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의 눈빛과 인권의 추락
박근혜와 함께 청산해야할 과제 - 인권 후퇴
[민중의소리] 문경란 서울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전 서울시 인권위원장 | 발행 : 2017-01-01 14:10:52 | 수정 : 2017-01-01 14:10:52
레이저를 쏘듯 빤히 쳐다보는 그의 눈길에서는 오만함이 흘러넘쳤다.
“모릅니다.”
“아닙니다.”
“그런 일 없습니다.”
국회의원들의 핏대선 추궁과 질문에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시종일관 ‘모르쇠’로 답하던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지만 눈은 치켜뜨고 있었는데, “어디 두고 보자”라는 심사가 노골적으로 묻어났다. 이쯤 되면 그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최근 국회 청문회 증인석에 앉았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얘기다.
지난 4년간 박근혜 정권 하에서의 인권상황을 평가해달라는 원고청탁을 받고 문득 떠오른 것은 우 전 수석의 눈빛이었다. 눈에 힘을 딱 주고 응시하는데 도대체 상대방을 존중하거나 소통하려는 노력이나 의지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안하무인의 불쾌한 눈빛.
그의 눈빛에서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며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는 국민의 공복이라는 것, 국민 개개인은 존엄하게 살아갈 인권의 주체이며 공직자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는 인권의 책무자라는 기본적인 상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박근혜 정부가 인권을 대하는 태도는 한마디로 우 전 수석의 눈빛 같다고나 할까. 국민을 우롱하고 국민위에 군림했으며 소통은커녕 국민의 입을 막고 자유를 옭아맸다. 자연히 박근혜 정부에서 인권상황은 크게 추락했다.
세월호 참사는 인권의 대참사다. 생명과 안전은 인권의 출발점이자 첫 손가락으로 꼽히는 권리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 국민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한 국가나 대통령을 두고 인권을 논하려니 자괴감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그 뿐이랴. 이 정부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함으로써 국민의 진실에 대해 알 권리를 유린했다. 게다가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목숨을 걸고 단식농성 했던 유가족들은 피자와 치킨으로 폭식하는 혐오세력 앞에서 씻을 수 없는 모욕과 혐오를 당해야했다.
혐오세력의 준동은 이 정권 하에서 유난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종북으로 몰렸고, 성소수자들은 일부 보수 기독교단체에 의해 배제되고 경멸당했으며, 급기야 한 여성은 지하철 화장실에서 여성 혐오자에 의해 살해당했다.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이주자 같은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훨씬 심해졌으며 생명과 안전마저 위협당하고 있다. 그래도 이 정권은 국정과제로 꼽았던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 및 집회·시위의 자유 또한 위축되고 후퇴했다. 대형 참사를 수습하는 데는 무력했지만 엄포를 놓는 데는 능했다. 메르스 사태에도, 세월호 참사 때도 유언비어단속과 엄단이라는 무기로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또한 국가정보원의 불법 해킹과 인터넷 언론 등록 요건 강화 등으로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는 급격히 위축됐다.
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가 박정희 정권이나 전두환 정권 수준으로 시계바늘이 되돌아간 듯 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시위에 참가한 농민에게 경찰은 물대포를 직사해 죽음에 이르게 했으며 사인을 왜곡하고 그러고도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올 초 한국을 방문한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국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충격적”이라며 물대포와 차벽에 대해 강한 우려를 하기도 했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무고한 서울시 공무원을 간첩으로 몰아 6개월간이나 강제구금하고 신체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으며, 실질적인 내란 음모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통합진보당을 해산해 정치적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 야당 의원들의 필사적인 저지에도 불구하고 제정된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에 정보수집권한을 줌으로써 과도한 권한 행사와 인권침해를 할 여지가 크다. 이 모두가 민주국가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국가폭력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때 둘러 본 광화문 광장에는 혹한에도 불구하고 조기 탄핵심판을 외치는 촛불 시위자로 가득찼다. 목청을 다해 부르짖는 함성에는 “하루라도 빨리 인간답게 살고 싶다”, “이제는 나라다운 나라에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깊이 배여 있었다.
헌재의 탄핵 심판 후 세워질 새로운 나라는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고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으며 인권이 정치와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민주 공화국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선주자들의 인권 의식은 철저히 검증되어야 하며 주요 공약은 인권에 기반해 평가되어야 한다.
광장을 가득 메운 인권의 촛불은 횃불이 되어 타올라야 한다.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한 한국의 인권 상황이 제자리를 찾고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와 소수자들이 주인 대접 받고 사는 그날까지.
출처 [기고] 우병우의 눈빛과 인권의 추락
박근혜와 함께 청산해야할 과제 - 인권 후퇴
[민중의소리] 문경란 서울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전 서울시 인권위원장 | 발행 : 2017-01-01 14:10:52 | 수정 : 2017-01-01 14:10:52
레이저를 쏘듯 빤히 쳐다보는 그의 눈길에서는 오만함이 흘러넘쳤다.
“모릅니다.”
“아닙니다.”
“그런 일 없습니다.”
국회의원들의 핏대선 추궁과 질문에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시종일관 ‘모르쇠’로 답하던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지만 눈은 치켜뜨고 있었는데, “어디 두고 보자”라는 심사가 노골적으로 묻어났다. 이쯤 되면 그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최근 국회 청문회 증인석에 앉았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얘기다.
지난 4년간 박근혜 정권 하에서의 인권상황을 평가해달라는 원고청탁을 받고 문득 떠오른 것은 우 전 수석의 눈빛이었다. 눈에 힘을 딱 주고 응시하는데 도대체 상대방을 존중하거나 소통하려는 노력이나 의지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안하무인의 불쾌한 눈빛.
그의 눈빛에서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며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는 국민의 공복이라는 것, 국민 개개인은 존엄하게 살아갈 인권의 주체이며 공직자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는 인권의 책무자라는 기본적인 상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박근혜 정부가 인권을 대하는 태도는 한마디로 우 전 수석의 눈빛 같다고나 할까. 국민을 우롱하고 국민위에 군림했으며 소통은커녕 국민의 입을 막고 자유를 옭아맸다. 자연히 박근혜 정부에서 인권상황은 크게 추락했다.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2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5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날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은 우 전 수석에게 질의 듣는 태도를 바로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참사, 백남기 사망, 소수자 혐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통합진보당 해산, 테러방지법 강행
끝없는 인권의 추락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통합진보당 해산, 테러방지법 강행
끝없는 인권의 추락
세월호 참사는 인권의 대참사다. 생명과 안전은 인권의 출발점이자 첫 손가락으로 꼽히는 권리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 국민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한 국가나 대통령을 두고 인권을 논하려니 자괴감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그 뿐이랴. 이 정부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함으로써 국민의 진실에 대해 알 권리를 유린했다. 게다가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목숨을 걸고 단식농성 했던 유가족들은 피자와 치킨으로 폭식하는 혐오세력 앞에서 씻을 수 없는 모욕과 혐오를 당해야했다.
혐오세력의 준동은 이 정권 하에서 유난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종북으로 몰렸고, 성소수자들은 일부 보수 기독교단체에 의해 배제되고 경멸당했으며, 급기야 한 여성은 지하철 화장실에서 여성 혐오자에 의해 살해당했다.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이주자 같은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훨씬 심해졌으며 생명과 안전마저 위협당하고 있다. 그래도 이 정권은 국정과제로 꼽았던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 및 집회·시위의 자유 또한 위축되고 후퇴했다. 대형 참사를 수습하는 데는 무력했지만 엄포를 놓는 데는 능했다. 메르스 사태에도, 세월호 참사 때도 유언비어단속과 엄단이라는 무기로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또한 국가정보원의 불법 해킹과 인터넷 언론 등록 요건 강화 등으로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는 급격히 위축됐다.
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가 박정희 정권이나 전두환 정권 수준으로 시계바늘이 되돌아간 듯 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시위에 참가한 농민에게 경찰은 물대포를 직사해 죽음에 이르게 했으며 사인을 왜곡하고 그러고도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올 초 한국을 방문한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국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충격적”이라며 물대포와 차벽에 대해 강한 우려를 하기도 했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무고한 서울시 공무원을 간첩으로 몰아 6개월간이나 강제구금하고 신체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으며, 실질적인 내란 음모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통합진보당을 해산해 정치적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 야당 의원들의 필사적인 저지에도 불구하고 제정된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에 정보수집권한을 줌으로써 과도한 권한 행사와 인권침해를 할 여지가 크다. 이 모두가 민주국가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국가폭력이다.
▲ 3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퇴진 조기탄핵 송박영신 10차 범국민행동의 날 송박영신 콘서트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든 채 폭죽을 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때 둘러 본 광화문 광장에는 혹한에도 불구하고 조기 탄핵심판을 외치는 촛불 시위자로 가득찼다. 목청을 다해 부르짖는 함성에는 “하루라도 빨리 인간답게 살고 싶다”, “이제는 나라다운 나라에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깊이 배여 있었다.
헌재의 탄핵 심판 후 세워질 새로운 나라는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고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으며 인권이 정치와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민주 공화국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선주자들의 인권 의식은 철저히 검증되어야 하며 주요 공약은 인권에 기반해 평가되어야 한다.
광장을 가득 메운 인권의 촛불은 횃불이 되어 타올라야 한다.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한 한국의 인권 상황이 제자리를 찾고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와 소수자들이 주인 대접 받고 사는 그날까지.
출처 [기고] 우병우의 눈빛과 인권의 추락
'세상에 이럴수가 > 정치·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롯데호텔 36층에서 무슨 일이? (0) | 2017.01.01 |
---|---|
세월호 가족들 ‘촛불’에 건넨 감사 (0) | 2017.01.01 |
사드 반대 1인시위 나선 93세 할머니의 한숨 (0) | 2017.01.01 |
핵마피아와 청와대 그리고 삼성 (0) | 2016.12.31 |
“박연차 ‘반기문에 돈 줬다’ 진술했지만 검찰이 덮었다” (0) | 2016.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