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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박근혜 연설문서 포부나 심경 표현 고쳤다”

최순실 “박근혜 연설문서 포부나 심경 표현 고쳤다”
계속 발뺌하다 ‘정호성 녹음파일’ 드러나자 결국 시인
‘통일 대박’ 추천은 부인…차은택·고영태에 불만 피력

[경향신문] 박광연·구교형 기자 | 입력 : 2016.11.18 06:00:09 | 수정 : 2016.11.18 07:42:52


▲ 최순실씨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서성일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씨(60)가 검찰 조사에서 박근혜의 연설문을 직접 수정한 적이 있다고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씨는 차은택(47)·고영태(40)씨 등 측근들이 국정농단 사건의 모든 책임을 최씨의 탓으로 돌린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씨로부터 “대통령 연설문에 담긴 내용 중 정책 기조나 콘텐츠 부분이 아니고 포부나 심경적인 부분, 상황에 대한 인식 같은 것을 표현한 것에 대해 부분적으로 조금 고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지금까지 최씨는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운영을 주도한 것뿐 아니라 박근혜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을 빼돌린 혐의를 일절 부인해왔다. 그러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서 연설문 작성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자 이 부분만 마지못해 자백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씨는 박근혜의 연설문을 언제까지 고쳤는지는 말을 아꼈다. 그의 태블릿PC에 마지막 파일이 입력된 날까지 연설문 작성에 관여한 것인지, 아니면 그 뒤에도 지속적으로 수정을 도왔는지 명확하게 진술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이 확보한 태블릿PC에는 박근혜의 당선 전 연설문뿐만 아니라 취임 이후 연설문도 다수 들어 있다. 최씨는 박근혜가 언급한 ‘통일 대박’이라는 말을 추천했다는 세간의 의혹은 검찰에서 강력히 부인했다고 한다. 또 한진해운 법정관리 등 국가 현안 개입 여부에 대한 질문에 “왜 저한테 얘기해요”라고 반문도 했다.

최씨는 검찰에서 박근혜의 1·2차 대국민담화를 영상으로 시청한 뒤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당 영상을 컴퓨터로 보여준 뒤 담화문도 출력해 건네주기도 했다.

하지만 최씨를 잘 아는 이들은 그가 박근혜 보다 외동딸 정유라씨(20)를 좀 더 걱정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근혜에 대한 감정이 ‘미안함’에 비유될 수 있다면 홀로 유럽에 남기고 온 정씨에 대해서는 ‘걱정’이 크다는 것이다.

최씨는 검찰 조사를 받을 때마다 차은택·고영태씨 등이 책임을 자신에게 미루는 데 대해 불만을 피력하고 있다. 최씨는 “두 사람이 ‘내가 모르는 일도 내가 했다’ 하고 ‘내가 듣기만 한 것도 내가 했다’ 식으로 나에게 책임을 몰아간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히 차씨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릴 만큼 상당한 영예를 누렸는데도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식의 진술을 하는 것을 전해 듣고 화가 많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스포츠 컨설팅 업체 ‘더블루K’ 운영에 대해서도 “고씨가 아이디어를 주도적으로 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달 31일 밤 긴급 체포된 이후 최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날은 지금까지 18일에 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잘 모른다” 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자 검사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등 주제를 정해주고 “종이에 아는 대로 정리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최씨가 1~2시간 동안 정리해 제출하는데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것이다 보니 흡사 ‘반성문’을 연상케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단독] 최순실 “대통령 연설문서 포부나 심경 표현 고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