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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최순실, 매달 청와대서 박근혜 옷값 1,000만원씩 건네”

“최순실, 매달 청와대서 박근혜 옷값 1,000만원씩 건네”
특검, 의상 전담제작자 진술 확보
“의상실 운영비·월급 포함 현금 줘”
최순실이 20년 전부터 지불 밝혀
특검팀 “뇌물수수 혐의 수사중”

[한겨레] 서영지 기자 | 등록 : 2017-01-26 05:31 | 수정 : 2017-01-26 18:26


▲ 최순실씨가 2014년 11월 박근혜의 의상 제작을 전담하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사무실에서 옷값을 치르기 위해 지갑에서 돈을 꺼내고 있다. 이곳은 정권 초기까지 16년간 박근혜 의상을 맡던 디자이너가 최씨와 갈등을 빚다 그만둔 뒤 고영태씨 쪽이 의상을 담당하며 사용됐던 사무실이다. 티브이조선 화면 갈무리


박근혜는 국회의원에 당선된 1998년부터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3년까지 16년간 한 사람이 만든 옷을 입었다고 한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소개해준 이 의상 제작자가 최근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매달 25일 청와대 관저에서 최순실 씨로부터 현금 1,000만~1,500만 원씩을 받았다”고 진술한 사실이 25일 확인됐다. 2013년 한해에만 1억 원 안팎의 옷값을 최씨가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것인데, 이에 비춰볼 때 20년 가까이 박근혜의 옷값 대납(뇌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검팀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수사와 함께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를 확인할 수 있는 유력한 정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25일 특검팀과 의상 제작자 ㄱ 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근혜가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1998년부터 박근혜 의상을 제작했다는 ㄱ 씨는 지난 21일 특검에 출석해 “대통령 취임 뒤 매달 25일 최씨가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서 직원 월급과 사무실 운영 비용 등 1,000만~1,500만 원씩을 직접 현금으로 줬다”고 진술했다. 박근혜 옷값을 청와대 비서실이 아닌 최씨가 매달 직접 현금으로 챙겨줬다는 것이다. ㄱ 씨는 2013년 3월부터 8개월간 대통령 의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특검은 ㄱ 씨의 진술 등으로 미루어볼 때 그간 청와대 관계자들의 해명이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현금이 든 노란색 봉투를 받아 ‘고영태 의상실’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최순실 씨가 직접 현금으로 ‘고영태 의상실’ 옷값을 치르는 동영상이 공개되며 뇌물수수 의혹이 번지자 내놓은 답변이었지만, 특검팀은 ㄱ 씨의 진술 등에 비춰볼 때 두 행정관의 진술은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ㄱ 씨는 서울 강남구 유명 의상실에서 근무하며 박근혜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ㄱ 씨는 <한겨레>와 만나 최씨가 “20년 전부터 대통령 옷값을 지불했다”고 전했다. 그는 “상위 1%만 다니는 의상실이라 보통 제작비는 300만~500만 원 선이었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는 100만~150만 원 선에서 의상을 맞췄기 때문에 검소하다고 생각했다”며 “1년에 10벌 안팎의 옷을 제작했다. 당시 돈은 최씨가 냈다”고 말했다.

ㄱ 씨는 2010년 의상실을 나온 뒤에도 최 씨의 부탁으로 박근혜 옷을 계속 만들었다고 한다. ㄱ 씨는 “대통령이 3군데 정도 의상실을 이용했는데 까다롭다 보니까 의상 제작 엔지니어들이 자주 그만뒀다. 어릴 때부터 맞춤옷을 입다 보니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이 확실했다. 목이 긴 편이어서 ‘차이나 칼라’ 등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감각이 뛰어나 옷을 입으면 0.1㎜까지 잡아낸다”고도 했다.

ㄱ 씨는 서울 중구 신당동의 의상실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최 씨의 부탁으로 계속 의상을 만들었다. 대통령 당선 뒤 취임식에서 박근혜가 입었던 카키색 ‘밀리터리룩’을 만든 것도 ㄱ 씨였다고 한다. ㄱ씨가 취임식 때 입을 옷을 만들기 위해 박근혜의 삼성동 집에 갔을 때 최 씨로부터 “대통령 취임 뒤에도 의상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ㄱ 씨는 “대통령 옷을 만들려면 사무실도 마련하고 직원들도 채용해야 한다. 매달 1,000만~1,500만 원 정도 돈이 든다고 최 씨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에 최 씨는 흔쾌히 이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했고, 이후 ㄱ 씨는 월급날인 매달 25일마다 이영선 행정관의 차를 타고 청와대로 들어가 최 씨로부터 뭉칫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ㄱ 씨는 “나는 ‘비선’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청와대에 등록돼 월급을 받았다. 최 씨는 옷값과 나머지 직원 월급, 사무실 운영 비용을 댔다”고 했다.

그러나 ㄱ 씨는 2013년 말 최 씨와 갈등을 빚어 8개월 만에 박근혜 의상 제작을 그만뒀다고 한다. 그즈음 최씨가 “함께 옷을 만들어보라”며 고영태 씨를 소개해줬는데, 그 뒤로 최씨가 박근혜 옷에 대해 이런저런 시비를 걸며 사이가 틀어졌다는 것이다. ㄱ 씨는 “해외 순방을 앞두고 갑자기 옷의 안감을 실크로 바꾸라고 했다. 그때 최 씨와 심하게 싸우고 그만두게 됐다”고 했다. ㄱ씨가 그만둔 뒤 박근혜 의상 제작은 최씨가 만든 ‘고영태 의상실’에서 주로 맡게 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최순실이 바뀌었다. 권력이 무섭더라.” ㄱ 씨는 “그게 다 업보”라고 했다.


출처  [단독] “최순실, 매달 청와대서 대통령 옷값 1000만원씩 건네”





박근혜 옷 16년간 만든 의상 제작자 일문일답
1998년 박근혜 국회의원 초선 시절부터 인연
청와대 들어간 뒤 최씨가 사무실 직원 월급 1,000만원 건네

[한겨레] 서영지 기자 | 등록 : 2017-01-26 11:45 | 수정 : 2017-01-26 18:27


1998년부터 박근혜 옷을 제작한 ㄱ 씨는 박근혜의 옷을 만드는 데 자부심을 가져왔다. 그는 25일 <한겨레>와 만나 “오랜 기간을 모신 분인데 일이 이렇게 돼서 착잡한 심정”이라며 인터뷰를 꺼리기도 했다. 그는 지난 21일 최순실 씨가 옷값을 대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특검 조사를 받았다. 그는 “특검 가서 충분히 얘기했다. 매달 청와대 관저에서 최 씨로부터 사무실 운영비, 월급 명목으로 1,000만~1,500만 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ㄱ 씨와의 일문일답.

- 대통령 옷을 언제부터 제작하게 됐나?

= 서울 강남구에 있는 유명 의상실에서 일했다. 1998년 대통령이 초선 국회의원 시절부터 이곳에서 옷을 맞추면서 알게 됐다. 강남 부유층, 연예인 등 상위 1%가 많이 오는 곳이었다. 보통 옷 한 벌을 맞추는데 300만~500만원 정도였다.

- 대통령은 얼마 정도에 옷을 맞췄나?

= 대통령은 100만~150만원 정도에 옷을 맞췄다. 나는 그래서 돈도 많은데 생각보다 검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옷을 많이 맞추지도 않았다. 대통령은 1998년부터 다니면서 1년에 10벌 안팎을 맞췄다. 1년에 10벌이 안 될 때도 있었다. 옷 좋아하는 여성들은 1년에 10~20벌을 맞추기도 한다. 거기와 비교하면 옷을 많이 맞춰 입은 것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맞춤옷을 많이 입어서 본인이 디자인할 정도로 감각이 있었다. 패션 감각이 뛰어났다. 옷을 입으면 0.1㎜ 안 맞는 것까지 잡아낼 정도였다. 내가 오히려 디자인 감각을 배울 정도였다. 대통령이 디자인한 거 보면 웬만한 디자이너보다 더 잘했다.

- 대통령 의상을 제작하면, 돈은 누가 냈나?

= 강남 의상실에서도 돈은 최순실씨가 냈다.

- 그게 누구 돈인가. 대통령이 준 돈이라는 언급은 있었나?

= 없었다. 그게 누구 돈인지는 나는 모른다.

- 대통령과 계속 어떻게 인연이 된 건가?

= 2010년에 그 의상실을 나오게 됐다. 그때 최씨가 찾아와서 대통령 옷을 계속 만들어달라고 했다. 내 입장에서는 어쨌든 옷을 제작하는 엔지니어인데 신뢰해서 옷을 계속 맡겨달라고 하니 고마웠다.

- 그때는 얼마나 받았나?

= 나는 많이 받지 않았다. 그분을 위해서 오랫동안 의상을 제작해 왔고, 명예라고 생각해서 한 것이다. 옷 샘플 갖고 오면 작업을 해주고 그러는 것이다. 원단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솔직하게 말하면 (옷 디자인한 그림 보여주며) 이렇게 그리는 데 15만원, 봉제하는 데 17만원 정도다. 기술료 이게 원가다. 에이(A)급 미싱사를 쓰더라도 돈이 얼마 안 들어간다. 그 원가에 개인 샵은 7~8배를 붙이고, 기성복은 3~4배를 붙인다.

- 청와대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건가?

=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 취임식에 입을 옷을 제작하기 위해 삼성동 자택에 갔었다. 그때 최순실씨가 대통령 취임 뒤에도 옷을 제작해 달라고 했다. 처음엔 거절했다. 대통령 옷을 제작하려면 정성을 더 들여야 하는 거 아니냐. 옷을 만들려면 직접 원단도 봐야 하고. 그런데 대통령의 옷을 얼마나 제작하게 될 줄 모르는 상황에서 대통령 옷만 만들 수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월급제를 하든지 하고,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직원이나 사무실 비용도 필요하다고 했다. 적어도 1000만~1500만원이 든다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최씨가 이 제안을 승낙한 것이다.

- 당시 그 자리에 대통령도 있었나?

= 아니다. 그 얘기를 할 때 대통령은 없었다. 대통령은 가봉(시침질)할 때만 봤다. 앞으로도 옷 제작 맡아달라고 얘기할 때는 없었다. 최씨랑 얘기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오케이를 하니까 그렇게 하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 전까진 최씨에게 옷값이 얼마라고 말해주면 이후 돈을 갖다 주는 식이었다.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기술자니까 내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옷을 만드는 게 자부심이었다.

- 그 뒤 사무실은 어디서 꾸리고, 몇 명을 더 채용하게 됐나?

= 아내와 미싱팀 2명을 더 채용한 것이다. 사무실은 원래 서울시 중구 신당동에 있었는데 이후 필동으로 옮겼다. 신당동 사무실에 있을 때 국정원에서도 10번도 더 주변을 돌았다고 했다. 이런 허름한 곳에서 대통령 옷을 만드느냐고. 그래서 내가 사무실을 깔끔하게 해야겠다고 해서 필동으로 이사한 것이다. 거기가 안국역 지나서 청와대 가기도 편해서 거기로 사무실을 구했다.

- 사무실 운영비나 직원 월급 얼마나 지원해준 것이냐?

= 한 달에 1000여만원 정도. 월세가 200만원 정도다.

- 월급은 어떤 식으로 지급됐나?

= 나는 공식으로 등록된 의상 제작하는 사람이라 내 월급은 비서실에서 줬고, 나머지 직원 월급과 사무실 월세 등 비용은 최씨가 현금으로 줬다. 2013년 3월에 들어가서 8개월 정도 일했는데 그때마다 최씨가 봉투에 현금을 넣어서 직접 줬다.

- 어디서 돈을 받았나?

= 청와대에 들어가면 매번 최씨가 줬다.

- 그게 누구 돈인지 알았나?

= 몰랐다. 다만 청와대에서 돈을 건네니까 청와대에서 주나 보다 생각을 했다. 내 월급날이 매달 25일이었는데 25일에 들어가면 최씨가 나머지 직원들 월급 등을 현금으로 줬다.

- 돈 준 장소가 정확히 청와대가 맞나?

= 청와대에서 줬었다. 청와대 관저에서.

- 대통령은 옆에 없었나?

= 없었다.

- 매번 최씨가 줬나?

= 그렇죠.

- 최순실이 직원도 아닌데 왜 월급을 줬나?

= 그건 모르죠. 대기업 회장 옷 만들면 비서가 돈 주는 것처럼 생각했다.

- 월급날마다 청와대 들어간 건가?

= 네.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가니까. 오라고 하면 이영선 행정관의 차를 타고 들어갔다.

- 왜 다른 사람은 청와대 공식 직원으로 등록이 되지 않았나?

= 처음에 우리 부부를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 달라고 했는데 부부를 동시에 채용하는 그런 경우는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만 공식 등록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 왜 그만두게 됐나?

= 2013년 말쯤 고영태씨를 젊은 디자이너라며 인사시키면서 앞으로 의상 제작을 같이하라고 했다. 그때 고씨가 솔직하게 ‘나는 가방은 알지만, 옷은 전혀 모른다’고 얘기하더라. 오랜 기간 의상을 제작했지만, 대통령 되고 나서 옷 제작할 때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 대통령 되고 나서 차이가 있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 전에는 최씨가 나한테 진짜 잘했다. 청와대 들어가면서 사람이 그렇게 바뀌더라고요. 모르겠어. 그동안 다른 사람한테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의상을 맞출 때 워낙 까다롭게 하다 보니까 그동안 엔지니어들이 학을 떼고 그만뒀다. 대통령도 의상을 제작할 때 원하는 디자인이 명확하게 있으니까 버겁지. 머릿속에 있는 것을 그대로 옷으로 풀어내야 하니까. 그런 것을 엔지니어들이 읽어내기가 쉽지 않으니까. 우리 같은 경우는 오래 했으니까 알아내는 것이다. 그 당시에 그분이 3군데 의상실을 다녔는데 다른 의상실이 힘들어했다고 했다. 최씨가 그걸 잘 알았다. 같이 모시고 다니면서 좀 익숙하다 싶으면 다른 데는 그만두니까 나한테는 잘했다. 근데 대통령 되고 나서 최씨가 바뀌더라. 권력이 무서운 거지. (최씨가 지금 그렇게 된 거 보니까) 그게 다 업보라는 생각이 든다.

- 그만둔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

= 해외 순방 앞두고 옷 다 만들어 놓았는데 옷 안감을 갑자기 실크로 바꾸라고 하더라. 고영태씨랑 둘이서 그러는 것이었다. 유럽 순방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열 받아서 최씨랑 싸우고 그만하게 됐다.

- 대통령은 어떤 스타일 좋아했나?

= 대통령이 목이 긴 편이라 차이나 칼라 이런 게 잘 어울렸다. 본인도 그걸 잘 알고 그런 스타일을 선호했다. 디자인을 막 바꾸기도 했다. 그 양반이 소위 말하는 ‘간지’를 잘 알았다.

- 관저 가면 대통령을 어디서 만났나?

= 손님 있으면 대기하다가 없으면 드레스룸에서 만났다. 거기서 가봉하고 차 마시고 했다.

- 최순실이 늘 같이 있었나?

= 어떨 때는 있고, 없을 때도 있었다.

- 대통령이 직접 디자인한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볼 수 있나?

= 대통령이 옷 스케치한 것 등 스크랩북을 갖고 있었는데 최씨가 어느 날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줬더니 어느 날 잊어버렸다고 하더라. 아마 고영태씨를 갖다 주려고 했던 거 같다. 거기에 그동안 대통령 옷 어떻게 제작했는지 나와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그게 나한테는 그게 중요한 자료인데 잊어버렸다고 하니까 참… 내가 그만둔 뒤로 고영태 의상실에서 대통령 옷을 만든 거 같다.

= 사실 내가 요즘 잠을 못 잔다. 세상 살면서 파출소 한 번 안 가봤는데, 대통령 옷 제작했다는 이유로 특검에 가게 될 줄 몰랐다. 그래도 오랜 기간 모신 분인데 언론에 얘기한다는 게 누가 될까 걱정도 있고, 착잡한 심정이다.


출처  박 대통령 옷 16년간 만든 의상 제작자 일문일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