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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박근혜정권의 집요한 ‘세월호 죽이기’

김영한 비망록 : 박근혜정권의 집요한 ‘세월호 죽이기’
세월호 진상규명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
[민중의소리] 남소연 기자 | 발행 : 2016-12-27 20:17:28 | 수정 : 2016-12-27 20:17:28


▲ 세월호 참사 ⓒ김철수 기자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죽이기’는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청와대는 앞장서서 유언비어를 유포했다. 심지어 단식 중인 유가족에게 국민적 비난이 가해지도록 언론을 '지도'하는 일도 서슴없이 벌였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인 이른바 '김영한 비망록'에는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죽이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박근혜 정부 3대 민정수석이었던 김 전 수석은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지난 2014년 6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빼곡히 적은 120쪽 분량의 업무일지를 남겼다. 이 기록은 박근혜김기춘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어떤 관점에서 참사를 바라보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물증'인 셈이다.


김영한 비망록 170일 기록 중 ‘세월호’ 언급만 83일
청와대, ‘세월호 희생자 인양 지연’ 지시 의혹

27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청와대 공작정치 사례를 통해 본 국정농단,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토론회 발언자로 나선 김진이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전 조사관은 '김영한 비망록'으로 드러난 청와대 주도의 세월호 진실 은폐에 대해 발표하며 "참혹하다"고 심정을 전했다.

170일간의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이 담긴 '김영한 비망록'에서는 세월호 관련 기록이 유독 빈번히 등장한다. '세월호'에 대한 단어 언급만 83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관련 내용은 24일, 산케이 및 7시간 의혹 관련 내용은 20일에 달한다. 그만큼 정권 차원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예민하게 대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시 내용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청와대의 책임을 은폐하고 축소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의 2014년 7월 8일과, 2014년 10월 27일 지시사항을 이렇게 기록돼 있다. 아래의 기록에서 '長(장)'은 김 전 실장을 의미한다.

2014.07.08
長 세월호참사 원인
-청와대 보고, 그 과정에서의 혼선 X
-정부가 변명 X, 실태는 똑바로 파악

2014.10.27
長 세월호 인양
-시신인양 X, 정부책임, 부담

2014년 7월 8일 메모를 미뤄볼 때, 참사 당시 청와대의 업무 수행에는 이상이 없었으며 각종 의혹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해명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청와대 책임이 아님을 강조하려는 시도로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재판 결과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해 10월 27일 자 기록을 볼 때, 김 전 실장은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시신인양에 반대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해당 지시사항이 기록됐을 당시에는 아직 실종자 수습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더욱이 세월호 유가족이 정부에 '지속적으로 실종자를 수색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한 날이기도 하다.

김 전 조사관은 "청와대와 비서실이 오직 세월호 진상규명의 은폐, 청와대의 책임론 차단을 위해 온 힘을 다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성토했다.

그는 "진상규명도 되지 않은 참사의 결론을 일찌감치 내놓고 있다"며 "이는 고스란히 정부와 여당이 진상규명을 막으려는 명분이 됐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발 ‘유언비어’ 유포
특별법 제정 요구는 ‘색깔론’, 단식 동조는 ‘자살방조죄’?

▲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 씨가 건강이 악화되어 누워있다. ⓒ양지웅 기자

이뿐만이 아니다. 비망록에는 청와대가 보수단체를 앞세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증언'이 담겨있었다.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요구에 대해 '색깔론'으로 매도하거나 언론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하려는 정황이 드러났다.

2014.07.13

-좌익들 국가기관 진입 욕구 强
확고한 신념을 가자. 대통령, 북 응원단 구미호 경계.
우파 지식인 결집. 우파 시민단체

2014.08.23
자살 방조죄, 국민적 비난이 가해지도록 언론지도

2014년 7월 13일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보면, 박근혜 정권에서는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을 순회했던 일을 '좌익들이 국가기관에 진입하고자 하는 시도'로 명명했다. 또한, 청와대에서 만들어낸 색깔론을 보수 지식인과 시민단체를 이용, 여론을 조작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그해 8월 23일, 김 전 실장은 '유민 아빠' 김영오 씨를 비롯해 동조 단식을 하는 이들의 행동을 '자살방조죄'라고 규정하고 '언론지도'를 통해 비난 여론을 조성하려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후 보수 언론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을 비판하는 보도들이 이어졌다.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 베스트'에서 '폭식투쟁'을 벌인 것도 이 메모 이후였다.

김진이 전 조사관은 청와대의 여론조작 시도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지시를 내리면 이것이 훗날 그대로 실행이 된다"며 "박근혜 정부는 유가족을 대처해야 할 '대상'으로만 규정하고 끊임없이 그들의 주장을 왜곡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조사관은 이어 "청와대의 지침에 따라 보수단체, 정부, 여당이 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을 어떻게 방해하고 유언비어를 유포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여당 특조위원에 ‘정치지망생’?
정부여당의 조직적인 진실규명 방해

김영한 비망록에서는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 특조위 부위원장 겸 사무총장 자리에 '정치지망생'을 앉히고자 했던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4.11.28
세월호진상조사위 17명
-부위원장 겸 사무총장(정치지망생 好)
*세계일보 공격방안
*②석동현 ①조대환

김 전 실장의 지시 사항은 실제로도 시행됐다. 새누리당은 같은 해 12월 11일 여당 몫의 특조위원 5명 가운데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으로 조대환 법무법인 하우림 대표변호사를 선정했다. 함께 거론된 석동현 변호사는 비상임위원으로 선정됐다.

청와대에서 특조위원으로 '정치지망생'을 콕 집어 선호한 이유는 청와대와의 교감 등을 통해 특조위에서의 진상규명 방해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진이 전 조사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은폐가 조직적으로 진행됐는데, 왜 아이들의 구조는 그렇지 못했을까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전 조사관은 "김 전 수석의 업무일지에서 참사에 대한 의혹과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날의 진실은 아직 규명되지 못했다"며 "세월호 진상규명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중연합당, 언론개혁시민연대, 예술인소셜유니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이재정, 국민의당 김성식, 정의당 추혜선 의원의 주최로 열렸다.

토론자로는 세월호 부분의 김진이 전 조사관을 비롯해 언론분야 김동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문화예술분야 장지연 문화의문제들 공동좌장, 법조 분야 송아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 전교조 분야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 통합진보당 해산 분야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민간인 사찰 분야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 등이 나와 광범위한 청와대 공작정치 사례를 발표했다.

※ 다음 링크에서 자료를 다운 받을 수 있다.
‘청와대 공작정치 사례를 통해 본 국정농단,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 자료집

▲ ‘청와대 공작정치 사례를 통해 본 국정농단,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 중인 김진이 세월호 특조위 전 조사관 ⓒ민중의소리


출처  [토론회] 김영한 비망록:박근혜정권의 집요한 ‘세월호 죽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