역사 운용원칙에 따라 새누리당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보복하게 될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돌아가셨는가보다 '어떻게 사셨는가'에 더욱 집중할 때, 이 '헬조선'으로 죽어가는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오늘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 아버님 장준하 선생과 아름다운 추억이 있을 것 같은데? 아버님과 함께 찍은 사진은 있는가? 또 아버님 장준하에 대해 지금도 잊히지 않는 모습이 있다면?
"사실 내게는 흔히 다른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아버지와의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만들 만한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았었다. 다만 아버지께서는 자주 나를 데리고 등산을 다니시며 여러 이야기를 들려 주셨고, 장기 등반을 갈 때면 미숫가루나 인절미 대신 늘 내게 버너를 피우고 음식을 준비하도록 시키셨다.
한번은 소백산 등반에서 늦은 저녁 시간이 돼 암자에 도착해 저녁을 준비하던 중에 다 끓인 찌개에 벌레가 빠졌던 적이 있었다. 내가 어쩔 줄 몰라 하자 '자연이 만든 모든 것은 해로운 것이 없다'라고 하시며 벌레를 건져내시고는 내가 만든 찌개를 맛있게 드셨다. 내가 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었던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통해 아버지께 뭔가 해드릴 수 있었던 것이 내게 남아있는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라 생각한다.
아버님과 같이 찍은 사진은 돌 사진과 아버님이 지난 1966년 박정희를 향해 '밀수왕초'라고 한 뒤 '국가원수모독죄'로 구속 될 당시 서대문 전셋집 문 앞에서 어린 나와 작별인사를 하던 때의 사진뿐이다. 아버님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던가 보다. 결국 장례미사에서 아버님의 사진과 함께 찍은 사진이 마지막 사진이 되고 말았다.
내게는 '아빠'라는 단어가 없다. '아빠'라는 호칭을 사용할 수 있었던 시기에 내게는 '아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버지를 가까이서 뵐 수 있었던 시기는, 더는 내가 '아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만큼 성장한 이후였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곧 긴급조치 위반으로 다시 투옥되셨다.
1974년 12월, 내가 고등학생 나이가 됐을 때가 돼서야 아버지께서는 내 곁에 계실 수 있으셨다. 하지만 그것도 불과 8개월뿐, 아버지께서는 결국 내 곁을 떠나버리셨다. 그로 인해 내게는 '아빠'라는 단어가 없을 뿐더러, '아버지'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었던 시기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어려서는, 물론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왜? 내 아버지께서는 다른 아버지들처럼 자식 곁에 계시지 않는가?" 하는 불평 아닌 불평을 했었다.
지난 20대 총선 기간 동안 나에겐 '재외국민 선거법 위반' 족쇄가 채워졌고 그로 인해 여권을 빼앗겼다. 또한 검찰에 고발도 당했고, 소환장을 받았으며 체포영장이 곧 발부될 것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그 결과 미국을 떠날 수 없는 영어(囹圄) 아닌 영어의 몸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야 조금, 아주 조금 내 곁에 계시지 않았던 아니, 막내아들 곁에 계실 수 없었던 아버지의 심정을 느낄 수 있게 되는 듯하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으셨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으셨던 아버지의 심정을 말이다.
41년 전 아버지께서 박정희 정권에게 살해당하신 날인 지난 8월 17일이 지나갔다. 한국에 가서 아버님 묘소를 찾아 뵐 수 있는, 갈 수 있고 볼 수 있는 세상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출처 장준하-박정희와 장호준-박근혜, 대 이은 '핍박'
[인터뷰] 여권 상실시켜놓고 입국하란 한국 정부... 장호준 "정권교체 씨앗 뿌리고 돌아간다"
[오마이뉴스] 글: 김성수, 편집: 김지현 | 16.08.23 09:28 | 최종 업데이트 16.08.23 09:45
지난 3월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는 20대 총선과 관련해 미국에 살고 있는 장준하 선생 셋째 아들 장호준 목사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장 목사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과 프랑스에서 발행되는 신문에 "불안한 정권을 투표로 심판합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를 냈는데, 이것이 특정 정당을 유추할 수 있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라는 것이다. (관련 기사 : 2016년, 선관위는 왜 장준하 아들의 여권을 빼앗았나)
그러나 지난해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관여한 '공천개입 녹취록'을 둘러싼 선관위의 반응은 결이 달랐다. 당시 선관위 문상부 상임위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법에는 당내 경선과 관련해 후보자를 협박하거나 경선의 자유를 방해 한 자는 처벌받도록 규정돼 있지만, 정당의 경선은 정당의 자율에 의해 진행되는 것임으로 선관위가 조사권을 행사할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국민 대다수의 뜻을 기만하고 폭압하는 나쁜 정권에 투표하지 맙시다'라는 내용이 담긴 광고를 수차례 게재한 장 목사를 고발한 선관위가 현기환 정무수석의 '공천개입 녹취록'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해당 기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아주 잘못된 조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선관위의 잘못된 조치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장호준 목사의 여권을 빼앗았다. 이어서 지난 7월 1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아래 서울지검) 공안부는 장호준 목사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면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한다"라고 통보했다. 서울지검이 장호준 목사에게 보낸 출석요구서의 일부를 인용하면 이렇다.
▲ 서울중앙지검이 장호준 목사에게 보낸 공문 일부. ⓒ 장호준
"대한민국 공직선거법 제255조 등에 의하면, 누구든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의 광고 등을 할 수 없음에도, 귀하는 2015. 12. 3. 미주 중앙일보, 2016. 2. 12. 미주 한국일보 등에 10차례에 걸쳐 '불의한 정권을 투표로 심판합시다' 등을 광고하였으며, 재외투표일인 2016. 4. 2. 보스턴총영사관 재외투표소 인근에서 '아직도 박근혜 정권을 지지하십니까?' 등의 문구가 기재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여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2016. 3. 10.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은 장 목사에게 '피고발 사실 혐의유무를 확인하고자 하니 2016년 8월 17일 서울지검으로 출석하라'고 출석요구서에서 명시해놨다. 검찰의 요구는 앞뒤가 안 맞는 것이었다. 이미 여권을 빼앗긴 장 목사에게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한다"라니... 또 검찰이 장 목사에게 출석을 요구한 8월 17일이라는 날짜에도 눈길이 간다. 이 날이 무슨 날인가.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인 1975년 8월 17일은 장준하 선생이 박정희 독재정권에 의해 '의문사' 당한 비극적인 날이다. 한국의 공안검사는 장 목사에게 아버지 기일에 출석하라고 요구서를 보낸 것이다.
공안검찰은 무지한 걸까 아니면 잔인한 걸까
만약 검찰이 8월 17일을 무슨 날인지 몰라 출석요구서를 보냈다면, 공안검사는 무지한 것이다. 아무리 법전이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의 공안을 책임지는 검사라면 최소한 한국현대사에 대해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만약 8월 17일이 무슨 날인지 알면서 출석요구서를 장 목사에게 보낸 것이라면 그건 너무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할 수밖에 없다.
광복군 장교 출신 장준하 선생이 박정희로부터 핍박을 받았던 것처럼 장준하 선생의 3남 장호준 목사가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로부터 고난을 받는 것이다. 다음은 지난 8월 19일 장호준 목사와 국제전화·이메일 등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장호준 ⓒ 장호준
- 올해로 아버님 장준하 선생이 의문사한 지 41년이 지났다. 41주기를 맞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지난 2012년, 아버님의 유골이 세상에 드러났을 때 나를 두고 '애비무덤을 파서 뼈다귀를 팔아먹고 다니는 놈'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37년 만에 당신을 세상에 드러내신 아버지께서 스스로 '내 뼈를 팔아 일제청산을, 민족의 새 정기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백성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를 그리고 내 뼈를 팔아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사라!'고 외치시는 음성을 들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목숨을 바치신 지 41년, 당신의 유골을 드러내신 지 4년 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회복되지 않고, 역사도 바로 서지 않고 있다. 되레 박근혜 정권은 더욱 암담한 현실을 만들고 있다. 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다. 그럼에도 41주기를 맞으며 내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더 하는 것은 '못난 조상이 되지 말자'고 하신 아버지의 말씀처럼 '못난 자식'이 되지 않고자 함이다."
- 지난해 20대 총선 기간, 재외국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했다. 어떤 이유로 고발을 당했으며 현재 이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지난 총선 기간 중 미주 지역의 일간지에 광고를 내면서 '불의한 정권을 투표로 심판합시다'라는 문구를 사용했는데, 이것이 특정 정당을 유추할 수 있는 문구였다는 이유로 재외선관위에 의해 고발당했다.
또 그로 인해 여권 효력 정지처분과 동시에 검찰의 출석요구서를 받은 상태다. 이는 선관위가 스스로 새누리당을 '불의한 정권'으로 인정하는 실소를 금할 수 없는 행동이며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들에게까지 민주국가의 기본정신인 의사표현의 자유를 거스르는 법을 적용해 족쇄를 채우고자 하는 행위다. 반민주적이며 국격을 떨어뜨리는 처사다. 그럼에도 재외선거 결과에서 새누리당(23.8%)에 비해 야당이 70.7%로 압승을 거둔 것을 보면, 내 희생이 조금이나마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다. 보람을 느낀다.
아래는 광복절인 지난 15일 내가 서울중앙지검에 보낸 서신의 내용이다.
▲ 외교부가 장호준 목사에게 보낸 공문. ⓒ 장호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2부
최대건 검사 귀하
먼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헌법 정신을 수호하기 위해 불철주야 분투하시는 귀하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귀청이 본인에게 '우리청 903호 검사실'로 출석하라고 요구하신 2016년 8월 17일은, 41년 전 내 아버지께서 박정희 정권에게 의문사 당하신, 대한민국 역사의 고난을 품고 있는 날인지라 반드시 출석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주지하고 계시듯이 대한민국 외교부가 여권법 제13조 제1항 제8호에 따라 본인의 여권에 대한 '행정무효조치'를 취함으로써 2021년 4월 13일까지 여권효력이 상실되어 해외여행의 자유를 박탈당한 바, 요청하신 2016년 8월 17일 오전 10시, 귀청으로 출석할 수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청산하고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하여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고자 애쓰시는 귀하와 귀청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 첨부 : '여권발급 제한 및 여권반납 결정 통지서'
광복 71주년 아침 미국 커네티컷에서 장호준."
"내년 대선 위해 할 일 다한 뒤에 귀국할 것"
▲ 백악관 앞에서 장호준 목사 ⓒ 장호준
- 현재 여권효력 정지처분이 돼 한국에 입국해 검찰조사를 받고 싶어도 불가능한 상태인데, 혹시 상황이 바뀐다면 검찰의 요구대로 귀국해서 조사를 받을 생각은 있는가?
"당연히 귀국할 것이다. 내 조국이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은 내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2017년 대선은 대한민국에 있어 더 없이 중요한 선거다. 이대로 추락해 '헬조선'으로 남느냐, 아니면 치욕의 역사를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해 한반도가 세계평화의 기둥이 되느냐 하는 민족의 기로에 선 선거다. 그렇기에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다한 후에 귀국할 것이다."
- 이미 선관위에 고발을 당한 상태인데, 내년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어떤 활동을 할 지 궁금하다.
"아버지께서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에 따라 첫 번째로 구속되셨듯 내가 재외국민 선거법에 따라 첫 번째로 고발이 됐다는 것이 오히려 영광스럽다. 민중이 겪는 고난의 현장에 함께하지 못하고 있는 내 빚을 조금은 갚은 듯하다. 그러므로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신문광고나 SNS 그리고 순회강연회 등을 통해 정권교체를 위해 재외국민의 선거참여율을 높이면서 투표 독려활동을 계속 할 계획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빼앗길 여권이 없다."
"이대로는 안 된다... 정치개혁을 해야만 한다"
- 최근 '2017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회의'를 개최했다고 하는데 어떤 의미로 하게 됐으며,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칠 계획인가.
"'이대로는 안 된다, 정치개혁을 해야만 한다'는 슬로건을 내건 버니 샌더스의 돌풍이 올해 전 미국을 휩쓸었다. 버니 샌더스가 대선 후보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와 그의 지지자들이 실현하고자 했던 많은 정책들이 힐러리를 통해 구현될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도 이제 인물위주의 선거에서 정책위주의 선거로 변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내가 원하는 후보가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정책은 남게 되고, 특정 후보 지지자들 간의 분열도 막을 수 있다. 이런 생각으로 지난 8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 동안 로스앤젤레스, 뉴욕, 뉴저지, 시애틀, 댈러스,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메릴랜드, 커네티컷 등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재외동포들이 워싱턴 D.C.에 모여 '2017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2017년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 각자 삶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활동들을 찾아주고, 함께 그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미국 전역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까지도 참여하겠다는 연락이 쇄도하는 등 벌써부터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재외동포들의 열기가 뜨겁다.
9월에 조직을 완료하고 10월부터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버몬트 작은 도시에서 시작된 버니 샌더스의 돌풍이 미 전역을 휩쓸었듯이 미주에서 시작된 돌풍이 2017년 대통령 선거를 휩쓸게 되리라 생각한다."
▲ 지난해 보스톤에서 4월 2일 20대 총선 투표를 하면서 시위하는 장호준 목사 ⓒ 장호준
▲ 장호준 목사 ⓒ 장호준
- 사드 한국 배치를 반대하는 백악관 청원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백악관 앞에서 시위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박근혜 정권이 한국 사드 배치의 필연성을 주장하는 근거는 북한의 핵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드의 전술적 효용성 또는 외교적 관계에 대한 무지함은 고사 하고라도 최소한의 기본 역사적 역학관계에 대한 상식조차 없는 결정이다. 북한의 핵 미사일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안은 핵미사일을 사용할 이유를 없애주는 것이다. 북한이 원치 않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핵을 보유하는 이유는 열강들 사이에서 자신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주권과 지위가 분명하게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한들 사용 할 이유가 없다. 평화협정을 통해서 북한의 핵을 무력화할 수 있다. 하지만 사드는 '쏠테면 쏴라, 막겠다'라는 극히 비상식적이며 효용성이 보장되지 않는 최악의 대책인 것이다. 오히려 대한민국을 신냉전주의의 한복판에 던져넣어 위태롭게 만들 뿐인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당장 한국 사드배치를 철회해야 한다."
- 지난 16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등을 규명하기 위한 일명 '장준하법'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버지 이름으로 법안이 발의됐는데, 늦었지만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 법안이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것뿐 아니라 지난 독재정권 하에서 저질러진 모든 의문사에 대해 조사하고 진상을 규명하며 책임자를 처벌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란 점에서 더 없이 환영한다. 역사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발의자 명단에 단 한명도 서명하지 않는 새누리당에도 적극 협조 할 것을 촉구한다.
역사는 정치적 이해득실이나 정략적 판단으로 가려지거나 왜곡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만일 새누리당이 지속적으로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일을 거부한다면 역사는 '동일 방식 보복의 법칙'이라는 역사 운용원칙에 따라 새누리당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보복하게 될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돌아가셨는가보다 '어떻게 사셨는가'에 더욱 집중할 때, 이 '헬조선'으로 죽어가는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오늘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내게는 '아빠'라는 단어가 없다"
▲ 지난 1975년 장준하 선생의 장례미사에서 아버님의 영정사진을 들고 가는 3남 장호준. 아버님 장준하 선생과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 장호준
- 아버님 장준하 선생과 아름다운 추억이 있을 것 같은데? 아버님과 함께 찍은 사진은 있는가? 또 아버님 장준하에 대해 지금도 잊히지 않는 모습이 있다면?
"사실 내게는 흔히 다른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아버지와의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만들 만한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았었다. 다만 아버지께서는 자주 나를 데리고 등산을 다니시며 여러 이야기를 들려 주셨고, 장기 등반을 갈 때면 미숫가루나 인절미 대신 늘 내게 버너를 피우고 음식을 준비하도록 시키셨다.
한번은 소백산 등반에서 늦은 저녁 시간이 돼 암자에 도착해 저녁을 준비하던 중에 다 끓인 찌개에 벌레가 빠졌던 적이 있었다. 내가 어쩔 줄 몰라 하자 '자연이 만든 모든 것은 해로운 것이 없다'라고 하시며 벌레를 건져내시고는 내가 만든 찌개를 맛있게 드셨다. 내가 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었던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통해 아버지께 뭔가 해드릴 수 있었던 것이 내게 남아있는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라 생각한다.
아버님과 같이 찍은 사진은 돌 사진과 아버님이 지난 1966년 박정희를 향해 '밀수왕초'라고 한 뒤 '국가원수모독죄'로 구속 될 당시 서대문 전셋집 문 앞에서 어린 나와 작별인사를 하던 때의 사진뿐이다. 아버님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던가 보다. 결국 장례미사에서 아버님의 사진과 함께 찍은 사진이 마지막 사진이 되고 말았다.
내게는 '아빠'라는 단어가 없다. '아빠'라는 호칭을 사용할 수 있었던 시기에 내게는 '아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버지를 가까이서 뵐 수 있었던 시기는, 더는 내가 '아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만큼 성장한 이후였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곧 긴급조치 위반으로 다시 투옥되셨다.
▲ 1966년 장준하 선생이 박정희를 향해 '밀수왕초'라고 하며 '국가원수모독죄'로 구속 될 당시 서대문 전세집 문앞에서 어린 장호준과 작별인사를 하는 장준하 선생 ⓒ 장호준
지난 20대 총선 기간 동안 나에겐 '재외국민 선거법 위반' 족쇄가 채워졌고 그로 인해 여권을 빼앗겼다. 또한 검찰에 고발도 당했고, 소환장을 받았으며 체포영장이 곧 발부될 것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그 결과 미국을 떠날 수 없는 영어(囹圄) 아닌 영어의 몸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야 조금, 아주 조금 내 곁에 계시지 않았던 아니, 막내아들 곁에 계실 수 없었던 아버지의 심정을 느낄 수 있게 되는 듯하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으셨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으셨던 아버지의 심정을 말이다.
41년 전 아버지께서 박정희 정권에게 살해당하신 날인 지난 8월 17일이 지나갔다. 한국에 가서 아버님 묘소를 찾아 뵐 수 있는, 갈 수 있고 볼 수 있는 세상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장호준 목사는 누구?
장호준 목사는 장준하 선생의 3남으로서 1988년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싱가폴 등 동남 아시아지역에서 6년간 마약중독자 상담과 피난민 대상 선교활동을 했다. 1994년 잠시 귀국해 목회를 했었고, 1999년 미국으로 이주해 미국 그리스도연합교회 소속 목사가 됐다. 이후 커네티컷 주립대학에 위치한 스토어스 한인교회를 설립한 뒤 현재까지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목회활동을 하고 있다.
2012년 대선 기간 중 미국의 주요 도시들에서 순회 강연을 통해 박근혜 후보 낙선운동을 했었고, 대선 이후 '미주희망연대'를 설립해 현재까지 의장직을 맡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 기간 중 반 새누리당 선거 활동을 전개했는데, 이로 인해 재외국민 선거법이 시행된 이후 첫 번째 위반 사례로 고발당했다. 현재 검찰의 소환장을 받아 놓은 상태다.
커네티컷 주립대학에 인접한 교외 지역에서 아내와 둘이 살며, 주중에는 맨스필드 교육구에서 스쿨버스 운전사로 일을 하고 있다.
2012년 대선 기간 중 미국의 주요 도시들에서 순회 강연을 통해 박근혜 후보 낙선운동을 했었고, 대선 이후 '미주희망연대'를 설립해 현재까지 의장직을 맡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 기간 중 반 새누리당 선거 활동을 전개했는데, 이로 인해 재외국민 선거법이 시행된 이후 첫 번째 위반 사례로 고발당했다. 현재 검찰의 소환장을 받아 놓은 상태다.
커네티컷 주립대학에 인접한 교외 지역에서 아내와 둘이 살며, 주중에는 맨스필드 교육구에서 스쿨버스 운전사로 일을 하고 있다.
출처 장준하-박정희와 장호준-박근혜, 대 이은 '핍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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