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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최순실, 4년간 대포폰 10대···수시 변경

최순실, 4년간 대포폰 10대···수시 변경
특검, 10대 중 7대 가입자 정보 확인…통화내역 분석 중
정윤회 문건 등 관련 의혹 불거질 때마다 기존 전화 폐기

[경향신문] 구교형·박광연 기자 | 입력 : 2017.01.02 06:00:01


▲ 새해 첫날인 1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와 앞서 구속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사진부터)이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지난 4년간 ‘비선 실세’ 최순실씨(61)가 국정농단에 사용한 대포폰이 최소 10대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통령 선거나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등 비밀리에 업무를 처리할 때는 대포폰 중에서도 명의자 확인이 불가능한 전화기를 활용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통화 내역을 분석해 최씨와 박근혜 사이의 연결고리를 촘촘하게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은 2012년 11월~2016년 10월 최씨가 사용한 대포폰 10대의 전화번호와 가입자 인적사항을 확보했다. 대포폰은 이용자가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말한다. 10대 중에서 7대는 명의 등록자의 성명과 주민번호가 확인됐지만 나머지 3대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전화기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2013년 초 경제부흥, 국민행복과 함께 문화융성을 3대 국정방향으로 제시한 박근혜의 취임사를 작성하는 데 관여했다. 또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을 통해 장차관 인사자료와 외교·안보 기밀문건을 수시로 받아봤는데 이때 대포폰이 주된 연락 수단이었다. 최씨가 2013년 3~11월 청와대를 무단출입한 횟수가 확인된 것만 10차례가 넘는다. 이때도 010-7363-XXXX, 010-2114-XXXX 등 타인 명의의 전화기로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들과 통화했다.

최씨는 박근혜 취임 첫해만 해도 두세 달 간격으로 대포폰을 바꾸는 등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반면 2014년에는 문모씨 명의로 된 대포폰 1대를 1년간 줄곧 사용했다. 그러다 2014년 12월 전남편 정윤회씨(62)의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기존에 사용하던 대포폰을 폐기했다. 이 무렵 최씨는 자신의 존재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광고회사 인수와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도 추진하다가 덮기도 했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 재단을 설립하면서 다시 대포폰 2대를 새로 만들었다. 이 중 한 대인 010-2113-XXXX는 대선 때 쓴 것처럼 명의자가 확인되지 않는 것이다. 최씨는 박근혜의 부탁을 받고 재단 이름을 직접 정하고 임원진 명단과 조직표까지 만들었다. 재단 설립이 마무리된 뒤에는 대포폰 2대를 전부 새것으로 교체했다. 그러다 2016년 8월 대기업을 상대로 한 재단의 강제모금 의혹이 불거지자 소지 중인 전화기들을 또 폐기했다. 이어 김모씨 명의의 대포폰을 만들어 독일로 도피한 최씨는 현지에서 측근들과 수시로 통화하면서 증거인멸을 지시했다.

특검은 10대의 대포폰 중 명의자가 확인 안되는 3대가 지난 대선(2012년 11월~2013년 1월)과 대통령직 인수위 활동(2013년 1~3월),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2015년 10월~2016년 3월) 시기에 사용된 점에 주목하고 제공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출처  [단독] 최순실, 4년간 대포폰 10대 사용…존재 노출 위험 때마다 바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