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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전' 가세한 청와대, 역풍만 키웠다

'폭로전' 가세한 청와대, 역풍만 키웠다
<조선일보> 손 보기 성공했지만 '우병우 구하기' 기획설 더 커져
[오마이뉴스] 글: 이경태, 편집: 이준호 | 16.08.31 11:47 | 최종 업데이트 16.08.31 11:56


▲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 창문 너머로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 유성호


"이게 하나의 큰 그림, 청와대가 우병우 수석을 구하고 청와대를 보호하기 위한 작전에 여러 사람들이 배역을 맡아서 등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사실 그런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대우조선해양과의 유착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사건에 대해 내린 평가다. 그는 31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 "관계된 사건들이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러나고, 하나 같이 국민들의 입을 벌리게 만드는, 놀람의 연속"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노 원내대표만 이런 시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애당초 이번 사건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최초 폭로 때부터 '청와대 기획설' 의혹을 받았다. 김 의원이 사정기관의 협조 없이 구하기 어려운 자료를 근거로 송 전 주필 관련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의 공신력에 상처를 입히기 위해 송 전 주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직접 폭로전에 가세한 게 결정적이었다.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가 전날(30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송 전 주필이 지난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대우조선해양 고위층 연임을 로비 해왔다"고 폭로했다.

이는 김 의원의 '호화 외유' 폭로에 "취재 차원의 공식 초청에 따른 출장"이라고 해명했던 송 전 주필에 대한 '결정타'였지만 이번 폭로전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의심을 더욱 짙게 하는 결과이기도 했다.(관련 기사 : 청와대 '익명'은 누구? '송희영 파일' 연일 폭로)


"청와대 비서실이 우병우 변호인 된 듯"

노 원내대표도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우선 "청와대 관계자가 우병우 수석 사건이 불거진 것은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들이 청와대를 흔들어서 그렇다고 얘기했다, 굳이 일부 언론이 아니라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고 한 것은 그 언론의 부패 기득권적 행동을 알고 있다는 얘기"라며 "이 발언을 한 청와대 관계자는 김진태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이미 봤던 사람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가 이 자료를 보지 않았다면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는 말을 일주일 전에 했을 리가 없다, 제가 볼 때는 이게 대통령에게도 다 보고된 사실 아니겠는가"라며 "만약 사정기관에 의해서 입수된 자료가 청와대에 보고되고 청와대가 이걸 가지고 있다가 청와대를 보호하기 위한 반격 자료로 썼다면 그야말로 권력이 사적으로 남용된 굉장한 문제고 국가 기강에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병우 수석 관련) 수사가 일단은 공정성을 의심받지 말아야 하는데 계속 청와대가 직접 당사자로 나서서, 지금 보면 청와대 비서실이 피의자인 우병우 수석의 변호인으로 사건을 수임한 것처럼 보인다"면서 "연일 우병우 수석을 변호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청와대 체통에 맞지 않게 흘려대고 있지 않느냐"고도 꼬집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실제로 김진태 의원이 폭로한 자료가 일반 의원실에서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료로 보기는 굉장히 힘들다"면서 '청와대 기획설'에 힘을 실었다.

그는 그러면서 "폭로 시점이나 이런 것을 봤을 때도 그렇다,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23일 특수팀장이 발표된 후에 김진태 의원의 1차 폭로가 있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사건으로 여론을 환기시키면서 물타기를 하려는 것 아닌가, 이런 의심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가 실제로 대우조선해양 (고위층) 연임에 대해서 (송 전 주필의) 로비가 있었다고 발언했는데 만약에 그렇다면 누구를 상대로 그 로비가 이뤄졌는지 발표해야 된다고 본다"고도 꼬집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 <조선일보> 직접 공격, 언론 길들이기 나섰다"고 비판했다. 또 "(송 전 주필) 사표처리, 사과를 한 <조선일보> 역시 현명한 선택을 했다"면서 "오직 청와대만 우병우 구하기에 공작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러한 '역풍'에 사실상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송 전 주필의 사표 수리 결정이 우 수석의 거취 문제에 미칠 영향을 묻는 말에 "없다, 달라진 것은 없다"고 답했다.


조선일보 "마음에 안 든다고 음모론 공격 펴다니 청와대 할 일 아냐"

한편, <조선일보>도 이날 사설을 통해 청와대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언론인 개인 일탈과 권력 비리 보도를 연관짓지 말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본지 송희영 전 주필의 도덕적 일탈에 대해선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가 속했던 언론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송 전 주필이 자신의 흠을 덮기 위해 조선일보 지면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다고 하는 사실과 다른 음모론에 대해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가 전날(30일) 송 전 주필의 연임 로비 의혹을 추가 폭로하면서 '대우조선해양과의 유착 관계를 덮기 위해 <조선일보>가 우병우 수석을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음모론'으로 규정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구체적으로 "본지 기자들은 큰 특종이라고 판단될 경우 사내에도 알리지 않고 밤 11시 이후 마감하는 최종 인쇄판에만 보도해 왔다, 조선일보 사장과 발행인도 아침 신문에서 우 수석 처가 땅 의혹 보도를 처음 봤다"고 강조했다. 또 "조선일보에게 주필은 편집인을 겸하기는 하지만 사설란만 책임질 뿐 편집국 취재와 보도는 편집국장에게 일임돼 있다"면서 "주필이 취재기자에게 직접 기사 지시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즉, 우병우 수석 관련 보도가 송희영 전 주필과 관련 있다는 청와대 주장은 사실 관계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특히 <조선일보>는 "청와대 인사가 권력형 비리 의혹 보도의 당사자가 된 것은 권력 측에서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그 청와대 인사가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장 취재 기자들이 권력 비리의 의문을 갖고 발로 뛰어 파헤친 기사를 그 언론에 있는 다른 특정인의 도덕적 일탈과 연결지어 음모론 공격을 펴는 것은 적어도 청와대가 할 일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출처  '폭로전' 가세한 청와대, 역풍만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