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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정화 방침’ 발표 15분전에 바꿨다

교육부 ‘국정화 방침’ 발표 15분전에 바꿨다
발표 15분전 국회 교문위 의원실엔 “내년부터 혼용” 보고
‘내년 연구학교 지정, 2018년 혼용’ 방침 발표직전 바꾼듯
교육부 “담당자가 실수로 초안을 보낸 것” 해명했지만
다른 관계자 “막판까지 결정 못해 발표 연기 주장까지 나와”
김병욱 의원 “아이들 미래 달린 교육정책 졸속 결정 황당”

[한겨레] 김경욱 기자 | 등록 : 2016-12-28 14:00 | 수정 : 2016-12-28 14:43


▲ 이준식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27일 국정교과서 현장적용방안을 발표하기 15분 전까지도, 발표 내용과 다른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희망하는 학교에 한 해 국정 역사교과서를 배포하고 2018년부터는 ‘국·검정 혼용’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15분 전 국회에 보낸 보고서에서는 (2018년이 아닌)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국·검정을 혼용하겠다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학생들의 미래가 달린 교육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아 28일 공개한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방안’을 보면,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2017학년도부터 검정교과서와 혼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방안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27일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방안을 발표하기 불과 15분 앞선 오전 10시 45분에 국회에 보고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준식 장관은 오전 11시 대국민담화에서 “2018학년도부터 국·검정교과서를 혼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거센 반대여론을 의식해 ‘2017년 국·검정 혼용’ 방침을 15분 사이 ‘2018년 혼용’으로 1년 미룬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이날 공식 발표에 담겨있는 ‘내년에 국정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겠다’는 내용도 국회 보고에는 담겨있지 않았다. 당장 내년부터 국정과 검정교과서를 전면적으로 혼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연구학교’라는 시범학교를 지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국회 보고에서는 “2017학년도에는 국정교과서와 기존 검정교과서 중에서 학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최종 발표에서는 “2017학년도에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하여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주교재로 사용하고, 다른 학교에서는 기존 검정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겠다”로 변경됐다.

국정교과서는 그동안 박정희 정권 미화, 친일파 행적 축소 등 편향적인 서술 외에도 1년 만의 무리한 집필 및 심의로 ‘졸속 집필’, ‘깜깜이 집필’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더해 최종 발표 직전까지 명확한 방침을 세우지 못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집필부터 최종방안 마련까지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병욱 의원은 “학생들의 미래가 달린 교육정책을 교육부가 어떻게 이런 식으로 결정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는커녕, 교육부가 역사교육을 두고 혼란을 조장하고 있는 만큼, 국정교과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담당자가 실수로 초안을 국회에 잘못 보냈다”며 “15분 만에 결정을 뒤집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교육정책 발표 내용을 교육부가 국회에 잘못 보고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교육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교육부가 발표 막판까지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정황이 뚜렷하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몇 가지 안을 놓고 고심하다가 최종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막판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해 내부에서는 이날 발표를 연기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출처  [단독] 교육부 ‘국정화 방침’ 발표 15분전에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