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헛소리 작렬 “국민 대부분이 원가 이하로 전기 사용한다”고?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16-08-22 18:35:53 | 수정 : 2016-08-23 07:59:01
22일 서울 낮 기온이 36도였다. 안 그래도 푹푹 찌는 날씨에 사람들이 열을 잔뜩 받는데 한국전력이 이런 식으로 사람들 뚜껑을 열리게 하는 건 좀 곤란하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논의되는 와중에 한전이 “지금도 국민 대부분이 전기를 원가 이하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단다.
한전의 설명은 이렇다. 가정용 누진요금 6단계 중 1~4단계까지 원가 이하로 전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전체 주택용 요금이 원가 대비 92~95% 수준이라는 게 한전의 강변이다.
문제는 이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따지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한전의 설명에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그래서 원가가 도대체 얼마고 그걸 어떻게 계산하는 거요?”라고 한전에 물었다. 그때마다 한전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아는가? “원가는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습니다”가 그 답이었다. 이런 망할!
한전 주장의 핵심은 “가정용 전기 대부분을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대신 손실분을 누진제로 만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진제를 손볼 수 없다는 게 한전의 주장이다.
또 한전은 “만약에 누진제를 손보면 부자감세가 이뤄지고 가난한 사람들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우긴다. 왜냐? 누진제로 겨우 그 손해를 커버하는 판에, 누진제를 없애면 한전이 적자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한전은 기본요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 이러면 전기를 조금 쓰는 가난한 사람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는 한전의 실적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한전은 절대로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가 올해 상반기에 6조 309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게 말이 되나?
이걸 날짜 숫자로 나누면 하루 평균 347억 원 씩 한전이 쓸어 담았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11조 원이었다. 그런데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이 기록은 가뿐히 깨질 전망이다. 한전의 영업이익이 올해 최대 13조 원까지 불어날 판이다. 이런데도 국민 대부분이 원가 이하로 전기를 쓰고 있단다. 이걸 믿으라고 하는 말인가?
그렇다면 한전이 말하는 원가라는 것은 어떻게 산정될까? 보통 제조업체들이 원가를 이야기할 때에는 제조원가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제조원가는 물품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을 포괄적으로 계산해 산정한다.
그런데 한전은 여기에서다 법인세까지 원가로 때려 넣는다. 심지어 회계 계정 상 별도로 잡히는 영업외손실도 원가로 잡는다. 하여간 회사에서 쓰는 모든 지출은 모두 다 원가로 밀어 넣는다는 이야기다.
더 황당한 건 한전이 ‘적정 투자보수’라는 것도 원가로 집어넣는다는 점이다. 한전에 따르면 적정 투자보수란 ‘전기의 생산 공급을 위해 투자된 자산에 대한 적정한 보수’라고 돼 있다. 이렇다면 논리적으로 볼 때 한전은 배당금도 원가로 잡을 수 있다. 배당이야말로 ‘투자된 자산에 대한 적정한 보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떤 회계에서도 배당을 원가로 잡는 경우는 없다. 배당은 회사가 낸 이익의 일부분을 주주에게 주는 것이다. 물건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세상에 이익을 원가라고 주장하는 엉터리 회계가 어디 있나?(조금 어려운 이야기지만 회계적으로 배당금은 비용이 아니라 ‘이익잉여금’이라는 항목에서 돈이 빠진다.)
쉽게 말해 한전은 지금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제가 호떡을 파는데 호떡 가격이 1000원입니다. 그런데 이건 밑지고 파는 거예요. 왜냐하면 호떡 원가가 1500원이기 때문입니다. 원가가 왜 1500원이냐고요? 재료값 500원, 시설비 300원, 그리고 내 월급 500원, 그리고 나에게 보장된 이익 200원, 이렇게 해서 1500원이죠.”
이런 가정이 너무 황당하기에 시민단체들은 한전에 정확한 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심지어 감사원조차 2013년 한전에 대해 원가 산정 방식이 불투명하다고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하지만 한전은 원가 공개에 대해 요지부동의 자세를 변치 않는다.
한전이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그게 그들의 주장대로 “영업비밀이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독점기업 한전이 국민들에게 전기 파는데 무슨 영업비밀이 존재하나? 누가 들으면 한국에 전기를 파는 회사가 두 세 개쯤 있는 줄 알겠다. 그들이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 황당한 원가 산정 방법으로 그들이 10조 원이 넘는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이 정말로 “국민 대부분이 원가 이하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을 할 참이면 지금 당장 원가 구조를 공개해야 한다. 떳떳하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 한전이 자기 신분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해주는 말인데 한전의 신분은 공기업이다. 국민의 공공 영역을 지키라고 세운 회사라는 이야기다.
한국전력,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 칠 생각 말고 제발 좀 정직하게 장사하자. 이런 상식적인 부탁을 사기업도 아니고 공기업한테까지 해야 되는 세상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출처 한전의 헛소리 작렬 “국민 대부분이 원가 이하로 전기 사용한다”고?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16-08-22 18:35:53 | 수정 : 2016-08-23 07:59:01
22일 서울 낮 기온이 36도였다. 안 그래도 푹푹 찌는 날씨에 사람들이 열을 잔뜩 받는데 한국전력이 이런 식으로 사람들 뚜껑을 열리게 하는 건 좀 곤란하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논의되는 와중에 한전이 “지금도 국민 대부분이 전기를 원가 이하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단다.
한전의 설명은 이렇다. 가정용 누진요금 6단계 중 1~4단계까지 원가 이하로 전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전체 주택용 요금이 원가 대비 92~95% 수준이라는 게 한전의 강변이다.
문제는 이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따지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한전의 설명에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그래서 원가가 도대체 얼마고 그걸 어떻게 계산하는 거요?”라고 한전에 물었다. 그때마다 한전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아는가? “원가는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습니다”가 그 답이었다. 이런 망할!
상식적으로 원가 이하일 리가 없는 가정용 전기요금
한전 주장의 핵심은 “가정용 전기 대부분을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대신 손실분을 누진제로 만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진제를 손볼 수 없다는 게 한전의 주장이다.
또 한전은 “만약에 누진제를 손보면 부자감세가 이뤄지고 가난한 사람들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우긴다. 왜냐? 누진제로 겨우 그 손해를 커버하는 판에, 누진제를 없애면 한전이 적자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한전은 기본요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 이러면 전기를 조금 쓰는 가난한 사람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는 한전의 실적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한전은 절대로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가 올해 상반기에 6조 309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게 말이 되나?
이걸 날짜 숫자로 나누면 하루 평균 347억 원 씩 한전이 쓸어 담았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11조 원이었다. 그런데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이 기록은 가뿐히 깨질 전망이다. 한전의 영업이익이 올해 최대 13조 원까지 불어날 판이다. 이런데도 국민 대부분이 원가 이하로 전기를 쓰고 있단다. 이걸 믿으라고 하는 말인가?
한전이 말하는 원가라는 게 도대체 뭔가?
그렇다면 한전이 말하는 원가라는 것은 어떻게 산정될까? 보통 제조업체들이 원가를 이야기할 때에는 제조원가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제조원가는 물품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을 포괄적으로 계산해 산정한다.
그런데 한전은 여기에서다 법인세까지 원가로 때려 넣는다. 심지어 회계 계정 상 별도로 잡히는 영업외손실도 원가로 잡는다. 하여간 회사에서 쓰는 모든 지출은 모두 다 원가로 밀어 넣는다는 이야기다.
▲ 정의당 광주·전남 시·도당 위원장과 당직자들이 19일 오전 전남 나주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 폭탄 규탄 및 불공정 전력요금체계 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에너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뉴시스
더 황당한 건 한전이 ‘적정 투자보수’라는 것도 원가로 집어넣는다는 점이다. 한전에 따르면 적정 투자보수란 ‘전기의 생산 공급을 위해 투자된 자산에 대한 적정한 보수’라고 돼 있다. 이렇다면 논리적으로 볼 때 한전은 배당금도 원가로 잡을 수 있다. 배당이야말로 ‘투자된 자산에 대한 적정한 보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떤 회계에서도 배당을 원가로 잡는 경우는 없다. 배당은 회사가 낸 이익의 일부분을 주주에게 주는 것이다. 물건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세상에 이익을 원가라고 주장하는 엉터리 회계가 어디 있나?(조금 어려운 이야기지만 회계적으로 배당금은 비용이 아니라 ‘이익잉여금’이라는 항목에서 돈이 빠진다.)
쉽게 말해 한전은 지금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제가 호떡을 파는데 호떡 가격이 1000원입니다. 그런데 이건 밑지고 파는 거예요. 왜냐하면 호떡 원가가 1500원이기 때문입니다. 원가가 왜 1500원이냐고요? 재료값 500원, 시설비 300원, 그리고 내 월급 500원, 그리고 나에게 보장된 이익 200원, 이렇게 해서 1500원이죠.”
공기업 한전, 국민 상대로 사기 칠 생각 말고 원가부터 공개해야
이런 가정이 너무 황당하기에 시민단체들은 한전에 정확한 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심지어 감사원조차 2013년 한전에 대해 원가 산정 방식이 불투명하다고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하지만 한전은 원가 공개에 대해 요지부동의 자세를 변치 않는다.
한전이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그게 그들의 주장대로 “영업비밀이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독점기업 한전이 국민들에게 전기 파는데 무슨 영업비밀이 존재하나? 누가 들으면 한국에 전기를 파는 회사가 두 세 개쯤 있는 줄 알겠다. 그들이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 황당한 원가 산정 방법으로 그들이 10조 원이 넘는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이 정말로 “국민 대부분이 원가 이하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을 할 참이면 지금 당장 원가 구조를 공개해야 한다. 떳떳하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 한전이 자기 신분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해주는 말인데 한전의 신분은 공기업이다. 국민의 공공 영역을 지키라고 세운 회사라는 이야기다.
한국전력,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 칠 생각 말고 제발 좀 정직하게 장사하자. 이런 상식적인 부탁을 사기업도 아니고 공기업한테까지 해야 되는 세상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출처 한전의 헛소리 작렬 “국민 대부분이 원가 이하로 전기 사용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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