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하의 ‘도청 공포’
[경향신문] 노도현 기자 | 입력 : 2017.01.29 09:35:00 | 수정 : 2017.01.29 09:35:46
박영수 특별검사팀 출범 1달을 갓 넘긴 지난 23일. 검정색 007 가방을 든 남성 2명이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을 찾았다. 대검찰청 소속 수사관인 이들은 특검 사무실 곳곳에서 도청장치와 몰래카메라가 비밀리에 설치돼 있는지 탐지했다. 화재 감지기와 책상은 물론 콘크리트 벽 내부까지 샅샅이 살폈다고 한다. 특검 사무실은 특검 관계자와 피조사자, 변호인들을 제외하곤 출입이 전면 금지돼 있다.
특검이 갑자기 보안 점검을 한 이유는 뭘까. 특검 관계자는 “원체 민감한 사항을 수사 중이다보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에선 이미 보안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의 수사 상황을 포착하려는 ‘외부세력’의 도청 시도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회, 검찰, 특검 등 청와대와 대통령 견제 의무를 가진 기관이 ‘도청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공포를 일으키는 실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3년 당시 윤석열 검사(현 박영수 특검 수사팀장) 등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팀은 수사 대상인 정보기관이 도청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중요한 압수수색이나 피의자 소환 등과 관련된 내용은 사무실 안에서 부하 검사들과 필담으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사선상에 오른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긴급체포를 앞두고는 휴대전화나 유선전화가 아닌 쪽지를 통한 ‘침묵의 대화’를 활용했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도청 의혹을 국회 청문회장에서 직접 제기한 청와대 전직 관계자도 있다. 감찰 내용을 누설했다는 의혹으로 사임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4차 청문회에서 자신이 한 신문사 기자와 나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를 MBC가 입수해 보도한 것에 대해 “적어도 적법한 방법으로는 MBC가 취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MBC는 “이 특별감찰관이 한 언론사 기자에게 SNS를 통해 ‘우 수석 아들과 (우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이 감찰 대상’이라고 알려줬다”고 보도했다. 또 “해당 언론사 기자가 서류를 보내주겠다고 하자 이 특별감찰관이 ‘일단 관두자, 서로 내통까지 하는 것으로 돼서야 되겠나’라고 답변했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 특별감찰관은 공식 입장을 내고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MBC는 후속 보도를 통해 “해당 기자가 ‘특별감찰관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라며 회사에 보고한 것이 SNS를 통해 유출됐고 우리가 이를 입수해 보도한 것”이라며 문건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이를 ‘국기문란’으로 몰았다. 결국 이석수 특감은 사표를 제출했고 K스포츠·미르재단에 대한 내사는 중단됐다.
이미 국회에는 ‘도청 공포’가 만연하다. 2013년 9월 국회 법사위원장이었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 “국회 법사위원장실의 화분을 복도에 모두 내놨다. 전문가 한분이 제게 화분을 이용한 도청가능성을 제기하였기에”라며 “저만 그런가 했더니 다른 의원도 그얘기를 듣고 화분을 모두 바깥으로 내놨다고 한다”고 적었다.
박 의원은 또 “그런가 하면 구로 지역구 행사에 가면 누군가 나타나 따라다니면서 녹음을 한다”며 “트친 여러분도 누군가가 계속 녹음을 한다면 하루생활이 어떻겠느냐. 이런 대한민국 원하나? 국민여러분! 이것이 국민행복시대인가?”라고 되물었다.
일부 의원들은 휴대전화를 여러대 사용하고 수개월 단위로 교체한다. 기자에게 공개된 휴대전화는 가벼운 대화 용도로만 쓴다. 정치생명이 걸린 사안은 직접 만나 논의한다. 대면 접촉 때 필담을 나누는 경우도 있다.
국정원 등 정보기관 감시의 실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해당 기관에서는 불법적인 도·감청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출처 박근혜 정부 하의 ‘도청공포’
[경향신문] 노도현 기자 | 입력 : 2017.01.29 09:35:00 | 수정 : 2017.01.29 09:35:46
▲ 박영수 특검팀이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현판식을 열고 있다. 강윤중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 출범 1달을 갓 넘긴 지난 23일. 검정색 007 가방을 든 남성 2명이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을 찾았다. 대검찰청 소속 수사관인 이들은 특검 사무실 곳곳에서 도청장치와 몰래카메라가 비밀리에 설치돼 있는지 탐지했다. 화재 감지기와 책상은 물론 콘크리트 벽 내부까지 샅샅이 살폈다고 한다. 특검 사무실은 특검 관계자와 피조사자, 변호인들을 제외하곤 출입이 전면 금지돼 있다.
특검이 갑자기 보안 점검을 한 이유는 뭘까. 특검 관계자는 “원체 민감한 사항을 수사 중이다보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에선 이미 보안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의 수사 상황을 포착하려는 ‘외부세력’의 도청 시도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회, 검찰, 특검 등 청와대와 대통령 견제 의무를 가진 기관이 ‘도청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공포를 일으키는 실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2016년 8월 31일 <경향신문>에 실린 ‘김용민의 그림마당’.
지난 2013년 당시 윤석열 검사(현 박영수 특검 수사팀장) 등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팀은 수사 대상인 정보기관이 도청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중요한 압수수색이나 피의자 소환 등과 관련된 내용은 사무실 안에서 부하 검사들과 필담으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사선상에 오른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긴급체포를 앞두고는 휴대전화나 유선전화가 아닌 쪽지를 통한 ‘침묵의 대화’를 활용했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도청 의혹을 국회 청문회장에서 직접 제기한 청와대 전직 관계자도 있다. 감찰 내용을 누설했다는 의혹으로 사임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4차 청문회에서 자신이 한 신문사 기자와 나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를 MBC가 입수해 보도한 것에 대해 “적어도 적법한 방법으로는 MBC가 취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지난해 8월 2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며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지난해 8월 MBC는 “이 특별감찰관이 한 언론사 기자에게 SNS를 통해 ‘우 수석 아들과 (우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이 감찰 대상’이라고 알려줬다”고 보도했다. 또 “해당 언론사 기자가 서류를 보내주겠다고 하자 이 특별감찰관이 ‘일단 관두자, 서로 내통까지 하는 것으로 돼서야 되겠나’라고 답변했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 특별감찰관은 공식 입장을 내고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MBC는 후속 보도를 통해 “해당 기자가 ‘특별감찰관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라며 회사에 보고한 것이 SNS를 통해 유출됐고 우리가 이를 입수해 보도한 것”이라며 문건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이를 ‘국기문란’으로 몰았다. 결국 이석수 특감은 사표를 제출했고 K스포츠·미르재단에 대한 내사는 중단됐다.
이미 국회에는 ‘도청 공포’가 만연하다. 2013년 9월 국회 법사위원장이었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 “국회 법사위원장실의 화분을 복도에 모두 내놨다. 전문가 한분이 제게 화분을 이용한 도청가능성을 제기하였기에”라며 “저만 그런가 했더니 다른 의원도 그얘기를 듣고 화분을 모두 바깥으로 내놨다고 한다”고 적었다.
박 의원은 또 “그런가 하면 구로 지역구 행사에 가면 누군가 나타나 따라다니면서 녹음을 한다”며 “트친 여러분도 누군가가 계속 녹음을 한다면 하루생활이 어떻겠느냐. 이런 대한민국 원하나? 국민여러분! 이것이 국민행복시대인가?”라고 되물었다.
▲ 2013년 9월 박영선 당시 법사위원장실 앞에 도청예방을 위해 내놓은 화분들. 박민규기자
일부 의원들은 휴대전화를 여러대 사용하고 수개월 단위로 교체한다. 기자에게 공개된 휴대전화는 가벼운 대화 용도로만 쓴다. 정치생명이 걸린 사안은 직접 만나 논의한다. 대면 접촉 때 필담을 나누는 경우도 있다.
국정원 등 정보기관 감시의 실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해당 기관에서는 불법적인 도·감청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출처 박근혜 정부 하의 ‘도청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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