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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다음 대통령, 제발 사람이기만 했으면”

“다음 대통령, 제발 사람이기만 했으면”
‘노숙 인문학자’ 최준영 작가 글 화제
[한겨레] 강민진 기자 | 등록 : 2016-10-14 11:27 | 수정 : 2016-10-14 11:40


▲ 최준영 작가. 페이스북 갈무리.


“내가 바라는 다음 대통령, 훌륭한 대통령은 못 돼도 괜찮다. 다만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정말, 사람이기만 했으면 좋겠다.”

사회로부터 소외된 약자를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해 ‘거리의 인문학자’, ‘거지 교수’, ‘노숙인 인문학자’라고 불리고 있는 최준영 작가가 “내가 바라는 다음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다.

최준영 작가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바라는 다음 대통령, 정치 못해도 괜찮다. 상식만 지켰으면 좋겠다”, “농민 먹여 살리지 않아도 괜찮다. 울리거나 죽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측근 비리, 근절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전횡과 횡포만 막았으면 좋겠다”는 형식이 반복되는 시 형태의 글을 올렸다.

▲ 최준영 작가의 페이스북 글 갈무리


최준영 작가는 일자리, 교육, 역사 등도 언급하며 혁신은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있는 것만이라도 건드리지 말아달라는 바람을 적기도 했다. 이어서 “결론은 훌륭한 대통령은 못 돼도 괜찮다. 다만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정말, 사람이기만 했으면 좋겠다”라는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최 작가가 묘사하는) 이런 지도자를 원한다”, “사람이기만 했으면 하는 이런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능력이 좀 떨어져도 정직하고 정도를 걸을줄 아는사람, 그래야 좋은 사람이 모이죠. 대통령이 미주알고주알 다 하는것도 아닌데….”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준영 작가는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2005년 노숙인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시작한 이래, 교도소와 대학, 도서관, 기업 등에서 초청 1순위로 꼽는 대중 강연가이다. <최준영의 책고집>, <결핍을 즐겨라> 등의 책도 썼다. 정부가 정치적 검열을 하고 창작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문화·예술인 명단인 일명 ‘청와대 블랙리스트’ 9,473명에 포함되기도 했다.

내가 바라는 다음 대통령
정치, 못해도 괜찮다. 상식만 지켰으면 좋겠다.
경제, 몰라도 괜찮다. 걸림돌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보, 몰라도 괜찮다. 악용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문화, 융성 안해도 괜찮다.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교, 못해도 괜찮다. 망신 행보만 안했으면 좋겠다.

일자리, 못 늘려도 괜찮다. 있는 것만 지켰으면 좋겠다.
기업, 지원 안해도 괜찮다. '삥'만 뜯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금, 안 깍아줘도 괜찮다. 허튼 데 쓰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역사, 잘 몰라도 괜찮다. 획일화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과학, 노벨상 못 받아도 괜찮다. 간섭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인권, 신장 안 시켜도 괜찮다. 유린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교육, 혁신 못해도 괜찮다. 차별없이 밥만 먹여주면 좋겠다.
위안부, 해결 못해도 괜찮다. 굴욕 합의나 안 했으면 좋겠다.
시민사회, 이해 못 해도 괜찮다. 이적단체로 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노동, 관심 없어도 괜찮다. 불법해고나 안했으면 좋겠다.
농민, 먹여살리지 않아도 괜찮다. 죽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공직기강, 바로잡지 못해도 괜찮다. 들쑤시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친인척 관리, 느슨해도 괜찮다. 설치지만 않게 하면 좋겠다.
측근비리, 근절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전횡과 횡포만 막았으면 좋겠다.
인사, 공평하지 않아도 괜찮다. 비리백화점만 아니라면 좋겠다.
언변, 유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알아듣게만 말했으면 좋겠다.

결론.
훌륭한 대통령은 못 돼도 괜찮다. 다만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정말, 사람이기만 했으면 좋겠다.


출처  “다음 대통령, 제발 사람이기만 했으면”…‘노숙 인문학자’ 글 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