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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언론계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적폐는 단연코 ‘방송장악’

언론계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적폐는 단연코 ‘방송장악’
박근혜와 함께 청산해야할 과제 - 언론
[민중의소리]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발행 : 2017-01-02 08:46:42 | 수정 : 2017-01-02 12:19:21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불붙기 시작한 촛불 시민의 마음은 단순히 박근혜라는 개인을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자는 것이 아닐 것이다. ‘박근혜 하야’라는 구호는 모두 공감하지만, 촛불시민 개개인은 모두 자기 삶에서 온몸으로 체감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 그들에게 부끄러움과 분노를 동시에 안겨주었던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세월호, 국정 교과서, 한일 위안부 협정, 노동개악 등 박근혜 정부가 저질러놓은 패악질은 물론, 인권, 복지, 문화, 교육, 환경 등등 각 영역에서 국민이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고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던가. 바로 이런 행태를 우리는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통칭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2017년 신년사로 ‘불량 기득권과 낡은 적폐’를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민의당도 적폐청산과 사회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우리는 정권교체 이상의 일, 우리 사회의 ‘적폐’가 무엇이었는지 찾아내는 일, 청산하는 일,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해내야 한다. 그것이 촛불의 바람이다.

그렇다면 언론이라는 현안에서 ‘적폐’는 무엇일까? 사실 언론계에서도 ‘적폐’는 한두가지로 손꼽기 힘들다. 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방송 장악’이다. 새누리당으로 통칭되는 보수정권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게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 공영방송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집권 이후 철저하게 방송장악을 추진해왔다. 바로 KBS․MBC․EBS 등 3사와 연합뉴스 및 YTN, 연합뉴스TV(이하 공영 미디어)를 자신들의 홍보 도구로 사유화하려 한 것이다.


관리·감독 기구까지 모두 장악하고 방송 좌지우지

이들의 방송장악의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말을 잘 들을 것 같은 보수적 인물을 공영언론의 사장과 이사장, 이사로 낙하산 투하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여당은 공영언론 이사의 절대다수를 추천하고 이사회를 정권의 호위대로 삼고 자신들이 원하는 낙하산 사장을 투하시키는 것이다.

실제 현 KBS 고대영 사장이나, MBC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 등을 보라. 사장은 자신을 뽑아준 정권에 충성을 다할 수 있는 경영진과 언론인으로 진용을 꾸려 공영 언론을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타락시킨다. 보도국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국민의 삶과 직결된 주요 문제에 대해 공론장을 만들어주지 못한 채 그저 정부에 불리한 소식을 은폐하거나 왜곡하고, 정권이 홍보하고 싶은 내용만 전달한다.

탐사보도나 심층취재를 해야 할 시사교양국은 되도록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위축시키고 정부에 부담이 될 만한 주요한 주제는 방송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이러한 부당한 행위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이사회는 이를 비호하고 국민의 비판에 대해 방패막이 역할만 해주고 있을 뿐이다. 이게 바로 현 KBS, MBC를 비롯한 공영언론의 현실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방송장악에 혈안이 되어있는 정권이 단순히 낙하산 사장과 이사장 임명만 하고 손 놓을 리가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낙점하여 이들로 하여금 방송을 좌지우지하기도 했다. 방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종편 4사를 승인하고, 그들에게 말도 안 되는 과도한 특혜를 주었으며 종편 재승인 심사를 편향적으로 진행해 ‘물승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일관되고 공정한 잣대가 아니라 종편과 공영방송의 과도한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서, 반대로 저널리즘에 충실해 사회적 사안을 심층적으로 보도한 방송에 대해서는 언론자유를 훼손하는 심의 결과를 내놓고 있다.

▲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 팀 사무실 앞에서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가 연 '청와대의 언론장악, 비선실세의 MBC 농단 사건 특검 고발 및 수사 의뢰 기자회견'에서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이 발언하며 고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언론장악 실태 명백히 밝히고 해직 언론인 복직시켜야
방송장악 금지법 제정과 종편 특혜 청산도 절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언론장악 청문회 및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이정현 녹음파일로 대표되는 청와대의 KBS 보도통제 및 MBC 백성문 녹취록으로 드러난 공영방송과 우익매체와의 작당, 고 김영한 청와대 수석의 비망록으로 드러난 언론통제 실상들은 모두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금 드러난 것마저도 당사자들은 ‘일상적 업무’였다고 우기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가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서 어떤 행태를 벌여왔는지, 언론사들은 정권에 아부하기 위해서 어떻게 방송을 망쳐왔는지 그 진상이 명백하게 드러나야 한다. 이미 전국언론노동조합는 ‘박근혜 정권 언론장악 적폐 청산을 위한 박근혜 정권 부역자 명단’을 발표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성우 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 박효종 방송통심심의위원회 위원장, 이인호 KBS 이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대영 KBS 사장, 안광한 MBC 사장, 배석규 전 YTN 사장(현 케이블TV협회장),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 백종문 MBC미래전략본부장 등 10명을 선정했다. 그러나 이들 10인은 상징적인 선정일 뿐, 언론 부역자의 행태는 보다 정확하게 조사해서 그들의 부역 행위에 대해 법적·윤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언론노조는 실제로 ‘공정보도’를 가로막은 보도 책임자, 실무자들을 취합, 선별할 것이며, 특히 고의적으로 세월호, 사드, 역사교과서, 노동개악, 최순실 게이트 등의 보도에 있어 축소, 은폐, 물타기 등 압력을 행사했거나 방해한 자들을 기록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 고대영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정의철 기자


두 번째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해직언론인 명예회복과 복직이다. 이명박은 불법·부당한 낙하산 인사와 이에 저항한 언론인 20명 해고 등 440명을 징계하여 KBS MBC 연합뉴스 YTN 등 공영언론을 장악했다. 우리 사회의 해직 언론인들은 그동안 계속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악순환은 언론인들에게 기레기의 삶에 안주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언론자유를 위해 싸운, 공정 언론과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 진정한 언론인들에게 제대로 된 사회적 평가와 보상이 이루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세 번째로 방송장악을 방지하기 위한 정교한 법제화가 필요하다. 특히 공영 언론에 낙하산 사장 이 올 수 없도록 하는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 지금 국회에는 공영방송 이사회를 여당이 7인, 야당이 6인을 추천하고, 사장을 이사 2/3 이상이 찬성하는 특별다수제를 통해 선임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그러나 개혁보수신당 등 야당이 다당으로 이루어진 현실에서 단순히 여당 7인, 야당 6인을 추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적절한 대안이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단순히 여당 7인, 야당 6인이 아니라 각 정당별 의석수에 따라 추천하는 등의 다양한 논의를 통해서 언론장악 방지법이 실효성있게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중요한 것은 여당이 공영언론 이사의 절대 수를 추천할 수 있게 되어있는 현행 방식은 분명한 적폐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방송사가 법대로 굴러가게 해야 한다. 방송법 제4조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선언적으로 존재할 뿐, 실제 방송사업자가 제작과 편성에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정권과 언론사 사주에 따라 방 편성은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 노사동수 비율로 편성위원회를 구성하고 ‘편성규약’을 만들어 지키도록 하는 구체적 법제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종편에 대한 부당한 특혜를 중단하고, 종편 재승인 등이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종편은 탄생 이후 5년간 온갖 패악질을 거듭해왔다.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한 편파·왜곡·막말 방송으로 정권에 부역했고, 민주화세력을 싸잡아 종북으로 모는 매카시즘에 앞장서고, 지나친 상업성과 선정성으로 국민 정서에 끼친 해악도 크다.

한마디로 종편은 언론계를 황폐화시켰다. 특히 지난 2014년 3월 재승인 당시에는 종편과 특수 관계에 있는 인사를 심사위원장으로 앉히고, 심사위원 15인 중 야권 추천 인사는 단 두 명뿐이었다. 심사위원이 준 가장 높은 점수와 낮은 점수는 배재하니 실질적으로 야권 추천 인사의 심사는 단 한명만 반영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철저한 불공정 심사였다.

심지어 밀실행정에 심사 기준도 제멋대로였다. 2017년 3월 다시 종편 재승인 심사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이 사안은 그 무엇보다 급박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구성하는 재승인 심사위원이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완벽한 편파로 이루어질 경우, 국민들은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이번 심사는 반드시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지난 3년 전 재승인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했던 이행사항을 종편이 제대로 이행했는지 확실하게 따져보고, 법대로 심사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방송법에 규정한 업무정지, 재승인 기간 단축 등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 또 다시 어물쩍 종편에 대한 봐주기로 일관할 경우, 이미 종편의 폐해를 정확히 알고 있는 국민의 뭇매를 피할 수 없을 것임을 방송통신위원회는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출처  [기고] 언론계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적폐는 단연코 ‘방송장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