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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트위터 알티했다고 시민 ‘구속’…뉴욕타임즈도 ‘대서특필’

북한 트위터 알티했다고 시민 ‘구속’…뉴욕타임즈도 ‘대서특필
트위플 “대명천지에...” 경악…진보 “SNS 본격탄압 신호탄”
[뉴스페이스] 문용필 기자 | 12.01.12 15:00 | 최종 수정시간 12.01.13 10:01


과거 이른바 ‘막걸리 보안법’으로 불렸던 국가보안법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트위터 글을 리트윗하고 이를 퍼뜨렸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사진가 박정근 씨의 구속 사실이 알려지자 박 씨를 구속한 검찰에 대한 비판적인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공안통치’를 일삼던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 11일 구속수감된 박정근 씨 ⓒ 트위터 아이디 @churuyasandayo

박 씨는 단순한 장난 차원에서 북한의 트위터 글을 단지 리트윗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그에 대한 구속은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고있어, 이명박 정부가 외치던 ‘국격’도 떨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를 계기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움직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지안 통합진보당 부대변인은 12일 논평에서 “대한민국 사법당국의 저급한 수준을 보여주는, 참으로 황당하고 참담한 시대착오적 판결”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얼어붙게 하고 사상의 자유를 옭아매는 구시대의 유물, 국가보안법은 이제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때가 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부대변인은 “더욱이 가뜩이나 관계당국이 선거법, 명예훼손법 등 각종 법으로 SNS를 규제하려는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건은 SNS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꼼수”라며 “이는 SNS 탄압을 본격화하려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검찰은 우리사회를 통제하려 하지 말고, 박정근 씨를 당장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박 씨가 당원으로 속한 사회당의 조영권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누구나 바라는 보편타당한 정의를 저버리는 부당한 판결이자, 우리 사회를 군부독재의 '막걸리보안법' 시대로 되돌리는 퇴행적인 판결”이라며 “정권안보를 위해 진보진영과 사회운동진영을 탄압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어 온 국가보안법의 표적이 이제는 온 국민으로 확대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 뉴스 전파한 방송3사 보도국장도 잡혀가겠네”

트위터 상에는 “국격이 하느님 똥꼬를 찌릅니다”, “2012년 최초의 기네스북 등재자는 한국인 박정근. 무려 세계 최초로 ‘트윗을 리트윗한 행위’ 로 구속되는 신기록 세워”, “박정근님의 구속. 상식은 죽고 '모순'이 살아 숨쉬는 대한민국”, “박정근이 유죄로 확정되면 수천 수만 수십만이 트윗하다 구속될지도”, “솔직히 진짜 장난으로 떠다니는 줄 알았어요. 대명천지에 이런 참담한 일이...” 등의 글들이 이어졌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헛. 설마 했는데, 구속이라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통합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서고 있는 박용진 후보는 “이번사건은 국보법이 얼마나 시대착오적 법인지 확인”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파워 트위터러’인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사법당국이 박정근씨를 국보법으로 구속해 물의을 일으키고 있는데 국보법은 일제가 1925년 독립지사 등 ‘체제변혁을 도모하는 사람’을 단속한다는 명분으로 만든 치안유지법에 근거한다”며 “대한민국의 시계가 87년전에 머물러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영화감독 이송희일 씨는 “박정근씨는 북한 트위터 계정인 ‘우리민족끼리’를 조롱하기 위해 리트윗을 했고 그게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SNS 역사가 시작된 이래 리트윗 때문에 구속된 이는 아마 박정근씨가 세계 최초일 것이다. 한국이란 사회는 리트윗을 하면 잡아가는 곳”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허재현 <한겨레>기자도 “‘우리민족끼리’ 글을 RT만 했는데. 검찰이 박정근씨를 구속했다. 쩐다. 리춘희 조선중앙통신 아나운서 뉴스 그대로 국민에게 전파한 방송3사 보도국장도 곧 잡혀가겠다”고 촌평했다.

심지어 ‘우파 대학생’으로 잘 알려진 윤주진 전 한국대학생포럼 회장도 트위터에 “박정근 씨의 구속을 두고 말이 많은데 단순히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주장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보안법에 걸린다면 그것은 분명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RT의 횟수나 그 내용만으로 사상을 동조했다고 보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는 추측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檢 “북한 주의와 주장에 동조하는 글 200건 작성, 반포”

박정근 씨는 11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이 확정돼 수원 남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 이에 앞서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9일 국가보안법 위반(찬양, 고무)를 이유로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이 밝힌 구속영장을 통해 밝힌 범죄사실의 요지는 이렇다. 박 씨가 지난 3월 21일 ‘seouldecadence’라는 아이디로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고 북한 조평통에서 체제 선동과 선동을 위해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와 트위터, 유튜브 등에 접속해 이적표현물 384건을 취득, 반포했다는 것이다.

▲ ⓒ 박정근 씨 트위터 캡쳐

또한, 검찰은 박 씨가 북한 주의와 주장에 동조하는 글 200건을 작성해 팔로워들에게 반포했다며 학습을 위해 ‘이적표현물’인 북한원전 ‘사회주의문화건설리론’을 취득 보관했다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이 책은 지난해 9월 21일 경기보안수사대가 박 씨가 운영하는 사진관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가져간 것이다.

이날 보안수사대는 이 책과 함께 박 씨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사진관에서 사용하는 메모리 카드, 친구가 선물해 준 인공기가 그려져 있는 그림엽서, 사회당 입당원서를 압수했다.

또한 ‘바로잡아야할 우리역사 37장면’, ‘현대북한’, ‘진보집권플랜’ 등의 서적 등을 등 총 46개의 물품을 가져갔다. <오마이뉴스>는 “이 가운데 ‘사회주의문화건설리론’ 과 ‘현대북한’, 그리고 박씨가 두리반 철거농성장에서 강의한 ‘소비에트 사진사’에 대한 노트는 돌려받지 못했다. 이후 박씨는 5차례에 걸쳐 경찰조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는 “박 씨가 트위터에 올린 북한 관련 글을 보면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글을 리트윗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김정일 장군님 만세’ 역시 박 씨가 자주 올렸던 멘션”이라고 전했다.


“악의가 없는 뻔한 유머 설명, 너무나 어이없다”

박 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모든 것을 “장난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범죄사실요지의 하나로 지목한 서적 ‘사회주의문화건설리론’에 대해서는 “북한대학원 교수가 연구자료로 통일연구원에서 제본한 것을 빌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민족끼리’에 어떤 멘션을 보냈냐”는 질문에 박 씨는 “맞팔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안해줬다”고 답했다. “북한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체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날 열린 박 씨 구속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선주 사회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박정근 씨는 사회당 집행부인데 사회당은 2001년 창당 당시 ‘반 조선노동당’, ‘반 자본주의’를 슬로건으로 걸었다”며 “북한의 3대세습 역시 반대해왔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박 씨는 북한을 찬양하는 인물이 아닌 북한에 비판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박 씨는 그간 희망버스와 두리반·명동 철거현장, 반값등록금 집회 현장을 활발하게 누비며 사회운동에 동참해왔다.

▲ 박정근 씨의 사연을 소개한 뉴욕타임즈 기사 ⓒ 뉴욕타임즈 홈페이지 캡쳐

박 씨에 대한 이야기는 <뉴욕타임즈>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블로거 ‘CherryBreakfast’에 따르면(☞ 글 보러가기) <뉴욕타임즈> 인터넷 판은 지난 7일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찬양, 동조, 협력 행위는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면 범죄에 해당한다”며 “그러나 표현이 매우 모호하기 때문에, 수십 년 전에는 술에 취해서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한 사람조차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고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다.

또한, <뉴욕타임즈>는 “한국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무기로 쓰고 있다는 혐의를 부인한다”며 “그러나 국제 앰네스티 등 인권 단체들은 검찰이 대북 화해 흐름이 중단될 것이 분명해진 이명박 대통령 집권 직전 몇 달 전부터 이 법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박 씨에 대한 경찰의 수사, 그리고 트위터에 올린 것들은 단지 재미었을 뿐이라는 박 씨의 입장을 전하며 “그가 편집해서 트위터에 올린 북한 선전물의 모습에는 냉소적인 태도가 명백히 드러났다. 그는 미소짓는 북한 군인의 얼굴을 시무룩하게 아래를 보는 표정의 캐리커쳐로, 군인의 무기는 위스키 병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인터뷰에서 “나의 신념을 설명해야 하고,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이런 뻔한 유머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어이없다”며 “이 법은 사람의 뇌와 혀도 정부 자산으로 규정하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출처 : 북한 트위터 알티했다고 시민 ‘구속’…뉴욕타임즈도 ‘대서특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