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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박근혜 게이트’ 언급량은 ‘세월호’의 두 배”

“SNS에서 ‘박근혜 게이트’ 언급량은 ‘세월호’의 두 배”
빅데이터 분석가 유승찬, 소셜미디어를 통해 본 ‘촛불 시민혁명’
[민중의소리] 최지현 기자 | 발행 : 2016-12-29 17:46:26 | 수정 : 2016-12-29 20:17:05


▲ 광화문광장에서 민중총궐기대회를 마친 시민들이 지난 11월 19일 서울 내자동 사거리에서 스마트폰 불빛을 들고 박근혜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100만, 200만, 300만···. '촛불시민'을 광장으로 이끈 동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빅데이터 분석가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시민혁명은 소셜미디어의 힘'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지난 27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란 연결과 참여, 공유가 특징"이라며 "사람들이 연결돼있고, 참여하고, 공유하기 때문에 확산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고 밝혔다.

너도 나도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의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평소 모르고 지내던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함께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이를 또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면서 광장의 촛불도 급속히 확산됐다는 것이다.


100만 촛불 처음 기록한 11월 12일
소셜미디어에서 '박근혜 게이트' 70만 건 사상 최대 언급

유 대표의 데이터 분석(10월 24일~11월 18일)에 따르면,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된 내용의 하루 언급량은 최대 70만 건이었다. 박근혜가 1차 대국민사과를 했던 10월 25일과 처음 100만 촛불을 기록한 3차 촛불집회가 열렸던 11월 12일이 '70만'이라는 양대 정점을 이뤘다.

▲ ‘박근혜 게이트’ 언급량 추이(10월 24일~11월 18일) ⓒ유승찬 대표


과거 다른 사례와 비교해보면 이것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다음 날인 2014년 4월 17일 세월호 관련 언급량은 38만 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언급량 최고치는 그 두 배에 가까웠던 것이다. 심지어 '양대 정점'을 이룬 날을 제외하고도 박근혜 게이트 관련 언급량은 매일 30~50만 건이라는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이 한 달 동안 지속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유 대표는 "박근혜 게이트에 대해 언급량이 적을 때도 매일 세월호 참사 당시 최대 언급량 만큼 올라갔다"며 "2014년 4월 17일 생중계로 아무도 구조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TV로 지켜보던 때와 같은 날들이 매일 지속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균적으로 하루 3만 건이면 모든 언론의 톱뉴스가 되는데, 10만 건이면 아주 지배적인 기사가 된다"고 설명했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문'이 하루 최대 12만 건, '문창극 전 국무총리 내정자 자질 논란'이 15만 건 언급됐다. 그와 비교하면 70만 건까지 치솟았던 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언급량은 국민적 관심과 분노가 얼마나 컸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유 대표는 "70만 건은 국민들이 행동에 나설 정도의 엄청난 스트레스를 반영한 것"이라며 "광장에 모이게 한 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에서의 언급량 추이와 광장에 모인 '촛불시민'의 수를 비교해보면 상관성을 짐작할 수 있다. 유 대표는 "소셜빅데이터 규모와 광장 규모의 상관성이 데이터로 축적되면, 미래에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이 정도 규모가 광장에 모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 제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 촉구 촛불을 들고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 나아가 하나의 사건에 대한 높은 관심이 수 개월간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이례적인 현상으로 꼽히고 있다.

유 대표는 "언급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광장에 모인 숫자도 늘어나고, 두 달 가까이 지속됐다는 게 굉장히 큰 의미"라며 "세월호만 해도 한 달이 되자 급전직하했다.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좀 소강상태에 빠질 줄 알았는데 그것도 예상을 뒤엎었다"며 "그만큼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굉장히 거세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데이터 분석 대상이 아니었던 인스타그램의 분위기 변화에도 주목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중 인스타그램이 정치적 메시지로 채워지는 것을 이번에 처음 봤다. 세월호 때도 안 그랬다. 주로 음식 사진만 있었다"며 "최근에는 광장에서 올린 사진, (박근혜 게이트) 범죄자 사진, 이런 것들로 채워지더라"라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굉장히 특이한 현상이다. 인스타그램까지 피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언급량도 급증, 국민 분노 폭발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언급된 키워드는 다양했다. '박근혜', '최순실' 등 인물은 물론이고 탄핵 국면에 본격 접어들었을 때엔 '퇴진', '하야',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봇물 터졌다.

그 가운데에서 유 대표가 주목했던 키워드는 '국민연금'이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부당하게 찬성한 데 대한 분노가 빗발쳤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국민연금과 관련된) 어떤 특정 보도 때문에 소셜미디어상에서 분노가 터진 게 아니라, 트위터에서 누군가 올린 게시글이 도화선이 돼 터졌다"며 "그날 사람들은 정말 밤새 잠을 못잤다. 하룻밤에만 30만 건의 '국민연금' 키워드가 올라왔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연금' 키워드와 함께 올라온 것은 '누가 우리에게 비폭력을 강요하나' 이런 내용이었다. 분노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격렬했다. 제가 목격한 것 중 가장 분노가 큰 사건이었다"며 "편의점에서 50만원 버는 알바생이 국민연금을 내야 하는 상황과 부모님이 평생 모은 돈을 건드렸다는 데 대한 분노였다"고 분석했다.

반면 정치권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는 '개헌'에 대한 관심은 크게 낮은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소셜미디어상에서 '개헌' 언급량은 많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개헌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여론조사를 벌이지만, 이는 실제 국민의 여론과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 미디어 지형도 뒤흔들었다

유 대표는 "기이하게 생각하는 건 조직되지 않은 사람들이 광장이라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이건 확고하게 소셜미디어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혁명의 지휘부는 소셜미디어이고, 여기서 생산된 집단지성이 광장의 방향을 이끌었다고 생각한다"며 "세계에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였다.

또한 유 대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민사회의 역할이 복원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2008년 광우병 시위에서 패배한 이후 시민사회가 다시 촛불을 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그동안 NGO(비정부기구)가 영향력을 보이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시민사회가 메인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시민사회가 결합해서 진행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 ‘박근혜 게이트’ 미디어 연관어 순위(10월 24일~11월 18일) ⓒ유승찬 대표


소셜미디어는 미디어의 지형도 뒤흔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근혜 게이트와 함께 언급된 미디어 연관어 분석(10월 24일~11월 18일) 결과, '최순실의 태블릿PC' 보도 등을 주도했던 JTBC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그외 지상파 방송사인 SBS와 KBS, MBC는 JTBC의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들보다 '1인 미디어'인 고발뉴스가 오히려 더 주목을 받으며 3위를 차지한 점은 미디어 지형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유 대표가 설명했다.

유 대표는 "시민혁명은 미디어 지형도 완전히 바꿨다"며 "우리가 '손석희TV'라고 부르는 JTBC 뉴스룸이 끼친 영향이 굉장히 컸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것이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빠른 시간에 확산됐다"며 "소셜미디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신뢰도와 영향력을 급속히 끌어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 나타난 특징은 생방송이 급증한 것이다. 페이스북 라이브를 하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며 "'시민이 곧 미디어'인 시대를 알린 중요한 사건이다. 미디어도 어떻게 보면 특정 권력이었는데, 이것이 급속히 해체됐다"고 밝혔다.


대의민주주의 보완한 소셜미디어

박근혜 탄핵 정국 속에서 진행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는 국민의 관심을 더욱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국민들이 '네티즌 수사대'로서 실시간으로 청문회에 참여하는 모습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었다.

'최순실을 모른다'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짓말을 잡아내고,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과 '최순실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 간의 친분 관계를 확인한 것은 모두 '네티즌 수사대'의 작품이었다. 페이스북 라이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청문회를 보면서 댓글을 다는 동시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직접 '증거'를 찾아 야당 의원들에게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전달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대의민주주의가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해서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굉장히 커진 상태였다"며 “대통령은 탄핵됐지만 사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떨어지지 않았나. 그래서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광장에서) '시민발언대'가 정말 중요한 행사였는데,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고 싶은 욕망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훈련된 것이라고 본다"며 "연결돼 있고, 공유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굉장한 정신적 유대감를 가질 수 있었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모습이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델로 발전하지 않겠느냐"며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 등을 예시로 언급했다. 그는 "합의제 민주주의를 직접민주주의가 어떻게 보완할지 제도화하는 것도 중요한 정치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후마니타스는 공공영역의 모험을 통해서만 완성된다'는 말을 인용한 뒤 "광장이란 곳에 처음 나가는 건 두려운 일이고 모험"이라며 "공공영역에서의 모험을 통해 각성하고 인간애를 실현하는 것이 어떤 정치적 주장이나 정치적 결과보다 정치공동체에서 훨씬 중요한 과정이나 경험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11월 5일 한 고등학생이 대구시국대회에서 박근혜의 퇴진을 요구하는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구자환 기자



"광장 경험한 국민들, 대선 때 더 적극적으로 의견 낼 것"

유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도 소셜미디어와 광장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대표는 "아마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대선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지 자기들이 지지하는 후보나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낼 것"이라며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강하기 때문에 기존 대선보다 훨씬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소셜미디어에 대해 "대선에 역할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결정적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 대선에서도 그랬듯이, 지금 모든 중요한 (정치적) 선언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고 있다. 트럼프는 심지어 국가안보 문제까지 트위터를 통해 거론하고 있다"며 "기존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소셜미디어로 직접 소통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이미 그렇게 와있다"며 "정치인들이 중요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올리면, 기자가 그걸 보고 기사를 쓰는 역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는 텍스트보다 영상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질 것으로도 내다봤다. 그는 "지금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텍스트로 된 메시지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정치인들의 공약은 거짓말로 인식돼 있다"며 "표정을 직접 보지 않고는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동영상 콘텐츠의 역할이 굉장히 커질 것이다. 어느 공간에서, 어떤 환경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가 종합적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유 대표는 "시민혁명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사실상 아무것도 완성되지 않았다. 2017년은 어떻게 완성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그런 해가 되지 않겠느냐"며 "부패 체제를 청산하고 정권교체를 해서 (국민의 요구를) 제도화하는 그런 해가 돼야 한다. 이것이 시민혁명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 대표는 10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마다 10차례에 걸쳐 열린 촛불집회와 소셜미디어의 상관성을 조만간 분석할 예정이다.

▲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대표



출처  [인터뷰] “소셜미디어에서 ‘박근혜 게이트’ 언급량은 ‘세월호’의 두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