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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선포해 촛불 반란군 죽여야” 보수단체 이젠 ‘말’보다 ‘주먹’

“계엄령 선포해 촛불 반란군 죽여야” 보수단체 이젠 ‘말’보다 ‘주먹’
‘폭력집단화’ 하는 보수단체, 탄핵 결정 앞두고 폭주 우려
[민중의소리] 양아라 기자 | 발행 : 2017-01-29 10:12:50 | 수정 : 2017-01-29 10:12:50


한성주 예비역 장군이 20일 오후 서울 성수동 재향군인회관 앞에서 열린 '계엄령선포촉구 범국민연합'이 주최한 '탄핵기각 계엄령 촉구대회'에서 계엄령을 촉구하고 있다. 2017.01.20. ⓒ뉴시스



"계엄령을 선포해 촛불 반란군들을 죽여야 한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박근혜 탄핵 결정을 앞두고서 급속히 '폭력집단'이 돼가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서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참여자에 대한 편견과 폭력 등을 부추길 목적으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보수단체 '계염령선포촉구 범국민연합' 주최로 20일 서울 성수동 재향군인회관 앞에서 열린 '탄핵기각 계엄령 촉구대회'에서는 "계엄령을 선포해 촛불 반란군을 죽여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 맞서 21일 서울역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맞불집회'에는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는 피켓이 등장하기도 했다. "태극기 휘날리면 촛불이 꺼진다"고 말했던 이들은 '국정농단'을 일으킨 박근혜를 두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군사쿠데타를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 21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박사모의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한 박사모 회원이 발갱이는 죽여도 된다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정의철 기자


보수단체들은 과거에도 도를 넘는 망언으로 시민들의 눈살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대표적으로 '엄마부대 봉사단' 등 보수단체들은 굴욕적인 '12.28 한일 합의' 이후 지난해 1월 4일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양보해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변했다. 또 당시 송지현 엄마부대 부대표 등은 2014년 7월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희생자 유가족들을 향해 "우리가 죽으라고 그랬어?"라고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최근 보수단체들은 막말을 넘어 촛불집회 참석자 등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를 마치고 귀가하고 있던 한 시민은 26일 밤 서울역에서 '대통령 하야반대 및 안보 지키기 국민대회'에 참여한 보수단체 회원에게 구타를 당했다. 이들은 시민이 '박근혜 퇴진'이란 피켓을 들고 있다는 이유로 "빨갱이XX" 등의 욕설을 퍼붓고, 멱살을 잡고 정강이를 발로 차는 등 폭력을 가했다. 앞서 보수단체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는 지난해 11월 5일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 참여한 여고생의 뺨을 때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시민 개인을 상대로 집단적인 위협을 가하거나 폭력을 행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4일 ‘박정희 99회 탄신제’에 참석한 박사모 회원 등 10명은 박정희 생가 입구에서 ‘박근혜 퇴진’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시민에게 다가가 "종북 빨갱이" 등 갖은 욕설을 퍼붓고 멱살을 잡고 피켓을 부쉈다.

▲ 보수단체인 '엄마부대 봉사단' 회원들이 특검의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 영장 청구를 앞두고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468일째 농성 중인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 농성장에 찾아와 난동을 피웠다. ⓒ반올림 제공


▲ 야권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8일 경북 구미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나오자 박근혜 지지자들이 문 전 대표와 차량을 막아서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은 빨갱이”이라고 하거나 욕설을 하기도 했다. ⓒ문재인 측 제공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린 ‘곧, 바이! 展’에 전시된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이 박근혜 지지자들에 의해 강제로 철거, 훼손된 채 버려져 있다. ⓒ뉴시스



시민단체, 야당 정치인, 언론, 공공기관으로 조직적인 폭력 행사

최근 이들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을 반대하며 삼성을 비판하는 시민단체를 향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엄마부대 회원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백혈병 등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그룹 서초동 사옥 인근에서 농성 중인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농성장에 찾아와 현수막을 찢고 사람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가했다.

야당 정치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사모', '박대모' 등 경북지역 보수단체 회원들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구미시청을 방문할 당시 문 전 대표를 향해 쓰레기를 던지거나 욕설을 쏟아냈다. 또 수백 명이 문 전 대표가 탄 차량의 주변을 둘러싸고 차를 주먹으로 치거나 발로 차는 등 행패를 부렸다. 이들은 SNS를 통해 사전에 모의한 정황들이 나타났고, '박사모' 홈페이지에는 "문재인 간첩의 구미 방문을 저지해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24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 마련된 시국비판 풍자전시회 '곧, 바이' 전시장에 난입해 경찰의 제지를 뿌리치고 난동을 부렸고, 박근혜를 풍자해 논란이 된 '더러운 잠' 작품을 산산조각냈다. 또한 이 전시회를 주최한 표창원 더불민주당 의원에 대한 항의 시위를 하다 취재하고 있는 민중의소리 기자에게 "좌빨(좌익 빨갱이)언론"이라고 막말을 퍼부으며 폭행하기도 했다.

▲ 21일 저녁 보수단체 회원 100여명이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 위치한 중앙일보 사옥 앞 게시판에 JTBC 폭파하자는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넣었다. 손석희 사형이라고 적힌 낙서도 보인다. ⓒ민중의소리


이들은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언론과 공공기관을 향해서도 폭력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지난해 11월 19일 서울역에서 '맞불집회'를 하고 행진하던 중에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보도를 했던 JTBC 중계진에게 '좌경세력 주장'이라며 촬영장비를 파손하고 폭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21일 "빨갱이 손석희를 구속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서울시 중구 서소문 중앙일보 사옥에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23일에는 JTBC '최순실 태블릿 PC'보도가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한국방송회관에 농성 중이던 보수단체 회원이 경찰관을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하기도 했다.

또한 농성하고 있던 보수단체 회원은 24일 경찰의 무전기를 뺏고 근무 중인 의경에게 던져 전치 2주의 부상을 당하게 했다. 이 남성은 자신의 허리에 부탄가스를 여러 줄로 매달고 라이터 불을 켠 채 "성질을 돋우면 부탄가스를 불 질러 버리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 박근혜가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보수논객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는 정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TV를 통해 공개됐다. ⓒ정규재TV 화면 갈무리



1천만 국민촛불은 '음모'
보수단체 탄핵반대 집회에는 '가슴이 미어지는' 박근혜

박근혜는 난데없이 보수매체와의 인터뷰를 갖고 보수단체의 태극기 집회를 두둔한 반면 촛불집회에 대해선 음모론을 제기하며 편가르기에 나섰다. 박근혜는 25일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에서 태극기 집회에 대해 "촛불시위의 두 배가 넘는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참여하신다고 듣고 있다"며 "그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야 된다, 또 법치를 지켜야 한다는 것 때문에 여러 가지 고생도 무릅쓰고 나오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극우보수의 궐기를 선동하고, 남남갈등을 부추겨서 대대적인 갈등을 촉발시키고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의 도깨비놀음 같은 야밤 인터뷰와 최순실의 난동은 조직적인 여론전을 획책한 것이자 특검 수사와 헌재 심판에 대한 준비된 반격"이라며 지적했다.

탄핵 심판 결정이 다가오면서 보수단체들의 폭력적인 언사와 물리적인 행동은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는 31일 임기를 마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탄핵 심판과 관련해 "늦어도 3월13일까지는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논쟁이 되는 사안에는 근거를 내세워 비판하기보다는 막무가내로 행패를 부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갈수록 도가 심해지고 있는 이들이 탄핵 결정 전후 물리력을 행사하며 폭주하면 사회혼란이 극에 달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출처  “계엄령 선포해 촛불 반란군 죽여야” 보수단체 이젠 ‘말’보다 ‘주먹’